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00화 (100/225)

어쩐지 싸고 좋더라. 1

“아린 씨. 아린 씨?”

내가 뛰어온 길을 되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보이는 건 없다.

그렇다고 임아린의 몸에 큰 외상 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귀신이라도 보고 기절 한 건가?

나는 가볍게 임아린의 볼을 두드려보며 깨워보았다.

“아린 씨! 정신 차려요!”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혀, 형님들! 아린이가 안 깨어나요! 의식이 없어요!”

ㅡ 뭐 깨지는 소리 들리지 않음?

ㅡ 순간, 억하는 소리도 들렸던 것 같은데

ㅡ 설마 기도원 문에서 나오다가 머리 부딪힌 거 아니냐?

ㅡ 헐 그런 듯. 완전 떡실신

ㅡ 근데 기절한 것도 예쁘네 ㅅㅂ

순간, 안 좋은 예감이 스치며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거 혹시 뭐 잘못되기라도 하면 큰일···

“시발! 형님들! 시, 심폐 소생술 해야 할 듯!”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두 손을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임아린의 가슴 위에 얹었다.

아니. 그전에 후원이 울렸다.

ㅡ 야 이 미친놈아 맥박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 아니냐

ㅡ 저런 ㅂㅅ이. 임아린 죽음? 심폐 소생술을 왜 함

ㅡ 백 프로 흑심

ㅡ 왠지 곧 인공호흡하겠다고 지랄할 듯

ㅡ ㅅㅂ 마침 인공호흡하려고 손으로 코까지 막았네

ㅡ 그건 심정지된 사람한테 하는 거잖아

몸이 움찔거렸다.

마음이 급하니 제대로 생각나는 게 없다.

나는 시청자의 말대로 맥박을 확인하기 위해 임아린의 가슴에.

아니.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손목의 맥박을 짚었다.

두근. 두근. 두근.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맥박은 잘 뛰고 있다.

“맥박은 잘 뛰는 것 같은데요?”

ㅡ 뒤통수 한 번 만져 봐. 뭐에 부딪힌 거 같은데?

부딪혔다고?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가 임아린의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워어어어! 시벌! 이게 뭐야?”

임아린의 뒤통수에 주먹만 한 혹이 튀어나와있다.

그제야 나는 생각났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임아린을 들쳐매고 문을 지나칠 때의 그 소리를.

아까 나올 때 문에 부딪힌 건가···?

“으으으으···”

임아린이 극적으로 깨어났다.

나는 재빨리 가방에서 물을 꺼내 임아린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괘, 괜찮아요 아린 씨? 일단 무, 물 마시고 천천히 일어나요.”

꼴깍. 꼴깍.

임아린이 물을 마시고 난 후, 곧장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손을 뒤통수에 가져갔다.

“아, 사장님. 머리가 너무 아파요. 왜 이렇게 아픈 거죠?”

기억 못 해?

단기 기억상실증 같은 건가?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귀, 귀신한테 기운을 뺏기면 가끔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 친구 박필준이라고 그놈도 그랬던 적이 있어요.”

ㅡ 뭔 개소리야. 네가 문에 갖다 박았잖아

ㅡ 아린아 너 문 천장에 죽일 작정으로 갖다 박던데?

ㅡ 나는 미식축구하는 줄 알았다

ㅡ 난 레슬링 스피어 기술 쓰는 줄 알았어

ㅡ 살아서 다행이다. 수많은 레슬러들도 그 스피어 맞고 다 쓰러졌는데

ㅡ 그나저나 원장 귀신은 카메라에 담기긴 했냐?

나는 순간, 방송 화면을 임아린이 보지 못하게 다른 곳에 비추었다.

“그런가··· 아 맞다! 사장님. 미션! 우리 혹시 카메라에 귀신 찍혔나요?”

당연히 안 찍혔을 것이다.

솔직히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살짝 허탈함 마음에 카메라를 보고 중얼거렸다.

“형님들. 죄송합니다. 미션 성공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렸네요. 귀신도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담지 못했습니다···”

ㅡ 미션 실패. 실망이다.

시벌. 어쩔 수 없었다.

여럿의 영가들에게 위협을 당했을 땐 몸이 굳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경우가 눈앞에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때문에 그저 안전하게 그곳을 빠져나오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어떻게든 큰손 형님에게 잘 보여서 집을 사기 위한 내 목표에 한 걸음 더 일찍 다가갈 수도 있었지만···

임아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선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흔하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잔뜩 밀려오는 건···

ㅡ 그래도 연우 열심히 하긴 했는데

ㅡ ㅇㅇ 아린이 챙기랴, 귀신 찾으러 당기랴 고생했지

ㅡ 근데 큰손 형님 눈에는 못 들었나 보네

ㅡ 3백만 원이 이렇게 날라가는구나

ㅡ 그런 말 하지 마셈. 연우 벌써부터 우울해진 거봐

ㅡ 근데 아린이는 옆에서 왜 같이 우울해하는데

ㅡ ㅅㅂ 존나 귀엽네 ㅋㅋ

ㅡ 그래도 돈은 굳어서 기분 좋네. 음. 그래서 말인데···

순간, 나도 모르게 후원창에 집중했다.

기회를 한 번 더 주려나?

그 말이 무섭게 후원창이 한 번 더 울렸다.

ㅡ 다음 장소를 내가 정해준다. 그리고 거긴 가기만 해도 3백만 원을 줄게. 어때?

그 말에 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벌. 가기만 해도 3백만 원을 준다고?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반사적으로 대답부터 했다.

“시벌! 오늘 폐 기도원에서 꿀잼을 못 드려서 정말 죄송했는데! 형님!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제가 그곳에서 죽어 귀신이 돼서 카메라에 담기겠습니다! 어딥니까 형님!”

ㅡ 미친놈 너 귀신 되면 잡귀라 안 보일 듯

ㅡ ㅇㅇ 보여도 맛소금으로 퇴치 가능

ㅡ 팥 까지도 안 가도 된다.

ㅡ 귀신 돼도 돈 주면 좋아하겠지?

ㅡ 당연하지 저거 봐! 시발! 눈빛에 생기가 붙자나

ㅡ ㅅㅂ 3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재 기회가 생겼다!

ㅡ 근데 도대체 어디길래 저렇게 가는 데에만 3백만 원을 준다는 거여?

ㅡ 무덤이나 뭐 저번처럼 영안실 이런 거 아냐?

ㅡ 에이 갔던 곳은 안 시키겠지

ㅡ 궁금하네 그럼 어디려나

ㅡ 선지곤 정신병원

순간, 가슴이 철컥 내려앉았다.

그 명칭만 들어도 살이 벌벌 떨려왔다.

선지곤이라면 우리나라 3대 흉가를 대표하는 그 정신병원 아니야?

수많은 유트버들과 일반인들이 드나들었다던 곳이지만, 단 한 명도 제정신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무시한 흉가 중 하나였다.

심지어 인터넷 기사 댓글에 의하면 어떤 일반인은 그곳을 다녀온 후, 정말 심한 악몽과 불행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도···

나는 초조함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시바. 가? 말아?

엄마, 쥐포와 좋은 환경이 펼쳐진 좋은 집으로 이사 갈 생각을 하면 무작정 뛰어들고 싶은데.

그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 기가 너무 약한 터라, 일반 흉가에서도 죽을뻔한 기억이 있었지 않은가.

전원주택···

근데 이곳은 그 흉가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곳이다.

지금 이 상태로 무턱대고 갔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시벌. 아린이와 꽁냥꽁냥 분위기 너무 좋은데, 이 젊은 나이에 귀신 될 수는 없잖아.

ㅡ 왜 쫄? 아님 말고

나는 진지하게 카메라에 대고 물었다.

“형님. 거기가 어떤 곳인지는 아시죠?”

ㅡ 당연하지. 우리나라 3대 흉가 중 하나.

옆에서 듣고 있던 임아린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심히 걱정된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다급하게 중얼거린다.

‘진짜로 갈 거예요? 안 돼요. 사장님. 머리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응? 갑자기 머리를?

임아린 너 아직도 귀신한테 기운 뺏겨서 머리가 아픈 거라고 생각하는···

나는 임아린을 쳐다봤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고개까지 끄덕였다.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거다.

물론 돈 때문도 맞는 말이지만.

그것보다 앞으로 수많은 폐가와 흉가를 다녀야 할 텐데 이 상태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새집으로 이사 가려면, 새로운 큰손 형님이 찾아와주신 이 기회를 놓쳐선 절대 안 되지.

“형님. 그럼 저한테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딱 일주일! 아무래도 이 연우가 확실하게 준비를 해서 형님들에게 꿀잼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대책 없이 무작정 간다고는 하지 않는다.

방법을 찾아야지.

내가 그곳을 가서도 멀쩡히 살아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일주일.

일주일 동안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ㅡ ㅇㅋ 인정. 꿀잼 준비 잘 해라. 그럼 나는 실업급여 신청하러 간다. ㅃㅇ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시벌. 저 형님은 컨셉이야? 진짜야?

그러면서도 경례하듯 손을 눈썹 위에 가져다 댔다.

옆에 있던 임아린도 얼떨결에 날 따라 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재난 형님!”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쿨하게 새로운 큰손 형님은 떠났다.

동시에 어느샌가 방송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가 잔뜩 빨렸는지 임아린도 체력이 다 떨어진 듯 보였다.

아니. 머리를 부딪힌 것 때문일까.

많이 지쳐보였다.

나는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 얘기 했다.

“형님들. 저 진짜 강해져서 돌아옵니다! 일주일 뒤. 11시에 우리 다시 만나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ㅡ 야 방송 왜 꺼 ㅅㅂ

ㅡ 임아린이랑 뭐하려고 이렇게 일찍 끄냐?

ㅡ 임아린 집 주소 나올때까지만

ㅡ 더 보여달라고 시발! 개색갸

ㅡ 난 애초에 오늘 흉가 방송 볼 생각도 없었어!

ㅡ 끄면 탈모 온다. 끄면 탈모 온다

“뿅!”

그렇게 방송을 종료하고 임아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임아린과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눈을 피했다.

아니. 임아린이 먼저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사장님. 제가 오늘 잘한 게 맞나요?”

임아린의 말에 나는 엄지를 치켜들며 얘기했다.

“정말 짱 잘했는데요 오늘? 시벌 그 미션 제가 하겠습니다 외쳤을 땐 소름 돋았어요.”

임아린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아린 씨. 머리는 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사장님. 머리에서 피 맛이 살짝 나는 것 같긴 한데, 별거 아니에요···”

머리에서 피 맛이 난다고?

아니. 그것보다 그게 도대체 왜 별게 아닌 건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를 살폈는데 진짜 뒤통수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튀어나와있다.

그야말로 그 예쁜 두상을 짱구를 만들어버렸다.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진짜 괘, 괜찮은데.”

습관적으로 괜찮다는 얘기만 하는 임아린.

나는 결국 임아린의 집 앞에서 30분간을 실랑이하고서야 병원을 같이 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렇게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가고 있었고.

괜한 잡생각 때문에 집에서 좀 떨어진 시내에 내려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시벌··· 어느 세월에 돈 벌어서 이사를 하지?”

고등학생으로서는 도저히 벌 수 없는 돈을 벌고 있긴 하다.

후원금으로 거진 천만 원 가까이를 모았으니까.

그런데도 아직 집을 매매하기에는.

아니 전셋집을 구하기에는 아직 까마득한 금액이었다.

적어도 5천 이상은 있어야···

도대체 귀신을 얼마나 더 봐야 하고, 또 몇 번을 기절해야 하고···

범죄자들은 몇 번을 잡아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나 자신에게 속으로 말을 뱉었다.

‘정연우 미친놈아 네가 범죄자를 왜 잡아?’

엄마와 쥐포 생각이 절로 나며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한숨이 나오는 그때.

전봇대에 붙어있는 흰 종이가 내 시야를 사로잡았다.

그 종이를 보자마자 내 두 눈이 부릅 떠졌고.

내 입에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워어어어어! 시벌! 뭐야!? 이 가격에 진짜?”

시내에 한 거리.

임아린의 머리가 아주 튼튼해 멀쩡하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집에 안심하며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나 홀로 어떠한 건물 앞에 서있었다.

대박 공인중개사.

내 손에는 어제 전봇대에 붙어있었던 흰 종이도 들려있었다.

싱글벙글한 마음으로 종이를 쳐다보던 나는 공인중개사의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딸랑.

문에 달아놓은 종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동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성이 일어나 나를 반겼다.

“아이고. 어서오십시오.”

나는 인사를 꾸벅 전하며 종이를 내밀었다.

"사장님. 이 집 아직 안 나갔나요?"

너무 싸고 좋은 가격이라 벌써 나간 건 아니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