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림칙한 폐 고시원. 1
순간, 울리는 그 후원창에 사래까지 걸렸다.
나는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헛기침을 참으며 대답했다.
“커헉! 켁! 고, 고시원이요 형님?”
시벌··· 하필이면 거기도 안 가보긴 했네.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는 왠지 모를 입맛을 다셨다.
마치 긴장한 강아지가 혓바닥을 날름 거리듯이.
나는 곧이어 울리는 후원창이 신경에 거슬려 눈썹을 움찔거렸다.
- 어떠냐 이 녀석아? 생각지도 못했지? 캬캬캬캬캬캬
그리고 재빨리 유트브 방송 기능을 살펴보듯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 메뉴가 어디 있었더라···”
- 야 이 색갸! 강퇴하면 다신 안 온다.
- 에라이 ㅅㅂ넘아 쉴드다!!!
순간, 내 두 팔이 번쩍 올라갔다.
나는 부엌에 있는 엄마를 눈치 보며 입을 중얼거렸다.
“그 쉴드 성공 하셨습니다이이잉···”
- 이야 이제 원년 멤버도 강퇴하려는 무지막지한 놈
- 근데 내가 봐도 얄밉긴 했다
- 후원은 더럽게 안 해 줌서 말은 쟤가 젤 많아
- 인정. 이것도 연우 큰 그림?
- 연우가 머리가 좋아
- 후원 쪽으로는 아인슈타인이라니까
- ㅋㅋ 그나저나 고시원이라니 큰 형님이 또 아시는 무언가가 있나?
- 이번 귀신 마을도 그렇고 괜히 개 무섭네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다 문득 궁금증에 중얼거렸다.
“형님. 근데 이번 고시원도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가기도 전부터 두렵다.
오한이 온 것처럼 몸이 벌벌 떨리는 것도 같고, 왠지 모르게 입도 삐죽거려진다.
시벌. 제발 난이도 좀 낮춰달라고···
- 나는 아무것도 몰라.
다크서클이 눈 아래로 세 겹이 겹친다.
“하··· 이게 무슨 유퀴즈도 아니고 제발 가르쳐주십쇼 형님···”
- 아니. 숨기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른다니까.
진짠가?
시청자들의 잔머리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진실도 거짓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한참을 눈을 껌뻑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연우가 가서 한번 무슨 사연이 있는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부엌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들. 나와서 과일 먹어.”
“어! 엄마! 알았어 잠깐만 나 공부 좀 마저 다 끝내고!”
- 아주 이 새끼. 입만 열면 구라야
- 방송하는 거 엄마가 모르나?
- 와··· 입이 근질근질하다. 미치겠다.
- 잉? 어떻게 여태 모를 수가 있지?
- 그 정도로 연우가 치밀하게 움직였다는 증거지
- 시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연우니까 뭔가 인정하게 되네
- ㅋㅋㅋ 대체 저놈은 뭔데? 초능력자? 외계인?
- 걍 자본주의가 만든 괴물이랄까.
나는 카메라를 급하게 쳐다보고 중얼거렸다.
“마라탕 형님. 주소 좀 남겨주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제가 오늘 저녁에 찾아뵙겠습니다요!”
주소를 받은 내가 잽싸게 경례하듯 인사를 건네고 방송을 종료했다.
저녁 10시.
나는 마라탕 형님이 보내주신 주소로 힘겹게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그 장소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 얼굴은 패닉 상태에 가까워졌다.
“진짜 이 시벌··· 으흐흐흐그극··· 왜 또 산속이야아아아···”
일반적으로 고시원은 도심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가.
근데 이 고시원은 왜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산속같은 곳에 위치해 있는 거지?
나는 억울함에 내 생각이 잘못된 건지 인터넷에 쳐보았다.
고시원.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숙박 또는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의 영업.
‘학원가와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기초적인 수준의 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는 주거 공간 겸 학습 공간을 원하던 고시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 고시원 누가 만들었어? 그러니까 망하지.”
주위가 아주 고요하고 한적한 산속,
아직 방송을 켜지 않았기에, 나는 허공에 대고 시원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시버어어어얼!”
그러자 내 목소리가 메아리치며 다시 돌아온다.
[ 시버어어어어어어어어얼! 어어얼! 어어얼! ]
울고 싶다.
산을 두 번씩이나 오게 되니 오히려 도심 속 폐가나 흉가가 더 그리워진다.
참 청개구리 같은 심보.
쉽게 컨트롤 되지 않는 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방송을 켰다.
[ 항문의영광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안녕하십니까아아. 형님들···”
- 잉?
- 야. 너 왜 울어?
- 방송 켜자마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 너 누구한테 맞았냐?
- ㅅㅂ 쟤가 누구한테 맞을 놈임?
- 그럼 누구한테 후원이라도 뜯겼냐?
- 그건 충분히 울만한 이유인데
- 어? 설마 너 임아린이랑 헤어졌냐!? 꺄아아아아악!
- 경사 났다! 경사 났어! 나도 드디어 임아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 응. 그럴 일 없어 ㅅㄱ
힘없는 목소리로 이제 곧 도착할 고시원 가는 길을 비추며 중얼거렸다.
“이제 마라탕 형님이 말해주신 흐그극, 그 고시원에 거의 다 왔거든요. 흐극···”
- 엥? 고시원 아니었냐? 웬 산속이야?
안 그래도 서러운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시청자의 후원창에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시버어얼··· 제 말이 그 말입니다.이 고시원 건물 지은 사람이 대체 누군지··· 제가 귀신이 돼서라도 쫓아다닐 겁니다.”
- 그래서 울먹거리고 있었구나? ㅋㅋ 개 웃기넼ㅋㅋㅋㅋ
- 여윽시 큰 형님은 남다르다. 레알 므쨍이 ㅋㅋ
가던 길을 마저 걷기 시작하던 내가 주위를 살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형님들. 여기는 쓰레기가 엄청 많네요. 이게 죄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들인가?”
그 말 그대로 가는 길에는 여기저기 생활 쓰레기로 보이는 것들이 눈에 계속 띈다.
컵라면 용기, 비닐봉지, 헌 옷, 가방, 심지어는 오토바이까지.
별의 별것들이 다 버려져 있다.
“잉? 웬 오토바이가?”
- 개 the love
- 완전히 쓰레기장이네
- 입구부터 이런데 고시원 가면 더 심한 거 아니냐
- 워메. 이걸 죄다 버리고 갔어?
- 그나저나 오토바이 보니까 여캠 리액션이 생각나는구나.
- 연우 오토바이 춤 아나?
- 쟤는 여캠 같은 거 몰라서 그런 춤 모르지
- 미친. 아린이 제로투 추는 거 보고 침 질질 흘리던데 뭘
- 시험해 봄?
[ 수탉크래프트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연우야. 오토바이 앞에 서서 오토바이 춤 5분.
순간, 내 몸이 즉각 반응했다.
눕혀져 있던 오토바이에 한 발을 턱하니 올렸다.
두 팔은 번쩍 들어 마치 오토바이의 앞 손잡이를 잡는 모션을 취했고.
마치 액셀을 당기듯 두 주먹을 흔들며, 위아래로 리듬 타듯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5만 원으로 천국 갑니다 형님드으으으을! 뚜뚜루루 뚜뚜뚜뚜.”
주둥이 효과음까지 더해, 5분이 다 할 때까지.
아니. 갑자기 좋아진 텐션에 10분이라도 더 춤을 출 생각이었다.
- 지랄하지 말고 빨리 가라.
내 몸이 돌 석상처럼 굳었다.
그 자리에서 쥐 죽은 듯 두 팔을 올려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우오오오오오. 마라탕 형님께서 시, 십만 원으으으을! 원치 않는 미션을 당장 멈춰 주신 마라탕 형님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아아아!”
- 원치 않다고 하기엔 너무 신나게 추던데?
- 시발. 더러웠다.
- 10년 전에 먹은 잔치 국수가 재생성되어 올라오는 줄 알았다.
- 궁둥이는 왜 그렇게 노골적으로 흔드는 건데
- ㅅㅂ 엉덩이는 씻었냐
- 미친 ㅋㅋ 시켜놓고 왜 지랄
- 그나저나 시발 내 미션. 아니 내 돈.
- 큰 형님이라 찍소리 못 함.
그렇게 몇 걸음 더 안 가서 나는 몸을 움찔거렸다.
“어 형님들? 도착한 거 같긴한데···”
눈앞에 새카맣게 탄 것 같은 모습의 폐 고시원 건물이 보인다.
나는 그 건물을 쭈욱 훑어보자마자 등줄기에 얼음 물을 끼얹은 것처럼 소름이 돋아 올랐다.
시벌.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본 광경인데.
을씨년스럽다.
4층 건물의 크기.
다닥다닥 붙어있는 창문의 크기만 해도 수십 개는 돼 보였다.
“왠지 전에 갔던 거기랑 비슷한 느낌이···”
- 사람들 말로는 제2의 선지곤으로 불리는 곳이란다.
나는 시작도 전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형님···?
제2의 3대 흉가란 소리에 벌써부터 기가 쭉쭉 빨린다.
“형님··· 지카이 숲에 이어 이번엔 제2의 선지곤이라니···”
- 그래서? 돈 안 벌 거야? 이사 안 할 거야?
내 입이 굳게 닫혔다.
동시에 이를 꽉 깨물며 나는 다시 폐 고시원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야죠 시벌. 말이 제2의 선지곤이지. 뭐든지 오리지널보다 센 건 없다 아입니까!”
나는 EMF 측정기를 먼저 꺼냈다.
그리고 당당하게 폐 고시원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 다가가 반응을 살폈다.
“그래! 해봐야 3단계 수준이지! 이 정도면 뭐···”
하지만, 그 와중에도 슬쩍슬쩍 4단계를 왔다 갔다 거린다.
시벌. 시벌. 시벌. 시벌. 그러지 마 제발.
- 미친. 4단계까지 올라가는데?
- 반응이 솟구칠 때마다 연우 표정 움찔하는 거 보임?
- 당당하게 걸어왔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는 어쩔 수 없쥬?
- 이야. 미친. 난 왜 이렇게 기대되는 거냐?
- 나도. ㅋㅋㅋ 도대체 여기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연우야. 얼른 들어가자. 미치겠다. 궁금해서.
들어가야 되는데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정말 들어가기 싫다.
방송을 한지도 꽤 됐는데 도대체 이 소녀 가슴은 발전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나 오늘도 살아서 집에 갈 수 있는 거지?
재촉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나는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열심히 한 번 이 한 몸. 불 사 질러 보겠습니다 형님들. 열심히 후원. 아니. 응원 좀 부탁드립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고시원 안쪽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들어가자마자 습한 냄새와 함께 일자로 곧게 펼쳐진 복도가 보인다.
낡은 장판은 이미 썩어문드러져 여기저기 찢겨 널브러져있다.
복도 외벽 쪽으로는 갈색 나무로 된 창문이 달려있었는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한 공간이 내 시야를 사로잡았다.
“카운터 같은 곳인가?”
“208호 학생. 일찍 일찍 다녀야지?”
중년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