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99화 (99/225)

깊은 산 속의 폐 기도원. 7

한시가 다급한 상황.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대는 데.

내 앞의 시야가 또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이런 시발. 하필 이럴 때···

그렇게 흑백으로 물 들어가는 그 순간을 나는 멈추지 못했다.

하얀 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들이 방안에 잔뜩 서있다.

그 방을 둘러보자 난 또 한번 놀랐다.

바로 내 앞에 임아린이 갇힌 방이었으니까.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로 형성된 사람들은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는 한 앳된 여성을 째려보고 있었다.

어? 이 여성은 아까 기억 속에서 봤던 그···

서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눈을 감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 행위는 일상의 삶에서 살아있는 제물이 되는··· ]

[ 우리의 몸은 하나님이 만든 것. 고로 하나님의 원하시는 그 모든 것에 응하여··· ]

[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 행위는 일상의 삶에서 살아있는 제물이 되는 게 기본이 되어··· ]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기도를 지켜보는 여성은 겁에 잔뜩 질려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사람들이 중얼거렸을까.

갑자기 중얼거림이 순간 뚝 멎더니, 한 남성이 여성을 보며 얘기했다.

“사탄을 쫓아내겠습니다.”

뭐야? 뭘 하려는 거지?

그들은 이번에는 갑자기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대나무, 가시나무, 빗자루 등등.

눈에 보이는 도구들을 손에 집히는 대로 들고 여성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여성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표정 하나 없이 매질을 해댔다.

때문에 여성은 참을 수 없는 비명을 뱉어내며 30분간을 맞았다.

그렇게 온몸에 멍이 든 것도 모자라 핏기가 드러날 정도가 돼서야 여성의 비명이 멎었다.

혹독한 매질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저런 미친 새끼들···

범법행위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맹신하게 만드는 거야.

화려한 복장을 입은 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세의 기적처럼 양옆으로 길을 비켜주었다.

그 길을 따라 여성에게로 다가간 원장이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

“그대들의 힘으로 드디어 사탄을 물리쳤습니다. 정말 고생하셨네요.”

그리고 곧이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 남은 악의 기운을 빼내어 몸을 정화시켜야 하니 자리에서 물러나십시오.”

사람들을 맹신하게 만드는 방법이 상식과 이성을 뛰어넘는다.

이런 사람들이 집단 내에서 어떤 신념이 형성되면 그 신념에 위배되는 다른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다던데.

마지막 원장의 한 마디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

그저 대충 보아도 얼마나 원장을 맹신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주위가 조용해진 것을 느낀 원장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항할 기색이 전혀 없는 여성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자, 이제 주님의 뜻에 따라 몸을 정화하여야 할 시간입니다.”

순간, 괴성을 질러대며 사이코메트리에서 빠져나왔다.

“우우어어아아! 시벌! 이런 미친 사이코 사이비 새끼가아아아아! 아린아! 아린아!”

쾅! 쾅! 쾅! 쾅!

그다음 이어지는 행동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족히 30년은 더 차이 날 것만 같은 나이 차이의 앳된 여성은 몸을 가눌 힘도 없었다.

그런 여성의 옷을 벗겨 갑자기 유린을 하다니.

정말 사탄은 따로 있었다.

그 모습에 치가 떨리며 내 몸에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

“꺄아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사장님. 사장님!”

순간, 머릿카락이 쭈뼛쭈뼛 서며 온몸에 솜털이 곤두섰다.

이 느낌··· 분명 그놈이다.

그놈이 이 방안에 있다.

확신에 찬 마음으로 EMF 측정기를 들어보았는데.

MAX. 한 치의 오차도 없이 5단계가 버젓이 유지되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잔뜩 흥분됐다.

내 마음도 몹시 다급해졌다.

나는 놀란 마음에 있는 힘껏 문을 박살 내기 위해 치기 시작했다.

“야 이 원장 귀신 새꺄! 우리 아린이한테 손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넌 영원히 성불 못한다! 이런 시발! 미치겠네! 아린 씨!”

ㅡ 이거 진짜 주작 아니지? 너네?

ㅡ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은데···

ㅡ 아린이 몸에 상처 나면 미션 실패 동시에 너도 죽는다!

ㅡ 실화냐? 공포영화에서 나오던 장면이 실제로···

ㅡ 야! 이러다 진짜 어떻게 되는 거 아니냐. 뭐라도 좀 해봐

ㅡ 문. 문. 그냥 부셔버려!

ㅡ ㅅㅂ 돈미새. 미친놈아 어떻게 좀 해보라고!

[ 백마타고온환자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빨리 뭐라도 가져와서 부셔 그냥!

[ 크리스티나아길내놔 님이 4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우리 아린이 살려내라고!

동시에 방 안에서는 더욱더 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사, 사장님. 이 아저씨가 저한테 와요! 저를 안으려고 해요!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사장님!”

순간, 눈이 뒤집히듯 괴력의 힘이 솟아났다.

발로 힘껏 차도 꿈쩍도 하지 않던 문고리를 두 손으로 잡아 그냥 뽑아버렸다.

파파박!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가방에 있던 천일염 한 줌을 눈에 보이는 하얀 형체에 뿌렸다.

“아린 씨이바아아알!”

거친 숨을 헉헉대며 사방을 살폈다.

그런데 손톱자국이 난무한 벽지만 보일뿐, 별다른 사람들.

아니 귀신들이 그 순간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 시벌 어디로 사라졌지?”

동시에 땀을 한 바가지를 흘리는 임아린을 품에 안았다.

“괘, 괜찮아요? 아린 씨?”

ㅡ 헐 시발! 아린이 땀 흘리는 거 봐라.

ㅡ 얼마나 애가 기겁했으면 얼굴도 하얗게 질렸네

ㅡ 아니 도대체 너희 뭘 본 거야?

ㅡ 동시에 뭘 보고 놀라는 표정을 보아하니 연기는 아닌 것 같은데

ㅡ 시발 인정. 연우는 명연기였다 쳐도 아린이는 찐 리얼이었다.

ㅡ 아니. 시발 왜 우리한테는 안 보이냐고

ㅡ 영가들이 정체를 드러내는 데에는 큰 기운이 필요하다던데

임아린이 숨도 가픈지 계속 헐떡인다.

나는 금방이라도 울먹거릴 것 같은 임아린을 진정시켰다.

아니. 순간 임아린이 내 품에 폭삭 안겼다.

“네. 괜찮아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사방에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또 기괴한 상황이 발생할지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임아린을 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시야에 어떠한 움직임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

“시, 시벌. 아까처럼 또 감쪽같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아린 씨 뭘 본 거예요? 혹시 나랑 같은···”

임아린이 흥분한 목소리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얘기했다.

“하, 하얀 옷 입은 사람들이요. 그리고 화려한 금장 장식 안에 빨간 테두리를 두른 사람이···”

“시, 시벌.”

분명 내가 본 그 원장이었다.

기가 약한 내 눈에 보인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임아린에게까지 그 형체를 보이고 물리적인 해를 가하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괜찮아요 이제. 지금 또 저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간 것 같으니···”

갑자기 귓속으로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동시에 고스트 박스에서는 엄청나게 큰 음성 소리가 함께 터져 나왔다.

[ 치지지익- 하나님의 치지지익- 기도는 치지지익- 열쇠 ]

[ 치지익- 하나님 치지지익- 통로 치지지익- 기도 ]

[ 치지지익- 기도하지 치지지익- 않으면 치지지익- 죄다 ]

내 몸이 석상처럼 잔뜩 굳기 시작했다.

한적한 폐 기도원에서 고스트 박스로 듣는 이 기도는 내 몸에 소름을 잔뜩 오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고스트 박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 몸은 더 심하게 닭살이 돋았다.

아니. 닭살이 돋다 못해 터질 것처럼 커졌다.

고스트 박스에서 터져 나오는 그 음성이 한 명이 아니었다.

여태 폐가에서 둘 이상의 귀신을. 아니. 셋 이상의 귀신을 만났던 적이 있던가.

열 명, 아니. 겹쳐 들려오는 이 소리는 족히 30명, 40명은 돼 보였다.

“사, 사장님···”

“시벌. 이거 뭔가 분위기가 안 좋은데···”

점점 더 크게 들려오는 고스트 박스 소리에 머리가 어지럽다.

속이 미슥거리며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스트 박스의 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신기하게도 전원 버튼이 먹지 않았다.

“왜, 왜 이거 안 꺼지는 건데!”

[ 치지지익- 전지전능 치지지익- 하나님 치지지익- 열쇠 ]

[ 치지익- 하나님 치지지익- 믿음 치지지익- 기도 ]

[ 치지지익- 기도 치지지익- 않으면 치지지익- 죄다 ]

놀란 마음에 나보다 더 겁이 많은 임아린을 보호하기 위해 꽉 안았다.

방송은 뒷전이었다.

그저 문밖에서 가까워지는 그 소리와 고막에 울려대는 고스트 박스 소리에 우리 둘 다 강제로 귀 기울이고 있었다.

ㅡ 야. 너 네 머리 위에 하얀 거 뭐냐

ㅡ 야 채팅창 좀 봐

ㅡ 하얀 게 뭐가 왔다 갔다 저거 사람 발 아니야?

순간,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채팅창을 힐끗 살핀 임아린이 무의식에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꺄아아아아아악!”

임아린의 눈이 잔뜩 커져서는 비명을 지르며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동시에 매서운 한기가 내 등골과 목덜미를 스치는 걸 느끼며 나 역시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천장에는 하얀 옷을 입은 수많은 남성과 여성들이 줄에 목이 매달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순간, 그 광경을 목격한 내가 석상처럼 굳어버린 임아린을 들쳐맸다.

그리고 고민도 하지 않고 입구를 향해 뛰었다.

따가운 비명소리가 내 귀를 찌르듯 스며들었다.

“꺄아아악! 사장님 뭐가 쫓아와요!”

“시, 시버어어얼!”

앞만 보고 뛰던 내 정면에 입구가 보인다.

우리를 보내지 않으려는지 열려있던 문이 서서히 닫혀가기 시작한다.

끼이이이익-

시발! 문에도 귀신이 들린 거야 뭐야!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난 더 다급하게 문을 향해 달렸다.

ㅡ 아니. 차라리 안지. 무슨 임아린이 쌀자루냐

ㅡ 시벌. 근데 임아린이 가벼운 거냐 정연우가 대단한 거냐

ㅡ 임아린 들쳐매고 달리기 속도 무엇

ㅡ 옘병. 깃털 같겠지. 나라도 임아린 업으면 저 속도 나올 듯

ㅡ 인정. 근데 뭔 귀신이 쫓아온다는 거야?

ㅡ 시벌. 소리만 들리니까 더 긴장감이랑 스릴이 넘치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임아린의 실시간 귀신 중계에 힘입었을까.

초능력이 발휘되듯 달리기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내 귀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임아린과 폐 기도원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을 때였다.

쿵! 퍽!

둔탁하게 문이 닫히는 소리와 이유 모를 소리가 함께 들려왔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서도 한참을 달렸다.

정말 계속, 계속해서 달렸다.

그렇게 300m쯤 달렸을까.

그제야 시끄럽게 중계하던 임아린이 조용해졌음을 인지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터져 버릴 것만 같은 심장을 잡고 거친 호흡을 한참 내뱉은 후.

나는 들쳐 맨 임아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눈이 감긴 임아린이 의식을 잃은 채 종이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어? 뭐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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