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01화 (101/225)

어쩐지 싸고 좋더라. 2

내가 들고 있던 하얀 종이를 보며 활짝 웃는 중년 남성.

이 대박 중개사 사장으로 보인다.

40대 후반 정도 돼 보이는 그의 인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있다.

안경에 가려진 눈동자 주위로 삼면에 흰자가 많이 보인다.

눈썹은 잡초처럼 거칠게 나있으며 코 끝이 붉다.

코에는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남아있는데 특이하게 인중 부분에는 수염이 없다.

그가 얘기했다.

“아이고오오. 잘 오셨어요. 그럼요. 그 방 아직 있고말고요.”

뭐 어느 곳을 가도 있는 동네 아저씨 느낌처럼 날 푸근하게 대해준다.

동시에 방이 있다는 말에 내 가슴이 쿵쾅 거린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예스! 하늘이 날 돕는구나!

“워어어! 정말요 형님! 아니 사장님! 그 방 좀 볼 수 있을까요?”

형님이라는 말에 흠칫 놀랐던 걸까.

아니. 내 손에 들린 방송 카메라를 보고 멈칫거린 것 같았다.

“네. 그럼요. 방송하시는 분 인가 봐요?”

“우워어! 어떻게 아셨어요?”

“손에 카메라 들고 있잖아요.”

“아··· 네. 혹시 방송을 켜도 괜찮을까요? 제가 잘 몰라서 시청자들 의견 좀 받으려고요.”

중개사 사장이 아주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 그럼요. 편하게 방송하세요.”

ㅡ 이 새끼 이거 바보냐?

ㅡ 나 방송하는 사람이다라고 티는 지가 다 내놓고 왜 놀라는 거야?

ㅡ 아니. 야! 중개사 사장 얼굴 클로즈업 하지 말라고

ㅡ 오우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스타일인데

ㅡ 저런 푸근한 얼굴이 영업 잘함

ㅡ 사기도 잘침

ㅡ 그럼 이왕 연우 방 보러 온 거 진지하게 도와줘 보자

ㅡ 일단 몽타주는 50점.

태어나 난생처음 보러 온 집이었다.

성인도 되지 않은 내가 집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조금이라도 사회에 더 빨리 뛰어든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방송을 켰다.

중개사 사장이 내가 들고 있는 흰 종이를 보며 물었다.

“내가 붙인 전단지 보고 왔으니까 가격은 잘 알고 있지요?”

“그럼요! 매매 가격 삼천만 원!”

“맞습니다. 정말 싸죠? 하하.”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방 2개에 거실이 딸린 집이 삼천만 원이다.

보통 이 가격으로는 전세로도 들어가기 힘든 수준인데, 매매가격이라니.

집 주인이 천사인 걸까?

아니.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아차 사장님. 혹시 집이 싸게 나온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네. 당연히 그 말이 나올 줄 알았어요. 충분히 오해하실만한 가격이죠?”

“네. 조금. 아니 많이요.”

중개사 사장은 아주 여유 있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 사모님이랑 벌써 10년째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요. 이 집을 가지고 계시는 사모님이 돈에 욕심이 없으세요. 엄청나게 부유하시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 돕는다는 마음으로 내놓으신 집이에요. 세상에 이런 사람 보셨나요? 하하. 학생은 정말 운이 좋은 거에요. 전 세입자도 5년이나 살다가 이번에 아파트로 이사를 갔답니다.”

ㅡ 중개사 사장 혓바닥이 기네

ㅡ 어려운 사람들 돕는다는 마음으로 내놓으신 집이라···

ㅡ 음··· 1도 신뢰 가지 않는군

ㅡ 말이 되냐? 이게?

ㅡ 백 프로 그냥 쓰레기 집 아냐?

ㅡ 소똥 냄새나는 집일 듯

ㅡ 뭐 일단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지 말자

“아··· 진짜 그런 분이 세상에 존재하시구나···”

중개사 사장은 가리킬 것도 없지만 손짓이 현란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학생 맞죠? 잘생겼네. 연예인 같아. 그나저나 진짜 운 좋은 거예요. 그 전단지 보고 연락이 아까 왔었는데 내가 출근을 늦게 하는 바람에 취소됐거든. 그래서 학생이 첫 번째로 방을 보는 거예요 지금.”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중년 남성의 립 서비스에 나는 절로 몸이 들떴다.

그래. 시벌! 백만 불의 행운의 사나이 정연우.

그동안의 고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내가 찾아왔다는 소리라는 거 아냐?

“제가 한 운빨 하거든요. 사장님! 방 얼른 좀 보여주세요!”

물론 나도 바보는 아니다.

아무래도 싼 집이니까 기가 막힌 환경을 기대하진 않는다.

적어도 우리 집보다 나은 환경이라면···

게다가 방 하나밖에 없는 낡은 집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게 어디랴···

“자, 제 차로 같이 갑시다.”

“네! 형님! 아니 사장님!”

그렇게 중개사 사장의 차를 타고 10분쯤 달려왔다.

번화가를 지나 조금은 한적한 동네로 들어섰다.

저 멀리 빨간 지붕을 얹고 서있는 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단독주택이었다.

전체적인 바탕은 하얀색이지만 벽만큼은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집이었다.

오래돼 보이긴 해도 나름 깔끔하달까.

“저기 빨간 지붕 보이죠? 저 집이에요. 너무 깔끔하고 멋있죠?”

집을 보자마자 내 가슴이 콩닥거린다.

긴장된다.

중개사 사장은 집 앞에 주차를 하며 내게 얘기했다.

“이 집이 진짜 인기가 좋아서 매물을 올렸다 하면 빠지는 집이거든요. 자 그게 진짜인지 내가 지금 보여줄게. 내려요.”

“네, 네···”

자신만만한 중개사 사장.

뻔뻔한 건지, 정말 근거 있는 자신감인지.

집 안을 확인해 보기 위해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중개사 사장을 뒤따라 쫓았다.

잠시 후. 중개사 사장이 문 입구에 열쇠를 꽂아 돌렸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 끼이이이-

흉가에서나 들을법한 소름 끼치는 소리.

그 소리에 몸이 움찔거렸지만, 집안 광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내 두 눈이 부릅떠졌다.

“우워어어···”

동시에 중개사 사장이 옆에서 활짝 웃으며 내게 얘기했다.

“거봐요. 그런 반응일 줄 알았어. 매매가 삼천만 원에 이런 집 없어요. 어디서 이런 좋은 집을 구하겠어. 그쵸? 진짜 괜찮죠?”

집 안이 환하다.

하얀 새 벽지들이 나를 반겼다.

중간중간 들어간 다양한 무늬들이 집안 분위기를 쾌적하게 더 만들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기분 좋게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큰 방을 살펴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와! 형님들. 방 하나가 우리 집만 해요!”

게다가 화장실. 작은방.

거실은 또 어찌나 넓은지 쥐포랑 뛰어다니며 놀아도 될 정도였다.

그냥 보자마자 감탄부터 흘러나왔다.

와 시벌! 이런 집이 삼천만 원이라고?

나는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어때요 형님들?”

ㅡ 워··· 시벌. 이거 반전인데?

ㅡ 와 깨끗하다 진짜. 관리 엄청 잘해놨네

ㅡ 이게 매매가 삼천만 원이라고? 왜? 말이 안 되는데?

ㅡ 집주인이 천사라잖아. 부유하니 베풀면서 사는 거지

ㅡ 아니. 그게 이상하다고. 왜 남한테 베풀어. 그런 사람이 한국에 있음?

ㅡ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 있나. 편하게 살자

ㅡ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다. 연우야 내가 밝혀낸다 오늘

ㅡ ㅅㅂ 님 뭐 탐정이세요?

물론 나 역시도 굉장히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런 모든 문제점을 감수할 정도로 집이 깔끔하다.

습기가 조금 많은 것 빼고는 말이다.

분명 벽지를 갈은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곰팡이가 쓸어있다.

그게 뭐 대수랴.

나는 설레는 마음에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돌아보았다.

물은 잘 나오는지 혹시 어디 찢어지거나 고쳐야 할 곳은 없는지.

“계약한다고 하기만 하면 집 문제로 불편한 건 집 주인이 다 알아서 케어해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돈만 주고 몸만 들어와서 살면 돼.”

삼천만 원.

지금 내가 받을 환급액은 대충 천만 원 정도이다.

거기에 요번주 선지곤 정신병원을 가기만 한다면 3백만 원.

물론 아직 반 이상의 금전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문제없다.

이 집을 보니 무조건 벌 수 있겠다는.

아니. 벌어야겠다는 의욕이 넘쳐흐른다.

엄마와 쥐포가 이 집에서 나와 함께 지낼 상상만 해도···

하. 행복하다.

행복에 젖은 내 표정을 캐치한 중개사 사장이 슬쩍 다가와 물었다.

“계약하시죠. 이 방 오늘 계약 안 하면 바로 빠져요.”

아니. 들어온지 5분 도 안 됐는데.

“계, 계약이요?”

“네. 안 그래도 방금 또 방 보고 계약하고 싶다고 메시지가 왔네요.”

뭐가 이리 급해?

솔직히 오늘 방만 보려 했던 건데···

아니야. 계약?

아직 집을 살 돈은 없지만, 이사를 하기 전 마지막 잔금을 벌어 처리해도 되는 거고···

게다가 계약만 한다면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이 집을 못 보게 되는 것이니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

하··· 막상 중개사 사장이 말을 저렇게 하니 내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이 가격에 정말 이 정도의 집은 절대 두 번 다시 살 수 없는 건 맞는데···

[ 치지지익- 꺄아아악 치지지익- 살려줘 치지지익- 도망가 ]

“어이구. 깜짝이야.”

중개사 사장과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가방을 살폈다.

뭐야? 웬 비명소리야?

게다가 이게 왜 갑자기 제멋대로 켜지는 건데?

ㅡ 와 시발 깜짝이야

ㅡ 갑자기 뭐지?

ㅡ 여자 비명소리?

ㅡ 살려 달라고 한 거지 방금?

멋대로 켜진 고스트 박스를 끄려고 손을 댔을 때였다.

[ 치지지익- 죽일거야 치지지익- 불태워 치지지익- 씨발 ]

“이런 십··· 아니 뭐야 도대체.”

이번엔 중년 남성의 둔탁한 음성이 터져 흘렀다.

ㅡ 씨발... 개 소름 돋네

ㅡ 이번엔 뭔데? 아저씨 목소리가 나냐

ㅡ 죽일거야라고 한 것 같은데

ㅡ 불태워?

다급하게 고스트 박스를 껐다.

그런데 이번엔 가방 안을 쳐다보다 또 한번 흠칫 놀랐다.

뭐지? 도대체 이게 다 왜 그러지?

EMF 측정기 역시도 제멋대로 켜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측정기의 반응이 4단계를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굳어 있다 이내 고스트 박스를 껐다.

아니야. 그냥 오작동 한거겠지.

그래. 여긴 그냥 일반 가정집인데 왜.

그렇게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중개사 사장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음성이 터져나온 내 가방을 살피는 중개사 사장.

그런 중개사 사장에게 내가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이게 원래 멋대로 켜지는 제품이 아니거든요. 부딪혀서 켜질 수도 없는 구조인데··· 왜 이러지. 여하튼 죄송합니다.”

중개사 사장은 한참을 뜸들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더니 내게 대답했다.

“아, 네, 네. 괜찮아요. 뭐 사과할 일도 아닌데 왜 사과를. 그래서 오늘 계약하실 거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이 된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되지?

ㅡ 집은 진짜 굉장히 깔끔하다. 근데 방금 뭐야?

ㅡ 고스트 박스에서 왜 갑자기 혼자 켜진 거야?

ㅡ 아니 그것보다 혹시 이 집에 귀신 있는 거 아니냐?

ㅡ 헐. 그러네. 그러니까 음성이 흘러나왔겠지.

ㅡ 아니 여태 사람이 살았다는 데 귀신이 있는 게 말이 됨?

ㅡ 연우 저넘. 표정 보니 뭔가 눈치챘나?

ㅡ 야. 뭐야? 뭔데?

나는 조용히 혼자 고민했다.

앞으로 엄마와 쥐포. 내가 살아야 할 보금자리이다.

지금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좀 더 확신이 필요해.

그래서 말인데···

“사장님. 혹시 집 주인 사모님이랑 통화되시죠? 저 뭐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무슨 일이든 얘기해보세요.”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진지한 표정으로 중개사 사장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 제가 돈을 드리고 이 집에서 하룻밤만 자 볼 수 있을까요?”

순간, 황당한 얼굴로 나를 말없이 쳐다보는 중개사 사장.

당연했다.

세상에 집을 들어오기 전에 하룻밤을 자보고 집을 계약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수맥이 흐르는 집은 저랑 안 맞아서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중개사 사장은 금세 표정을 풀고 내게 얘기했다.

“여기 수맥 같은 거 안 흘러요. 터가 굉장히 좋은 집이에요. 그럼 잠깐 여기서 집 구경 더 하고 있어 봐요. 차에 사모님 연락처가 있어서 통화 좀 하고 올게요.”

그렇게 중개사 사장은 밖에 주차한 차 쪽으로 자리를 떴다.

아니. 전화 통화를 하지도 않은 것처럼 채 1분이 되지 않게 집 안으로 다시 들어와 내게 얘기했다.

“네. 가능하시다네요. 다만 집을 어지럽히거나 훼손하시면 다 보상해야 해요. 아시죠? 그리고 이게 계약도 안 한 집에서 자는 거라 5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해요.”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제가 깔끔하게 잠만 잘게요.”

대답을 끝낸 후 나는 중개사 사장과 신분확인.

혹시나 문제가 될 수 있을만한 사항과 조건들을 입 맞춘 후 헤어졌다.

그리고 불과 두 시간 후.

나는 간단한 이불과 베개만 챙겨와 다시 그 집에 들어왔다.

방송을 다시 켰고.

[ 재난지원금받고삽니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들어오는 시청자들에게 나는 얘기했다.

“형님들. 오늘 잠방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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