소설리스트

BJ 돈미새-178화 (178/225)

꺼림칙한 폐 고시원. 6

[ 살려줘어어어··· ]

“시, 시발···”

“왜? 왜 그러는데!”

밧줄에 매달려있는 그 흉측한 몰골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2··· 208호 학생···?

뭐야? 결국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건가?

아니. 그 학생은 분명히 이유 모를 환청에 시달리는 듯했다.

설마 귀신들의 괴롭힘에 의해 목숨을 잃은 거야?

멍하니 서있던 둘리가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인지했다.

곧이어 내 시선이 꽂힌 그곳을 고개를 돌렸다.

순간,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뒤, 뒤돌아보지 마요! 절대!”

둘리가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왜. 왜 그러는데 도대체. 내 뒤에 뭐가 있지 지금?”

어찌나 긴장했는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마이크에까지 닿았다.

“네···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 돼요. 그냥 제 말 들으세요!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시, 시발. 일부러 나 겁 주려고 하는 거지 너···”

기괴한 모습의 남자는 분명히 고개를 내 쪽으로 하고 있었지만.

흰 자가 가득한 찢어진 눈으로 둘리의 뒤통수를 섬뜩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타깃으로 삼았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데다 잔뜩 겁먹은 둘리를.

끔찍한 일이 일어난 그곳에서 우리가 강령술을 진행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내 표정을 보고 있던 둘리가 참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 시벌. 돌리지 말라니까··· 웁!”

하지만, 다행히도 귀신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와중에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나는 둘리에게 물었다.

“둘리 혀, 형님. 혹시 강령술 진행할 때 손에 무슨 반응 없었어요···?”

귀신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길 기대하듯,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답을 할 때면 둘리의 손을 직접 잡아 움직여댔었다.

이것이 진짜 강령술···

둘리가 얘기했다.

“난 분명히 가만히 있었는데, 내 손을 누군가가 잡고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손이 얼음장처럼 굉장히 차가웠어···”

- 시발. 말이 되나?

- 진짜 강령술하면 그렇긴 하다던데?

- 진짜 귀신이 온 건가?

- 둘리가 하니까 뭔가 믿음이 안 가잖아

- 연기 아니지? 뭔가 개 살벌하냐 분위기

- 연우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림. 연기 아닌 것 같은데

- ㅅㅂ 저 새끼 분위기 잡는 거 때문에 나까지 소름 돋네

- 와. 진짜 무슨 공포영화 보는 것 같네

- 옘병. 난 공포영화 보는 것보다 더 무서운데 지금

- 인정. 살 떨림.

둘리를 노려보고 있던 귀신이 사라지자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히도 사라졌어요.”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섬뜩한 귀신을 앞에 두고 하는 강령술은 처음이었다.

난생처음 겪는 그 살벌한 분위기에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귀신이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형님들··· 이거 계속해야 되나요?”

- 당연하지. 이제야 왔다고 대답만 했는데. 근데 네 말대로라면 벌써 가버린 거 아니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EMF 측정기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그,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EMF 측정기는 3단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둘리랑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질문을 더 던졌다.

“혹시 아직도 계시나요?”

둘리의 손이 제멋대로 움직여댔다.

펜을 잡은 그 손이 벌떡 일자로 세워지는가 싶더니, O라고 쓰여있는 표시 쪽으로 살며시 움직였다.

그 때문에 둘리의 눈은 터져 나올 듯 잔뜩 커졌다.

“시, 시발. 뭐야 이거···”

나는 쉬지 않고 추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곳에 살던 208호 학생이신가요?”

둘리의 손이 잠시 중앙으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한번 놀랍게도 O라고 쓰여있는 표시 쪽으로 움직여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지만.

208호 학생이 맞다는 확답을 눈앞에서 듣고 나니 소름이 한 번 더 끼쳐 올랐다.

- 야. 너네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 하는 거 아니지?

둘리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절대 아, 아니에요 형님들.”

“아, 아니에요. 맞추긴 뭘 맞춰요! 연우 형님들!”

곧이어 내가 시청자들에게 하소연했다.

“형님들. 어떤 질문이라도 좋으니까 그럼 빨리 한 번 물어보세요. 지, 지금 이 근처에 귀, 귀신이 있다고요!”

- 야. 진짜 귀신이면 무슨 질문에도 답하겠지? 자 간다. 당신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나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혀, 형님. 아무리 그래도 O, X 밖에 종이에 없는데 그런 질문을 하면···”

하지만, 놀랍게도 둘리의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둘리가 놀라 허둥지둥 대며 중얼거렸다.

“어. 어? 시, 시발! 내, 내가 움직이는 거 아냐 이거!”

둘리의 손은 번쩍 들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어디론가를 향했다.

잠시 후. 손이 멈춘 그곳은 내 몸이었다.

남자라는 대답을 하기 위해 나를 가리킨 것 같았다.

- 야. 식상해. 연기 좀 그만해.

나는 후원창이 채 끝나기 전에 가방에 있던 고스트 박스를 켰다.

좀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놀랍게도 고스트 박스에선 내 생각대로 남자의 음성이 터져흘렀다.

[ 치지지지익- 남자 치지지지익- 남자 치지지지익- 남자 ]

“드, 들으셨죠 형님들. 농담이 아니라니깐요!”

- 뭐지? 와 방금 개 소름 끼쳤다

- 지금 또 고스트 박스 멋대로 켜진 거지?

- 야 시발 그거 고장 아니냐? 왜 맨날 제멋대로 켜지는 건데

- 그것도 문제지만, 대답이 너무 소름 끼치는데.

- 방금 남자라고 대답한 거 맞죠?

- 와··· 나 지금 온몸에 털이 다 섰음.

- 내 소중한 그 부분도

- ㅅㅂ 그건 굳이 안 서도 되는데

둘리가 갑자기 무언가의 소리를 들었는지 몸을 흠칫거렸다.

곧이어 내게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여, 연우야. 지금 누가 내 귓속에 살려달라고···”

- 아. 둘리가 얘기해서 그런지 연우까지 믿음이 안 가네. 이거 진짜 맞냐?

- 208호 208호 떠들어 대던 것도 이걸 위한 빌드 같네. 뭐 확실한 증거 없냐?

갑자기 의심이 늘어나는 사이.

나는 문득 시청자 중 한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라탕 형님은 혹시 이 건물 사연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의문점이 든 나는 카메라를 힐끗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 마라탕 형님. 솔직히 말해주세요. 이곳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셨던 거. 거짓말이죠?”

- 뭐라도 봤냐? 그럼 말해 봐.

나는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남자를 떠올렸다.

금방이라도 둘리를 덮칠 것 같았지만 그러진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듯 둘리의 귀에 대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내가 자신의 얘기를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는 탓인지.

내 입에서 얘기가 오갈 때마다 남자의 눈알이 날 향해 이리저리 움직였었다.

나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여기 살인 사건이 있었잖아요··· 맞죠?”

둘리의 눈이 잔뜩 커졌다.

무언가의 소리가 자꾸 들리는 지 주위를 살펴댔다.

나는 후원창이 울리기 전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처음 제가 여기 들어왔을 때 들었던 중년 아줌마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이 건물 주인. 아줌마의 목소리였어요. 208호 학생. 일찍 일찍 다녀야지라고···”

- 그게 뭔 소리야?

- 그건 그냥 환청 들은 거 아니었냐?

- 이 건물 사연이랑 연관되어 있는 거였다고?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 나무꾼 보살이라고 진짜 뭐 화경이라도 보는 건가

- 에이. 설마

- 큰 형님 반응 보니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 재밌네. 계속해서 말해 봐.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의 설명은 나중 일이었다.

그저 이 순간 느끼고 본 대로 솔직하게 말을 뱉어냈다.

“지금 이 방에 살던 208호 학생이 어느 순간부터 들려오는 환청 때문에 엄청 힘들어했어요. 그 사실을 모르는 주인아주머니는 달라진 208호 학생의 행동과 말투를 계속해서 지적했고, 구박했죠. 그게 불씨가 된 것 같아요. 208호 학생이 새벽에 주인아주머니를 칼로 살해했습니다.”

- 너무 소설 같은 얘긴데

- 그 정도면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을까?

매번 같은 시청자들의 딴지에도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난 보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아까 봤던 그 귀신 나타날지 몰라 온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언제 갑자기 나타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둘리가 끼어들어 중얼거렸다.

“지, 진짜야?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장난이라면 그만둬. 나 요즘 진짜 환청이 너무 들려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미치겠단 말이야··· 시바아알···”

[ 치지지지지익- 내가 치지지지익- 도와줄까 치지지지익- 나만믿어 ]

순간, 고스트 박스에서 울리는 음성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결 나약해진 둘리의 상태에 맞춰 달콤한 대답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나는 이를 꽉 깨물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시벌! 그렇게 나약해지는 게 귀신들이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요! 마음 단단히 먹어요. 안 그럼 정말 집에 있는 여자아이보다 더 심한 악귀가 몸에 붙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카메라를 힐끗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맞죠? 마, 마라탕 형님? 그 이후, 208호 학생은 새벽에 아줌마를 죽여서 산속에 묻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환청에 시달려 결국 이 방에서···”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나는 한 박자 쉬듯 말을 이어붙였다.

“목을 매달고 자살했어요. 바로 둘리 형님이 앉아 계신 그 자리 바로 위에서.”

갑자기 둘리가 몸을 심하게 떨어댔다.

“으아아아아아악 시발!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어찌나 심하게 떨어대는지 앉아있던 의자와 책상 모두가 덜그럭대는 소리를 심하게 뱉어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 야. 둘리 쟤 왜 저래?

- 숨 헐떡이는 게 진짜 뭐 귀신 들린 것 같은데

- 와··· 연기력 무엇?

- 어라 저건 연기가 아닌 것 같은데?

- ㅅㅂ 빙의라도 되는 거 아니지?

- 시발. 그 말 하니까 존나 무서워지네

- 야. 연우야 이거 또 저번처럼 일 나는 거 아니냐?

둘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더 이상 시간을 질질 끌 수 없었다.

괜히 빙의라도 돼버린다면 수습하기 힘들 것 같았다.

진짜 무당이 아니기에 저 자살귀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내겐 없으니까···

내가 소리쳤다.

“형님! 그, 그만해야 할 것 같아요! 둘리 형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나는 만일에 사태를 위해 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 몸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부적을 매만지는 건 수시로.

혹시 몰라 가방에 있는 천일염과 팥 역시도 쥐었다 폈다 반복하고 있었다.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 맞아. 거기 정확히 8년 전에 살인사건 났던 곳이다.

곧이어 후원창 하나가 더 울렸다.

- 8년 전 떠들썩했던 A 씨 산속 매장 살인사건.

후원창이 울리자마자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온몸에 털이 하늘 위로 붕붕 떠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눈앞에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둘리의 등에 바짝 붙어 있었다.

까만 잇몸을 활짝 드러내고 입을 찢어질 듯 벌리며 둘리의 귓속에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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