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마을. 1
나는 조심스럽게 쥐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크게 웃었다.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눈치를 살피던 임아린도 살며시 수저를 내려놓았다.
- 아직 미션 안 끝났다. 그 라멘 끝까지 맛잇게 먹어. 50만 원짜리다.
나는 삐죽거리는 내 입술을 가까스로 컨트롤하며, 라멘을 바라보았다.
시벌··· 당신 같으면 이게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냐고!
후루루룩! 후루룩!
나는 남은 라멘을 마저 흡입했다.
- 병 주고 약 주고의 달인
- 우린 그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다
- 진정한 지옥행 열차를 태울 사람이지.
- 암. 그렇고말고. ㅋㅋ
- 그 와중에도 라멘을 맛있게 흡입하는 연우 유트버
- CF 노리냐 이색갸
- 젓가락까지 씹어먹을 기세임
- 잠깐만. 쟤 눈물 흘리는 거 같지 않음?
코로 먹는 건지, 입으로 먹는 건지 모를 라멘이었다.
정말이지,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에 서서 한 발자국씩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다.
눈물을 머금고 그릇까지 들어 마지막 국물까지 다 들이킨 내가 말했다.
“캬··· 우리 마라탕 형님 덕분에 천국을 제대로 즐겼습니다. 이제 지옥을 경험할 차례인가요 형님?”
언제나 그렇듯.
이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우리 마라탕 형님이 절대 그냥 넘어갈 리 없지.
- 걱정 마라. 여기서 할 미션은 아니다.
나는 눈을 껌뻑거렸다.
“그, 그럼요?”
- 한국 가야지. 평생 여기 있을 거냐?
“아뇨? 가야죠. 집으로.”
뭔지 모를 미션에 괜스레 머리만 굴려댄다.
한국에서 하는 미션이라···
- 한국 라면 맛집 찾아가서 먹기 이런 건 아니겠지
- 근데 한국에 라면 맛집이 있음?
- 라면이 다 똑같지 뭐
- ㄴㄴ 절대 큰 형님은 그런 자비를 베푸실 분이 아니다.
- 형님 혹시 흉가 보냅니까?
- 그것이 곧 지옥
- 다음 장소가 레알 궁금해지는군.
채팅창을 둘러보던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마라탕 형님. 혹시 폐가나 흉가 지정장소로 가라 뭐 이런 건 아니죠?”
침묵을 지키는가 싶더니.
기다리던 후원창이 울렸다.
- 너 혹시 귀신 마을이라고 들어봤냐?
아주 행복했던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쿄 3대 맛집에서 임아린과 먹었던 라멘이 아직 소화가 안 된 것만 같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임아린을 집에 데려다주고···
나 역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한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귀신 마을···
시벌! 그딴 마을이 대체 왜 있어!”
하지만, 진짜 있었다.
귀신 마을.
[ 죽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마을로 불린다. 이 마을은 산골 깊숙이 위치하고 있는 마을로서 이 마을을 가려면 버스를 1시간 30분을 타고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정도를 더 들어가야··· ]
한숨이 1초마다 한 번씩 내뱉어진다.
“하··· 하··· 하아··· 돌겠네.”
한 번 들어갔다 나오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마을은 이미 모든 사람이 빠져 파리 하나 안 날리는 고요한 곳.
무슨 일인지 마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사고들로 모두 세상을 떠났다고 소문이 나있는데···
이걸 믿자니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안 믿자니 신경 쓰이고···
찾아가기도 전에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도 어쩌랴. 우리 큰 손 형님 미션인데 이를 악물고라도 가야지.
[ 오빠 괜찮아요? 체한 거 아니죠? 얼굴이 하얗게 떴던데··· ]
내가 걱정되는 마음에 문자까지 보낸 임아린.
체한 것 같은데. 체하진 않았다.
아니. 들여마시는 건 공기밖에 없는데 혹시 공기로도 체할 수 있나?
나는 어차피 매 맞을 거 빨리 맞자는 생각으로 그곳을 가는 것을 서둘렀다.
나 정연우야.
세계 7대 미스터리로 알려진 지카이 숲까지 다녀온 정연우라고!
한국에 돌아온 지 불과 5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초 저녁.
나는 재빨리 버스 노선을 알아본 후.
그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형님들··· 안녕하십니까! 천국 방문한 지 30분 만에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고 있는 정연우입니다.”
- ㅋㅋㅋㅋ 삐졌냐?
- 입술 씰룩씰룩 거리는 거 봐라
- 남자가 인마. 울기는 뚝!
- 그래도 천만 원 벌었잖냐. 아니지. 천오십만 원.
- 레알. 거기다가 도쿄 3대 맛집 라멘까지 먹음.
- 그 정도면 지옥 갈만하겠다야
- 혹시 알어? 귀신 마을 가서 큰 형님이 또 큰 미션을 주실지
- 바짝 벌어서 집 사러 가즈아아아아!
그래. 집. 푸른 지붕의 집을 살 날이 정말 머지않았다.
나는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시벌! 오늘도 아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요 형님들!”
- 내가 말해준 주소 그대로 가고 있는 거 맞지?
“네 형님. 이 버스 타고 내려서 마을버스를 하나 더 타야 합니다. 그리고 걸어서 30분 산속을 들어가면···”
- ㅋㅋ 하루 종일 버스 타고 걷기만 하네. 고생이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인생한탄하듯,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휴우··· 그래도 이 연우! 괜찮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저는 그저 아바타처럼 하라는 데로 하고 사는 그런 놈 아니겠습니까!”
- 안 웃어? 이빨 보이게 웃어라. 웃고 살아야지
순간, 내 입이 끝까지 벌어졌다.
“워어어어어어어 시벌! 이 연우 평생 마라탕 형님의 아바타로 살아도 좋습니다요오오!”
- 에라이 미친놈아.
- 죽는 표정 하더니만 돈 백만 원에 금세 입 찢어지네
- 어유 저 표정 저거 어쩔 거야
- 잇몸만개 ㅅㅂ ㅋㅋㅋ
- 눈썹 댄스 좀 그만하라고
- 하여튼 간 누가 돈미새 아니랄까 봐
- 우리 큰 손 형님은 절대 나쁜 놈은 아님
- ㅇㅇ 그냥 악마계의 신사일 뿐.
- 그나저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방이 두껍냐
나는 가방을 힐끗 쳐다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은 아무래도 한, 두 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준비물 좀 많이 챙겨왔지요. 그 유명한 귀신 마을이잖아요.”
귀신 마을이라는 소리에 버스기사가 백미러로 나를 힐끗 쳐다본다.
사람이 없어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기에 그 눈빛을 인지하고 기사 아저씨를 쳐다봤다.
곧이어 날 보고 중얼거리는 기사 아저씨.
“뭐여? 귀신 마을 가는 겨?”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혹시 그 마을을 아시나요?”
귀신 마을이라고는 알려져 있으나, 왜 그렇게 알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녀왔다는 후기가 있는 것도 아닌, 괴상한 마을.
마라탕 형님은 이 마을을 어떻게 알고 내게 소개를 해준 것 인지···
모든 게 미궁 속에 빠져있었는데, 마침 기사 아저씨가 반응했다.
한참을 말없이 백미러로 날 쳐다보는 아저씨가 붙어있던 입을 열었다.
“거길 왜 가는 겨?”
- 시청자들 돈 뜯으러 간대요!
- 귀신한테 줘 터질 겸요!
나는 스피커에서 튀어나오는 잡소리를 다급하게 손으로 막고.
기사 아저씨에게 대답했다.
“그냥··· 그 마을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보여주려고요.”
기사 아저씨는 뭐가 못마땅한지, 내 말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마디만을 남겼다.
“학생··· 가지 마.”
나는 당황해서 눈만 껌뻑거리며 카메라를 쳐다봤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형님들. 가지 말라는데요? 가지 말라고 좀 해주세요. 시벌.’
- 괜찮
- 어차피 네 운명은 정해져있어
- 이미 큰 형님 미션금까지 받았잖아?
- ㅇㅇ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지
- 아이고. 우리 연우 그 마을 갈 생각에 신난 얼굴 좀 보소
- 세상 행복해 보이네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 우리 형님들.
나는 포기한 채, 어설픈 웃음을 지어 보이며 기사 아저씨에게 대답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마침, 내릴 때가 되었던 나는 다시 한번 기사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버스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좋은 저녁 보내세요!”
하지만, 무슨 일인지 기사 아저씨는 내가 내린 것을 확인하고도 사이드미러로 한참을 날 지켜보았다.
응? 왜 그러시는 거지?
괜히 그러니까 긴장된다.
나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얼른 그 자리를 떴다.
곧이어 마을버스을 탔는데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뭐? 그 마을을 간다고?”
첫 버스와는 다르게 버스에 혼자 있는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건네주던 친절한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
그 마을 얘기에 역시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내게 물었다.
“거긴 도대체 왜 가려고 하는 건데?”
“제가 방송하는 사람인데, 시청자들이 너무 궁금해해서요. 저 역시도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서 구경 갑니다.”
그 대답에 오히려 내가 아닌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가 마른침을 삼켜댄다.
괜히 느껴지는 찝찝함에 내가 되물었다.
“혹시 뭐 그 마을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하지만,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한참을 나를 바라보던 아저씨는 대답했다.
“그냥··· 거긴 가지 마. 그게 신상에 좋아.”
두 번이나 같은 말을 들으니 불안감이 한껏 몰려온다.
시벌. 오늘 진짜 무슨 일 나는 건 아니지?
도대체 그 마을은 뭐길래 이렇게까지 아저씨들이 뜯어말리는 거야?
그렇게 한참을 서로 말없이 있었을까.
한적한 시골길 한가운데에 마을버스가 멈춰 섰다.
“자 내려.”
나는 아저씨에게 고개를 푹 숙이고 인사를 건넨 후. 버스에서 내렸다.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고요한 시골길.
웬일인지 이 시간에 옅은 안개도 깔려 있다.
표지판 하나 없는 그 시골길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는 다시 버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저씨. 혹시 여기가 종점이 맞···”
하지만, 내 말을 무시한 채, 마을버스는 급악셀을 밟은 듯 굉음을 뿜어내며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와아아아앙!
“아니. 아저씨 대답은 좀 해주고 가시지.”
모든 게 이상하다.
아니. 찝찝하다.
나는 심호홉을 크게 한번 한 후. 일단 눈에 보이는 정면을 주시했다.
다른 것보다 시골길이라 정말 어둡다.
내가 사는 동네와 모습은 정말 흡사했지만, 공기 자체가 달랐다.
기분 탓일까. 굉장히 무겁다.
게다가 어설프게 포장되어 있는 하얀 아스팥트 길.
양옆으로는 땅에 박혀있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풀과 나무들이 고개를 내밀며 서있다.
괜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채팅 화면만 바라보며 시청자들이랑 떠들고 있던 그때.
내가 걷던 왼쪽 풀숲에서 무언가가 갑자기 확 튀어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