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61화 (161/225)

해외 첫 고스트헌팅. 13

번역기를 듣던 경찰이 우릴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자살 숲으로 유명한 지카이 숲.

한적한 이 새벽에 자국민이 아닌 타국민 둘이 있었으니까.

나는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곧이어 염세환에게 얘기했다.

“여, 염세환 님. 혹시 아까 밑에서 주웠던 그 봉투 아직 가지고 있죠?”

염세환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구겨진 봉투를 꺼냈다.

장대비에 의해 살짝 젖긴 했지만,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그 봉투를 건네받아 바로 경찰에게 건넸다.

그리고 번역기를 경찰에게 다시 들이밀었다.

[ あの下にこの遺書を書いた死体もあります。 死んで間もない死体です。確認してみてください。]

[ 저 밑에 이 유서를 쓴 시체도 있어요.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입니다. 확인해 보세요. ]

경찰이 유서를 빤히 쳐다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곧장 낭떠러지 앞으로 살금살금 걸음을 옮겨 땅 아래를 비추더니.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눈을 하고 크게 소리쳤다.

[ ただよし!ただよしの遺体だ! 早く救急車呼んで! ]

[ 타다요시! 타다요시의 시체다! 얼른 구급차 불러! ]

타다요시?

분명 그 유서에 남아있는 이름이었다.

뭐지? 유명한 사람인가?

어리둥절한 상황이지만, 유서 때문에 바뀐 경찰의 태도 덕에 우린 안전하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근데 나 또 경찰행인가 시벌···

아침 8시.

뭐가 그렇게 복잡한 지···

아니. 무엇보다 대화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사건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숙소로 돌아왔을 땐 마치 비 맞은 생쥐처럼 내 몰골은 처참하게 변해있었다.

“아, 아린아··· 문 좀···”

덜컥!

“오빠!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지. 완전 괜찮아.”

많이 걱정됐는지 임아린이 미간을 잔뜩 모으며 울먹인다.

“얼굴은 금방 귀신될 것 같은데··· 일단 얼른 들어와요.”

“어. 어 그래···”

나는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방송을 다시 켰다.

경찰에 의해 들은 소식들이 가히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었기에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형님들. 다들 잘 주무셨나요?”

- 여~ 아직 귀신 안 됐네

- 살아돌아왔구나. 연태식이

- 어떻게 됐니? 경찰에서 뭐래?

- 그 시체 영상 때문에 난리다 지금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임아린을 한번 쳐다보고 방송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들. 그 마지막에 봤던 썩지 않은 시체 있잖아요. 그거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연예인이래요.”

임아린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는다.

- 뭐!? 미친. 실화냐? 근데 거기서 왜 죽었대?

임아린이 TV 쪽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그, 그 사람 왠지 숙소 도착해서 틀었던 뉴스 기사의 주인공인 것 같아요.”

“어? 아린아. 너 그 뉴스 봤어?”

“낯익은 연예인 얼굴이 뉴스에 뜨길래 궁금해서 번역해 봤거든요. 유명 연예인이 3개월째 실종되어 경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어요.”

떠올려보니 어렴풋이 나도 기억이 난다.

숙소에서 나가기 전, 임아린이 틀었던 TV에서 중얼거리던 소리들.

보조 폰으로 영상을 어렵게 찾아 틀어보니 뉴스 앵커가 그 당시 보도했던 내용이 흘러나온다.

맞아. 이거야.

이걸 번역을 해보면···

[ 3개월 전 실종된 유명 연예인 A의 행방이 묘연해 경찰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소름이 잔뜩 돋아 오른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까.

평생 올까 말까 한 외국 여행에서 연예인의 시체를 마주하다니.

- 와. 실화냐 이거

- 여윽시 레전드 제조기

- 너 혹시 제우스신의 아들이냐?

- ㅅㅂ 솔직히 말해라. 도대체 전생에 무슨 짓을 한 거냐

- 가는 데마다 레전드를 갱신하는데··· 뭔가 있다니까!

- 대기업이랑 손잡고 있어서 그럼

- 와··· 그럼 그 연예인이 결국 거기서 자살한 거야?

- 그런 듯

“근데 그게··· 아직 확실치가 않아요 형님들.”

더 놀라운 건 경찰들의 말이었다.

내가 말을 이어 붙였다.

“경찰들 말에 의하면 정말 기부와 선행을 많이 하던 연예인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대요. 유족들은 도저히 자살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유서에 쓰여있는 필체가 그 연예인 것이 아니랍니다.”

- 그럼 타살이라는 거야?

그 부분에서는 나 역시도 의아했었다.

분명 그 귀신은 우리 둘을 죽일 듯이 위협했었다.

낭떠러지에 떨어트리려 한 것도, 땅 위로 못 올라가게 막은 것도 말이다.

하지만 선녀보살님에게 여쭤보고 난 후, 나는 바로 납득했다.

[ 대부분의 경우는 죽고 나서 원한만 남습니다. 충분히 자살귀가 될 수 있어요. ]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카이 숲이 자살의 숲으로 유명해지고 나서 생긴 안타까운 악행이랄까요. 자살로 위장하여 타살을 하는 범죄자들이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유서는 경찰에게 전달했고.

그 유서를 가지고 아직 조사 중에 있다.

- 헐. 미친!

- 유서 내용도 그럴싸하게 꾸몄어. 진짜

- 와. 완전 개 반전이네

-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많음

- 숲이 워낙에 광범위한데다 사람 하나 죽어도 찾는 데 엄청 오래 걸린다 함

- ㅇㅇ 인정. 못 찾는 시신이 더 많다고 그럽디다

- 그래서 저렇게 해골 상태로 발견되는 거지

- 그런 해골과 썩지 않은 연예인 시체를 연우가 발견한 거고?

- 시벌. 나무꾼보살 미쳤다 너

- 완전 초 대박이여. 이 사건 풀리면 너 대박 나는 거 아니냐?

- ㅅㅂ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건가?

- 그럼 염세환도 덩달아 스타 되는 건가?

- ㄴㄴ 연우랑 방송한 것 때문에 가발 들통나고 나락 가는 중

나는 멋쩍은 표정을 하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게요 참···”

곧이어 염세환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애초에 나쁜 마음을 먹고 염세환을 나락 가게 할 생각은 없었다.

방송 중에 원치 않게 염세환의 비밀을 들춰내버렸고.

선녀보살님이 주신 무구 방울의 효과 덕에 염세환이 귀신을 보게 만들었다.

그 영상이 일파만파 온 시청자들에게 퍼져버렸다.

그 때문인지 염세환은 아예 모든 걸 내려놓고 잠수 중이다.

[ 낙지연구가고속나락행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연우야. 낙지 해명 방송 떴다. 한 번 봐봐. 가관이다.

문득 울리는 후원창을 보고, 나는 곧장 보조 폰으로 염세환의 해명 방송을 틀어보았다.

젠틀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이젠 아예 가발을 벗고 두 손을 모으고 서있다.

고개는 죄지은 사람처럼 푹 숙인 채로, 손에 든 편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 여러분들. 염세환입니다. 해명 아닌 해명을 해보려 합니다. 제 하소연을 들어주세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릴 적 꿈을 꾸었는데 곁에 누군가가 있는 걸 느꼈어요. 그 정체는 하얀 구체처럼 보였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구체는 한참을 제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그 정체가 귀신이라는 걸 알아챈 저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헛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형체를 모르는 척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

염세환이 갑자기 손으로 눈물을 닦는 행세를 한다.

없는 머리를 한번 슥 훑어 넘기더니 말을 이었다.

[ 그게 제가 여태 귀신이 없다고 주장해왔던 이유입니다. 저를 쓰다듬은 그것이 할머니였다면 저는 할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 할 기회를 스스로 버린게 된거니까요. 그때부터 귀신은 없다는 걸 부정해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흐그그흑흑. ]

곧이어 염세환이 무릎 꿇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정말 연말 대상 후보에 올라갈 만큼 소름 끼치는 명 연기였다.

백만 조회 수를 유지할 만큼 유트버계의 영향력이 엄청났던 인물인지라, 영상은 3시간 도 채 되지 않아 70만을 향해 가고 상황.

하지만, 염세환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

어제 부적 때문에 비몽사몽했던 그때.

자신이 한 말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겁에 질려 내게 울먹거리며 하소연했던 말을 말이다.

“잠깐만··· 이 사람 분명히 어제는 할머니가 집에 계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사실을 증명하듯 바로 후원창이 울렸다.

[ 육회낙지탕탕이4만원에모십니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뻑간다저격 유트버에 저격 영상 하나 바로 올라옴.

전에 야생곰과 내 영상을 비교하여 올렸던 ‘뻑간다저격’ 이라는 102만 명 유트버.

내 덕분에 쏠쏠하게 조회 수를 만졌던 터라, 이번에도 칼같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염세환의 해명 영상이 올라온 지 1시간 도 채 되지 않아 저격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 지, 집에 혼자 저를 기다리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저는 꼭 살아야 해요. 제발 저만이라도

살려주세요. ]

- ㅋㅋ 귀신한테 홀렸다는 걸 완벽하게 인정해버렸네

- 낙지 선생. 잘 가시게

- 저거 올리고 뻗었나 봐

- ㅇㅇ 댓글 엄청 달렸는데 영상 안 내려가는 거 보니

- 멘붕 온 거 아닐까

- 이래서 마음을 곱게 먹어야 해 사람은.

- 우리 연우는 한결같아서 좋단 말이지

- 이제 떡상 하는 것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유트버?

- 저 새끼 뒤에는 용왕 수호신도 붙어있나?

“이 사람 참··· 왜 이렇게 쓸데없는 거짓말을 해서는···”

내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자 내 옆에 있는 임아린도 날 따라 고개를 흔들었다.

“그나저나··· 오늘이 마지막 날 인가?”

“네. 오빠.”

이틀을 지옥에서 보냈으니까 마지막 하루만큼은 예쁜 임아린과 행복하게···

그전에 일단 못 잤던 잠을 좀 자야겠다.

나는 억지로 감기는 눈을 참다못해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일단 제가 잠을 못 자서··· 자고 일어나서 다시 방송 켜겠습니다···”

- 그래. 고생했다. 얼른 쉬어라.

- 야! 일어나! 자지 마!

- 피곤한 널 괴롭히고 싶다고!

- 너 자면 임아린 괴롭힌다!

- 방송을 켠 이상 절대 네 맘대로 못 끈다!

- 야 이 자식아!!!

“아린아. 방송 좀···”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차마 방송을 끄지도 못하고 침대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익숙한 알림음이 연속해서 울려대는 바람에 강제로 잠에서 깨버렸다.

[ 백마타고온환자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최양을피하는방법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차린건많지만조금만드세요 님이 4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홈런왕편승엽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으음··· 뭐야 도대체···?”

눈을 뜨는 순간.

나는 경악했다.

뭐야 시벌. 꾸, 꿈인가···?

내 눈앞엔 몸에 짝 달라붙는 레깅스와 크롭티를 입은 임아린이 제로투를 추고 있었다.

“우아앙! 편승엽 오빠가 2만 원으으으을! 감사합니다아아!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아린이가 되겠습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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