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97화 (97/225)

깊은 산 속의 폐 기도원. 5

마른침이 삼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뭐··· 뭐야 왜 나를 쳐다보는 거 같지?

이건 과거의 기억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나를···

그것보다 얼른 도망가야 할 것만 같다.

그저 눈짓을 받았을 뿐인데 그 섬뜩함에 몸이 벌벌 떨려온다.

초점이 없다.

마주친 사람들의 눈이 하나같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흐리멍덩하다.

역시 정상이 아니야 저 사람들.

시벌. 시체를 저렇게 쌓아둔 것도 소름 끼치지만.

거기에 대고 왜 아무렇지도 않게 기도를 하고 있는 거냐고.

한 남성이 그 엄숙한 분위기 속 정적을 깨웠다.

하지만 엉뚱하게 다른 곳으로 애꿎은 시선이 쏠렸다.

그들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 뒤에 가려져있던 한 앳된 여성이었는데.

임아린이랑 비슷해 보이는 나이 같았다.

앞에 있던 사람들과 같은 새하얀 옷을 입었는데 자신에게로 시선이 쏠리자 당황한 듯 눈빛이 굉장히 흔들렸다.

남다른 복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한 중년의 남성이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눈만 빼고 모든 게 다 가려진 옷.

가운데 라인에는 화려한 금장식과 빨간 테두리가 감싸여 있던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원장인 건가?

남성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성한 기도 시간에 이게 무슨···”

그 한마디에 꿇어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오뚝이 인형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앳된 여성을 잡아다가 원장 앞에 데려다 놨다.

여성은 몸도 불편해 보였다.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는지 삐쩍 마른 채로 고개만 이리저리 흔들었다.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듯했다.

그렇게 양 팔을 잡혀온 여성.

그 여성 앞에 화려한 복장을 한 중년의 남성이 서서 얘기했다.

“기도는 모든 것의 열쇠이며, 기도하지 않는 것은 죄. 그 기도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성은 자신이 한 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연신 숙여대며 벌벌 떨기만 하고 있었다.

이유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남성은 옆에서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고로 성경적인 죄의 근본적인 개념은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모든 생각과 행위가 죄인 것입니다. 사탄이 씐 것 같네요. 사죄의 방으로 데려가세요.”

사죄의 방?

순간, 여성의 눈이 뒤집히더니 남은 힘을 다해 발악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안 그랬어요!”

하지만, 여성을 잡고 있는 세 명의 남자와 여자는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여성을 그 방으로 끌고 갔다.

ㅡ 큰일 났다! 연우 가위 걸렸다! 아린아 연우 뺨 한 대만 빨리!

“정말요? 가위요? 사장님. 사장님! 정신 차리세요!”

순간, 볼에 따가운 감각이 나를 깨웠다.

ㅡ 야 아린아, 그 정도로 가위 걸린 사람이 일어나겠냐

ㅡ 더 세게 때려야지. 안 그럼 진짜 연우 죽어

ㅡ 가위 잘못 걸려서 못 헤어 나오면 죽는다던데

ㅡ ㅇㅇ 가위 걸려서 죽은 사람 어제도 봄

ㅡ 뒤로 세 걸음 물러나서 도움닫기까지 하고 때려 봐

ㅡ 지금도 충분히 센 거 같은데

ㅡ 방금 분명 무슨 벼락치는 소리가 났는데

ㅡ 한 손으로는 안 돼. 두 손으로 뺨 싸대기 ㄱㄱ 이러다 연우 진짜 죽겠다

잠이 덜 깬 듯한 느낌이다.

그야말로 비몽사몽.

아직 달아오른 뺨이 식기도 전에 내 시야에 임아린의 양 손바닥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내 눈이 번쩍 뜨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 살아있···”

하지만 기어코 임아린의 양 손바닥은 내 뺨에 닿았다.

덕분에 나는 마치 전깃줄을 잡은 것처럼 온몸에.

아니. 얼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청량고추를 얼굴에 문질러댔나?

임아린 손 왜 이렇게 매운 거야?

아니. 그것보다 임아린 방금 이 꽉 깨물었···

날 죽이려고 했던 거 아니지?

[ 귀신빤스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휴. 우리 연우 살려줘서 고마워요

“으으으···”

내가 휴대폰을 든 채로 양볼을 쓰다듬었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볼에서 불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으아악! 사, 사장님! 괜찮으세요? 전 사장님 돌아가시는 줄···”

눈 뜨고 죽는 사람도 있나.

보통 이런 경우, 졸거나 잤다고 생각하지 않아?

“괘, 괜찮아요. 근데 아린 씨 손 괜찮아요?”

얼마나 힘을 줬으면 맞은 내 뺨처럼 임아린의 손도 새 빨개져 있다.

임아린이 손을 감싸 쥐며 얘기했다.

“괜찮아요. 이 정도야 뭘.”

ㅡ ㄹㅇ 방송사고 날 뻔했다

ㅡ 귀싸대기로 사람 죽는 거 볼 뻔

ㅡ 이 정도로까지 할 줄은 몰랐다

ㅡ 조심해야겠다 연우야

ㅡ 그거 여러 대 맞았다간 이 세상에서 증발할 듯

ㅡ 그나저나 임아린이 방송 다 하네

ㅡ 순식간에 연우 7만 원을 벌어다 줌

ㅡ 여윽시 내조왕

“가, 감사합니다. 아린 씨.”

눈을 껌뻑거리며 나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살폈다.

어느샌가 열려있는 문.

그 문안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나를 반기듯 정면에 서있었다.

여기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의식이 치러졌다.

시체를 쌓아두고 그 앞에서 기도라니.

무슨 의식인지는 몰라도 숨소리 하나조차 새어 나오지 못할 만큼 엄숙한 건 확실했다.

나는 뜨겁게 달궈진 볼을 매만지며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이곳이 여기 있던 기도원 사람들이 정식으로 기도를 하던 곳인 것 같아요.”

아까 1층에서 병풍이 잔뜩 깔려 있었던 곳이랑은 느낌이 다르다.

나는 내가 보았던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여기서 학살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커다란 돌무덤처럼 사람의 시체를 쌓아두고 의식 같은 걸 한 것 같아요.”

“히이이익!? 사장님. 진짜요?”

임아린이 입을 틀어막고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임아린을 한 번, 그리고 카메라를 다시 쳐다보며 얘기했다.

“물론 확실한 건 아니지만, 시체를 쌓아놓고 의식을 진행한 건 맞는 것 같아요.”

ㅡ 야. 큰손 형님이 지루하다 했다고 그런 구라는 좀 그렇다

ㅡ 무슨 학살이냐?

ㅡ 무당 잡았다고 이제 무당 흉내까지 내냐?

ㅡ 그 정도면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에 무조건 낫겠지

ㅡ 너가 조사하고 왔을 때는 그런 내용 없었잖아?

ㅡ 다급한 마음에 너무 급조한 느낌이 드는데?

나는 카메라를 눈치 보듯 얘기했다.

“아닐수도 있는데, 진짜일 수도 있어요.”

ㅡ 그건 뭔 개소리야. 말장난 하냐 지금. 진짜 네 말이 맞으면 내가 크게 한 턱 쏜다. 증명해 봐

“즈, 증명이요? 그걸 어떻게 증명을···”

시벌. 그걸 증명을 어떻게 해?

내가 과거를 읽을 줄 안다고 말하면 믿기나 하겠냐?

옆에서 열심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임아린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에 그 귀여운 얼굴을 파묻고 크게 무언가를 읽기 시작했다.

“진짜였어요, 형님들 형님들! 40명의 기도원 사람들이 떼 죽음을 당한 사건! 여기 여기 청량 기도원 맞죠! 청량 기도원이라고 간판 사진도 있어요!”

나 역시도 화들짝 놀라 임아린을 쳐다봤다.

형님들? 아니 근데 진짜야?

동시에 내 몸에 소름이 잔뜩 돋아 오른다.

임아린이 방송에 기사 링크를 올렸다.

곧이어 임아린이 말했다.

“형님들. 그거 링크 타고 들어가시면 기사에 나와 있을 거예요!”

“혀··· 형님 보셨죠! 제 말이 백 번 맞잖아요!”

ㅡ 오 진짜네 ㅅㅂ

ㅡ 이런 대 사건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ㅡ 야. 너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 없어 하지 않았냐

ㅡ 쫄탱구돼서는 말도 더듬거리드만

ㅡ ㅋㅋ 여자 하나 잘 뒀네. 진짜 내조왕이다

ㅡ 임아린 연우 너무 도와주는 거 아니냐

ㅡ 아니. 근데 얘네 둘이 이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지?

ㅡ 헐. 그걸 생각 못 했네

ㅡ 백퍼 계산하고 방송했네

나와 임아린이 동시에 손사래를 쳤다.

“형님. 무슨 그런 소리를!”

“형님. 아니 님들. 무슨 그런 소리를!”

임아린이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마구 쳐댔다.

“사장님! 여태까지 이 복창 터지는 방송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 역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임아린 밖에 없구나.

[ 재난지원금받고삽니다 님이 2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호오 여자친구 잘 뒀네. 일단 반만 후원한다. 나머지 반은 이제 앞으로 보여주면서 받아 가

“여, 여자친구요?”

손을 들어 부정하려는데.

임아린이 옆에서 카메라를 보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형님.”

ㅡ 넌 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는 거냐 도대체. 오빠라고 해라. 아니 삼촌

가슴이 쿵쾅거린다.

폐 모텔에서 EMF 측정기에서 MAX 단계를 봤을 때처럼.

아니. 그것 때문이 아닌가?

순간, 임아린의 등 뒤로 하얀 무언가가 복도 끝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두 눈이 부릅떠졌다.

반사적으로 검지로 임아린.

아니 그 등 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와아아아악! 시발! 뭐야 저거!”

임아린은 자신을 가리키는 줄 알고 움찔거렸다.

“저, 저요?”

그리고 자신의 등 뒤를 쳐다봤다.

“꺄아아악! 응? 아무도 없는데요 사장님.”

나는 고개를 세차게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냐. 나는 똑똑히 봤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새하얀 옷.

화려한 금장이 둘러진 옷, 그 중간에 새빨간 테두리의 디자인.

난 복도 끝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씨, 씨, 씨벌! 기도원 원장. 기도원 원장이었어요···”

ㅡ 에이. 야 농담 아니지?

ㅡ 기도원 원장이 왜 여기 있어? 딴 데로 이사간 거 아냐?

ㅡ ㅅㅂ 무슨 소리야. 기도원 원장 죽었잖아 여기서

ㅡ 헐. 대박. 그럼 지금 연우 원장 귀신 봤다는 거야?

ㅡ 야 구라 치지 마라 진짜

ㅡ 여기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데 하필 있어도 왜 원장 귀신이 있어?

나는 말문이 막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내 말이 그렇다고요.

ㅡ 미션 원한다는 거지? 자, 미션 줄게. 네가 본 귀신 카메라에 담으면 3백만 원.

순간, 입에서 숨이 막히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헉! 시벌.”

3··· 3백만 원!?

삼십만 원도 아니고?

옆에 있던 임아린도 눈이 토끼처럼 커져서는 내 팔을 붙잡고 방방 뛰었다.

아니. 방방 뛰며 자기 일처럼 좋아하듯 소리쳤다.

“꺄아아! 재난 오빠 미션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금세 입을 굳게 닫았다.

저건 3단계도 아니고 EMF 측정기 MAX를 찍는 놈이다.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특별한 위협도 하지 않아 진정한 위험성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그런데 저런 놈을 직접 찾아서 카메라에 담으라고?

ㅡ 설마 쫄?

순간, 임아린을 슬쩍 쳐다봤다.

이를 꽉 깨물었다.

주먹이 터질 듯 힘도 주었다.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현실이다.

가뜩이나 내가 좋아하는 임아린도 옆에···

한참을 카메라를 보며 망설이고 있던 그때.

내 옆에 있던 임아린이 갑자기 손을 번쩍 올렸다.

“시벌! 그 미션 제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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