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26화 (126/225)

40만 구독 이벤트. 3

눈만 껌뻑거리고 있던 내가 천천히 입을 뗐다.

“하이고오오. 마, 마라탕 형님 감사. 아니. 3번 사연에 50만 원으으으을!”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지만 역시나···

마라탕 형님의 투표에 대항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형님이 나서는 순간, 게임은 끝이 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형님드으을! 이대로 3번으로 가는 건 가요!”

- ······

-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게임인 거야

- 답정너

- 누가 저 형님이랑 배틀을?

- 근데 너 그만 입 좀 닫아라

- 잇몸 보이지 말라고

- 이제 만족하냐 ㅅㅂ

그렇게 쥐 죽은 듯 조용해진 후원창을 마지막으로 게임은 끝이 났다.

그로 인해 당첨된 사연은 3번 사연.

바로 그곳이알고섯다 형님의 귀접 현상 사연.

나는 채팅창 목록을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그곳이알고섯다 형님 지금 계신가요?”

- 네.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나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에 대고 축하를 알렸다.

“형님 3번 사연이 제일 많이 사랑을 받아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 제일 많이 사랑을 받은 게 아니고 제일 후원을 많이 받은 거지

- ㅅㅂ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 엉엉 내가 찜쿵한 사연이 떨어지다니

- 그래도 3번 사연이 좀 특이하긴 했다

- 인정. 평소랑은 다른 느낌의 귀신이니까

- 그곳이알고섯다 님 축하드립니다!

- 그것보다 닉네임이 심상치가 않아

- 여러분. 아니. 마라탕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연신 물개박수를 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섯다 형님. 언제쯤 괜찮으실까요? 저는 시간 상관없으니 형님 편하신 데로 말씀해 주시면 맞춰보겠습니다.”

- 바로 되시나요? 제가 요즘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해요.

상황이 진짜 심각한가 보구나.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소 보내주세요. 그럼 오늘 저녁 바로 출발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구독자를 만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가?

진짜 어느새 나도 많이 컸네.

구독다 40만 명에 귀신을 퇴치해 주는 이벤트라니.

나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구독자가 보내주는 주소를 건네받았다.

우리 집에서 버스 타고 2시간 거리···

그렇게 멀지는 않은 거리다.

자. 그럼··· 구독자 이벤트 겸 첫 정식 귀신 퇴치.

준비하고 얼른 가볼까?

“형님들! 그럼 이 연우 그곳이알고섯다 형님 집에서 다시 방송을 켜는 걸로 하겠습니다. 꿀잼 방송 보시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뿅!”

현재 시각 저녁 10시.

마을에 어둠이 찾아들고 벌레 소리와 짖어대는 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골의 한 동네에 와 있다.

“오우. 이 형님도 나랑 비슷한 곳에 사시넹.”

하얀 벽돌로 지어진 담벼락이 집집마다 쭉 이어져있다.

간간이 서있는 작은 나무들이 보이고, 지나갈 때마다 다양한 색의 낡은 철문이 차례대로 서있다.

“보자··· 섯다 형님 집이 전봇대가 서있는 갈색 대문 집이라··· 어? 저기네!”

마침, 내 눈앞에 설명과 똑같은 집 대문이 보였다.

나는 얼른 방송을 켰고.

[ 모르는개산책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유일한 라이벌이었던 야생곰이 사라져서 그런지, 이제는 방송을 켰다 하면 순식간에 시청자 수가 900명은 기본이었다.

나는 동네 풍경을 살짝 비추어주며 형님들에게 인사했다.

“형님들. 많이 기다리셨죠? 드디어 제가 섯다 형님의 집을 찾았습니다.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일단 들어가기 전에 형님들한테 인사도 드리고, 오늘 방송 무사히 잘 끝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에게도 기도 좀 드리고 가겠습니다.”

두 손은 모았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아무 사고 없이 해피한 방송이 될 수 있게 후원도 많이 해주시고···”

- 기도 내용이 좀 이상하다 너

- 후원도 많이 해주시고?

- 이젠 노골적으로 후원 타령이구만

- 이 정도면 날강도 아님?

- 에라이 돈미새 같은놈

- 오늘 방송 꿀잼이면 이 형이 쏠게

- 그러지 않아도 이미 충전 해놈

나는 씩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형님들. 제 방송은 언제나 리얼 꿀잼 아니겠습니까? 그곳이알고섯다 형님도 제 애청자 중 한 명으로 굉장히 성격도 좋은 분인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방송 개꿀잼 예상하셔도 될 듯합니다.”

동시에 내 보조 휴대폰에 벨소리가 울려댔다.

-오셨어요?

“네. 형님 지금 집 앞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나갈게요.

나를 맞이하러 와주는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낡은 갈색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렇게 맞이한 두 번째 구독자와의 만남.

나는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섯다 형님! 반갑습니다.”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입가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헉. 뭐야? 얼굴이 왜 이래?

몇 달은 굶은 것처럼 볼이 움푹 파여있다.

게다가 눈은 게슴츠레하게 뜬 상태로, 다크서클은 정말 턱 밑까지 내려올 정도로 아주 새카맣다.

섯다 형님이 애써 웃는 모습을 하고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 네. 네 형님.”

그리고 나를 집 안으로 안내하려는 듯 손짓으로 집을 가리키며, 자신이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얼굴이 곧 죽을 사람처럼 같냐

- 원래 그런 얼굴 상인가?

- 간디?

-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딱 봐도 아파 보이잖아

- ㅇㅇ 레알. 병든 사람 같다.

- 닉네임 보고 살짝 장난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

- ㅅㅂ 와···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네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정신을 차리고 섯다 형님을 뒤따라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집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역시나 나와 같은 시골집이라 마당이 있다.

마당에는 조그마한 밭과 나무들, 그리고 잡다한 물건들이 쌓여져 있었는데.

몇몇 물건들을 보며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깨진 물건들이 굉장히 많네. 실수로 깨트린 게 아닌 건가.’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나무 문을 열며 섯다 형님이 얘기했다.

“이, 이리 오세요. 제가 집 안 구경을 일단 시켜드릴게요···”

채팅에서 장난치던 분위기와는 다른 조용한 말투.

그리고 굉장히 힘없는 목소리.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눈동자였다.

흐릿흐릿한 것이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멍해 보인다.

근데, 저 형님이 내게 저렇게 존댓말을 써줬던가?

“여기가 저희 거실. 그리고 안방으로 쭉 이어지고요.”

나는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이게 도대체 뭐야?

뜻 모를 글자가 빼곡하게 쓰인 벽지가 온 집 안에 둘러져 있다.

무슨 이런 벽지가 다 있어?

지금 막 집에 들어왔지만, 벌써부터 눈이 어지럽다.

“와··· 형님. 벽지가 굉장히 특이하네요. 뭐라고 쓰여 있는 거지?”

“아, 이거 다 제가 지, 직접 쓴 거예요···”

섯다 형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벽지를 자세히 살펴본 나는 벽지에 쓰인 글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스러운 내용들.

[ 속닥속닥 너도 좋지? 당하는 척하지 말고 즐겨. ]

[ 속닥속닥 매일 같이 찾아올 거야. ]

[ 속닥속닥 네 몸은 이제 내 거야. 나만 건드릴 수 있어. ]

[ 속닥속닥 오늘은 어때? 기분 좋아 보이네. 한 번 더 할까? ]

마른침이 꿀꺽 넘어간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야?

- 헐··· 미쳤네. 내용 뭐야?

- 이거 주작 아니지?

- 주작 아니면 정말 심각한 건데

- 이걸 본인이 다 썼다고?

- 도대체 왜? 근데 저 속닥속닥은 왜 계속 써놓은 거야?

- 어우. 왠지 모르게 그냥 소름이 끼치지?

내가 벽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옆에 있던 섯다 형님께 물었다.

“형님··· 죄송한데, 이 내용이 도대체 뭔가요? 왜 이렇게 벽지에 적어놓으신 거예요?”

섯다 형님이 몸을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그, 그것들이 날마다 제 귀에 대고 떠드는 내용들이에요··· 자기네들끼리 속닥속닥거리는 것을 시작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들을 저한테 자꾸 얘기해요. 그 내용이 들릴 때마다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적게 되었는데 이렇게까지 돼버렸네요···”

처음엔 그저 낙서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온 벽지에 상스러운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나는 천천히 집을 더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안 될 것 같았다.

얼른 귀신과의 헌팅을 시도하고 퇴치를 해야 할 것 만 같았다.

이거 이대로 두면··· 정말 위험하다.

이미 빙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섯다 형님이 고개를 힘 없이 카메라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눈은 가만히, 입만 웃은 채로 중얼거렸다.

“아, 안녕하세요. 인사를 안 했죠. 저는 정연우 유트버의 애청자 그곳이알고섯다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구독자입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사에도 그의 인성이 돋보였다.

예의가 바른 것도 바른 거지만, 무엇보다 착해 보였다.

나는 그 인사를 받아주며 박수쳤다.

짝짝짝짝.

“인사 감사합니다. 섯다 형님.”

- 스읍. 아무래도 이상한데

- 이미 기를 다 빼앗긴 거 아니냐

- 일년을 버텨서 그런 거지?

- 사람 몰골이 말이 아니네

- 연우야. 빨리 사연 들어보고 퇴치부터 하자

- 저 사람 금방 쓰러지겠다야

나 역시도 박수를 치자마자 섯다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저도 그렇고 시청자분들도 형님의 사연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세한 사항을 알아야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방송에 대고 있었던 일을 모두 다 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섯다 형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 귀접 현상을 겪게 된 건 지금 1년째. 그리고···”

말을 뱉음과 동시에 섯다 형님이 자꾸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린다.

무언가가 보이는 걸까.

눈치를 살펴 가며 귀를 슬쩍슬쩍 막는 것 같은 행동도 보인다.

막상 눈앞에서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정말 심각한데?

“새, 새벽마다 귀신이 찾아오는데요. 한 명이 아닌 것 같아요. 여러 명··· 그리고 새벽뿐만 아니라 요즘은 낮에도 제 귀에 대고 자꾸 중얼거려요. 사, 사랑한다고··· 여, 영원히 함께하자고···”

말하는 도중에도 말을 심하게 버벅거리며 더듬는다.

나는 조심스럽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형님. 그럼 그 귀신의 정체가 뚜렷하게 보이나요? 어떻게 생겼나요?”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섯다 형님의 눈이 번뜩였다.

흠칫 놀라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는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옆에 있던 테이프로 자신의 머리를 칭칭 감아댔다.

“혀, 형님?”

내 말은 안중에도 없었다.

섯다 형님은 갑자기 자기 사타구니를 더듬거렸다.

동시에 눈이 날카롭게 변하며, 급기야 정신을 차리려는 듯 자신의 뺨을 스스로 때리기 시작했다.

찰싹. 찰싹!

그리고 갑자기 상스러운 욕을 내뱉으며 물건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이런 씨발! 그만! 오늘은 제발!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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