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마을. 2
흠칫 놀라긴 했지만, 평소랑은 다르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거무튀튀한 표범 같은 줄무늬가 몸 사이사이에 얼룩져있고, 머리 끝부분이 V자처럼 생겼다.
나는 길을 건너는 그것을 손으로 거침없이 붙잡았다.
그리고 집어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이거··· 뱀이잖아?”
내가 사는 곳에선 아주 흔하게 보이는 동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놀던 것들이라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 야. 그거 설마 까치 살무사 아니냐?
나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카메라를 보며 대답했다.
“네. 맞는 것 같은데요 형님.”
[ 극한직업땅꾼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헉! 시바! 머리에 7개의 점이 있는 칠점사, 물리면 일곱 걸음 걷기도 전에 죽는 뱀이라고요!
“네. 칠점사요 형님··· 왜들 그러시지?”
- 헐··· 대단히 미친놈이네
- 독사···잖아?
- 신경독 + 출혈독을 가진 한국 최고 독사임
- 물리면 죽는 뱀인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맨손으로 잡는다고!?
- ㅅㅂ 역시 저 색기는 정상이 아냐
- 귀신 빼고 무서운 게 없다니깐
- 나였으면 아주 기겁을 했을 건데
- 인정. 그나저나 칠점사는 처음 봄
- 개체수가 적어서 살면서 몇 번 보기 힘든 동물임.
- 이야. 그럼 오늘 연우 운수 터진 것 아니냐?
- 귀신 좀 많이 봤으면 좋겠다
검고 작은 눈동자에 노란자위를 가지고 있는 까치 살무사.
찢어진 눈이 마치 실눈을 뜬것처럼 보인다.
“너는 왜 여기에 기어 다니는 거야. 밟혀 죽을라고···”
나는 뱀을 보고 중얼거리다 저 멀리 산이 보이는 곳으로 힘껏 집어던졌다.
“거기서 살어!”
그리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 ㅅㅂ 어디까지 던진 거야? 그 정도면 날다가 터져 죽는 거 아니냐?
“에이 형님.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동시에 내가 던진 뱀이 무언가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쩌억!
- 근데 이상하네. 뱀은 변온동물이라 원래 따뜻한 시간에 활동을 하는데···
“에이 뭐··· 사람도 죄다 성격이 다른데, 쟤도 별난 성격인가 보죠.”
- 너 꽤나 긍정적이네
- ㄴㄴ 걍 무서워서 대충 넘기려는 거임
- 지금 뱀한테 신경을 쓸 여유가 있겠음?
- 귀신 마을이 코앞인데
- 아쉽다. 뱀 목도리처럼 두루기 미션 줄랬는데
- 미친. 까치 살무사라고!
- 그냥 죽이겠다는 거 아님?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드디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형님들.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렇지. 여기는 무슨 표지판이 하나도 없네요··· 아니. 있구나.”
나무로 만들어놓은 표지판.
너무 낡아버려 안에 글씨가 잘 보이지도 않은 채로 남아 있지만.
랜턴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번 알 수 있었다.
시벌··· 진짜 있긴 있었네.
인터넷으로 볼 때만 해도 긴가민가 했는데, 표지판을 보고 나니 마른침이 절로 넘어간다.
여긴 도대체 왜 귀신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
그것을 파헤치기 위해 나는 미간을 잔뜩 모은 채 한 걸음씩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마을 안으로 몸을 들이자 여기저기서 야생 고양이가 울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냐아아아옹.
물론 이런 산속에서 빠지지 않는 고라니도 사방에서 짖어댄다.
꿰애애애액!
- 아우. 고양이는 밤에 들으면 너무 무서워.
- 아기 울음소리 같아서 너무 소름 끼침
- 고라니도 비슷하지 않음?
- 그건 술 먹고 남자가 고성방가하는 느낌임
- 야아아아악! 야아아아악! 뭐 이런 느낌?
- 레알. 우리 집 오빠 새끼랑 비슷하네염.
눈에 비치는 집만 해도 열 개는 넘어 보인다.
그나저나 여기···
“형님들. 여기 집이 진짜 오래된 것 같아요. 모든 지붕이 짚이나 갈대로 만들어졌는데요?”
- 오 신기하네. TV에서 나오는 옛날 집 같다잉
나는 두리번두리번거리다 일단 눈에 보이는 집을 하나 골랐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그럼 일단 집을 한번 들어가 볼게요.”
때와 먼지가 잔뜩 껴있는 창호지가 모두 찢겨 너덜너덜 거린다.
문은 반쯤 열려 있는 상태로 바람에 힘없이 흔들흔들거리며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삐걱. 삐걱. 삐걱.
지붕 사이사이엔 거미가 그물처럼 집을 만들어놓았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오만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으··· 시벌! 진짜 이런 분위기 너무 싫다.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나는 천천히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낡을 대로 낡은 공포스러운 초가집의 분위기는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무서움을 달랠 겸 허공에 괜한 인사를 건네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아아아.”
집 안, 정중앙에 버젓이 놓여있는 무언가가 내 시야를 사로잡았다.
나는 그것을 랜턴으로 비추며 살폈다.
“이게 뭐지? 항아리?”
사람 종아리만큼 올라오는 크기의 갈색 항아리였다.
- 뭐야?뜬금 항아리
- 이게 왜 집 마당도 아니고 집 안에 있는 거야?
- 아니. 그것보다 집 정중앙에 놔둔 게 더 기괴한데
- ㅅㅂ 저거 열면 뭐가 확 튀어나오는 거 아니냐
- 설마 그 무당집에서 봤던 것처럼 시체 있는 거 아니지?
- 헐. 그런 말 하지 마셈. 왠지 연우라서 그런 일이 생길 것 같다고!
- 아냐. 그러기에는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데
- 야 일단 한번 열어봐 봐! 궁금하다
마치 내가 열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일부러 갖다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인상을 팍 쓰면서도 시청자의 말대로 항아리에 손을 가져갔다.
아니. 다시 손을 떼고서 말없이 한참을 카메라를 빤히 쳐다봤다.
[ 우럭아왜우럭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 시바. 알았어. 빨리 열어봐 봐
그제야 입꼬리를 쓱 올린 내가 항아리 뚜껑에 손을 가져다 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가져다 댄 채로 가만히 느껴보려는데···
“워어어어! 시벌! 뭐야 형님들! 여기 안에 뭐가 있어요!”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쥐 아님? 고양인가?
“아,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다시 항아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툭! 툭!
“워어어어! 아니에요 형님들 시벌! 얘가 날 막 공격하는 것 같은데요!?”
인상을 있는 힘껏 찌푸리며 곰곰이 생각하던 내가 카메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 안에 저것이 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나는 카메라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내밀며 얘기했다.
“궁금하면 오백만 원.”
- ㅅㅂ 이 새끼가 증말
- 산소를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는 얘기로 들리네
- 어떻게··· 산소가 그립게 해줄까?
- 님이 질 것 같은데
- 후원으로 줘 패면 됨.
- 게다가 원래 오백 원 아니냐 그거
- 날강도 다 됐네 이놈.
- 빨리 열어 색갸
나는 씩 웃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장난입니다 장난. 형님들 너무 정색하시넹.”
이 분위기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방송 짬밥도 늘어나며, 이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나만의 버릇이랄까.
나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항아리 뚜껑을 열어젖혔다.
쉬익! 쉭!
“워어어어우!”
뚜껑을 열고 항아리 속을 랜턴으로 비추자마자 무언가가 빠르게 날 공격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뒤로 빼고 손바닥으로 그것의 머리를 후려쳐버렸다.
촤악!
- 뭐야? 또 뱀이야?
항아리 속에는 4~5마리쯤 되어 보이는 뱀들이 잔뜩 들어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새끼 구렁이들이었다.
“얘네들 새끼 구렁인데요? 그나저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뱀이 많이 보이는 거죠 형님들?”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뱀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본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항아리에.
“여기 사시는 분 중에 땅꾼이 있으셨나?”
- 귀신 마을에 뱀···? 하긴 그 뱀을 신처럼 모시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
순간, 기겁하듯 손사래를 쳤다.
“아 형님!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세요! 뱀을 모신다고요!?”
잠깐만, 뱀귀신?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래도 우연히 이 항아리 하나 들춰본 것 가지고 뱀신이라니.
나는 콧방귀까지 뀌며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그냥 우연인 것 같습니다. 뭐 몸보신한다고 이렇게 뱀을 잡아두었을 수도 있죠.”
- 과연 그럴까?
- 연우가 있으면 뭐든지 심각하게 꼬인다
- 아무 일도 아닌 것이 특별하게 부풀려지지
- ㅋㅋ 근데 진짜 뱀귀신이라는 게 있음?
- 그 공포 괴담 같은 데에서는 많이 본 것 같은데
- 아니. 저거 다음 집에도 있으면 레알 그런 거 아님?
- 그건 좀 있다가 확인하고 일단은···
- 자, 이제부터 너의 공포를 늘려주겠다. 5분간 헤드랜턴 끄고 방송하면 오만 원.
순간, 이를 꽉 깨물었다.
시벌···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헤드랜턴을 끄라고?
하지만 나는 곧장 헤드랜턴을 끄고 핸드폰 불빛만으로 방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와··· 이거 진짜 안 보이는데요 형님들···”
아직 방 안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한채로 헤드랜턴을 껐기에.
나는 모든 곳에 몸과 얼굴을 직접 갖다 대고 자세히 살펴야 했다.
일단은 스톱워치를 켜놓고.
방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공포란 이런 것일까.
방 안에 가구라고 할 것도 없이 깔끔하게 비워져 있어서 그런지.
그냥 지옥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느낌이다.
오랜 시간 비워져 있어서 그런지 벽 곳곳 허물어져 있는 곳도 많았기에 난 천천히 손으로 벽을 더듬거리며 움직였다.
“여기가 벽이고··· 여기는···”
그렇게 방송 화면에만 의지해 이리저리 비추고 있던 그때.
나는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서 경기를 일으켰다.
“와아아악! 시발! 뭐야!”
하얀 백발의 머리에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뭐, 뭐야! 왜 이런 데에 사진 액자가 걸려 있어?”
- 와아아악! 깜짝이야 시발!
- 아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 뭐야? 여기 사시던 분인가?
- 할아버지 맞지?
- 근데 표정이 왜 이렇게 삭막해
- 눈이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만 같다
- ㅎㄷㄷㄷ
나 역시도 사진을 요기조기 비춰보며 미간을 모았다.
“형님. 그런데 이 사진 좀 이상하지 않아요?”
나는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두 걸음.
그리고 오른쪽으로 두 걸음 움직이며 사진 액자를 주시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눈이 나를 자꾸 따라오는 느낌이다.
그 눈빛에 얼마나 살기가 느껴지는지, 괜스레 내 몸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소름이 돋아 오른다.
“시벌··· 기, 기분 탓인가? 어두워서 도대체 알 수가 있어야지.”
괜히 떨려오는 소름을 느끼며 몸서리를 쳤다.
띠링. 띠링. 띠링.
5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가 미션이 끝이 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헤드랜턴을 다시 켰다.
주위가 밝아지자 반사되는 빛에 눈을 움츠리며 살며시 다시 액자를 쳐다봤다.
“와아아아악! 시바아아알! 뭐야!”
충격적이게도 방금 전까지 봤던 사진 액자는 감쪽같이 사라져있었다.
사진 액자가 걸려있던 그곳에는 뻥 뚫린 창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도 봤죠! 저만 본거 아니죠? 빨리 말해주세요 형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