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16화 (116/225)

역으로 되갚아주기. 8

뭐야 시벌···

이 사람들 정신병원에서 무슨 짓을 벌였던 거야?

여자는 눈앞에 죽음을 직면했는지 필사적으로 더 소리쳤다.

“제발! 제발요! 사, 살려주세···”

순간, 발버둥 치는 여자의 입에 호흡기가 강제로 씌워졌다.

곧이어 여자의 눈이 초점을 잃어가더니 결국 감겨버리고 말았다.

섬뜩한 인상의 남자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메스.”

“연우 씨!”

“우워어어어!”

“아니. 왜 이렇게 뜸을 들여요. 시청자가 기다리잖아요.”

문득 정신을 차린 내가 잡았던 문고리를 쳐다봤다.

마른 침만 절로 넘어가는 상황에 계속해서 망설였다.

아주 살짝만 들여다볼까?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순간.

야생곰이 잔뜩 긴장한 나를 밀쳤다.

하지만 내 반응이 빨랐다.

뒤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내 몸이 반응했다.

날 밀려던 손을 가볍게 피하자, 허공을 짚은 야생곰의 몸이 갓 잡은 오징어처럼 휘청거렸다.

어찌나 세게 밀려 했는지 아직 열리지 않은 문에 자신의 머리까지 갖다 박았다.

“악!”

나는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떼고 조심스럽게 야생곰을 쳐다봤다.

“어? 괜찮으세요? 왜 갑자기 문에 헤딩을···”

ㅡ ㅋㅋ ㅅㅂ 연우 밀치려다 지 머리 갖다 박은 거지 지금?

ㅡ 그런 거에 당할 연우가 아니다 ㅋㅋㅋㅋ

ㅡ ㅅㅂㅋㅋㅋㅋ 누가 오징어 잡아올렸냐

ㅡ 얼마나 세게 갖다 박았으면 이마 뻘개진 거 봐 ㅋㅋㅋㅋ

ㅡ 아니. 저놈은 근데 이 분위기에 왜 장난질? ㅋㅋ

ㅡ 연우 멍 때릴 때 미션 받았나 본데

ㅡ 누가 그런 장난을? 설마 재난?

야생곰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시청자분들 깜짝 재미 해주려고 했는데. 연우 씨 눈치가 빠르시네요. 으··· 여러분들 실패.”

1초··· 2초···

머쓱해진 야생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와. 운동 신경이 좋으시네. 어떻게 알았지 그걸.”

그 곰 같은 몸이 둔한 건 아니고?

나를 이용해 깜짝 재미?

지금 이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나 하는 거냐.

내가 보았던 방 안의 상황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어느 방송이나 영화에서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그런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산 사람을 강제로 마취시키고 배를 갈랐다.

그것도 모자라 그 모든 장기를···

다시 문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는 내 어깨에 커다란 손이 얹어졌다.

야생곰이었다.

“연우 씨. 문 하나 여는 데 뭐 그리 심각하게 고민해요. 어유. 식은땀 나는 거 봐. 괜찮아요?”

야생곰은 그런 나를 걱정해 주는 듯한 말투이지만, 실상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등지고 있어서 그런지, 입꼬리가 실룩실룩대는 게 보인다.

지옥의 구덩이로 떠밀 생각하니까 즐겁냐?

“괜찮아요. 그런데···”

지금 야생곰과 내 방송을 통틀어 2천 명이 넘게 보고 있다.

시벌.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야생곰의 귀에 대고 돌려 말했다.

“여기 말고 다른 방을 들어가면 어떨까요. 이 방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정말 무슨 일이 날것만 같아요.”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와중에도 EMF 측정기는 4단계에서 4단계반을 요동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야생곰은 내 말을 무시하듯 웃었다.

자신이 들어갈 일이 없으니 마치 겁먹은 나를 조롱하듯 크게 소리쳤다.

“아이 그래도 일단 미션은 완벽하게 해야죠. 자꾸 이렇게 빼실 거예요?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시벌놈이···

이 방 정말 위험한 방이라고.

문 사이로 넘쳐흐르는 이 살기가 안 느껴지는 거야?

야생곰이 한술 더 뜨며 내게 얘기했다.

“하. 진짜··· 연우 씨. 설마 미션 금액이 적어서 안 하시려는 건 아니죠?”

내 휴대폰에서 후원창이 울렸다.

[ 재난지원금받고삽니다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옜다 이십만 원. 돈에 미친놈. 이 정도면 됐냐?

아니 이것들이 계속 쌍으로···

후원 금액 때문이 아니라고.

저 안에는, 자신이 어떻게 죽은 지도 잊은 채 사람에 대한 원한만 강렬한,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원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우린 그 지옥의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가는 셈.

자물쇠가 없어졌다고 했나?

그렇다면

우리를 불러들이기 위한 귀신의 장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야생곰이 내게 이목을 잔뜩 집중시킨 덕분에 휴대폰에서는 연달아 후원창이 울리기 시작했다.

[ 야생곰1호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빨리 좀 해라. 답답하네. 돈미새 더럽게 뜸 들이네. 야생곰 님이었으면 벌써 들어갔다.

[ 정연우는쫄보새끼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그 담력으로 무슨 흉가 컨텐츠를 하겠다고 난리?

[ 흉가컨텐츠1인자야생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큰손형님도 정연우한테 질색해서 떠났다던데 이참에 걍 방송 접고 같이 떠나셈

시벌넘들···

어차피 가위바위보를 이겼어도 내가 먼저 들어가게끔 설계해놨을 것이다.

이런 저주받은 장소는 첫걸음을 떼는 사람이 모든 악운을 다 뒤집어쓴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ㅡ 워··· 시발놈들.

ㅡ 아주 연우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만

ㅡ 근데 연우한테만 몰아가는 느낌이냐?

ㅡ 하긴 저놈 여태 후원한 것만 봐도 심상치가 않았다

ㅡ 하··· 오늘은 뭔가 연우 가슴 아프네.

ㅡ 우리가 도와주자

[ 오늘은하나도안무서워엄마랑자야지 님이 4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생곰한테 역 미션 줍니다. 직접 문 열고 들어가기

내가 화들짝 놀라 카메라에 대고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하이고오오! 오늘 형님! 쉴드 정말 감사합니다요!”

ㅡ 찡긋. 우리가 있잖냐. 지지 말자!

하지만, 그 후원창이 사라지자마자 또다시 후원창이 울려댔다.

[ 재난지원금받고삽니다 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응. 안 돼. 연우가 문 열고 들어가

시벌···

저 사람 아주 작정하셨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야생곰의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었다.

“어느 누가 와도 후원으로는 재난 형님 못 이겨요. 빠른 포기하시고 그냥 문 열고 들어가시죠. 연우 씨.”

ㅡ 시발. 열받네

ㅡ 와. 후원창 띄우자마자 바로 역 미션 들어오네

ㅡ 이 이상의 금액은 조금 힘든데

ㅡ 누구 없나?

ㅡ 난 애기 기저귀 값 때문에···

ㅡ 나는 이번 달 충전 금액 다 썼다. 20만 원.

ㅡ ㅅㅂ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몰라도 그냥 우리가 지는 것 같아서 더 싸우고 싶네

ㅡ 그럼 님이 후원 배틀 좀 해주세요

ㅡ 근데 내 돈 다 털어도 저놈한테는 밀릴 것 같은데

ㅡ 나도. 큰손 형님이라니까 못 덤비겠다.

ㅡ 레알 인정

어쩌지···

나는 선녀보살님이 주신 부적을 매만졌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방법은 없었다.

나 살자고 애청자들의 후원을 구걸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채팅창의 모든 분위기가 어쩔 수 없이 나를 몰아가고 있었다.

난 할 수 없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다시 문 고리에 손을 천천히 가져다 댔다.

“그럼 그냥 제가 열게요 형님들.”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어이. 곰탱이 같은 놈. 그 문 네가 열어라

내 방송에서 들린 전자녀 음성이 아니었다.

야생곰 방송이었다.

순간, 자리에 있는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만 원?

야생곰과 스텝들은 후원창을 들여다보며 어리둥절해했다.

“뭐야?”

“누구야?”

반면 나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번지며 건물이 떠나갈 듯 소리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악! 우리 마라탕 형니이이이이이임! 아니 회장형니이이임!”

이게 웬일이냐!

우리 큰손형님께서 컴백하시다니!

안 그래도 저 둘이 똘똘 뭉쳐 나를 갈궈대는 바람에 서러워 죽는 줄 알았는데!

나는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된 듯 두 손을 깍지 끼워 흔들어댔다.

ㅡ 잘 있었냐. 우리 연우.

금방 내 방송으로 넘어오셨다. 기쁜 마음에 카메라에 대고 절까지 올렸다.

“하이고오오! 형님! 이 연우가 정말 목 빠지게 기다렸습니다요오오오오오!”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 기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올랐다.

ㅡ 야 이 새꺄 내가 두 번 절하지 말라고 했지?

나는 곧이어 절을 한 번 더 올리고 말을 이어붙였다.

“한 번 더 올려서 다시 살려냈습니다요 형니이이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야생곰이 헛웃음을 지었다.

잠시 멈칫거리더니 자신의 방송을 보고 중얼거렸다.

재난지원금의 후원이 터지지 않자.

“크흠. 일단 마라탕 님 미션 감사합니다. 근데 아마 우리 재난 형님이 저를 가만히 안 두실걸요? 재난 형님?”

야생곰이 노골적으로 방송을 보며 구걸해댔다.

나는 야생곰의 핸드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ㅡ 연우가 하라 했다.

순간 후원창으로 고개가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시벌. 2백만 원?

미쳤네. 저 인간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저렇게 돈을 펑펑 쓰는 거야?

설마 저 인간도 마라탕 형님처럼···

“아니 재난 형님. 형님도 뭐 큰 일 하는 사람이세요?”

야생곰과 내 얼굴에 희비가 교차한다.

활짝 폈던 내 얼굴이 다시 한순간 침울해지며 자연스럽게 문고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때 야생곰 방송에서 후원이 터졌다.

[ 뒤돌아보지마라탕님이 4,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스탑. 연우는 가만히 있어. 야생곰이 열라 했다. 연우 괴롭혀도 내가 괴롭힌다.

내 눈과 입이 닫힐 틈이 없다.

놀란 나머지 입에선 침까지 줄줄 흐를 지경이다.

4··· 4백만 원!?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 금액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시벌! 우리 마라탕 형님은 재벌 3세시라고요! 우하하하하!”

그제야 내 옆에 있던 야생곰이 벙찐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본다.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의 방송을 쳐다보지만, 그 이후로 울리는 후원창은 없었다.

“하··· 이것 참··· 시발.”

아주 작게나마 카메라에는 들리지 않게 욕을 중얼거리는 야생곰.

굉장히 기분이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문고리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마라탕 형님은 후원 배틀로 진 이력이 없다.

그나저나 저 금액 내가 받고 문 열고 싶네 시벌··· 4백만 원이면···

아니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정말 무언가가 확 튀어나올 것만 같은 방이라고.

머리를 헝클어트리던 야생곰이 큰 한숨을 내쉬더니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흠··· 미션 감사합니다. 아니 뭐 이 고작 병실 문 하나 여는 게 뭐 대수라고 이런 후원금액까지 주시고··· 별것도 아닌 거 선배인 제가 한번 시원하게 열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

야생곰이 문고리에 손을 가져가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와중.

드디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가 봤던 그 끔찍한 수술실의 환경이 점점 드러났다.

안으로 몇 발자국 들어간 야생곰이 들고 있는 손전등이 움직일 때마다.

산소호흡기, 무영등, 메스, 석션, 수술용 침대가.

게다가 여기저기 얼룩져 들러붙은 검붉은 자국.

모두가 하나같이 두 눈이 부릅떠진 상태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한 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형체.

사고가 잠깐 정지되고 소름이 오솔오솔 돋는 체험과 함께, 나는 헛걸 본 사람처럼 다시 확인하듯 깜빡였다.

헛것이 아니었다.

형체는 여자였고 조용히 무언가를 으드득 으드득 씹고 있다.

야생곰이 반사적으로 손가락으로 여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뭐, 시발 뭐야 당신!?”

목소리에 반응하듯 여자가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시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흰 소복에 긴 머리를 풀어헤친 그 여자··· 그 여자다.

위험을 감지한 내가 소리쳤다.

“거, 거기서 나오세···”

하지만, 놀랍게도 야생곰은 마치 블랙홀처럼 그 방에 빨려 들어가듯 삼켜지며.

곧이어 문이 굉음을 내며 닫혀버렸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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