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67화 (167/225)

귀신 마을. 4

순간, 내 몸이 멈칫했다.

사람? 아니야. 그렇다면 귀신?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 뚜렷하게 내 귀에 꽂혔다.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입을 틀어막고 카메라를 쳐다봤다.

- 어? 시발. 대답하지 않았어 방금?

- 누구세요? 라고 한 거 같기도···

- 내가 잘못 들었나? 나도 들은 것 같은데

- 고라니 소리 잘못 들은 거 아님?

- 아니. 진짜 들은 것 같다니까 여자 목소리!

- 와! ㅅㅂ 순간, 소름이 온몸에 돋았어

- 뭐야 도대체?

- 연우야 일단 무슨 말이라도 해봐!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멍 때리던 내가 채팅창을 보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셀프 뺨까지 때렸다.

그제야 다시 집 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호, 혹시 여기 사시는 분인가요?”

집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저기요?”

- 야 이 귀신색갸! 거기 있냐고! 있으면 대답 좀 해라!

순간, 얼굴을 똥 씹은 것처럼 일그러트리며 버럭 화를 냈다.

물론, 잔뜩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힉! 형님!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고요!”

우당탕탕!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집안에서 들려왔고.

곧이어 창호지가 달린 문이 내 눈앞에서 천천히 열렸다.

나는 숨을 틀어막은 채, 그 문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 집 안에서는 낯익은 무언가가 훅 하고 튀어나와 집 마당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뱀이었다.

그것도 동네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1.5m는 족히 돼 보이는 큰 구렁이.

- 뭐야 뱀이야?

- 구렁이인데? 와. 저렇게 큰 구렁이는 살다 살다 처음 보네

- 야. 연우야 미션 준다. 저거 잡아! ㅅㅂ 뱀탕 끓여먹게

- 그래. 방금 잔뜩 쫄아서 칼로리 소모 엄청 했다. 몸보신 좀 하자.

- 아니. 집에 사람이 없나?

- 그럼 방금 전에 들었던 여자 목소리는 뭔데?

- 너네들 고라니 소리 잘못 들은 거라니까 ㅉㅉ

- 아닌데 시벌. 진짜 여자 목소리였는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한 걸음씩 옮기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사람 안 계세요? 그럼 제가 혹시 좀 들어가 봐도···?”

아무런 대꾸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집 안으로 발을 천천히 들였다.

그렇게 사방을 경계하며 집 안으로 몸을 들였을 땐.

아무런 인기척도, 집안의 가구도 없는 텅 빈 집이 내 눈에 들어왔다.

시벌. 어디갔어 도대체?

게다가 내 눈앞에는 아까 처음 집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것이 중앙에 놓여있다.

바로 항아리.

“그나저나 형님들. 이 집도 항아리가 있는데요?”

여러 마리의 뱀이 들어있었던 항아리.

나는 이번에도 똑같이 항아리에 뱀이 들어있을 것을 예상하며 조심스럽게 항아리를 들춰보았다.

나는 열린 뚜껑을 다급하게 다시 닫아버렸다.

그리고 몇 발자국 물러나 벙찐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뭐, 뭐야··· 이거?”

- 아이씨 깜짝이야 왜?

- 시체라도 들었어?

- 뭔데? 뭐냐고 시발

- 아니. 그 멍청한 표정만 짓지 말고 말을 해!

- ㅅㅂ 뭐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야? 맞춰보라고?

- 정답! 8첩 반찬 도시락!

- 옘병! 우렁각시라도 들어 있나?

- 설마 진짜 사람이 들어 있는 거 아냐?

추측하기 애매한 그것을 떠올리며, 나는 중얼거렸다.

“하얀 가루가 잔뜩 있는데··· 근데 이거 미, 밀가루가 아닌 것 같아요.”

- 뭔 개소리야. 그럼 그게 사람 뼛가루라는 거야?

느낌상 그런 것 같았다.

보자마자 소름이 잔뜩 끼쳐올랐으니까.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럽다.

이런 하얀가루가 왜 집 한 가운데 이렇게 있는 거지?

곧이어 주위를 살펴보다 물에 축축하게 젖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고개를 돌려 보이는 부엌같은 작은 공간이었는데.

그곳엔 아까 전 냇가에서 그 여자가 옷감을 두들기던 홍두깨가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용한 것처럼 물을 잔뜩 머금은 채로.

나는 그것을 들어 올려 카메라에 비췄다.

“이거 아까 그 뱀 같은 눈을 한 여자가 냇가에서 옷을 두들기던 방망이였는데···”

[ 피자헛둘셋넷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헐. 레알? 왜 물에 젖어있지···?

나는 온몸에 돋아 오르는 소름을 주체하지 못하고, 들었던 홍두깨를 얼른 바닥에 떨궈버렸다.

시벌··· 이 마을 도대체 뭐야?

- 엥? 실화냐?

- 저건 도대체 왜 젖어 있어?

- 에이 말도 안 돼. 그 여자는 그럼 어디 갔는데?

- 연우야. 너 설마 큰 형님이랑 짜고 연기하는 중인 거 아니냐?

- 큰 형님이 갑자기 여기 소개해 준것도 그렇고 뭔가 이상한데

- 이젠 큰 형님까지 의심하는 우리 시청자들.

- 미친놈들임.

- 한편으론 이해가 감. 시벌.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지금

“아니. 형님들. 짜긴 뭘 짰다고 하십니까! 저도 지금 혼란스러워서 죽겠어요. 형님들이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뭐든 말해보세요!”

- 야 그럼 필살기 꺼내 봐. 대화라도 좀 해보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돼요 형님들. 필살기는 아무 데서나 꺼내는 게···”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닥치고 해.

내 두 입술이 본드를 발라놓은 듯 굳게 닫혔다.

곧이어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고스트 박스를 꺼냈다.

[ 치지지익- 치지지지익- 치지지지지익- ]

평소처럼 울려대는 고스트 박스.

나는 시선을 돌려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오물오물거리는 입을 손으로 가리켰다.

- 하··· 계속 닥치라고는 안 했잖아. 개색갸!

그제야 내가 입을 열고 얘기했다.

“그럼 대화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형님들.”

- 어휴. 얄미움이 점점 진화하네

- 극한의 공포를 겪음으로써 이뤄낸 결과랄까.

- 결국 저 괴물은 우리가 만든 거다.

- 인정. 그래도 그 재미에 보는 거 아니겠어?

- 맞앜ㅋㅋㅋ 저놈이 한결같았으면 맨날 빤스런 방종이여

- 휴. 이거 뭐 우리가 맨날 당하는 것 같네 ㅋㅋ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한 후.

조심스럽게 고스트 박스를 향해 중얼거렸다.

“혹시 여기 누구 계시나요? 계시면 저랑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EMF 측정기의 반응은 2단계 반까지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가가 근처에 없다는 수치는 아니었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 같은 느낌···

[ 치지지지익- 쉬쉬! 치지지지익 쉬쉬! 치지지지익 쉭! ]

고스트 박스에서는 알아듣기 힘든 소리가 들려왔다.

“어? 형님들 소리! 근데 이게 무슨 소리지?”

- 뭔가 바람 세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뭐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난 금세 그 소리의 정체를 깨달았다.

돋아 오르는 소름을 손으로 문질러가며, 나는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으으··· 아니에요 형님들. 이거 뱀 소리 같은 데요!?”

[ 치지지익- 쉬익! 치지지지익- 쉬이익! 치지지지익- 쉬익! ]

처음 이곳을 올 때부터 계속 마주쳤던 뱀.

이 마을은 뱀과 연관이 되어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니까.

- 어?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네

- 혓바닥 내미는 소리?

- 그런 소리가 고스트 박스를 통해서 이렇게 크게 난다고?

- 아니. 그것보다 이 귀신은 그냥 쉬익! 쉬익! 이 지랄 밖에 못한데냐?

- ㅅㅂ 그럼 대화가 안 되잖아

- 연우야 너 혹시 뱀이랑 대화 가능하냐?

- 후원해줄 테니까 번역 좀 해봐봐

당연히 될 리가 없지만···

미간을 잔뜩 찌푸린 나는 고스트 박스 음성에 집중했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읍··· 이거 제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요.”

어쩌지?

아까 백발 할아버지 그 집으로 다시 가서 해봐야 하는 건가?

집 마당에서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흙바닥에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 같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벽에 바짝 붙어 헤드랜턴을 껐다.

그리고 소리의 동태를 살폈다.

“웁! 뭐야 씨?”

[ 치지지지익- 쉬익! 치지지지익- 쉬익! 치지지지익- 쉭! ]

자꾸 울려대는 고스트 박스소리가 신경 쓰인 나는 전원을 꺼버렸다.

분명히 고스트 박스를 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

쉬익! 쉬익! 쉭!

그 소리는 고스트 박스가 아니라 집 마당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집 마당 쪽으로 최대한 휴대폰을 들이대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형님들. 들리세요!? 집 마당에 뭔가 있어요 지금!’

- 고요 속에 외침?

- 뭐야 또 퀴즈 하자는 거야?

- 뭐 들리냐고 하는 것 같은데?

- 어?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들리는 것 같아

-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 같았어

- 뭐 뜯기는 소리도 들리는 거 같은데

- 미친. 연우한테 홀린 것 아니냐 너네들.

- 야 빨리 나가서 확인 좀 해봐

- 졸라 무서운데 궁금한 건 못 참지.

하. 시벌··· 심호흡 좀 하고 가자. 심호흡 좀!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용기를 냈다.

조심스럽게 창호지가 달린 문으로 다가갔고, 조그맣게 구멍이 난 그곳으로 밖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대자마자 흠칫 놀라 잠시 얼굴을 뗐다.

그리고 다시 쳐다봤다.

“시, 시발 뭐야? 내가 잘못 본 건가?”

집 마당 앞에는 긴 머리로 얼굴이 잔뜩 가려진 여자가 땅에 엎드려 있는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 그 여자?

마른침이 꿀꺽 넘어가는 상황에 나는 숨을 잔뜩 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주워 먹는 그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온다.

빛이 없어 보이지 않아야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네 다리가 달린 갈색 짐승.

고라니로 보이는 짐승이었다.

‘웁! 시발 뭐 하는 거야 저거···’

그 후. 일어나는 상황은 그저 경악스러웠다.

여자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고라니로 보이는 짐승의 머리를 산 채로 입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나는 잠시 후, 충격을 벗어나지 못 했다.

짐승의 머리를 입에 넣기 위해 여자가 얼굴을 들자, 그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인다.

얼굴이 가뭄이 난 것처럼 쫙쫙 갈라져 있다.

입은 짐승의 머리를 넣을 때마다 양옆으로 찢어지는데, 진물과 같은 무언가를 뚝뚝 흘러내렸다.

마치 뱀이 식사를 하는 것처럼.

그나저나 도대체 어딜 쳐다보고 있는 거야?

설마 나?

세로로 찢긴 눈이 나를 향하는 것 같자, 다급하게 문에서 떨어져 벽으로 붙었다.

- 야 뭔데?

- ㅅㅂ 보여달라니까 왜 문틈 사이로 너만 보는 건데

- 하··· 이것도 후원해 줘야 같이 보여주는 거냐?

- 야 이 돈미새색갸! 돈에 미쳤냐!

- 근데 얘 왜 이렇게 겁에 질려있어?

- 뭐라도 본 거 아냐?

- 귀신이라도 있어?

- 연기임 ㅅㅂ

나는 혹여라도 들킬까.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여자··· 아까 그 여자가 저 앞에 짐승을 뜨, 뜯어 먹고 있어요···”

- 자꾸 헛 소리 할래? 야 그럼 카메라 앵글 갖다 비춰 봐 빨리!

두려움과 답답함이 공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조심스럽게 카메라 앵글을 창호지가 찢어진 그 구멍 사이로 비추었다.

- 너무 어두워서 안 보이는 건가?

- 아니. 뭐 움직이는 것도 없고 그냥 까맣게 되어있는데

- 뭐야? 카메라 앵글 뭐 가려진 거 아니냐

- 야. 카메라 확인 좀!

나는 카메라 앵글을 뗀 후, 곧장 확인했다.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시벌. 아무 이상 없잖아!

그 와중에도 아직 짐승을 입에 넣고 있는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다시 찢어진 구멍 쪽으로 직접 눈을 가져다 댔다.

구멍으로 나를 미리 쳐다보고 있는 그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동시에 내 발밑에선 무언가가 올라와 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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