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98화 (98/225)

깊은 산 속의 폐 기도원. 6

뭐,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임아린의 충격 발언에 온몸이 굳었다.

벙찐채로 그저 임아린만 빤히 바라봤다.

미션을 하겠다고?

그게 그냥 의지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ㅡ 헐. 맨날 연우 거 영상 편집하더니 완전히 정연우화 됐네

ㅡ 과연 편집을 많이 해서 그런 걸까? 내가 보기엔 아닌데

ㅡ ㅇㅇ 나도. 아린이가 연우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

ㅡ 사랑하면 닮는다잖아

ㅡ 미친 소리 하지 마. 임아린은 내 꺼야

ㅡ 옘병. 쟤는 네가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있어

ㅡ 근데 미션 이거 가능한 거냐? 카메라에 담는다는 게?

ㅡ 담을 수 있어도 쟤네 둘 겁이 너무 많아서 안 될 듯

임아린이 채팅창을 훑어보다 버럭 소리쳤다.

“형님들! 진짜 할 수 있거든요!”

동시에 사슴 같은 그 눈망울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할 수 있다는 눈짓을 보냈다.

“그쵸! 사장님!”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힘이 됐는지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동시에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시벌 해볼까! 임아린도 옆에 있는데!

하지만 순간, 임아린의 상태를 살펴보자마자 그 열정이 사르르 식어버린다.

근데 임아린. 할 수 있을까?

불굴의 투지는 만점이지만, 너 지금 그렇게 자신 있게 떠들면서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잖아.

단지 추위를 타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는 것도, 흉가를 자주 다녔다는 것도.

다 거짓말인 것 같았다.

방송을 위해서 혼을 불사 지르는 느낌 같은데.

ㅡ 네 남친 쫄은 것 같네. 안 될 것 같다야

임아린을 살펴보던 내가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꽉 쥐고 얘기했다.

“형님들. 연우가 언제 빼는 거 보셨습니까? 남자가 당근 직진이죠! 다만··· 형님. 부탁이 있습니다.”

ㅡ 후원금을 올려달라는 그런 소리 하지 마

ㅡ 미션 성공하면 임아린이랑 사귀겠다는 충격 발언 같은 거 아니지?

ㅡ 죽일 거다 그런 소리 하면

ㅡ 후원해달라는 소리 말고 다 해봐

ㅡ ㅅㅂ 부탁이 이렇게 두려울 줄이야

나는 임아린의 두 어깨를 잡으며 얘기했다.

“아린 씨 집에 보내주고 다시 와서 할게요. 어떠신가요? 형님들. 여기 상상이상으로 기운이 센 것 같아요. 무엇보다 머리가 어지러워 오는 게 정말 큰일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사람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언제 저 귀신이 날뛰어 사람을 해치려 들지 모른다.

나는 괜찮지만, 적어도 임아린이라도···

“저 진짜 괜찮아요! 사장님!”

임아린이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날 쳐다본다.

그 모습이 순간 넘어갈뻔했지만, 나는 얼굴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자 임아린이 다급한 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던진다.

“제 꿈이 원래 무, 무당이에요!”

“에에엑!?”

“시, 신내림도 받을 예정이에요! 틈만 나면 접신도 자주 해서··· 체력도 정말 많이 키웠어요!”

임아린이 허세 부리듯 앙상한 팔을 접어 근육이랍치고 보여준다.

ㅡ 지금 내가 무슨 소릴 들은 거지

ㅡ ㅅㅂ 꿈이 무당이라고···

ㅡ 신내림도 받을 예정이라고 한 거지···?

ㅡ 필라테스랑 접신이랑 착각한 듯

ㅡ 아 시바. 미친놈들 괜히 거짓말하는 거지

ㅡ ㅇㅇ 연우랑 같이 있고 싶어서

ㅡ 워. 그 와중에 팔 엄청 가늘어. 몸매 관리 무엇

ㅡ ㅅㅂ 인정. 임아린 보내지 마. 보내면 죽는다

ㅡ 부럽다 정연우 시발. 임아린이 저렇게까지 하다니

ㅡ 앞으로 내 장래희망은 흉가 비제이다

하··· 임아린은 팔도 예쁘다.

아 그나저나 이 상황을 어쩌지?

말도 안 되는 핑계까지 대면서 있으려는 데.

정말 임아린이랑 같이 미션을 해야 되는 건가?

그러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나면···

[ 오늘은하나도안무서워엄마랑자야지 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미션 준다. 임아린 끝까지 데리고 미션 완료하기

[ 귀신빤스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오케이 나도 플러스. 임아린 다치지 않게 끝까지 임무 완수하기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시벌. 할 수 없지.

시청자 들고 원하고, 임아린도 원하고.

이러면 내가 도저히 고집을 더 부릴 수가 없잖아.

그래. 가보자. 한번 해보자.

여태 짬밥이 있는데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어?

나는 기도원 내가 쩡쩡하게 울려 퍼질 정도로 소리 질렀다.

“우워어어어어! 시버어어얼! 아침밥은 지옥에서 먹겠습니다 형님들. 각오하십쇼.”

ㅡ 각오는 네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ㅡ 소리는 우렁찬데 몸은 왜 벌벌 떠는 거 같지

ㅡ 돈미새는 돈 앞에서 물러나는 법이 없지

ㅡ EMF 측정기 MAX 단계라는 것을 잠시 잊은 듯

ㅡ 근데 아린이는 왜 자꾸 연우 따라 하는 건데

내가 비장한 마음으로 임아린에게 눈짓을 하고는 먼저 내려갔다.

아니. 임아린의 손을 덥석 잡고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손을 떼라는 미션이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자, 갑시다! 렛츠 고!”

임아린이 긴장을 잔뜩 했는지 손에 잔뜩 땀이 흥건했다.

부끄러운 듯 손을 계속 움찔거리는 모습에, 나는 손을 더 꽉 쥐며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웃어주었다.

사실 나도 지릴 상황인데, 여유 있는 척 해봤다.

그렇게 우린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본 그 원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터벅. 터벅. 터벅.

1층으로 갈 수 있는 복도 끝 계단에 다가서자 고스트 박스에서는 희미하게 음성 소리가 퍼져흘러 나왔다.

[ 치지지익- 하나님의 치지익- 기도 치지지익- 열쇠 ]

분명히 MAX라는 단계가 버젓이 찍혀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해코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마치 우리를 피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즉, 우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우리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가까스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은 임아린이 몸을 벌벌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우린 2층 계단을 밟아 내려갔고.

처음 들어왔던 1층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키기기긱-

덜컥. 쿵. 쿵. 쿵. 쿵.

1층에 가까워지자 또다시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소리의 위치로 보아 우리가 아까 다녀왔었던 손톱자국이 사방에 깔렸던 그 방 같았다.

“혀··· 형님들. 들리시나요 이 소리? 아까 저희가 다녀왔었던 그 방인 것 같은데···”

임아린은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눈빛이 흔들린다.

저 기분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지.

나는 임아린을 뒤에 세우고 1층 복도를 살폈다.

“어!씹!”

“······!?”

저 멀리 보이는 의문의 손톱자국이 난자했던 방이 굳게 닫혀 있다.

분명히 내가 나올 때 열고 나왔는데···?

물건 하나만 떨어져도 고요한 정적을 깰 수밖에 없는 분위기의 텅 빈 폐가였다.

그런데 소리 하나 없이 저 문을 누군가가 닫아놨다고?

말도 안 된다.

“형님들! 아까 분명히 저희가 저 문을 열고 나왔는데, 보세요 저 문이 닫혀있어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임아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ㅡ 어 ㅅㅂ 이건 레알이다

ㅡ 나도 문 열어놓고 나오는 거 나도 분명히 봤다

ㅡ 시발. 문 닫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 왜 닫혀 있지?

ㅡ 워 개 소름이네.

ㅡ 근데 아린아 왜 자꾸 시벌시벌거려

ㅡ 그런 건 따라 하지 말라고 제발

ㅡ 저 문 어떻게 여냐? 판도라의 상자 여는 기분들 듯

ㅡ 헐. 근데 궁금하긴 하네. 확인해 줘

하지만, 어차피 하기로 마음먹은 거.

나는 임아린의 고사리 같은 손을 한 번 더 감싸잡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알겠습니다. 형님들. 제,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 지켜보겠습니다.”

문 앞에 다가간 나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리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후.

옆을 돌아보며 얘기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말아요. 몸에 힘 꽉 주고! 파이팅.”

“파이팅.”

나는 조심스럽게 문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니. 웬일인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덜컥. 덜컥. 덜컥.

“뭐야? 이거 왜 잠겨있지?”

있는 힘껏 문을 당겨 보지만, 마치 커다란 돌을 두드리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혹시나 하여 아까 임아린에게 받은 EMF 측정기를 들어보지만.

“어? 뭐야. 이건 또 왜 갑자기 또 반응이 없어.”

EMF 측정기도 0단계로 떨어졌다.

옆에 있던 임아린이 자신이 맡고 있던 고스트 박스에 귀를 대보지만.

끝내 내 눈을 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ㅡ 세상에나 이런 귀신도 있네

ㅡ 우리가 눈으로 보진 못해도 위협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많았는데

ㅡ 이건 뭐 아무런 반응도 없어 왜. 노잼 노잼

ㅡ 여기 귀신 그 MAX가 노잼 MAX냐

ㅡ 아니면 기운은 세도 착한 귀신인 건가?

ㅡ 그 사건 기사 내용을 보고도 착하다는 소리가 나옴?

ㅡ 연우 말대로 그 원장 귀신이 맞다면 개 샹 쓰레기인데!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이상하다. 뭐지?

별다른 위협도 없이 이리저리 보일 듯 말 듯 도망만 다니는 느낌도 든다.

하··· 막상 찾으러 다니니까 왜 또 이 모양이야.

임아린의 몸이 움찔거리며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사장님.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요···?”

“··· 무슨 소리요?”

“바, 방금 뭐 속삭이는 소리 들렸었는데.”

나는 멀뚱멀뚱 임아린을 살폈다.

내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렸다는 거지?

순간, 또다시 몸을 움찔 거리는 임아린.

내가 듣지 못한 그 무언가의 소리를 반복해서 들은 임아린이, 대담하게도 나를 앞질러 문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이리 오라고···”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임아린과 내가 동시에 몸이 굳었다.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열린 문 안쪽으로 하얀 옷을 입은 수많은 남자와 여자가 한 손에 초를 들고 방 안 가득 서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초점이 나간 눈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잠깐 쳐다보는가 싶던 사람들은 순간, 임아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임아린을 순식간에 끌고 들어가 버리더니.

문이 닫혀버렸다.

“워어어어어억! 시발! 시발! 아린 씨! 아린 씨! 아린아!”

쾅. 쾅. 쾅. 쾅. 쾅.

문을 세차게 두드려보고 발로도 차 보지만, 역시나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ㅡ 와! 씨발! 진짜 개 깜짝 놀랐네

ㅡ 뭐야 저거? 방금 문안에 사람 보이지 않았어?

ㅡ 허··· 나도 본 것 같은데

ㅡ 하얀 옷들 입은 사람··· 아린이가 보내준 기사 사진에 있던 사람들이랑 똑같았어···

ㅡ 씨발! 야 어떻게 좀 해봐! 아린이 갇혔잖아!

ㅡ 야 이거 어떡하냐 진짜 방송 사고인데

ㅡ 이거 우리가 귀신한테 홀린 거 아니지? 도대체 뭐야 이거?

ㅡ 주작 아니잖아? 그치? 연우야? 빨리 시발. 뭐라도 좀 해봐!

채팅창이 난리 났다.

나 역시도 다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뭐라도 해보려는 그때.

안에 갇힌 임아린에게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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