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화. 4
나는 다급하게 카메라를 쳐다봤다.
흥분하여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시, 시벌! 형님 있어요! 십자가가 있다고요!”
이게 바로 악마의 의식이라는 건가?
그럼 전에 봤던 그 폐가에서도···
- 워. 시벌 진짜 이런 게 있구나
- 미친 사람들
- 멀쩡한 오골계를 왜 매달아서
- 저거면 소주가 몇 병인데 ㅅㅂ
- ㅇㅈ 참 교육하자 연우야
- 옛 어르신들이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라고 그랬다
- 빼박이네. 이거 백퍼 의식이다.
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럼 이 의식이 혹시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걸까?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진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하··· 왜 맨날 오는 곳마다···”
[ 웃기면짖어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왈! 왈! 왈! 왈! 왈! 왈! 왈!
나는 유심히 이 공간을 둘러보았다.
피가 굳은 것도 그렇고, 오골계의 상태로 보아 의식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의식을 치른 사람은 이 동네 주민인 건가?
예전 의문의 폐가에서도 그렇고 장소를 잘도 잡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
“도대체 이런 짓을 왜 하는 걸까요? 악마를 숭배하면 후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 따져보면 신도 해주는 게 없다
- 생각해 보니 그렇네
-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아니고
- 단 한 번도 여자친구를 선물해 주지 않았지
- ‘ ’) 너 연우 친구지?
- 박필준이냐?
- 그냥 악마에게 이용당하는 거지.
- ㅇㅈ 본인도 모르게
- 자신들이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 안 하기 때문에 더 골치 아픈 거지. 절대 말로써는 설득이 안 되는 놈들이야.
“형님. 그럼 이런 의식을 계속해서 치르는 이유는 뭘까요?”
- 아무래도 자기가 섬기는 악마가 원하는 것을 갖다 바치기 위해서겠지? 최종 제물은···
원하는 것을 갖다 바친다?
무엇을?
“혹시··· 그게 사람인가요?”
- 그렇겠지.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쫙 퍼져흘렀다.
퍼지는 것도 모자라 터져버릴 듯 내 몸 구석구석에서 부풀어 올랐다.
파다다닥!
매달려 있던 오골계가 갑자기 날갯짓을 해댔다.
“와아아아악! 시발! 뭐야 형님들!?”
- 왁! 시발 깜짝이야
- 뭐야? 죽은 거지?
- 그냥 갑자기 신경 발작 일어난 듯···
- 와 ㅅㅂ 순간, 경기 일으켰네
- 나도요
- 그나저나 이 오골계는 어디서 산 거야
- 섬 안에서 팔지는 않았을 거고···
- 설마 연우가 오골계 산 곳에서 똑같이 가져온 거 아냐?
- 헐. 레알?
나는 심하게 콩닥거리는 심장을 겨우 가라앉혔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말대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래. 이곳에서 직접 키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을을 지나쳐온 어느 곳에서도 오골계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럼 진짜 어디선가에서 사 온 것이라는 소린데.
“그럴 수도 있어요 형님들. 왜냐하면 그 시장에 오골계 파는 곳은 거기 하나뿐이거든요.”
누굴까?
그곳에서 이 많은 오골계를 산 사람을 추적한다면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찾아서 어쩌지?
“분명 나이가 많은 어른이겠죠?”
한참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채팅창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숙이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 야! 야! 네 뒤에! 네 뒤에 누구 있는 것 같다!
순간, 싸늘한 공기가 감도는 걸 뒤늦게 눈치챘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는데···
“워어어어! 시, 시바아아알!”
그곳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어깨너머까지 오는 생머리.
온몸이 빨간색으로 뒤덮인 옷을 입고 있었고, 옷이 아닌 맨살에도 피 같은 새빨간 무언가가 잔뜩 묻어있었다.
팔을 축 늘어트린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여자아이.
내가 호들갑 떠는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날 빤히 바라봤다.
“뭐, 뭐야? 사람? 아니 귀신인가? 대답해! 얼른!”
- 아우 놀래라 시벌!
- 몇 번을 놀래키는 거냐 도대체
- 미친. 귀신한테 대답하라고 하면 잘도 응. 나 귀신이야 그러겠다 색갸!
- 아니 몇 달을 귀신과 헌팅 했는데 그 정도도 분간 못 하냐
- 딱 봐도 사람이잖아
- 귀신이 저렇게 뚜렷하게 나올 리가 없지
나는 채팅창을 슬쩍 둘러보고 다시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사, 사람이니?”
여자아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 꼬마야. 이 새벽에 잠 안 자고 여기에 왜 있는 거야?”
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무언가가 이상했다.
감정의 동요가 없다.
웃지도 않았고, 화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당황하는 모습도 전혀 없었다.
지금은 밤 12시가 넘어 새벽 1시를 향해가고 있는 시간.
성인조차도 작은 소리에 기겁할 만한 낡은 폐가 속이었다.
“혹시 뭐 때문에 여기 온 거니?”
여자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우리 집이에요.”
나는 눈을 수차례 껌뻑거리며 아이를 바라봤다.
“뭐, 뭐라고? 여기가 너희 집이라고?”
여자아이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얘는.
여기는 이미 한참 전, 그 살인사건이 난 이후로 폐가가 돼버린 집인데.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카메라에 중얼거렸다.
- 뭐지?
- 집 주인? 미리 섭외해 놓은 거냐?
- 여기가 집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 월세냐고 물어 봐
- 그냥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이 같은데?
-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게 딱 그러네
- 섭외력 미쳤다 정연우
- ㅅㅂ 근데 왜 이렇게 귀신같냐 느낌이
- 소금 좀 뿌려봐봐
나는 카메라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아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형님들. 제가 섭외를 해놨다뇨! 그리고 웬 소금을···”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여자 아이는 대답 없이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모님이 안 계셔?”
뭐지? 도대체 뭐야?
이 작은 섬마을에 부모님이 없이 어떻게 여자아이 혼자 살고 있지?
환경으로 봐서는 돌봐주는 사람 없이는 도저히 생계유지가 불가능해 보였다.
- 보살펴 주는 누군가가 분명 있다.
일단은 그것보다···
내가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그제야 다가오는 나를 보고 뒷걸음질 치는 여자아이.
“괜찮아. 아저씨. 아니. 오빠 무서운 사람 아니야.”
- 오빠?
- 몇 살 차이 안 나는데 오빠는 맞지
- 그나저나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잖아
- 헤드랜턴 눈뽕 색갸!
- 어린애 눈을 실명 시킬 셈인가
- 아냐. 무서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 이 새벽에 자기 집에 낯선 사람이 쳐들어왔는데 안 무섭겠냐
- 아 생각해 보니 그러네. 개 무섭
- 저 폐가가 집이라니···
- 그냥 지낼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집이라고 여기는 거겠지
나는 헤드랜턴도 위로 조정해놓고 천천히 한 쪽 무릎을 땅에 대고 다시 물었다.
“혹시··· 여기 이렇게 오골계 매달아 놓은 거 누가 했는지 아니?”
여자아이가 날 똑바로 쳐다본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괜찮아. 누가 했는지 말해줄래?”
여자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줌마.”
“아줌마?”
여자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줌마라고?
나는 최대한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게 인상을 풀어가며 천천히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아줌마가 너를 보살펴 주시는 거니?”
역시 보살펴주는 사람은 있었구나.
아니 그런데 이 어린아이를 집에 계속 방치해뒀을까.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테고.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아이를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무엇보다 이 집은 분명 그 살인사건이 난 후에 폐가로 남은 집이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사람이 들어와 관리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 느낌 온다
- 보통 이런 집 없는 아이를 이렇게 방치해두나?
- 최소한의 방법은 신고지.
- ㅇㅇ. 신고하면 더 좋은 곳에서 쉴 수 있을 텐데
- 아줌마가 보살펴는 주지만 이런 폐가에 방치한다?
- 뭔가 있네. 냄새가 난다
- 그거 그냥 님한테 나는 냄새 아님?
- 헐. 들켰네 ㅅㅂ
내가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혹시 그 아줌마는 어디서 사시는 줄 아니?”
여자아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말하면 혼나요.”
무언가 깊은 사연이 있는 듯했다.
아니 뭔가 단단히 구속받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사연을 들어보기 위해 다시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아니 오빠가 좀 도와주려고 그래. 이제 날씨도 많이 추워졌고, 더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서 지내야지.”
가을에 접어든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겉옷 없이는 정말 추운 날씨.
하지만 여자아이는 무언가에 젖은 건지 모를 빨간 원피스 하나만 입고 있었다.
그것도 여기저기 흙탕물에 찢어진 원피스를.
“너 혹시 잠은 어디서 자는 거니? 보여줄래?”
여자아이가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곳은 온갖 가구들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는 작은방 같았는데, 도저히 사람이 누워 잘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게다가 당연히 있어야 할 침구조차도 없었다.
“저기서 잔다고?”
이 상황을 도대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 미쳤다.
- 그 아줌마라는 사람 도대체 뭔데?
- 애를 보살펴주는 게 맞긴 한 거야?
- 거봐. 냄새가 난 다니까. 이 의식을 치른 것도 아줌마가 한 거다.
- 그 아줌마가 범인이네. 그 사람을 잡아야 해.
- 이불 하나 없는 먼지투성이의 폐가에서 애를 재워?
-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나?
-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 이 아이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 거냐
- 삐쩍 말라 가지고 제대로 못 먹는 듯
이러다간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도대체 얼마나 이런 위험한 곳에서 살았던 거니···
잠깐만, 그럼 밥은 제대로 먹긴 한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그럼 너 그 아줌마라는 사람이 밥은 제대로 챙겨 주는 거야?”
여자아이가 여태 보이지 않던 웃음을 보였다.
아주 밝은 모습으로 고개도 세차게 끄덕였다.
곧이어 자랑스럽게 한곳을 가리켰다.
나는 그곳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자마자 경악했다.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이걸 먹는다고?’
여자아이가 가리킨 그것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오골계의 사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