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첫 고스트헌팅. 1
어라 이 사람?
인터넷에서 자주 보던 그 사람 맞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염세환.
악마 연구가. 즉, 귀신 연구가.
그의 이름 밑에는 여러 개의 기사와 인터뷰 등등.
많은 영상들이 존재했다.
귀신과 악마. 그 단어만 쳐도 연관 검색어에 뜰 만큼 네임드가 있는 사람이었다.
[ 염세환 연구가는 20여 년 동안 1000여 명의 무속인을 만나며 무속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는 거지?
나는 그 밑에 인터뷰 영상을 틀어보고선 연구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 귀신이 있다고 믿는지요.
[ 결론부터 말하면 귀신은 없으며, 귀신을 본다는 것은 심리적 현상에 불과합니다. 영화나 텔레비전, 독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등 을 통해 입력된 귀신에 대한 정보가 무의식에 잠재해 있다 나타나는 것일 뿐입니다. 잠재의식이 공포감 따위의 외부 자극을 받아 표출되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죠. 귀신 현상은 꿈처럼 인간이 갖고 있는 예지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원시인에게 이러 한 예지력이 없었다면 짐승이나 이웃 부족의 기습으로 종족 보존이 안 됐을 겁니다. ]
아하···
귀신이라는 존재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악마 연구가. 즉, 귀신 연구가.
그런데 이런 사람이 왜 내 영상에 댓글을 달았을까?
뒤늦게 살펴본 다른 영상에서도 이 사람의 댓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교묘하게 연출을 잘 했네요. 달빛이 물에 반사되는 상황. 거기에 짙은 안개가 절묘하게 합쳐지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 불안감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입니다.
- 귀신이 그랬다기보다는 강한 심리적 상태가 생리적 변화까지 초래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 무속인들을 믿지 마세요. 대개 부모나 조상 가운데 종교적 심성이 강했던 사람의 피를 이어받은 것 때문에 생긴 피해의식에 쪄든 사람들입니다.
결국은···
내가 하는 이 컨텐츠와 내 영상에 대한 부정을 하고 싶은 거구나.
그 표현을 함으로써 올라가는 자신의 인지도와 명예는 덤인 거고.
어째 조용하다 싶었다.
둘리, 야생곰··· 같은 컨텐츠의 둘이 사라지니, 이제는 악마 연구가까지.
정말 유명한 유트버가 된다는 것은 힘들다.
결국 이런 힘든 고비와 가파른 산을 다 넘어야 쾌거를 이룰 수 있다는 건가.
아니지. 분명히 이 사람이 없다 해도 다른 누군가가 나를 공격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흠··· 일단 나 같은 경우···”
“응. 개 무시 ㅅㄱㅇ.”
일일이 다 답장해 봤자 내게 남는 것은 없다.
내가 보는 귀신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분명 내 컨텐츠에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괜히 부딪혔다간 내가 우스꽝스러워질 수도 있다.
저 사람은 수년간 악마, 즉 귀신 연구를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이니까.
“그나저나 음···”
이번 섬마을 폐가 헌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마음들을 많이 비췄다.
오늘만큼은 쉬지 않고 함 달려볼까?
방송을 켠지 채 30초도 안 된 시간이었다.
이 형님들 하루 온종일 내가 방송 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 아냐?
총알같이 입장하는 형님들 때문에 헛웃음이 절로 터진다.
“하하··· 형님들 연이루! 아니. 온종일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계시나요? 어떻게 방송 켠 지 30초 만에 항상 이렇게 들어오시지?”
- 너 괴롭히고 싶어
- ㅇㅇ. 미치겠어 아주
- 오늘은 뭐냐? 혹시 어제 미안해서 오늘도 방송해 주는 거냐
- 그냥 켰다고 하면 줘 팬다
- 님이 줘터질 듯.
- 어제 트라이앵글 못 봄?
- 목이 뽑히는 경험 하고 싶으면 ㄱㄱ
- 후원으로 줘패면 됨.
- 아하. 그런 방법이···
- 그나저나 어제 그 여자아이랑 미친 여자는 어떻게 된 거야?
입술을 꽉 깨물며 얘기했다.
“일단 아동학대로 조사 중에 있고요. 사건이 진행되는 대로 경찰분이 저한테 따로 연락을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제가 확인되는 데로 형님들에게 알려드릴게요.”
나는 화제를 전환하듯,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형님들 말대로 어제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 쉬지 않고 한번 달려보려고 이 연우가 방송 미리 켜봤습니다!”
- 크··· 이거지! 이래야 우리가 후원도 팍팍해주는 거 아니겠냐
- 그래서 어딜 갈 건데? 이번엔 너네 동네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
나는 눈썹을 씰룩거리며 말을 이었다.
“왜요 형님. 저희 동네 은근히 갈 데 많은데. 폐가계의 성지랄까.”
- 지랄. 딴 데 가.
“커헉! 마라탕 형님 지랄이라뇨! 크흠. 진심인데···”
그나저나 우리 형님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려면 어디가 좋을까.
어디 특별한 곳 없을까?
“형님들. 그럼 일단 장소 추천 한번 받아볼게요. 괜찮으면 오늘 바로 갑니다. 레알!”
- 3대 흉가 어떠냐
듣기만 해도 기 빨린다.
“그건 좀 내공이 더 싸, 쌓인 후에···”
- 추천 왜 해달라고 함?
- 답정너아님?
- ㅅㅂ 그놈의 내공이 쌓이긴 하는 거냐
- 그래도 요즘은 빤스런은 덜 하잖슴
- 그건 그렇네
- 그럼 해외는 어떠냐?
- 이번 그림 그린 것도 한국 귀신이 아니던데
- ㅇㅈ 해외 좋다.
- 해외 귀신을 본 것도 인연인 거야
해외라는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해외는커녕 코밑에 붙어있는 제주도도 가본 적이 없다.
그나마 공포 흉가 컨텐츠를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내겐 아주 신선한 첫 경험이었으니까.
이 마을을 벗어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정말 가고는 싶죠 형님들. 근데 저는 외국 말을 할 줄도 모르고, 어딜 어떻게 가야 할지 전혀 모릅니다. 가면 백퍼 길 잃어요. 무서워유.”
휴대폰 영상이나 TV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그냥 꿈같았다.
나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그런 동떨어진 세계랄까.
감히 나 따위가 해외여행이라니···
- 여자친구랑 여행 많이 가잖아 요즘. 아린이는 영어 잘 하지 않냐?
나의 임아린이랑 단둘이 해외여행을?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
- 야 인마. 그냥 물어본 건데 얼굴은 왜 빨개지는데
- 이 새끼 뭔 상상했어?
- 육하원칙에 의해 자세하게 얘기해라
- 귀까지 새 빨개졌네. 이 엉큼한 새끼
- 당장 카메라를 바지 지퍼 쪽으로 비춘다 실시!
- 임아린이 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 ㅅㅂ 해명하라고
- 레알 너네들 개 무섭다 ㅋㅋ
“아니. 아닌데요!? 아무 상상 아, 안 했는데요 형님들!?”
그저 임아린과 단둘이 순수하게 해외 데이트를 즐기는 상상을 했을 뿐이다.
“아 맞다.”
해외라는 말에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그 악마 연구가 염세환이라는 사람이 내게 개인적인 쪽지를 보내놓은 게 있다.
그 쪽지 내용에는···
[ 안녕하세요. 악마 연구가 염세환입니다. 요즘 흉가 컨텐츠에서 아주 많은 활약을 많이 해주셔서 재미있게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기회가 되신다면 저희 쪽에 한번 놀러 오시는 게 어떠세요? 귀신에 대한 대화도 나누고 실제로 유명한 장소도 제가 안내를 해드리고 싶은데··· 아차,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입니다. 정연우 씨만 괜찮으시다면 모든 경비를 다 지불해 드릴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
“근데 형님들. 혹시 악마 연구가 염세환이라는 분을 아시나요?”
[ 대추나무사람걸렸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헐? 혹시 너한테도 연락 왔냐?
나는 벙찐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본에서 지내고 있다고 경비 다 대준다고 놀러 오라고 하던데요. 근데 왜요 형님?”
- 왜는 무슨 유명한 무속인들은 죄다 그 사람이랑 합방하고 깨졌잖아
“깨졌다고요?”
역시나 내가 상상했던 그 시나리오인가?
“설마 형님. 그 귀신이 있다, 없다 주장하는 그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얘긴가요?”
- ㅇㅇ. 분명 유혹 조건이 껴있었을 텐데 넌 절대 휘말리지 마라. 사짜 같아도 내공이 깊다.
나는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봤다.
“당연하죠 형님. 근데··· 진짜 귀신은 있는데···”
하긴, 예외는 있었다.
오히려 기가 넘치게 센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영적인 무언가가 접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랬다.
물론 선녀보살님의 말에 따르면 말이다.
- 야 그럼 네가 가서 맞짱 한번 떠봐
- 오. 레알 완전히 컨텐츠 쩔겠는데
- 해외도 가고, 귀신 증명도 하고
- 아니면 가서 트라이앵글초크라도 함 해주고 와
- 길로틴도 괜찮고
- 임아린이랑 같이 가면 추억도 되고 좋겠네
- 귀신 흉가 여행이라는 건 안 비밀.
“에이. 뭐 하러 제가 일본까지 가서 그 사람이랑 언쟁을 펼쳐요. 그냥 믿는 사람들끼리 믿고, 안 믿는 사람은 안 믿는 데로 살면 되죠.”
- 아니. 진짜 너만 자신 있다면야 컨텐츠 괜찮겠는데? 조회 수 작살나게 나올 거야!
“조회 수요?”
막상 또 유트브 조회 수가 잘 나올 거라니.
임아린이랑 같이 갈 수 있다니.
그런 소리를 들으니 귀가 솔깃하다.
이왕이면 우리 엄마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도저히 방송 문제 때문에 함께 할 수는 없겠지?
- 혹시나 해서 보고 왔는데 조회 수 엄청나네 이 사람. 영상 한 개당 100만이 그냥 넘는데?
순간, 백만이라는 조회 수에 헛기침이 터져 나왔다.
“커헉! 컥! 뭐라고요 형님? 백만이요!?”
우와 시벌···
백만 조회 수가 찍힐 정도라면 나머지 영상에 조금씩 보탬만 되어도 그게 얼마야?
선녀보살님이 예언해 주셨던 파란 지붕의 단독주택을 금방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도 해외는 무섭다.
말도 안 통하는 해외까지 가서 흉가 체험이라니···
“휴우··· 그래도 아니에요 형님. 아무래도 저는 그냥 국내에서 방송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괜히 제가 쌓아 놓은 탑을 제 손으로 무너트리는 꼴이 될지도 몰라요.”
- 쫄았냐? 미션 준다. 가서 그 사람한테 귀신 증명해 주고 오면 천만 원.
“는 무슨! 증명이 안 되면 그 사람 머리털 잡고 빙의라도 시켜보겠습니다 형님! 시이버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