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첫 고스트헌팅. 2
막상 소리치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그나저나 귀신을 어떻게 증명하지.
상대는 평생 귀신을 부정하고 연구해 온 사람인데···
- ㅎㄷㄷ 처, 천만 원?
- 이야. 진짜 가는 거냐? 해외를?
- 대박이다. 어떻게 그걸 갈 생각을 하냐
- 돈 천만 원이면 나도 눈 뒤집어져서 갈 듯
- 게다가 경비는 악마 연구가 그 사람이 다 대준다며?
- 거기서 후원까지 받을 거 생각하면 돈이 얼마야···
- 큰 형님의 위엄 ㄷㄷ
- 그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 백퍼 대기업 재벌이다.
나는 짧게나마 고민했다.
일단 사이코메트리와 스케치.
이 두 능력을 아주 잘 활용해야 할 듯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중간한 곳을 가면 무조건 낭패다. 그러므로···
나는 금세 미간을 잔뜩 모으고 이를 꽉 깨물었다.
“형님들. 혹시 일본에도 유명한 흉가가 있을까요?”
- 알아보니까 한국 귀신이 떠도는 일본 터널도 있네. 폐쇄시켜도 계속 나타난대
- 오요야부 호텔도 있고, 유령섬 하시마라는 곳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마른침이 꿀꺽 넘어가지만, 왠지 모르게 느낌이 오지 않는다.
좀 더··· 좀 더 느낌이 강한 곳으로.
그나저나 악마 연구가 그 사람은 모든 곳을 다 가봤겠지?
“음··· 공부할 것이 굉장히 많네요. 비행기를 타는 방법도 모르고, 일단 일본 말 책부터 구입을 해야겠어요. 간단한 소통이라도 해야 할 테니.”
[ 모르는개산책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우리가 있잖아. 지금 미리 가르쳐줄게.
- 일단 혹시 너 흉터 있냐?
- 비행기 고도 높아지면 꿰맨 흉터 자국 터져.
- 맞아. 그리고 비행기 이륙할 때 엉덩이 살짝 들어줘야 돼
- 이륙 중에 균형을 잃을 수 있으니까
- 앉는 타이밍은 저절로 앉아지니까 걱정하지 마
- 앉게 되면 브라보랑 박수 쳐주는 거 잊지 말고!
- 그게 비행기 기본 매너야.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시청자들이 얘기해 주는 걸 경청했다.
”아 정말요 형님들? 더 말해주세요. 더, 더.“
[ 차린건많지만조금만드세요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ㅇㅇ. 대변은 반드시 보고 타야 돼. 승객 100명당 화장실이 1개라 많은 사람들이 볼일을 보면 비행기 무거워서 추락할 위험이 있거든.
입을 떡하니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또 없나요?”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비행기 처음 탈 때 꼭 신발 벗고 타야 된다. 촌놈 티 내지 말고
나는 모든 얘기를 다 듣고 한 쪽 입꼬리를 슥 올렸다.
“형님들. 제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 그런 거에 속을 줄 아셨나요? 3만 원 개꾸우우울! 우하하하.”
- 이런 개색기가···
“그나저나 형님들. 마침 저희 학교 가을 방학이 다음 주 라 시간이 남거든요. 그래서 천천히
상의 좀 해봐야겠어요.”
- 헐. 요즘 학교 좋아졌네
- 뭔 놈의 학교에 가을방학까지 있어?
- 요즘 있는 곳 많음
- 며칠?
- 아마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될 듯
- 야. 완전히 딱이네. 해외여행은 운명이었어.
-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유혹이 들어온 것도 신의 한 수.
- 아린이만 허락하면 땡이겠네?
“크흠. 따, 딱이죠 형님들··· 저 혼자서는 도저히 못 갈 것 같고, 같이 갈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아린이라면 너무나 좋겠다.
[ 아무리생각캐도난마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래?그럼 실시간으로 방송 켜놓고 섭외 가즈아!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나는 휴대폰을 열어 단축번호 1을 눌렀다.
[ 하나밖에 없는 내 편집자♥ ].
하지만, 웬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혹시 필라테스 중인 건가?
“형님들. 아린이가 전화를 안 받네요. 아무래도 필라테스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헐 단축번호 1?
- 그놈의 필라테스는 하루도 안 쉬는 거냐
- 그 정도 열정이면 강사를 해야 하는 거 아냐?
- 근데 아린이 몸 보니까 열심히 하는 것 같기는 하더라.
- 님. 연우 여자친구인데 왜 남의 여자친구 몸을 봄?
- 아니. 눈에 보이니까··· 그냥 본 건데···
- 닥치고 해명하셈
- ㅅㅂ 해명까지···?
- 또 시작이네 이 새끼들.
- 야 그럼 박필준 섭외해 보자.
내 표정이 급격하게 썩어갔다.
잉?박필준을?
“형님. 많고 많은 놈중에 하필 왜 그 녀석이랑··· 크흠.”
하긴, 친구라고는 그놈 하나뿐이다.
막상 말은 꺼냈지만, 임아린이 안 된다면 대체라도 해서 데려가야 할 놈이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그 넓은 일본 땅을 돌아다닐 자신이 없으니까.
나는 박필준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학창 시절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놈이지만, 개과천선도 하고 있고.
마지못해 데려가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자마자 3초도 안 돼서 박필준이 받았다.
-응. 안가.
전화를 건지 3초 만에 거절당했다.
이 자식 내 방송 보고 있었나?
어떻게든 후보에서 미뤄놓고, 그저 말이라도 한번 건네보려고 했던 건데···
곧장 나는 씩 웃어버렸다.
거절해 줘서 고맙다 이 새끼야.
혹시나 시청자들이 너 데리고 가라고 할까 봐 어찌나 맘 졸였는지 모른다.
“형님들. 박필준은 강한 거절 의사를 보여서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같이 갈 사람이 아린이 밖에 없어서 아린이한테 물어보고 안 되면 형님들 중에 한 분이 같이 가시는 걸로 하시죠!”
내가 기다렸던 아린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야 스피커폰 실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를 받은 후 스피커폰 모양의 그림을 눌렀다.
“어, 아린아?”
-네. 연우 오빠.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자연스레 붉어져간다.
임아린이랑 폐가 방문 이후.
급속도로 사이가 가까워진 것도,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뺀 것도.
시청자들에게는 전혀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워. 이 새끼?
- 방금 연우 오빠라고?
- 엉엉. 우리 아린이가 왜 저딴 돈미새 놈에게 ㅅㅂ
- 아린아. 다시 생각해. 내가 더 잘해줄 수 있어
- 필라테스 밤낮으로 시켜줄 수 있다고!
-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 손만 잡아라
- 이제부터 육하원칙에 의해 아주 디테일하게 보고해 알았냐
나는 이유없이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걸 꾹꾹 참으며 말을 이었다.
“어, 어. 혹시 필라테스 중이었어?”
“네. 왜요?”
곧이어 헛기침을 한번 한 후.
“크흠. 혹시 너 이번 가을방학 때 나랑 여행 안 갈래?”
“여, 여행이요?”
“다름이 아니라, 유명한 유트버 염세환이라는 분께서 나를 일본에 초대했거든. 경비까지 다 내주시는 거라 몸만 가면 되는데, 같이 갈 사람이 피, 필요해서···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안 되면 할 수 없고···”
한참을 말없이 망설이는 임아린.
고요한 정적이 내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나는 한 발짝 앞서 임아린에게 먼저 얘기했다.
“좀 그, 그렇겠지? 그냥 한 번 말해본 거···”
임아린이 입을 열었다.
“제가 엄마 설득해 볼게요!”
설득까지···?
감격에 취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입으로 뱉어버렸다.
“아싸! 시벌! 아니 아니. 미안. 크흠! 그럼 얘기해 보고 나한테 말해줄래?”
“아, 알겠어요 오빠!”
전화가 끊기고 나서 나는 주먹을 꽉 쥐고 하늘을 향해 계속 쳐올렸다.
시벌! 임아린이랑 단둘이 여행을!
- 하. 이걸 좋아라 해야 하는 건가
- 막상 임아린이랑 둘이 간다니까 짜증이 솟네
- 하늘도 무심하지. 나는요?
- 그럼 나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 둘 다 흉가 유트버 하셈
나는 곧장 메신저 쪽지를 뒤졌다.
일단 악마 연구가 염세환이라는 사람에게 답장부터 보내기 위해.
“형님들. 일단 그 염세환이라는 분한테 연락부터 남겨볼게요.”
[ 악마연구가염세환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어!?”
[ 악마연구가염세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안녕하세요. 정연우 유트버 님.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카메라를 보고 고개까지 숙였다.
“안녕하세요. 마침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오셨네요.”
- 그런가요? 연락을 주시려고 하셨다는 건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는 말일까요?
“네.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큰마음 먹고 결심했습니다.”
- 구라 치지 마
- 하여튼 간 아주 입만 열면 구라야
- 너 임아린이랑 해외여행 가니까 그게 좋은 거잖아
- 혼자 가는 거면 네가 갔겠냐
- 그나저나 본인이 등판하셨으니 얘기가 편해지겠네
- ㄱㄱ 형들이 도와줄게.
- 그럼 저한테 따로 주소 남겨주시면 제가 그쪽으로 비행기 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우리 연우 일행 한 명 같이 갑니다. 그리고 혹시 이코노미 좌석으로 뽑아 주시나요?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시청자가 술술 물어본다.
덕분에 나는 미어캣처럼 카메라만 바라보며 눈을 껌뻑였다.
- 비즈니스 석으로 티켓 보내드리겠습니다.
“형님들. 이코노미? 비즈니스? 그거 좋은 건가요···?”
- 워. 비즈니스면 충분하지
- 일반인은 무조건 이코노미여
- 그래도 초대를 초라하게 하지 않네
- 이게 영상 당 조회 수 100만의 클래스인가?
- 쩐다 쩔어. ㅎㄷㄷ
- 나도 가고 싶다. 엉엉
- 우리 연우 아린이한테 체면 좀 서겠는데?
나는 채팅창을 살펴보고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가서 열심히 귀신 증명을···”
- 혹시 원하시는 장소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먼 길 오는 손님이시니 특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울리는 후원창에 눈이 번뜩였다.
특별혜택은 무슨···
얼른 나를 이용해 자신의 조회수와 구독수를 높이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한참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아까 조금 찾아보긴 했는데요···”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흉가체험.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온다.
사실, 임팩트 있는 흉가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지도 않았다.
이미 소문난 흉가는 검색어 하나만으로도 인터넷에 떡하니 나와버렸으니까.
그리고 그곳이 임팩트 있는 장소로서 제격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후.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세계 7대 장소로 유명한 지카이 숲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