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11화 (111/225)

역으로 되갚아주기. 3

ㅡ 와··· 이곳이 전설의 3대 흉가

ㅡ ㅅㅂ 이거 죄다 뭐야? 불난 건가?

ㅡ 불난 건 아닌 것 같은데?

ㅡ 뭐지? 근데 왜 이렇게 새카맣게 탄 것 같냐

ㅡ 야 연우야 괜찮냐? 이놈 왜 오자마자 멍 때려

ㅡ 방송으로 봐도 위압감이 쩌는데 쟤는 오죽하겠어

ㅡ 야 오늘 긴장 좀 해야겠다

ㅡ 자칫하면 진짜 사고 날 수도

ㅡ 괜찮. 정 위험한 일 생기면 우리가 도와줄게

연신 마른 침만 꿀꺽 삼키며 그 자리에서 건물만 쳐다봤다.

들어가지 않아도 느껴진다.

저 안에는 내가 감당하기 힘든 흉측한 기운이 여럿···

내가 긴장한 걸 아는 걸까.

건물 곳곳에서는 나를 놀리듯 사방에서 흰 물체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다.

나는 장난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건물을 쳐다보며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참 유난히 을씨년스러운 밤입니다. 형님들. 반갑습니다.”

ㅡ 밥은 든든하게 먹었냐? 어우··· 방송으로 봐도 심각하게 으스스 한데? 괜히 3대 흉가가 아니다

나 역시도 그렇게 느꼈다.

아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달까.

3대 흉가 중 나머지 건물은 단층 건물에 평수도 그리 넓지 않다.

그에 비해 이곳은 3층이라는 크기에다 넓이도 엄청나다.

대충 훑어보아도 10배는 넘는 크기.

이곳, 선지곤 정신병원이 유독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장소로 괜히 유명해진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네. 다섯 그릇 먹고 왔습니다. 근데 이거 오늘 다 토해내는 건 아니에요 형님들? 여기 너무 살벌한데.”

들어가기도 전부터 머리가 지끈지끈거린다.

내 양쪽 귀에 대고 누군가가 괴성을 지르는 것 같다.

ㅡ 커헉. 많이도 처먹었네

ㅡ 그건 그냥 많이 처먹어서 토해내는 거 아니냐

ㅡ 너 요즘 뭐 푸파 대회 나갈 준비하는 거 아니지?

ㅡ 와··· 뮈친넘 내 2일 치를 한 끼에 처먹는다고?

ㅡ ㅅㅂ 나한텐 3일 치임

ㅡ 네가 왜 흉가에서 살아남는지 알겠다

나는 눈을 껌뻑거리며 카메라를 보고 얘기했다.

“다들 이렇게 먹지 않나··· 흐음. 그나저나···”

난 가방 속에 있는 EMF 측정기를 꺼냈다.

“형님들. 저도 지금 와서 처음 켜보는 건데··· 3대 흉가는 얼마나 단계가 세게 나오는지 한번 보여드릴게요.”

조심스럽게 EMF 측정기를 카메라 렌즈에 갖다 댔다.

“이거 왜 이러지? 또 고장인가.”

EMF 측정기에 처음 보는 반응이 나타났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구분 없이 솟구치고 있다.

1단계에서 갑자기 3단계를 가리키는가 하면, 4단계에서 3단계, 2단계.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을 껐다 다시 켜보지만 마찬가지였다.

시벌··· 고장이 아니라 리얼이겠지?

그래. 이 정도로 뭐 놀라면 안 되지.

수많은 사연 있는 영가들이 이곳에 머물러 있을 테니 말야.

앞으로 더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텐데 정신 똑바로 차리자.

ㅡ ㅅㅂ 미쳤다. 이거 오늘 예사롭지 않은 것 같아서 더 궁금하다 얼른 고고싱!

아니.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시청자 목록을 살폈다.

“잠시만요. 아직 중요한 분이 안 오셨네요.”

ㅡ 누구? 큰 손 형님?

ㅡ 야. 그 사람 다시 야생곰 방 갔다니까? 너도 봤잖아

ㅡ 그리고 미션 주는 거 보니까 너 약간 깔보는 것 같더라

ㅡ ㅇㅇ 후원하러 오는 느낌보다 일부러 저격하러 오는 느낌

ㅡ 뭐 야생곰 찐팬이니까 이해는 하지만 좀 그래. 뭔가 찝찝해

ㅡ 그러니까 그냥 잊어버리고 우리끼리 고고싱 하자

ㅡ 어차피 안 와. 우리가 후원 많이 해줄게 ㅅㅂㄹㅁ야

“에이 형님들. 저 후원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십쇼! 그리고 그 형님. 분명히 올 겁니다.”

ㅡ 야 쒸!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그럼!

나는 한쪽 입고리를 살짝 올렸다 내렸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하이고오오오! 우리 재난 형님 오셨습니까! 이 연우가 간절하게 기다렸습니다요오오!”

[ 재난지원금받고삽니다 님이 3,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호오 도착했냐? 좋아 잘했다. 미션금!

그제야 나는 카메라를 보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 그럼 재난 형님도 오셨으니까 대한민국 3대 흉가. 그중 제일 광범위한 크기를 자랑하는 선지곤 정신병원을 들어가 보겠습니다.”

ㅡ ㅅㅂ 아무리 봐도 후원 때문에 기다린 거 같은데

ㅡ 겁먹었던 얼굴이 금세 헤벌쭉으로 바뀌었네

ㅡ 쟨 부적도 필요 없어. 후원만 있음 모든 게 해결돼

ㅡ 맞다. 그나저나 선녀보살한테 갔다 와서 뭐 했는지 안 물어봤네

ㅡ 인형은 잘 처리 한 거겠지?

ㅡ 그랬으니 지금 여기 와 있겠지 뭐

“후우··· 스으읍!”

건물 가까이 들어서자 왜 그토록 건물이 새카맣게 보였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곰팡이.

그나저나 건물 외벽 전체에 이렇게까지 곰팡이가 쓴 건 처음 보는데.

이게 가능키나 한 건가?

습기가 많아 나무줄기라든지 잡초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외벽을 타고 있는 다른 식물들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곰팡이로만 건물 전체가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인지 더 꺼림칙하고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 까아아악! 까아아악! 까아아악! ]

내 입장을 알리듯 까마귀가 울어대는 신호에 맞춰 건물 안에 몸을 집어넣었다.

3대 흉가를 찾아왔다는 소식이 어떻게 퍼진 건지.

시청자 수는 벌써 천 명을 돌파하던 그때.

재난 형님이 내 걸음을 멈춰세웠다.

ㅡ 근데 너 몸 괜찮냐? 인형 어떻게 잘 처리했나 보네

나는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었다.

“네 형님. 완전 멀쩡합니다. 제가 남들보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아주 월등하잖아요! 우하하하.”

ㅡ 그래? 이상하네. 원래 시름시름 앓아야 정상이라는데

순간, 웃음기 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내가 멀쩡하니까 이상한가 보지?

“왜요 형님? 제가 시름시름 앓았으면 하셨나 봐요? 아니면 혹시 누가 그렇게 시키기라도 하셨나요? 허허.”

ㅡ 아니. 누가 그러더라고. 그래야 강령술이 제대로 먹힌 거라고. 그거 머리카락 넣어서 그런가 보다. 피를 넣었어야 한댔는데

이 형님이 점점 노골적으로 들이대는구나.

누구냐? 그 위험한 주술을 알려준 사람이.

나는 내가 먼저 과한 반응을 보이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에 평소처럼 웃으며 장난치듯 얘기했다.

“에이 형님. 그럼 미션에 피를 넣는 걸 넣으시지 그랬어요.”

ㅡ 뭐 그건 됐고, 오늘 그럼 더 강력한 미션을 주면 되지 뭐.

“알겠습니다. 오늘 제 몸은 그냥 재난형님 거라고 생각하시고 미션 팍팍 주십쇼! 완전 기대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건물 안으로 몸을 들이자마자 보이는 글자들.

[ 한번 발을 들이면 절대 멀쩡히 돌아갈 수 없다 ]

[ 다 죽어 ]

[ 304호 조심할 것 ]

역시나 유명한 흉가 장소답게 사방에 온통 낙서들이 즐비했다.

근데, 304호 조심할 것.

저건 뭐지?

워낙 낙서가 많지만, 특정 호실 낙서는 모조리 304호를 가리키고 있다.

“형님들··· 이 낙서는 뭘까요? 304호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이 호실에 대해서만 낙서를 남겨 놓은 걸까요?”

ㅡ 304호?

ㅡ 혹시 사람을 감금해놨던 곳 아닐까?

ㅡ 아니면 사람이 죽었다거나

ㅡ 정신병원에서 자살 사건은 굉장히 흔하대

ㅡ 그럴 수도 있겠다. 워낙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ㅡ 근데 여기 원장도 자살하지 않았어?

ㅡ 맞아. 그래서 아마 망했을걸요?

원장이 자살을 해서 이 병원이 망했다고?

“그래요 형님들? 워낙에 유명한 흉가라 많은 썰들이 돌아서 뭐가 정확한 사연인지 모르겠어요.”

ㅡ 맞아. 여기 원장 자살한 이후부터 병원 망가졌다.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에 대고 물었다.

“오. 형님 그걸 어떻게 아세요?”

ㅡ 난 다른사람 방송보고 알았지.

다른 사람? 야생곰?

그렇다는 말은 이미 이 정신병원의 사연과 어느 위치의 장소가 제일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 되겠구나.

뭐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

평소대로라면 재난 형님이 미션을 주기 전, 이리저리 눈치 보며 피하기 바빴을 텐데.

오늘만은 그러지 않았다.

미션이며, 내가 가야 할 장소며 미리 정해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형님들. 그럼 오늘은 형님들의 아바타로 움직여보겠습니다!”

ㅡ 뭐야 레알 아바타? ㅋㅋ

ㅡ 뭘 시킬 줄 알고?

ㅡ 호오. 3대 흉가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게로군

ㅡ 그 부탁 우린 마다하지 않지

ㅡ ㅇㅇ 큰손형님한테 부탁하면 될 듯.

ㅡ 왠지 스펙터클한 미션을 재난 형님이 주실 것 같단 말이지

ㅡ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 꺅 ]

“워어어어! 시발 뭐야? 뭔 소리야 이거?”

위 층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울려 퍼지는 음성의 크기로 봐서는 2층? 아니 3층?

“형님들. 방금 비명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3층 쪽에서 들린 것 같은데 설마···”

나는 아까 벽에 잔뜩 쓰여있는 한 낙서를 주시했다.

[ 304호를 조심할 것 ]

ㅡ 이 정신병원에 유명한 원귀가 셋 있단다. 그 귀신 셋의 정체를 밝혀라. 그럼 한 사연당 백만 원 준다.

워어어어 미친놈. 사연 하나당 백만 원을 주겠다고?

그거야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금방···

아니 잠깐만.

지금 원귀라고 했어?

원귀라 함은···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거나 비명횡사하여 이승과 저승을 떠도는 인간의 혼.

즉,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방황하며 인간에게 여러 가지 해를 끼치는 귀신이잖아.

그런 귀신이 이곳에 셋이나 있다고!?

“형님. 지금 원귀가 셋이라고 하셨나요?”

ㅡ 어. 할 거냐?

미쳤냐.

라고 당연히 얘기하고 싶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대답했다.

“네 형님. 당연하죠. 이 연우가 언제 빼는 거 보셨습니까!”

나한테 비방술을 썼다고 했다.

그 비방술을 파헤치고 피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움직여야겠지.

난 후원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 야생곰과 재난지원금이 엮여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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