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55화 (155/225)

해외 첫 고스트헌팅. 7

순간 싸해진 분위기.

나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항의가 빗발쳤다.

- 거··· 세환이 형 장난이 좀 심한 거 아니오!

염세환이 입에 미소를 띠며 얘기했다.

“놀랬어요? 미안요.”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쭈. 끝까지 분위기 파악 못함? 연우 표정 빡쳤는데··· 형 귀신 빙의 시킬지도 모름

염세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 귀신같은 건 없다니까요. 영화나 텔레비전, 독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등을 통해 입력된 귀신에 대한 정보가 무의식에 잠재해 있다 나타나는 것일 뿐입니다. 잠재의식이 공포감 따위의 외부 자극을 받아 표출되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죠.”

아주 귀신 얘기만 나왔다 하면 설명이 줄줄이 나온다.

아니. 저 사람은 애초부터 그럼 귀신이란 존재를 안 믿었던 걸까?

그런 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 많이 피곤하겠는데···

쿵쾅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힌 내가 염세환에게 물었다.

“그럼 염세환님은 처음부터 귀신이란 존재를 안 믿었나요? 수많은 무당분들을 만나셨을 텐데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게 신기하네요.”

염세환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무당을 좀 더 만나보니 귀신이 있는 게 아닙디다. 매번 점을 칠 때마다 신이 오는 게 아니라 그냥 얘기하다 생각나는 게 있으면 말하는 거예요. 무당이 생각한 걸 사람들은 귀신의 힘 일거라고 추측 하는거고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귀신에 존재를 부정하게 된 거야?

- 확실해. 여자한테 인기 없을 스타일이야.

- 말이 너무 많아

- 피해의식은 아니지?

- 기가 어중간한 사람은 아닌 게 확실해졌다.

- 아니면 귀신한테 된통 당한 거 아닐까?

- 음··· 보이는 데 일부러 거짓말하는···?

- ㅇㅇ. 그럼 연우에 버금가는 연기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 그걸 파헤치는 게 이 만남의 목적이다.

- 가즈아. 탐정 녀석들아!

나는 문득 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 来たら殺すぞ。]

시벌··· 또 들려온다.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가.

시청자들은 저 말의 뜻이 ‘죽인다’ 라고 했었던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에 멈춰 서서 염세환에게 물었다.

“염세환님. 실례지만 일본 말 좀 할 줄 아시나요?”

“저도 여기 온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그냥 생활용어 조금 할 줄 압니다. 왜요?”

“혹시 ‘죽인다’를 일본 말로 뭐라고 하는지 들려줄 수 있나요?”

염세환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내게 중얼거렸다.

“스고이.”

순간, 벙찐 얼굴로 염세환을 바라봤다.

“아니. 그 감탄사는 저도 알고 있는데··· 그거 말고 무언가를 죽인다 할 때 쓰는 말이요.”

- ㅅㅂ 스고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냐

- 그나저나 연우는 스고이를 어떻게 알아?

- 미쳤네 이거. 뭐 보고 배웠어 이 색갸!

- 당장 해명해라

- 육하원칙에 자세하게 얘기해

- 품번도

- 숙소에서 눈을 부릅뜨고 임아린이 지켜보고 있다

- 말 잘해야 될 거다.

“크흠. 형님들. 그건 기본입니다. 그 정도는 영화에서도 많이 나온다고요.”

- 그치? 다른 데서 배운 거 아니지? 스고이 영화나 애니에서 잘 안 나오는 감탄사긴 한데···

염세환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殺すぞ.”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 그게 진짜 죽인다가 맞아요?”

분명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지만, 느낌상으로는 바로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굉장히 감정 섞인 목소리···

혹시나 여기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람의 영혼인 걸까.

나는 염세환에게 얘기했다.

“제가 원하는 곳으로 가도 되죠?”

“그럼요. 얼마든지요.”

곧이어 EMF 측정기를 다시 꺼냈다.

아니. 다시 가방에 넣어두고 선녀보살님이 주신 무구 방울을 슬쩍 만지며 생각했다.

만나러 가볼까?

자칫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숲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해.

- 어디로 갈려는 거냐?

- 뭔가 느낌 왔어?

- 아까 자꾸 목소리 들린다고 하지 않았냐

- 그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가려는 거 아님?

- 헐? 진짜? 진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가

- ㅅㅂ 염세환 줏댓다.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채팅창을 바라봤다.

곧이어 염세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형님들. 한번 가볼게요.”

기운이 넘치는 곳에 간다면 분명 초자연적인 현상들도 세질 것이다.

그런 곳에서 염세환에게 이 무구 방울을 건네준다면···

분명 무언가가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후. 주머니에 있는 무구 방울을 살며시 먼저 쥐었다.

그리고 살짝 눈을 감고 그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 だれだ ]

[ かっこいいね。]

[ こっちおいで ]

무구 방울을 쥐자마자 숲 사방에서 톤이 다른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워어어어! 시발! 뭐야?”

마치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들리는 그 소리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두 귀를 잽싸게 막았다.

뭐지. 뭐야?

이것이 진정한 무구 방울의 위력.

쥐고 있던 그 순간에 영적인 기운이 폭발해 더욱더 세밀한 소리들을 듣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뭐라고 얘기하는 거지?

옆에 있던 염세환이 내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또 뭐가 들리시나 봐요.”

영혼 없이 묻는 염세환에게 대답을 뒤로하고, 나는 답답한 마음에 보조 폰을 꺼냈다.

고스트 박스도 꺼내들고선 무작정 보조폰으로 번역기를 실행했다.

고스트 박스에 붙어있는 증폭기 마이크를 갖다 붙이면 혹시 인식이 되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발. 돼라 돼라···

나는 끊이지 않고 계속 울려대는 저 소리 방향으로 보조 폰을 높이 가져다 댔다.

- 뭐 하는 거야?

- 갑자기 보조 폰은 왜 꺼낸 거임?

- 무슨 소리 들리나 본데

- 그래서 번역기 꺼낸 거 아니야?

- 야. 휴대폰에 그거 꼽는다고 인식이 되겠냐 똥멍청아

놀랍게도 번역기에서는 말도 안 되게 소리들이 번역되어 차례대로 퍼져 흘렀다.

[ 누구야 ]

[ 잘생겼네 ]

[ 오지 마 ]

“워어어어! 시, 시발!”

단어들이 번역되어 스피커를 향해 튀어나오자 염세환이 인상을 잠시 찌푸렸다.

잠시 망설이다 내게 물었다.

“연우 씨. 지금 어떻게 한 거예요?”

나는 벙찐 표정으로 손을 덜덜 떨며,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음성인식을 통한 번역.

그저 말하면 음성을 그대로 번역해 주는 기능이었다.

염세환이 내 보조 폰을 가져갔다.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이게 어떻게 번역이 되는 거지?”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내가 했던 것처럼 높이 들어 이리저리 가져다 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반응은 없었다.

“이거 뭐 혹시 직접 녹음해 온 음성 같은 거 틀은 거 아니죠?”

“그냥 일반 번역기를 돌린 것뿐이에요···”

반복해서 해보지만 도통 반응이 없었다.

처음 입구에서 들었던 그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내 귓가에서 속삭이듯 전해졌다.

[ 私が警告したの。 来たら殺すって。 お前はもうここから出られない。]

“와아아악! 십! 혀, 형님들. 처음 입구에서 들었던 그 남자 목소리가 또 들렸어요.”

하지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나는 재빨리 염세환에게 보조 폰을 건네받았고.

곧이어 번역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그 음성의 뜻을 알 수 있었다.

[ 내가 경고했지. 오면 죽일 거라고.

넌 이제 여기서 못 나가 ]

그 음성을 듣자마자 머리카락이 쭈뼛쭈볏 서버렸다.

동시에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원인을 찾는 염세환.

“고장 난거 아니에요? 여태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아니에요. 지금 저희를 향해 계속 경고를 날리고 있다고요.”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는 거진 직진을 통한 걸음으로 100m 정도.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산처럼 경사가 진 곳은 아니었으니까.

“귀신이 없다고 하셨죠? 가보시죠. 제가 정말 귀신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드릴게요.”

역대급 미션 금액.

돈 천만 원이 걸려 있다.

이번 컨텐츠만 문제없이 잘 진행된다면 꿈에 그리던 파란 지붕의 단독주택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엄마 그리고 쥐포··· 임아린까지.

앞으로 내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 떠올린 나는.

조심스럽게 선녀보살님이 주신 부적을 매만졌다.

‘이건 정말 위험할 때 써야 한다.’

어디까지 들어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나는 만약을 대비해 가방에 있던 하얀 천일염을 꺼내 바닥에 뿌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리 준비해온 하얀 천을 얇게 찢어 나뭇가지에 잘 보이게 매달아두었다.

- 시발, 뭐냐?

- 방금 그냥 마이크만 갖다 댔는데 번역기가 울렸지?

- 염세환 표정 본 사람

- 안 믿는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번역이 울리니까 인상이 팍 찌그러지네

- 그래도 다시 포커페이스 유지함

- 베테랑 다움 ㅋㅋ 아무렇지 않은 척 여유 있는 웃음까지.

- 아무래도 좀있으면 오줌지릴 듯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염세환에게 얘기했다.

“이쪽으로··· 밑에 땅 잘 살피면서 걸으세요. 영가가 경고를 한 이상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릅니다.”

[ そこは危ない。。]

[ 行ったらダメだよ。]

곧이어 켜놓은 번역 어플이 한국말로 계속해서 번역되어 울려퍼졌다.

[ 거긴 위험해. ]

[ 가면 안 돼. ]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사방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들을 무시했다.

오로지 입구에서 우리에게 경고했던 그 남자의 목소리만을 쫓기 시작했다.

[ 住みたければこっちに来て。]

[ 살고 싶으면 이쪽으로 와. ]

나는 온 신경을 청각, 시각에 몰빵했다.

그렇게 50m 즈음 더 갔을까.

본능적으로 근처에 왔다는 걸 느낀 나는 EMF 측정기를 꺼내 확인했다.

‘시, 시벌··· 역시 보통이 아닌 영가였어.’

무려 4단계 반.

동시에 솜털이 곤두섰다.

- 뭐야? 여기야?

-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 여기서 뭔 일이 일어난 건가?

- 아니. 아까 번역기에서는 살고 싶으면 이쪽으로 오라고 했잖아

- 근데 길이 아니고 그냥 똑같은 숲인데?

- 뭐지? 오류인가?

“그 영가가 말하는 곳이 여기인 것 같아요.”

왜 죽일거라 했다가, 다시 말을 바꿔 우릴 이곳으로 불러들였을까?

나는 그 자리에서 사방을 유심히 살피다 조심스럽게 고스트 박스를 꺼냈다.

그 영가와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염세환은 여유 있게 웃으며 이리저리 사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무 위, 나무 뒤, 그리고 푹 꺼진 땅과 그 아래에 있는 동굴처럼 생긴 흔적들까지.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중얼거렸다.

“그렇게 함부로 막 살펴보지 마세요. 위험하다니까요.”

염세환은 가소롭다는 듯 내 앞을 질러 꺼진 땅 밑의 동굴까지 내려다보며 내게 얘기했다.

“여기 귀신이 있는 게 맞아···”

염세환이 밟고 있던 땅이 우르르 무너졌다.

그 때문에 서있던 염세환이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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