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으로 되갚아주기. 5
난생처음 보는 상황.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는 모습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혀, 형님들. 족발이랑 찜닭은 무슨··· 분명히 고양이였어요.”
얼굴 입 주위에 흥건하게 묻은 핏자국.
입을 벌릴 때마다 보이는 썩은 이빨.
그리고 흰옷에 풀어헤친 긴 머리까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까지 쳤던 이유는···
내가 쳐다보던 그 타이밍에 하필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고양이를 뜯어먹던 그 여자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는데.
정말 숨이 멎는 줄만 알았다.
그냥 온몸이 얼어붙은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ㅡ 사람이 고양이를 먹고 있었다고? 구라 치지 마라.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귀신 아니냐
“무슨 소리예요 형님! 귀신이 고양이를 왜 먹어요!”
ㅡ 고양이 관절에 좋다고 동네 어르신들 먹는 거 봤다
ㅡ 어? 나도! 요즘은 잘 안 보이는데 어렸을 때 많이 봄
ㅡ 그건 삶아먹는 거잖슴
ㅡ 연우가 본 건 생으로 먹고 있었다는 거 아냐?
ㅡ ㄴㄴ 모르지. 야. 버너라도 있지 않았어?
ㅡ 미친
ㅡ 으··· 식용 개는 많이 봤어도 고양이는 좀 그렇다
ㅡ 고양이는 또 영물에 속하는 동물이잖아
ㅡ 그럼 나가서 확인해 보자
귀신인가?
나는 금방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 잠시만요 형님들.”
괜스레 고개를 내밀었다가는 바로 앞에 얼굴이 홱 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다.
나는 일단 조심스럽게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사라졌나?
아무 소리도 안 들리긴 하는데···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절로 나는 상황에.
나는 방 안에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한번 훔치고, 다시 복도 쪽으로 고개만 스리슬쩍 내빼었다.
“!?”
뭔 소리야 이건?
그 소리에 흠칫 놀라 홧김에 얼굴을 내밀어 복도 끝을 바라봤다.
뭐야? 사람 발소리 아냐?
뭔가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듯한 소리.
“뭐야? 도대체?”
손전등을 비추고 십자가를 들이밀며 2층 계단 앞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 시벌! 형님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마치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듯 고양이 털이 이어져 있었다.
피로 얼룩져 있는 고양이 털 옆에는 머리카락.
분명 사람의 긴 머리카락도 떨어져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머리카락에는 윤기가 하나도 없다.
마치 썩어 없어지기 직전의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나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손전등에 비추어보며 중얼거렸다.
“형님들··· 이거 보세요. 아까 고양이 먹던 그 여자 머리카락인데···”
ㅡ 뭐야? 시발? 실화냐?
ㅡ 헐··· 진짜 사람인가? 근데 사람이 고양이를 씹어 먹었다고?
ㅡ 아니. 실제로 살아있는 고양이를 어떻게 사람이 먹어?
ㅡ 실제로 산 동물에게 물리적인 힘을 가했으니 귀신은 아닌 게 확실한데
ㅡ ㅅㅂ 뭐야 도대체?
ㅡ 야. 너 주작하는 거 아니지?
차라리 주작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멀쩡히 살아있는 동물을 생으로 잡아먹는 사람이라니.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얘기했다.
“주작이라뇨 형님. 그럴 시간이 없었잖아요. 근데 신기한 건 여기 있던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 EMF 측정기 반응도 확 줄었어요.”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건 EMF 측정기 반응 때문이었다.
그 여자가 있을 땐 마치 귀신이라도 나타난 듯 멀리서도 4단계를 요동쳤지만.
벗어난 자리에는 1단계와 2단계를 왔다갔다거렸다.
마치 귀신이 자리했다 벗어난 것처럼.
ㅡ 야생곰이 여기 원귀는 다 남자 귀신이랬는데?
그 말에 자연스럽게 후원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원귀가 다 남자라고?
“그래요? 그럼 저 여자는 사람이 맞다는 소리잖아요?”
눈에 뚜렷하게 보이니까.
ㅡ 야생곰은 흉가 유트버답게 영안이기라도 하지. 넌 도대체 뭐냐?
“어? 귀신 종종 보는데 그럼 저도 영안 아닌가요 형님들!?”
귀신이 보이는 눈이 영안이라는 거면.
나도 애초에 영안이었지. 시벌!
내가 여태까지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귀신을 얼마나 봐왔는데!
아니. 그나저나 나보고 정체를 밝혀내라더니 본인 입으로 다 말해주고 있네.
바본가 저거?
ㅡ 그럼 올라가 봐. 야생곰이 본 원귀들 너도 한번 찾아봐
그래. 아까 그 여자도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더 살펴보자.
사람이라면 분명 내 눈에 뚜렷하게 또 나타날 것이다.
나는 당당하게 카메라를 보며 얘기했다.
아니. 손바닥을 내밀고 중얼거렸다.
“그럼 잠시만요··· 계단에 오니까 머리도 아프고 속도 미슥거리고···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네요. 심호흡 조금만 하다가 갈게요.”
재난 형님이 1층에 비하면 2층, 3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말이 정말 알고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온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온다.
ㅡ 십 초 안에 2층 올라가면 십만 원.
나는 날다시피 2층으로 튀어 올라가 카메라를 대고 얘기했다.
“일단 미션 성공! 아니 형님. 연우 이러다 진짜 피똥 쌉니다. 여기 기운이 장난이 아니라고요.”
ㅡ 방금 날지 않았어?
ㅡ 올라가는 계단을 점프 두 번 만에···
ㅡ ㅅㅂ 10초 미션인데 2초 만에?
ㅡ 역시 후원만 해주면 63빌딩도 10분 만에 올라갈 놈
ㅡ 그나저나 피똥 예약 무엇
ㅡ 야 너 선녀보살 만나고 오지 않았냐?
ㅡ 만나고 왔는데 달라진 게 없어
ㅡ 달라진 건 허세뿐
ㅡ 고만 떨어라
ㅡ 세탁기 탈수 돌린 것 같앜ㅋㅋㅋ
내 앞에 펼쳐진 복도 좌우로 병실이 빼곡하게 이어져 있는 게 보인다.
동시에 맨 끝 방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뭐야? 형님들. 또 무슨 소리가 들려요···”
열렸다··· 닫혔다···
문 소리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고양이 털을 비추었다.
내 발끝에서부터 이어진 고양이 털이 2층 가장 맨 끝 방까지 이어져있다.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시, 시벌··· 형님들. 고양이 털이 저 방으로 이어져 있는데요?”
ㅡ 어우 시벌. 근데 여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 데보다 섬뜩하냐? 사방에서 뭐가 튀어나올 것 같아
나 역시도 같은 느낌이다.
1층과는 다르게 한층 더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것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말을 내뱉을 때마다 내 입에선 하얀 입김이 서려 나온다.
나는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소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남다른 등골이 서늘한 느낌에 나는 괜히 2층 구석을 향해 말을 던져보았다.
“거, 거기 누구 있나요? 있으면 얘기 좀!”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한번 말을 던져보았다.
“혹시 누구 있으시면 말 좀!”
동시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2층 구석 병실 쪽에서 흔들리던 문이 갑자기 저절로 닫혀버렸다.
뭐야? 누가 닫은 거지?
여긴 지금 출입구가 하나라 밀폐된 공간 안이라고.
도저히 바람으로는 문이 닫힐 수가 없다.
게다가 정신병원의 특성상 문이 굉장히 두꺼워 거센 바람으로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ㅡ 와악! 시발 깜짝이야
ㅡ 이런 개새끼 누구야? 워 내 심장
ㅡ 애 떨어질 뻔했네
ㅡ 님 남자 아님?
ㅡ 뭐야 이거? 사람이 닫은 거지?
ㅡ 닫히는 소리만 들어도 철문이 두꺼운 게 느껴지는데 분명 사람이 한 거겠지?
ㅡ 누가 와 있나? 아니. 아까 그 고양이 먹방 하던 사람 아냐?
누가 있냐고 더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방금 전 광경에 목소리는 그저 내 입안에서만 맴돌고, 다리는 땅에 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
싸늘하다.
문이 닫힌 이후로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내 입이 반사적으로 열렸다.
“혀, 형님들. 불빛!”
닫힌 문 위 조그마한 공간 사이로 밝은 불빛까지 세어 나왔다.
잠깐만. 불?
당연히 전기와 수도가 오래전부터 끊겨있던 폐 정신병원인데?
ㅡ 뭐야? 정신병원 원귀는 혼자 불도 켜고 끄고 그런다던데? 좃댔다 넌! 빨리 확인해
원귀?
시벌··· 갑자기 우리 집 옆 산속 폐가가 떠올랐다.
불이 켜진 원인은 정확하게 파헤칠 수 없었지만, 그 폐가 역시 그랬다.
불이 켜졌다가 카메라를 들이밀면 꺼졌다가.
“시, 시벌. 사람이 아니고 귀신인가? 저기요! 혹시 귀신이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불빛이 있는 그곳에 갖다 댔다.
동시에 귀신같이 불이 꺼져버렸다.
“으힉! 시벌! 형님들! 지금 불 켜졌다 꺼진 거 보셨죠? 나만 본 거 아니죠?”
ㅡ ㅅㅂ 나도 봄
ㅡ 분명히 불 켜졌다가 꺼졌어
ㅡ 야 전기가 끊겼는데 불이 들어올 수가 있냐?
ㅡ 자가발전기? 귀신 정체가 전기뱀장어인가?
ㅡ 그런 말도 안 되는 귀신 있으면 잡아서 전기 생산해야지
ㅡ 야 빨리 확인 좀 해봐. 그런 담력으로 흉가 비제이 하겠냐?
시벌. 네가 여기 오면 멀쩡히 서있을 수나 있을 것 같냐?
오줌 질질 싸지 않으면 다행이다.
난 마지못해 겨우겨우 발걸음을 뗐다.
천천히 그 방으로 다가가면서도 다른 병실 사이 곳곳도 경계했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마이크에 들어갈 만큼 긴장되는 상황.
나는 결국 병실 앞에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한 후.
병실 문을 두드려보았다.
“저, 저기 안에 누구 있어요?”
“워어어어! 시발! 형님들 누가 있어요!”
나는 화들짝 놀라 문 반대편 쪽으로 붙었다.
ㅡ 개 깜놀했다
ㅡ 사람이 있어? 귀신이라면 저렇게 문을 두드릴 수 없잖아?
ㅡ 아니 여기 지금 폐업한지가 얼마나 됐는데 사람이 있어
ㅡ 인정. 말도 안 되지. 노숙자 아냐?
ㅡ 야. 그냥 어쩌다가 상황이 들어맞은 걸 수도 있으니 다시 한 번 문 두드려 봐
나 역시도 혹시나 잘못 들었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두드렸다.
쿵! 쿵!
“와아악! 시버어어얼!”
또 대답하듯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있는 거지? 누가 있는 거지?
가슴이 콩닥거리고 솜털이 곤두서는 그 상황에 나는 다급하게 EMF 측정기를 들었다.
귀신이라면 반응할 테고 사람이라면 반응을 안 하겠지.
뭐야 이 반응은···
EMF 측정기가 4단계.
아니 4단계 반까지 요동치고 있다.
시벌. 이건 안에 귀신이 있다는 소리잖아!
ㅡ 날 새겠네. 그것도 무서워서 못 여냐?
나는 들리는 후원창에 인상을 찌푸리고 문을 쳐다봤다.
괜히 욱해서 문을 열뻔했지만 뚜렷한 EMF 측정기 반응에 나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4단계다.
아니. 4단계 반까지 요동친다는 것은 그 저수지와 같은 귀신이 안에 있다는 거잖아.
ㅡ 에혀 쫄보 ㅉㅉㅉ 그런 담력으로 뭔 흉가 유트버를 한다고
아니. 왜 이렇게 보채는 거야?
순간, 그 말에 욱했는지.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며 문 고리를 잡아젖혔다.
“에라이 시벌. 이판사판이다! 누구냐아아아아!”
덜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