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30화 (130/225)

40만 구독 이벤트. 7

거리낌 없이 뱉어내는 남자 무당의 발언에 할머니는 속수무책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죽는다는 소릴 듣고 더욱더 서러운 울음을 입에서 토해냈다.

“아이고오오! 이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어서! 차라리 날 데려가지. 흑흑···”

상문살 (喪門殺).

말 그대로 죽음을 드나드는 문.

이 상문살이 섯다 형님 핏줄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는 말이었다.

막지 않으면 가족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팔자.

“울어봤자 도움 되는 거 하나도 없어. 돈이나 얼른 준비해. 더 부정타기 전에.”

할머니와 남자 무당은 초면이었다.

그럼에도 말을 송곳처럼 뱉는 남자 무당 입에서 가슴 아픈 사연들이 술술 흘러나오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몇 마디에 이미 남자 무당을 무한신뢰 해버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할머니가 곧장 장롱에 보관해두었던 모든 통장을 꺼내 계산하기 시작했다.

300만 원··· 700만 원··· 900만 원.

모두 합쳐보니 천만 원이라는 금액.

남자 무당이 말했던 금액에 반이나 모자라는 금액이었다.

“이걸 우짜누··· 우리 손자 대학교 등록금인데···”

통장을 손에 들고 안절부절못하던 할머니는 다시 무당 곁으로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사람 목숨부터 살려야지.”

천만 원이 부족한 금액임에도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금액을 내밀며 얘기했다.

“무당 선생님. 이게 내가 가진 돈 전부에유. 이 돈으로 우리 손자 좀 살려주세유.”

똥 씹은 표정을 하는 남자 무당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버럭 소리쳤다.

“2천만 원이라니까! 사람 목숨 살리는 게 그게 쉬운 일인 줄 알아? 가서 빌리든 뭐 하든 더 가져와. 그걸론 안 돼.”

할머니는 다시 한번 두 손을 싹싹 빌어 가며 남자 무당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나이 많은 할미가 계단 청소해가며 10년간을 번 금액이에유. 제발. 제발 좀 우리 손자 좀 살려주세유.”

눈물까지 흘리시는 할머니를 남자 무당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저 귀찮은 듯 다리를 붙잡은 손을 털어내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옷 갈아입고 준비해. 신 내림부터 받아야 되니까.”

그 말에 놀란 할머니가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당 선생님.”

할머니가 옷을 입으러 간 사이, 남자 무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에이 시발··· 거지 같은 걸 만나가지고···”

- 거울 볼 때 꼭 그렇게 흰자를 뒤집어야만 하는 거냐?

나는 조심스럽게 그 기억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생각보다 가정사도 굉장히 복잡하고 심각하네.

하지만, 이것 역시 인연이고 기회다.

이 이벤트에 섯다 형님이 당첨된 것도 정말 운명인거야.

“형님들. 제가 기를 다 모았습니다. 드디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어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까 생각했다.

난 무당이 아니니까.

비방술은 했다 해도, 앞으로 귀신들이 꼬이는 건 시간문제였다.

- 근데 너 기도 모을 줄 아냐?

- 왜? 장풍 같은 것도 쏠 줄 안다고 그러지?

- 얘 가끔씩 이렇게 물건 잡고 멍 때릴 때 무섭더라

- 걍 눈 뒤집어진 게 무서움

- 가위 걸린 것 같기도 하고 빙의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

- 후원 유도하는 거 보면 그냥 365일 빙의긴 한데

- 그나저나 그게 뭔데? 일단 들어나 보자

집 대문이 스스로 열렸다.

“연우 씨.”

내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섯다 형님과 할머니가 계셨다.

“어? 왜 안 주무시고 다시 오셨어요?”

섯다 형님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집이 아니라 등이 쑤셔서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할머니도 마찬가지고요.”

마침 잘 됐다 싶어,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얘기했다.

“오우! 잘 오셨어요! 제가 비방은 다 끝내놓은 상태거든요. 잠깐만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나는 할머니와 섯다 형님을 앞에 모셔두고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섯다 형님. 아니 기훈이 형님. 할머니. 민감한 질문을 할 텐데 사실이 맞는지 답해주세요. 사실 확인이 돼야 퇴치에 도움이 돼서요.”

“부모님이 혹시 어렸을 적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나요?”

섯다 형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어떻게 아냐는 눈빛이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는 섯다 형님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네, 네··· 어렸을 적 저를 데리고 차를 타시고 가시다가 두 분 다···”

이번엔 할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간암으로 작년에 돌아가셨었죠?”

할머니가 놀라신 듯 눈을 껌뻑거리시다 고개를 끄덕이셨다.

- 시발 개 소름 돋네 미친

- 그걸 어떻게 알아?

- 헐. 진짜 무당 다 됐네 이놈

- 그냥 에로비디오만 찍는 변태 나무꾼 무당은 아니네 ㅅㅂ

- 와··· 저 구독자랑 먼저 짜놓고 하는 거 아니지?

내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이후 눈앞에서 가족이 줄 초상이 나는 것이 걱정되셔서 할머니가 남자 무당을 찾으셨어요. 하지만, 남자 무당이 원하는 금액을 받지 못한 나머지 나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손자 분을 살리시겠다고 신 내림을 직접 받으셨지만, 남자 무당이 엉뚱한 신을 모시게 유도했어요. 그 대가가 지금 이렇게 커진 것 같습니다.”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놀라운 사실을 듣자 두 사람이 나를 그저 빤히 쳐다봤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 집에 불운을 막기 위해서는 저것을 싹 불태워 없애야 합니다.”

나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동상들이 서있는 방을 바라봤다.

“바로 할머니 방에 있는 저 신당에 물건들이요.”

제대로 된 신을 모시지도 않았지만.

어차피 이제 신을 모시는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젠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도 그만두셨고, 섯다 형님은 신을 받을 정도의 기가 아니다.

저 신당을 계속 놔둔다면 잡귀를 또 불러들이는 꼴이 될 것.

없애는 게 맞았다.

하나 더.

섯다 형님과 할머니의 귀문(鬼門)을 닫는 것.

그래야만 잡귀들에게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주머니 속에 미리 받아둔 선녀보살님의 부적을 매만졌다.

그리고 곧장 일어나 섯다 형님에게 얘기했다.

“지금 신당에 있는 모든 물건을 바깥으로 내어주세요. 사소한 것. 연관된 것. 하나도 빠짐없이요.”

“아, 알겠어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바깥마당에 신당의 물건들을 다 내놓으니 정말 한가득이다.

섯다 형님이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연우 씨. 이제 어떻게 하나요?”

나는 가방에서 라이터 하나와 종이를 꺼냈다.

“이제 형님 손으로 하나씩 다 태워주세요. 한꺼번에 다 태우면 잘 밤에 오줌 싸요 형님. 아시죠?”

섯다 형님이 아까보다는 기력을 찾은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오 진짜 뭔가 좋아지고 있나 봐

- 얼굴이 좀 핀 것 같은데?

- 연우가 정말 귀신도 내쫓고 집에 기운도 순환 시킨 건가?

- 와. 진짜 이 세계는 알수록 신기하다.

- 저 형님. 이제 닉네임도 바꿔야 할 듯

- 추천해 주자

- 그곳이이젠죽었다

- 근데 원래 닉네임은 본인이 만든 거겠지?

물건들에 붙을 붙이자 물건들이 새카맣게 재가 되어 버린다.

놀라운 건 불에 타지 않는 재질의 물건들도 종이처럼 똑같이 녹아버렸다.

그렇게 모든 물건들이 차례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섯다 형님의 할머니는 진심 어린 두 손으로 계속 기도를 드렸다.

나는 한참을 옆에서 지켜보다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부적이었다.

선녀보살님께서 퇴치가 끝난 이후. 꼭 해야 한다는 마지막 절차였다.

“형님, 할머님. 잠깐 이리로 와주세요.”

두 사람을 내 곁으로 불러와 하얀 그릇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그릇이지만, 선녀보살님의 기운이 잔뜩 담긴 특별한 그릇이었다.

나는 그 그릇에 물을 담았다.

그리고 가슴팍에서 부적 두 장을 꺼냈다.

부적 한 장에 불을 붙여 그 재를 모두 그릇에 담았고, 그것을 섯다 형님께 들이밀었다.

“이거 쭉 들이키세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섯다 형님.

얼떨결에 그릇은 받았지만, 차마 먹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야 당연했다.

그릇 속에는 새카만 재가 잔뜩 떠다녔으니까.

“형님. 아직도 몸이 찌뿌둥 하시죠? 잡귀들이 아직 형님의 몸에 남아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건 오랜 시간 동안 형님의 오장 육부에 박혀있던 잡귀들을 끌어내는 비방술이에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 힘듦을 가늠할 순 없지만, 누구보다도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나였다.

내가 괜찮다며 고개까지 끄덕여주자, 그제야 그릇에 있는 물을 몽땅 마셨다.

꿀꺽. 꿀꺽.

이번엔 할머니에게도 같은 물을 건네드렸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끝내고 나서야 섯다 형님의 얼굴은 마치 막힌 무언가가 뚫리듯 편해졌다.

- 헐? 왠지 저 사람 표정이 좋아진 것 같지 않아?

- 어 그러네. 나 저 표정 알 것 같아

- 뭔데요?

- 참고 있던 똥을 겨우 싼 표정이랄까?

- 미친. 비유가 그거 밖에 없음?

- 오줌 한 시간 참고 있다가 싼 표정이랄까?

- ㅅㅂ 그게 그거잖아

현재 시각 1: 44분.

현재 시청자 수 1200명.

물건을 모두 불에 태우는 데만 30분.

그리고 남은 뒷정리를 하고 나니 새벽 2시가 되었다.

그나저나 귀신을 만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몸이 축축 처지는 거냐.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방술과 귀신 퇴치도 이렇게나 힘이 든 거구나.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섯다 형님이 내게 얘기했다.

“연우 씨. 진짜 고맙습니다. 몸이 정말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기분도 날아갈 것 같이 너무 좋아요.”

나름 처음 해보는 귀신 퇴치였지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선녀보살님이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도와준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섯다 형님이 말을 이었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여기서 자고 가요. 저희가 내일 아침밥도 맛있는 거 해서 대접할게요.”

수많은 거절을 했지만, 나는 결국 섯다 형님의 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비방도 해뒀겠다.

안전하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확인시켜줄 겸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나는 잠방을 킨 채로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들어버렸다.

- 이 새끼 지금 무슨 꿈 꾸는 걸까?

- 히죽거리는 걸 보니 분명히 후원받는 꿈같은데

- 개 웃기네.

- 누가 돈미새 아니랄까 봐 자면서도 후원받냐

- ㅋㅋ 이거 캡쳐해놨다가 나중에 놀릴 때 써먹자

- ㅇㅋㅇㅋ ㅋㅋㅋㅋㅋ

아주 좋은 꿈을 꾸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임아린과 손을 붙잡고 묘한 분위기에 마른 침만 꿀꺽 삼키고 있었다.

그토록 수줍어하던 임아린이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손이 거침없이 내 허벅지를 타고 위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내 옷 속까지···

"아... 난 아직 준비가···"

순간 너무도 현실적인 감각에 나는 소스라치게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웁··· 뭐야 시벌.”

놀랍게도 그 느낌은 꿈이 아니었다.

잠에서 깬 내 몸을 아직도 훑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며, 자연스럽게 눈동자가 내 옆으로 돌아갔다.

“우와아아아악! 시바아아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