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화. 8
“하아··· 하아···”
괴물 같은 힘을 제압하기 위해 더 괴물 같은 힘을 쏟았다.
의식도 없이 눈을 까뒤집고 쓰러져 있는 여자.
그제야 뒤늦게 내가 한 짓을 깨달았다.
“어, 어? 저, 정신 차려 이 여자야! 탭, 탭을 쳤어야지!”
찰싹! 찰싹!
놀란 마음에 뺨을 두 차례 때렸지만 반응이 없다.
마치 시체처럼 힘 없이 이리저리 고개가 움직일 뿐이었다.
“혀, 형님들! 어떻게 해요! 빨리! 빨리!”
- 옘병 살인자를 살인하겠네
- 야 인마! 머리에 피가 안 통해서 기절한 거야
- 트라이앵글초크 기술까지 건 놈이 그걸 모르면 어케 해?
- 두 다리를 들어!
- 그래서 피가 뇌 쪽으로 향하게 자세를 취하라고!
- 그러면 정신 돌아올 거다.
- 이런 것도 가르쳐줘야 되냐 이놈아
“아?”
나는 시청자의 채팅에 따라 여자의 두 다리를 살짝 들어 머리에 피가 통하게끔 만들었다.
“오! 아저씨들. 오셨나요?”
그런데 어째, 경찰의 매서운 눈초리가 나를 향해 있다.
범죄자는 내가 아닌데···
순간, 여자의 두 다리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아차 했다.
이 상황을 오해한 걸까?
흠칫 놀라 두 다리를 놓고 손을 번쩍 들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리고 여자의 상태를 살폈다.
여자는 아직 회복을 하지 못했는지 의식이 없다.
“아, 아저씨들 이 아줌마 기절했어요. 빨리 혈액순환 좀 시켜야 되는데···”
경찰은 재빨리 다가와 여자가 의식을 차릴 수 있게 도왔다.
그런데, 그것도 나름대로의 문제였을까.
여자는 의식이 깨자마자 경찰을 공격했다.
마치 얼마 전 야생곰이 경찰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퍽! 퍽!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물어뜯기까지.
두 명이서 겨우 붙어 수갑을 채우고 나서야 상황을 일단락되었다.
나는 경찰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모든 설명을 다 전달했다.
이 미친 여자가 지아에게 한 행동들.
게다가 이번에는 이 말도 안 되는 의식에 관한 정보들도 인터넷을 다 뒤져가며, 보여주기까지 했다.
말로만 전달했다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상황이 그렇듯, 지금 이 현장에 남아있는 모든 꺼림칙한 모습들이 바로 증거였다.
인상을 팍팍 찡그리며 상황을 살펴보던 경찰은 그제야 내 말을 이해했고.
모든 현장의 사진을 남기고서는 내게 얘기했다.
“같이 가서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물론이죠···”
그렇게 또 나는 경찰서행을···
진이 다 빠진다.
악마의 영혼이 깃든 사람을 상대하고 나면 언제나 녹초가 돼버린다.
이 정도면 신이 내린 유트버 아닌가?
어딜 가든 화제를 만들어버린다.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린 지아를 등에 업고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형님들. 제가 저 미친 여자 꼭 처벌 달게 받을 수 있게 제대로 된 조서 좀 쓰고 오겠습니다.”
- 그래. 조서 짬밥도 이제 만렙이잖아
- 나쁜 짓 안 하고 경찰서를 그렇게 많이 가는 것도 능력이다
- 경찰서 프로출석러
- 이 정도면 네가 그냥 경찰하는 게 낫지 않냐
- 경찰보다 범인을 더 잘 잡으니까
- ㅇㅇ. 미제 사건 갖다주면 일주일 안에 싸그리 잡아올 듯
-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하잖아
- 맞아. 차라리 공포 흉가가 낫다
- 적어도 귀신은 칼 가지고 쑤시지는 않잖아
- 횟집 사장 귀신은 칼 들고 있지 않을까
“형님들. 그래도 저는 평생 형님들이랑 흉가 탐험이나 할 거예요.”
진심 섞인 하소연이었다.
매일 같이 칼 들고 다니는 범죄자랑 티격태격하느니 그냥 귀신 보고 빤스런 하는 게 백번 낫다 싶었다.
- 미친 여자 잡느라 고생했다. 얼른 조사받고 가서 푹 쉬어라.
“지아야 잠깐만.”
나는 지아를 잠시 내려놓았다.
경찰들이 있다는 것도 무시한 채,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큰 절을 올렸다.
“하이고오오오! 마라탕 형님께서 소중한 백만 원을! 이 연우가 금방 쉬고 다시 또 찾아뵙겠습니다 형니이이임!”
경찰과 미친 여자가 앞에서 걷다 벙찐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내 옆에 밤톨만 한 지아가 나를 따라 절을 올리고 있었다.
- 아우 창피해
- 저것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 ㅋㅋ 지아는 왜 같이 절하는 건데 도대체
- 아까 전까지 기절해있던 애 맞지?
- 쟤도 후원금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니냐
- 돈미새 2세?
- 하··· 그나저나 폐가 고스트 헌팅은 하지도 못하고 끝났네
- 그러네. 뭔 놈의 고스트헌터가 범인 잡다 방종하냐
- 연우가 서비스로 뭐 이벤트 하나 해주겠지
“지아야. 자, 다시 업혀.”
나는 지아를 다시 등에 업고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형님들. 아까 폐가에서 제가 귀신을 하나 더 봤는데, 그 귀신 얼굴을 스케치 해서 올려드릴까요. 엄청 무섭게 생겼는데.”
- 그게 뭐야. 실시간으로 네가 공포에 지린 모습을 보고 싶은데
- 그래도 어떤 귀신을 봤는지 궁금하긴 하네
- ㅇㅋ 일단 올려봐라 평가해 줌
“오줌 쌀 겁니다 형님들. 살아있는 피카소 연우의 그림 실력 기대하십쇼! 나중에 봬요 뿅!”
그렇게 방송을 종료하고, 나는 경찰서로 이동해 조서를 꾸몄다.
일사천리로 끝낸 나는, 옆에 있던 지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 안 계시니?”
“아빠는?”
“없어요.”
지아는 역시나 연고가 없었다.
그런 지아를 죽일 듯이 옆에서 째려보고 있는 미친 여자.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혹시나 내가 그곳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지아는···
“저 아줌마가 지아한테 무슨 짓 했어?”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지아는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었던 미친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그것보다 두려움에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상황을 눈치챈 경찰이 지아의 시선에서 여자를 벗어나게끔 했다.
그제야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지아.
“닭고기 먹으면 예쁨 받을 수 있다고 먹으라고 했어요.”
“닭고기?”
“설마 그 집에 널려있던 생 오골계 말하는 거니?”
지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시벌. 미친 여자. 다시 떠올려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뭔 예쁨을 받아. 누구한테?
“아줌마가 누구한테 예쁨 받을 수 있다고 얘기했어?
“사탄.”
그 순간, 얘기를 듣고 있던 주위 사람들의 눈에 휘둥그레졌다.
영화에서나 들을법한 단어였다.
악마 사탄.
경찰이 땀 흘리듯 눈을 껌뻑거리며 지아에게 물었다.
“지아는 사탄이 뭔지 아니?”
지아가 해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천사.”
짧은 한숨을 쉰 경찰이 지아에게 되물었다.
“그럼 그 집에서는 언제부터 잤던 거니?”
지아가 손가락을 펼치더니 하나씩 세기 시작한다.
“겨울밤에서부터 10개 지났어요.”
열 달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것보다 따뜻한 온기 하나 없는 그곳에서 혼자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냈을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진다.
다른 사람 눈에 띄었다면 분명 보육 시설에라도 보내줬을 텐데.
하필이면 저런 미친 여자에게···
아니지. 저 정도로 아이에게 세뇌시킬 정도라면 오히려 여자가 먼저 접근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옆에 껴들어 경찰에게 말했다.
“지아가 학대 당한 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몸을 한번 확인해 주시겠어요?”
내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가 싶더니, 경찰이 곧장 지아에게 물었다.
“혹시 아저씨가 몸 좀 확인해도 될까?”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경찰서 안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광경.
지아의 몸 구석구석에는 시퍼렇게 멍든 자국이 있었다.
게다가 얇은 회초리로 때린 것 같은 자국까지.
경찰들이 인상을 잔뜩 쓰며 여자를 쳐다봤다.
“저런 미친 여자가··· 자식 같은 애한테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하지만, 여자는 오히려 발뺌하듯 큰 소리로 대항했다.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 생 사람 잡지 마. 다 저 새끼가 한 거야. 저 새끼가.”
그 미친 여자는 나를 죽일 듯이 째려보며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가서 다시 트라이앵글초크로 의식을 잃게 하고 싶다.
아니. 이번엔 길로틴초크로 아예 목을 뽑아버릴까 그냥.
근데, 길로틴초크가 도대체 뭐지?
“아줌마! 조용히 하세요. 뭐 잘한 게 있다고··· 반대로 저 학생이 했다는 증거 있어요!?”
증거는커녕, 자신의 의식을 망치게 한 것이 악에 받쳤는지.
거친 반항때문에 수갑 묶인 손목에서 피가 터져 흘러도 짐승같이 이빨을 드러냈다.
경찰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학생. 우리가 아동학대로 엮어서 조사해 볼 테니까 이제 그만 가봐요.”
아니. 일어나서 자리를 뜨려는 경찰을 붙잡아 하나 더 부탁했다.
“경찰 아저씨. 저 미친 여자는 지아랑 절대 붙어있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혹시 지아가 이후 어떻게 되는지 진행되는 상황을 저한테 연락 한 번만 주실 수 있을까요?”
어찌 보면 껄끄러운 부탁이었다.
경찰의 일이 하나 더 는 셈이니까.
나는 그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게 내가 가진 인지도를 들먹였다.
“제가 이래 봬도 50만이 다 돼가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뉴스에도 몇 번 나왔고요. 모든 구독자들이 이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잘 좀 부탁드릴게요.”
경찰은 눈을 껌뻑거리다 머리를 긁적였다.
곧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크흠. 그래요.”
나는 지갑에 있던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지아 손에 쥐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아야. 여기 아저씨들이 친절하게 아주 잘 해주실거야. 몸 건강하고 나중에 또 보자.”
그새 내게 마음을 연 지아는 벌떡 일어나서 나를 안았다.
그리고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다행히 안심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미친 여자 뒤에 보였던 그 검은 정체는 뭐였을까?
평소에 보던 한국 귀신이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외국 공포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느낌의 귀신.
나는 혹시나 내 그림을 기다릴 시청자들을 위해 기억 속에 그 귀신을 그리기 시작했다.
손 마디마디, 아니 뼈가 붙어있는 몸 마디마디가 새까맣게 그을린 것 같은 느낌.
눈동자는 흰 자가 대부분이었다.
동공이 쌀알처럼 얇았으며 치아는 썩은 것처럼 까맣고 날카로웠다.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고··· 목은 매단 것처럼 덜렁덜렁거리기까지.
특징을 하나도 빠짐없이 아주 자세하게 그렸다.
“워어어어··· 대박이다 진짜 이거.”
그리고 보니 사진을 찍은 것만 같다.
새롭게 얻은 능력이라지만, 내가 그리고서도 마치 정말 눈앞에 귀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볼 때마다 몇 번씩이나 움찔거렸으니까.
이것이 극사실화···
나는 이 스케치를 화면 동영상으로 짤막하게 찍어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달리기 시작하는 댓글들.
- 헉 시발. 소름 끼쳐
- 뭐야 이거? 사진 아냐?
- 이게 정연우가 그린 거라고? 미쳤네
- 야 이 정도면 그냥 화가로 직업을 바꿔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겠는데
- 역시 흉가체험빼고 다 잘해
- 와. 진짜 귀신이 눈앞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 처음 보자마자 소리 지름
- 시발. 이렇게 실감 나게 그리면 어떻게 개색갸! 오줌 쌀 뻔했잖아!
- 난 놀라서 방귀로 공중부양함
그 와중에 눈에 띄는 한 댓글이 보였다.
- 안녕하세요. 염세환입니다. 이 그림에 대해 궁금증이 많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혹시 연락을 좀 주실 수 있나요?
그는 인터넷상에서 굉장히 유명한 악마 연구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