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첫 고스트헌팅. 14
뭐야 지금 임아린이 방송하고 있는 거야?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광경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나저나 아린이 너···
필라테스 정말 열심히 했구나.
나는 시선을 강탈하는 임아린의 뒤태에 푹 빠졌다.
쭉 뻗은 각선미와 유난히 돋보이는 잘록한 개미허리.
이 정도면 슈퍼모델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나도 모르게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워메··· 언블리버블···”
인기척에 깜짝 놀란 임아린이 제로투를 추다 말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아아악! 깜짝이야!”
“워어어어! 어우 미안!”
우리 둘은 눈을 마주치자마자 서로 빨개진 얼굴을 확인했다.
헛기침을 한 번 크게 한 임아린이 방송 화면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아 오빠. 여기 시청자분들이 가지 말라고 해서 제가 방송 좀 대신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당연히 오해할 일은 없는데··· 그, 그래.”
임아린에게 건네받은 방송 화면을 바라봤다.
나는 반갑게 시청자들에게 인사하다, 다시 경악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형님들 반갑··· 워어어어어! 시벌! 뭐야 이거어어어어!”
후원금액에 충격적인 금액이 쓰여있다.
[ 이세돌이세돌잔치 님이 8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백마타고온환자 님이 6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최양을피하는방법 님이 5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차린건많지만조금만드세요 님이 1,04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홈런왕편승엽 님이 1,5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이것 말고도 누적되어 있는 후원금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말까지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치, 칠백만 원!?”
나는 눈을 수차례 껌뻑거리며 시계를 확인하고.
아침 11시.
임아린을 다시 빤히 쳐다봤다.
도대체 너 뭘 한 거야···
폐가와 흉가에서 말도 안 되는 온갖 미션을 다 해도 3일은 해야 벌까 말까 한 금액이었다.
그 금액을 단 3시간 만에 벌었다고!?
나는 입이 찢어질 듯 귀에 걸려 임아린에게 중얼거렸다.
“아린아. 나랑 결혼··· 아니. 뭐야 이게! 너 이 정도면 방송을 해야···”
때마침 울린 후원창.
[ 남녀칠세부동산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린아 리액션.
동시에 임아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잔뜩 내밀며 호흡 100%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 오빠··· 5만 원 고마워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귀신한테 홀린다 해도 이런 표정은 표현 못 할 것이다.
- 야. 너는 왜 갑자기 잠에서 깨 가지고 분위기를 흐트러트리냐. 다시 자빠져 자. 이 새꺄!
- 연우는 뒤지기 싫으면 나가 있어
천국에 온 것만 같은 행복함을 느끼는 동시에.
갑자기 현타가 찾아온다.
천 원짜리 후원창만 잔뜩 올리는 시청자들이라 돈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시벌. 돈이 없는 게 아니었어.
이 형님들··· 그동안 그냥 돈을 쓰지 않았던 거야!
한편으로 서운함을 느낀 내가 시청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형님들··· 그래도 저와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저한테는 이렇게 한 번도 안 해준 후원을 아린이한테만··· 연우 정말 서운합니다 진짜.”
[ 치킨제조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서운해 하지 마. 임아린이랑 같이 제로투 5분 30만 원.
순간, 나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아, 아린아! BGM!”
“네! 네!!!”
그리고 곧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열심히 골반을 흔들어댔다.
- ㅅㅂ 미친 반응속도 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그 와중에 연우 골반 유연함 뭔데?
- 낙지 양반이랑 합방하고 오더니 낙지 빙의됐냐
- 뼈가 없는 줄
- 표정은 왜 그렇게 요염한 건데
- 입술은 깨물지 마 시발
- 윙크도 개색갸
- 레알 임아린보다 더 잘 추는데?
- 시바 시선 강탈 미치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
[ 치킨제조기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연우야. 네 골반 탐난다.
내가 두 팔을 번쩍 올렸다.
하지만, 임아린이 한 발 더 빨랐다.
“우아아앙! 치킨제조기 오빠가 30만 원으으으으을!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아린이가 되겠습니다아아아아!”
“워어어어··· 크흠. 네. 저도요.”
그렇게 일어나자마자 열심히 리액션만 해댄 결과.
결국 우린 자그마치 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4시간 만에 벌여들였다.
“하··· 내가 귀신이 된 게 아니라면 여긴 천국이 확실해.”
- 더 좋은 소식이 있다. 어제 임아린이 편집해서 올린 영상 한국에서 지금 대박 터졌다.
“저, 정말입니까 형님?”
임아린이 옆에서 자신의 폰으로 내 유트브를 띄워주었다.
정연우 유트브.
구독자 수 55만 명.
[ 신입 BJ 정연우 저수지 탐험 갔다가 귀신한테 홀려 물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 ] 재생 56.5만 회 ]
[ *주작 절대 아님* 귀신한테 발목 잡힌 흉가 BJ 정연우 ] 재생 55.8만 회.
[ 흉가 BJ 정연우 뒤에 귀신처럼 보이는 형체 포착 ] 재생 54.4만 회.
[ 신입 BJ 정연우 보이지 않는 귀신과 사투 벌이는 장면 ] 55.4만 회.
[ 신입 BJ 정연우 귀신한테 이단 날아 차기하는 장면 ] 54.6만 회.
[ 신입 BJ 정연우 귀신한테 배 던지는 장면 ] 54.3만 회.
“커헉! 이게 뭐야 도대체!”
옛날 영상들의 조회 수가 예사롭지 않다.
언제 이렇게 오른 거야?
게다가 눈에 띄는 한 영상.
그건 어제 방송이 끝나고 임아린이 곧장 편집해서 올린 따끈한 영상이었다.
[ 세계 7대 미스터리. 지카이 숲에서 발견한 시신은 일본의 유명한 연예인? ] 44만 회.
단, 4시간 만에 이뤄낸 조회 수.
역대급이었다.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을 만큼 선정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임아린은 아주 절묘하게 그 모든 걸 모자이크 편집까지 해두었다.
나는 마치 보석이라도 발견한 듯, 임아린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다.
“아린아··· 너 나랑 종신 계약할 생각 없니···?”
- 하···
- 인생 잣 같다.
- 누구 담배 있으면 하나만 주라.
-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 님 귀신 되게요?
- 연우한테 바로 퇴치 당할 듯
- ㄴㄴ 연우가 콧방귀 뀌면서 무시할 수도
- ㅅㅂ 난 귀신이 돼서도 그런 존재인가···
숙소 안에 있던 TV가 멋대로 켜졌다.
켜진 화면에는 어제 내가 다녀왔던 지카이 숲의 대한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의 사진을 하나 띄워놓은 채 말이다.
[ 昨日未明、韓国の有名ユートバーによって発見された忠義の遺体は他殺であることが明らかになりました。 犯人は長い間忠義と地道に付き合ってきた彼女でした。 今朝警察署に直接訪ねてきて自首した彼女は精神的に異常があると訴え、事件については忠義が浮気をして偶発的殺人をしたと供述しました。]
[ 어제 새벽 한국의 유명 유트버에 의해 발견된 타다요시의 시신은 타살로 밝혀졌습니다. 범인은 오랜 기간 동안 타다요시와 꾸준한 만남을 이어왔던 여자친구였습니다. 오늘 아침 경찰서에 직접 찾아와 자수를 한 그녀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고 호소하며, 사건에 대해서는 타다요시가 바람을 펴 우발적 살인을 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
번역기를 돌려본 우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래서 남자친구를 거기서 밀어서 죽인 거야?”
“헐··· 완전 대박!”
- 근데 누가 TV 틀었어?
- 혼자 갑자기 틀어진 것 같은데?
- ㅅㅂ 뭐가 우발적 살인이야. 계획적 범죄지.
- 인정. 주카이 숲까지 데려가서 밀은 거잖아?
- 거긴 도대체 왜 간 거지?
- 산책하자는 핑계로 데려갔겠지 뭐
- 그나저나 대박사건이네. 그럼 연우가 저 범죄자도 잡은 셈이잖아?
- 그렇게 되는 거네. 3개월 동안 못 찾았던 시신을 찾아서
- 이야. 될 놈은 진짜 되는구나
- 한국이 아니라 이제 일본까지 먹어버리는구나?
- 좀 있으면 그냥 아주 사방에서 불러대겠어?
- 다음에는 미국인가? ㅋㅋ
- 중국도 괜찮을 듯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아니에요 형님들.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이죠.”
- ㅅㅂ 운이라고 하기에는 맨날 이런 사건사고가 터지잖아.
- 완벽한 트러블메이커.
“그러지 마세요 형님들. 그렇게 자꾸 프레임 씌우시면 제가 부담스러워 진단 말입니다!”
사실, 나도 마음은 정말 편하게 방송하고 싶다.
한 번쯤은 귀신이 없는 폐가를 방문해 아주 여유롭게 방송을···
아니.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라리 악귀 말고 좀 착한 귀신을 만나기라도 좀···
- 야 인마. 그래도 우리가 일등공신인 거 알지?
나는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럼요 형님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형님들이 원하시는 그 무엇이든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말만 해보십쇼!”
- 그래? 어디 보자···
순간, 마라탕 형님의 후원창에 당황했다.
하지만, 파란 지붕의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두려울 건 없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 그래도 형님들. 조금 난이도 조절을 좀···”
매번 이렇게 위험천만한 곳을 왔다 갔다 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선녀보살님이 한 달 만에 만들어주신 부적도 써버렸고.
이왕이면 기운이 좀 덜 센 곳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형님들! 저번처럼 새 집 구경 가는 건 어떨까요! 선녀보살님이 말해주신 집에도 귀신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 응. 안 돼. 꿈도 꾸지 마.
- ㄷㄷㄷㄷ 단호한 큰 손 형님.
- 단호해도 됨. 여태 연우를 먹여 살린 사람임.
- 도대체 누가 미션금으로 천만 원을 주냐고!
- 인정. 저 형님이 대기업 사장 아닐까?
- 근데 방금 전에 아린이가 800만 원 모았는데? 4시간 만에?
- 그럼 연우는 집 살려면 아린이랑 결혼하는 게 더 빠른 거 아님?
- 그것도 맞는 말이네.
- 안 돼. 그 결혼은 내가 반대한다.
- ㅅㅂ 갖지 못하면 방해라도 해야지.
- 악마 같은 놈.
그렇게 한참을 채팅창을 보며 두근댔을까.
기다리던 마라탕 형님의 후원창이 울렸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정말 쌩뚱맞은 미션이 들어왔다.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