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66화 (166/225)

귀신 마을. 3

맞잖아. 백발 할아버지!

빨리 말해달라고!

소름이 집어삼킨 내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난 채팅창을 바라봤다.

- 시발··· 도대체 뭐야?

- 나도 분명히 봤어!

- 잘못 본 건가? 아닌데? 나도 봤는데

- 와··· 진짜 오랜만에 집에서 소리 질렀다

- 눈썹까지 하얀 백발 할아버지 아니었어?

- 근데 진짜 어디 갔지? 나도 사진 액자인 줄 알았는데

- 할아버지가 전설의 닌자였던 거 아님?

- 도망 개 빠르네

나는 잽싸게 가방에서 EMF 측정기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측정기의 반응은 고요했다.

겨우 1단계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

뭐지? 그 할아버지 귀신이 아니었어?

아니면 이미 이곳을 벗어난 건가?

- 다들 뭘 봤다는 거야? 난 못 봤는디

심각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형님. 못 보셨다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봤는데···”

나는 곧 미간을 잔뜩 모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다. 제가 보기엔 또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도 같아요. 왠지··· 왠지 이곳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여긴 말 그대로 귀신 마을이니까.

아까부터 자꾸 콧속으로 이상한 냄새가 흘러 들어온다.

맡기만 해도 얼굴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그 냄새는 내가 아는 냄새였다.

“근데 아까부터 자꾸 피비린내가 자꾸 나는 것 같지? 형님들. 냄새 안 나요?”

이리저리 둘러봐도 피 냄새를 연상케하는 물건과 환경은 조성돼있지 않았다.

- 미친놈인가

- 최첨단 카메라냐? 냄새까지 전달되게

- 걍 기분 탓 같은데

- 영가가 옆에 있을 때 피 냄새처럼 느껴지나?

- ㄴㄴ 그건 무속인이나 그렇지. 그 귀신의 상태 그대로 느끼니까.

- 그럼 연우도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님?

- 나무꾼 보살이잖아

- ㅅㅂ 그놈의 나무꾼 보살은 도대체 뭐냐고

- 쟤는 아직 제대로 된 무속인의 절차를 밟지 않았어!

- 걍 헛소리하는 거임

- ㅇㅇ 인정.

“아니 형님들. 진짜 라니까요··· 제가 이래 봬도 개코로 소문난 놈입니다. 잠시만요.”

나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엌으로 보이는 공간도 가보고, 화장실도 가보고.

하지만, 이렇다 할 증거는 찾지 못했다.

아니. 집 안에서 나는 냄새가 아닌가?

나는 조심스럽게 집 밖으로 다시 나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내 귀를 번뜩이는 다른 소리를 들었다.

졸졸졸졸···

일정하게 들리는 그 소리와 함께 개구리가 우는소리도 들려온다.

“어라··· 여기 냇가가 있는 것 같은 데요?”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잦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 산속에 냇가가 있다고? 에이 설마.

“진짜예요 형님. 기다려 보세요.”

냇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한 나는 곧장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초가집 옆 사이로 좁은 골목길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자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흐르는 물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 흐르는 물소리 사이로 둔탁한 무언가의 소리가 함께 겹쳐 들려왔다.

처벅! 처벅! 처벅! 처벅!

“어? 웁··· 뭐야? 사람이 있어?”

하지만 내가 말해놓고도 방금 전 초가집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나는 금방 의심을 해버렸다.

조심스럽게 EMF 측정기를 손에 쥐고, 천천히 그 냇가를 들여다보았다.

“······시발. 뭐, 뭐야 저건 또.”

- 뭐야? 사람이지?

- 사람 같은데? 아닌가?

- ㅅㅂ 미친놈들아.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렇지 하얀 소복 입은 사람이 어딨어?

- 아 씨발. 여기 마을 이상해. 나까지 홀리는 기분이야

- 와··· 방송 이례 진짜 이런 적 처음 아니냐?

- 이 새벽에 빛 하나 없이 빨래를 하고 있다고?

- 야. 설마 여기 귀신 마을이 아니라 닌자랑 생활의 달인이 모여 사는 곳 아닐까

- 미쳤다. ㅅㅂ

- 아직 확실하게 보이는 것도 아닌데 추측 좀 그만 하셈

- 분위기 엄청 몰아가네. 오늘

카메라엔 자세히 담기지 않을지 몰라도, 내 눈엔 정확하게 보였다.

하얀 소복을 입고 푸석푸석해 보이는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채로 한 손에는 홍두깨로 보이는 도구를 들고 있다.

쭈그려 앉은 모습의 여자는 돌에 무언가를 널어놓고 두들겨 패고 있었다.

마치 빨래를 하는 듯이.

나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한 눈을 하고 들키지 않게 카메라에 EMF 측정기를 확인했다.

30미터는 더 돼 보이는 거리지만, EMF 측정기는 분명 반응하고 있었다.

무려 3단계씩이나.

나는 혹여라도 들킬까, 입을 틀어막고 EMF 측정기를 방송 카메라에 들이밀었다.

- 야! 거기 있는 너! 귀신이냐! 맞으면 대답해라!

저런 시벌!

순간, 내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헤드랜턴을 끄고 다급하게 몸을 숨겼다.

동시에 홍두깨로 빨랫감을 두들기던 여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시, 시발! 어, 얼굴이 없어?

아니··· 사람의 얼굴이 아닌 건가.

30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그 얼굴의 특징이 내 눈에 뚜렷하게 들어온다.

위로 찢어진 검고 작은 눈동자에 흰 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샛노랗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 몸을 반대 방향으로 틀었다.

나는 몸이 잔뜩 굳은 채로 그 자리에 다시 멈춰 섰다.

방금 냇가에서 보았던 똑같은 여자가 공간이동하듯 내 눈앞에서 걷고 있었다.

돋아 오른 닭살은 이미 터질 듯, 내 온몸을 감싸버렸다.

- 뭐야? 사람이 아닌가?

- 하얀 비닐?

- 아냐. 사람 같은데. 그 냇가에 있었던 여자 아니냐?

- 시발. 뭐야 도대체? 야 랜턴 좀 켜봐!

- 잘 안 보이잖아! 시벌!

-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도대체?

- 야 인마! 귀신한테 홀렸냐!

나는 숨을 들이마시지도, 내뱉지도 못했다.

그대로 굳어 그 여자가 걸어가는 방향을 주시할 뿐이었다.

시벌··· 귀신이지? 그렇지?

그나저나 왜 나를 그냥 지나쳐서 가는 거지?

긴 머리를 풀처헤친 하얀 소복의 여자는 아주 천천히 내가 처음 들어갔던 집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낡은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 집에 들어가기 전.

마치 내게 신호를 주듯 고개를 살짝 틀어 얼굴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끝내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아··· 하아··· 시벌 뭐야. 도대체.”

그제야 나는 막힌 숨을 내쉬며, 헤드랜턴을 켰다.

- 야. 뭐였어 방금? 비닐이야? 헛것을 본 것 같은데

나는 여자가 들어간 집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넋인 나간 채로 중얼거렸다.

“귀, 귀신이요···”

그저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기가 다 빠지는 느낌이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어두운 그 기운은 내 온몸을 골고루 감싸는 것도 모자라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도 주었다.

[ 우럭아왜우럭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디 보고 있는 거냐? 너 뭐라도 본 거야?

“혀, 형님들··· 방금 냇가에서 봤던 귀신이 순간 이동 한 것처럼 제 앞을 지나서 저 집으로 들어갔어요···”

- 지랄. 아주 소설을 써라

- 손오공이냐 색갸! 순간 이동?

- 어떻게? 공중부양은 안 했고?

- 그 공중에서 휘날리던 게 비닐이 아니었던 거잖아?

- 그래! 시발. 나도 귀신 본 것 같았다니까!

- 와. 이렇게 진짜 방송으로 본 건 처음인데 개 소름 끼쳐

- 뭔가 여태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다 진짜

- 야. 그럼 저 집에 가서 인증해 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어댔다.

“시, 싫어요! 달라. 달라요! 저 귀신··· 사,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어요.”

- 그럼 뭔데? 개코원숭이였냐? 아님 뉴트리아?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뱀··· 뱀 눈하고 똑같이 생겼어요··· 아까 처음 봤던 그 까치 살무사 같은 아주 날카로운 뱀눈을 하고 있었다고요!”

처음이었다.

그런 얼굴은.

난생처음 보는 충격적인 모습에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 때렸다.

- 우리를 위해 색다른 귀신을 생각 해낸 건 기특한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아니 형님들. 저 집으로 들어갔으니까 분명 저기 뭔가 있을 것 같긴 한데···”

하지만,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 눈빛을 본 사람이라면 내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 있긴 뭐가 있어?

- 어차피 여기 오래전에 사람들이 다 죽어서 귀신 마을 됐다는 거 아냐?

- 에이. 연우가 우리를 위해서 방송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그러지 마셈.

- 근데 스읍. 난 진짜 아까도 그렇고 제대로 본 것 같은데

- ㅇㅇ 인정. 나도 분명히 할아버지랑 방금 하얀 소복 여자 본 것 같음

- 실루엣만 보이는 수준이라 확답은 못해도 확실히 흠칫했다 나도

- 아니 근데 웃기잖아. EMF 측정기도 반응하니까

- 맞아. 아무 데서나 3단계가 나오진 않는다고.

- 야 어정쩡하게 서있지 말고 얼른 가서 확인 좀 시켜줘봐 색갸!

나는 채팅창을 빤히 바라봤다.

시벌··· 이 새벽에 네가 여기에 와있다면 그럴 수 있겠냐?

너는 지금 컴퓨터 앞에 속옷만 입고 앉아서 채팅치고 있잖아!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무는 모습을 보이며 카메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온 거 빨리빨리 끝내버리자.

이까짓 공포 한두 번 겪냐!

“갑니다. 진짜 갑니다 형님들?”

그리고 세차게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사시나무처럼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삐긋하며 넘어질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우 형님들··· 도저히 못 가···”

- 뭐해? 얼른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시켜 줘야지?

그와 동시에 내 눈이 번쩍하듯, 생기가 불어 넘쳤다.

“는게 어딨습니까? 제가 또 누굽니까. 공포 흉가 유트버 1위 연우 아닙니까? 갑니다 형님들.”

난 곧장 심호흡을 연달아 하고.

“후우··· 후우··· 스읍!”

집 마당으로 발을 들이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자가 들어갔던 집에 들어서자, 풍경이 고스란히 내 눈에 들어온다.

신기하게도 방금 전에 나왔던 집이랑은 다르게 깨끗해 보인다.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 만큼.

하얀 창호지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을 확인한 나는 경계하듯 EMF 측정기를 먼저 확인했다.

아니. 그마저도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반 단계씩 더 요동치며 올라간다.

시벌··· 진짜 뭐라도 튀어나오는 건 아니지?

미치겠네···

가방에 있는 소금과 팥을 땅바닥에 살짝 뿌려가며 나는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저, 저기 혹시 거기 누구 계시나요?”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고요한 정적만이 내게 답해올 뿐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누구 계시나요? 계시면 대답···”

집 안에서는 아주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가 답을 해왔다.

“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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