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02화 (102/225)

어쩐지 싸고 좋더라. 3

ㅡ 워··· 근데 너 이거 맞는 거냐?

ㅡ 여기 아까 귀신소리 들리지 않았어?

ㅡ 아무래도 귀신 들린 집 같은데

ㅡ 그래서 매매 가격이 터무니없이 싼 듯

ㅡ 그런데 여기서 잠방을 한다고?

ㅡ 그럼 이거 흉가 방송임?

ㅡ 스스로 지 목을 잡고 비트는 방송

ㅡ 일단 미리 명복을 빈다

ㅡ 야 혹시 모르니까 미리 장례식장 예약 해놓을까?

고스트 박스에서 터져 나온 음성은 둘.

긴박한 하이톤의 음성으로 살려달라는 여성.

살벌하고 둔탁한 음성으로 죽이겠다는 남성.

그 음성을 듣는 순간.

폐가, 흉가에서와 느꼈던 소름이 내 몸에 잔뜩 타고 올랐다.

그 두 음성은 도대체 뭐였을까?

처음엔 오작동이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찜찜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그 음성에 이끌려 본능적으로 이곳에 와있다.

“형님들. 귀신 들린 집이라뇨! 이렇게 깨끗한데··· 수맥이 흐르는 곳에서는 고스트 박스가 오작동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지 신경이 쓰인다.

당장이라도 엄마와 쥐포를 데리고 들어와 살고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집인데.

이 집.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걸까.

보통 땅값이 싸거나, 집이 많이 낡았거나 하는 보편적인 문제라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예상 밖이었다.

너무 깨끗하다.

가격으로 보나 집의 상태로 보나 어느 한곳도 빠짐없이 완벽하다.

이런 집은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리 시골 바닥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싼 데에는···

난 그 이유가 아까 고스트 박스에서 흘러나온 음성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데 형님들 오늘 잠방이라고 했는데 무슨 시청자분들이 이렇게나 많이···”

현재 시청자 수 867명.

보통 폐가, 흉가 방송을 할 때보다 더 많이 들어와 있는 듯했다.

이거 괜히 부담스럽네···

ㅡ 뭔 잠방이야. 개소리 ㄴㄴ

ㅡ ㅅㅂ 딱 봐도 흉가 방송이잖아

ㅡ 나 분명 고스트 박스에서 흘러나온 소리 들었다

ㅡ 오늘 그 소리를 파헤치는 것이다

ㅡ 너도 그러려고 온 거 아니냐?

ㅡ 아무리 싸다고 해도 귀신 나오는 집에서 살 수 없잖아

ㅡ 집에서 맨날 빤스런 할래?

“흐음··· 그, 그건 맞는 말 이긴 한데···”

그래. 어찌 보면 내 목적도 그것과 같다.

내가 무척이나 사고 싶은 이 집에 귀신이 산다면 그거대로 문제 아닐까?

그 음성이 오작동이 아니라면, 그 귀신들···

적어도 3단계는 넘는.

즉, 사람한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운이 있는 귀신들이라고···

반대로 이 집이 싼 문제가 그 귀신 때문이라면.

그 귀신만 쫓아내면 정말 싼 가격에 이 좋은 집을 얻을 수 있는 거 아냐?

ㅡ 오. 돈 많이 벌었나 보네. 집도 사고

나는 다급하게 손사래쳤다.

“아닙니다 형님! 정말 힘겹고 어렵게 모은 돈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집을 살 돈도 아직···”

구더기가 넘쳐나는 파헤쳐 진 무덤에 떨어지고, 영안실 냉동고에 갇히고, 학교 옥상에서 여학생 귀신과 싸우고···

아주 몸을 불사 질러 벌은 돈이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 매매가 금액.

평균 가격보다 훨씬. 아니 미친 듯이 싸게 파는 집이지만.

그 금액을 맞추기에도 아직 현저히 모자란 수준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들.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어떤 미션이든 팍팍 주십쇼!”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지만.

만약에라도 이 집에 귀신이 있다면 부딪히고 이겨내서 이 집에서 쫓아내보는 거야.

그동안은 열심히 도망만 치며 살아왔잖아?

이제는 싫다.

아니. 힘들다.

어제 폐 기도원에서 임아린을 제대로 안전하게 지켜내지 못한 것도 내심 마음에 걸렸다.

아. 임아린 머리는 내가 그런거지.

ㅡ 오호. 오늘 세게 나온다?

ㅡ 오? 연우가 미션 달라는 건 첨인 듯?

ㅡ 집값을 벌어보겠다는 열정

ㅡ 그만큼 미션의 난이도는 높을지도 모르는데 괜찮?

ㅡ ㅋㅋ 벌써부터 재밌네

“네. 괜찮습니다 형님들! 이 연우. 하나도 빼지 않고 다 하겠습니다Yo.”

ㅡ 그 용기 얼마나 가는지 보자. 일단 EMF 측정기를 꺼내. 그리고 반응 있는 곳을 찾는다 실시

나는 카메라에 경례까지 하며 힘차게 대답했다.

“옛썰!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곧장 EMF 측정기를 꺼내 방도 다시 한번씩 살필 겸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일단은 제일 큰 안방부터.

안방에 들어오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내 느낌인지 몰라도 아까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커 보인다.

와··· 침대를 세 개를 넣어도 거뜬하겠는걸!

물론 침대는 없지만.

“형님들, 일단 EMF 측정기에는 반응이 없네요. 그럼 거실로 다시 옮겨 보겠습니다.”

그렇게 거실로 옮겨 이곳저곳 탐색을 하기 시작한다.

구석진 곳부터 시작해 천장 바닥 할 것 없이 모두 가져다 대고 측정했다.

하지만 무 반응.

“음··· 형님들. 진짜 중개사 사장 말대로 집주인 사모님이 정말 천사인 건 아닐까요? 반응이 없는데요?”

ㅡ 야. 아직은 일러. 왜냐하면 지금 겨우 10시잖아

ㅡ 그래. 귀신이 기운을 쓰는 시간이 언제야. 밤 11시부터 새벽 3시잖아

ㅡ 아직 1시간이나 남았네

ㅡ 근데 집이 확실히 깔끔해 보이긴 해. 오작동 일수도

ㅡ ㄴㄴㄴ 백 프로 아냐. 어떤 면에서 봐도 분명 문제 있다 이집.

흠. 그런가?

아니 적어도 1단계 2단계는 반응이 와야 하는 거 아냐?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일단 남은 곳을 집중해서 탐색해갔다.

그렇게 거실을 지나 작은방으로 옮겼다.

아까는 설레는 마음에 정신없이 둘러보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방의 크기는 역시나 감탄이 흘러나올 정도로 크다.

185cm인 내가 어느 곳으로 대짜로 눕고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충분한 크기.

침대 두 개는 거뜬히 들어올 정도다.

정말 이 집을 사게 된다면 내가 쓰게 될 작은방.

으으. 너무 마음에 들잖아.

“우어어어··· 형님들. 저 자꾸 설레요. 벌써 이 집이 제 것 같아···”

[ 치지지익- 꺄아아악! 치지지익- 살려주세요 치지지익- 제발 ]

고스트 박스가 또 제멋대로 켜졌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고스트 박스 소리에 몸이 깜짝 놀랐다.

동시에 서둘러 가방을 뒤져보니 EMF 측정기도 켜져 있었다.

3단계 반.

“시, 시발! 형님들 이것 보세요. 아까는 제가 말씀 안 드렸는데 아까도 고스트 박스가 켜졌을 때 EMF 측정기도 켜졌었거든요. 3단계 반씩이나!”

나는 EMF 측정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리를 지르고 나니 금세 반응이 다시 사라졌다.

“어? 뭐야 사라졌어?”

ㅡ 야 그거 오작동 아니냐? 집에서는 그런 현상이 잦다든데

“쓰읍··· 진짜 그런 걸까요? 좀 이상한데···”

ㅡ 아니. 우리가 그럴 때는 지가 귀신 집 아니라면서

ㅡ 이제는 지가 이상하다네. 너 뭐 두 자아가 있냐?

ㅡ ㅋㅋ 집은 아주 마음에 드는데 귀신 현상 나오니 신경 쓰이나 봄

ㅡ 야. 아까 보니 빛도 잘 들어 오드만. 이런 집엔 귀신 없어

ㅡ 쓸데없는 거 말고 다른 거나 봐. 수압이나 보자

나는 금세 인상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형님들. 근데 아까 수압 제가 확인했는데, 무지막지하게 잘 나오던데요?”

수압이 약한 우리 집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마치 2배. 아니. 3배, 4배 차이랄까.

ㅡ 한 군데만 보면 안 돼. 양쪽으로 틀었을 때 수압이 엄청 차이 나는 곳도 있어

“아··· 정말요? 그건 몰랐네요 형님들. 그럼 얼른 제가 화장실로···”

나는 성큼성큼 화장실로 옮겼다.

물이 있는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습한 냄새가 살짝 흐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여기 역시도 너무 깔끔하다.

새하얀 타일이며, 화장실의 반을 차지하는 큰 거울이며 너무 깨끗하다.

게다가 수건과 잡다한 세안용품들을 수납할 수 있는 수납장도.

세면대 하나 없는 우리 집이랑은 아주 천지차이였다.

“워··· 아까도 봤지만 역시 화장실도 너무 깔끔해요. 자 그럼 여기 물이랑 주방물을 동시에 틀어볼게요.”

나는 주방에 후다닥 나가 물을 틀었다.

솨아아아.

그리고 잽싸게 화장실로 돌아와 세면대 물을 틀었다.

솨아아아아.

“우어어어어! 형님들 보셨죠. 보셨죠! 물 아주 대박 잘 나와요! 캬캬!”

ㅡ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로또 된 것처럼 좋아하네

ㅡ ㅋㅋ 귀엽네 우리 연우

ㅡ 연우 집 수압이 엄청 약했나?

ㅡ 그런가 봄. 수압 약하면 스트레스지 너무 불편해

ㅡ 안쓰럽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미션 좀 줌

ㅡ ㅇㅋ ㄱㄱㄱ

[ 이웃집또털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그 화장실에서 샤워하면 5만 원 ㄱㄱㄱ

순간,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혀, 형님. 지금 뭐라고 하셨··· 샤워를 하라고요? 여기 저희 집도 아닌데···”

ㅡ 그럼 미션 취소? 이 앞으로도 미션 준비해둔 거 많았는데 뭐 할 수 없지

ㅡ 근데 샤워는 좀 너무 한 거 아님?

ㅡ 아니 하룻밤 방송하러 온 거라 샤워용품 준비 안 한거 같은데

ㅡ 그치. 누가 하룻밤 자는데 그런 걸 다 챙겨와? 남자가

ㅡ 게다가 방송 카메라 켜놓고 어케 샤워 함?

그리고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찾았다.

ㅡ 컥! 시발. 샴푸. 비누. 타월까지.

ㅡ 샤워를 할 생각이었던 거야?

ㅡ 아직 계약도 안 한 남의 집에서?

ㅡ 아니. 이 새끼 미션 들어올 거 예상한 거 아닐까?

ㅡ 존나 미스테리 한 놈이네 이거

“그럼 형님들. 형님들이 보면 깜짝 놀라실 수 있으니까 제가 지금 카메라 각도 조절 좀 하겠습니다. 잘 좀 봐주세요.”

ㅡ ㅅㅂ 뭘 보고 깜짝 놀란다는 거야?

ㅡ 자신 있냐 개색갸

나는 카메라가 얼굴만 비출 수 있게 조절했다.

그리고 안심한 후.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동안의 체력 단련으로 인한 내 근육질 몸이 잠깐 카메라에 비추어졌다.

“그럼 저 미션 시작합니다! 잘 보세요!”

그렇게 나는 집에서 하듯 샤워에 열심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온몸에 비누 칠을 하고, 얼굴에도 칠하고,

머리에도 샴푸질을 시작했다.

“우어어어어! 형님들. 잘 보고 계시나요? 억! 눈에 샴푸. 시벌!”

ㅡ 뭘 자꾸 보라는 거야

ㅡ 아니. ㅅㅂ 미션이 지랄이네 누가 걸었어

ㅡ 내가 왜 남자 새끼 샤워하는 걸 보고 있는 거야. 저녁 11시에

ㅡ 꺄아아아 우리 연우 땜에 누나 죽어~~

ㅡ 아니. 근데 언제 11시 됐지?

솨아아아아아.

나에겐 마치 폭포수같은 그 물을 머리에 맞으며 열심히 샴푸를 씻어내고 있었다.

이상하게 씻어도 씻어도 이놈의 샴푸가 도저히 깨끗이 씻길 기미가 안 보인다.

“악! 샴푸를 잘못 가져왔나 봐요 형님들! 왜 이렇게 안 씻겨 이거!”

나는 잠깐 멈춰섰다가 다시 차분하게 물에 대고 씻기 시작했다.

정수리부터 시작해 뒷머리, 그리고··· 어?

순간, 뒷머리 밑으로 만져지는 머리카락의 촉감에 나는 몸이 멈칫거렸다.

이상하다 싶어 밑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려보는데.

계속해서 머리카락이 만져진다.

뭐야 내 머리카락?

하도 귀신 보고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칼이 빠지는 건가?

에이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샴푸 때문에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카메라에 대고 물었다.

“형님들. 지금 제 뒤에 뭐 거미줄 같은 거 라도 있나요? 이상한 게 만져지는데 후원으로 얘기 좀.”

후원창은 울리지 않았다.

ㅡ 씨발. 저거 뭐냐?

ㅡ 여자 머리카락 아니야?

ㅡ 맞지? 내가 본 게 맞지?

ㅡ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ㅡ 아니. 씨발 연우 짧은 머리라고!

ㅡ 소, 손이 3개···

ㅡ 으아아아악! 시발! 빨리 말해 줘!

ㅡ 연우한테 빨리 후원창으로 좀 알려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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