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94화 (94/225)

깊은 산 속의 폐 기도원. 2

곧게 뻗은 아스팔트를 지나 자갈밭이 드러났다.

곧 그 자갈밭도 사라지고 웅성하게 자란 풀들이 길을 막고 서 있다.

프스스. 프스스.

그 풀들을 헤치고 들어선 아주 깊은 산골.

인적이 아주 드문 이곳은 오늘 방문할 성산 기도원이라는 곳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평범한 기도원처럼 보였다.

하지만 굉장한 사연들이 복합적으로 옭매여 있었다.

[ 안토니오밥다됐쓰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나는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아주 신나게 맞이했다.

“형님들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제가 오랜만에 흉가를 찾아왔습니다yo!”

ㅡ 워어어어! 우리 영웅 왔냐!

ㅡ 뭐야? 기분이 왜 이렇게 좋아 보이냐. 내 생각인가

ㅡ ㄴㄴ 입 찢어지겠다. 뭔 일 있냐

ㅡ 님들. 이제는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위인.

ㅡ 진짜 살인범 잡았다고 뉴스까지 떴을 땐 소름이 잔뜩 돋았다

ㅡ ㅇㅇ 저도. 내가 구독한 유트버가 이렇게 유명해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넘 좋음

ㅡ 이제 30만, 100만까지! 쭉쭉 달려보즈아!

ㅡ 꺅! 오빠 사랑해요!

ㅡ 님. 여자인 척하지 말라니깐여

ㅡ 그래서 여기가 어딘데?

“하하! 위인은요 무슨!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남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나는 내가 가는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 이리저리 비추었다.

바닥은 이제 흙바닥으로 바뀌었고, 양옆 그리고 정면 시야엔 수많은 큰 나무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형님들. 보이시나요? 오랜만이죠? 이런 깊은 산골에 들어오는 건··· 전에 찾아갔던 귀목산이 생각나는 길이네요.”

귀목산은 내가 방송 초기 때 찾아갔던 우리 동네에 있던 뒷산이었다.

ㅡ 오! 생각난다 대박. 파헤쳐 진 무덤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아니 1초 만에 탈출한 거 생각나네

ㅡ 주작무새충이랑 큰손 형님 후원 배틀 붙은 것도 기억남 ㅋㅋ

“아··· 그랬었죠. 우리 마라탕 형님··· 보고 싶네요.”

우리 큰손 형님 잘 계시려나.

어느새 마라탕 형님이 사라져 내 후원금이 절반.

아니. 절반 그 이상이 줄었다.

굳이 후원 때문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리워진다.

미션이 선 넘는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 형님이 방송을 다 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 귀신집에히터틀기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출장 간 큰손 형님께 영상편지 ㄱㄱ

나도 모르게 우울했던 표정과 삐죽거리던 입을 그대로 카메라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마라탕 형님. 잘 계시나요? 제 생각은 안 나시나요? 언제든지 돌아오십쇼. 무슨 미션이든지 꼭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연우가 기다립니다. 사랑합니다.”

나는 손 하트까지 그리며 카메라에 잘 보이게 내밀었다.

ㅡ ㅋㅋ미쳤네

ㅡ 진짜 찐 그리운 표정인데

ㅡ 당연히 그립지 ㅅㅂ 하루에 100만 원, 많게는 300만 원을 쏘시던 형님인데

ㅡ 하긴, 그래서 연우 후원도 아주 반 토막 났지?

ㅡ 나 같으면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졌어

ㅡ 인정. 난 출장같이 따라가서 흉가 촬영함

ㅡ 괜찮아. 우리가 있잖아. 새로 오신 분들도 있고

ㅡ 힘내보자. 빠이야!

“알겠습니다. 형님들. 자 이제 거의 다 왔네요. 저기 보이시죠.”

나는 희미하게 비치는 낡은 건물을 비추었다.

2층 건물로 만들어진 건물.

층마다 크게 붙어있는 창문이 4개가 보인다.

여전히 창문은 다 깨져 없다.

전체적으로 하얀 바탕의 페인트가 칠해졌지만, 지붕만은 빨갛다.

이 새벽에 쳐다보는 건물 외부의 썩은 곰팡이 모습은 마치 핏물이라도 늘어붙은 것처럼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특이한 점이 있다.

지붕이 마치 초밥을 연상케 하듯 동그랗게 덮여져 있었다.

“형님들. 저거 보시면 초밥 생각나지 않나요? 전 사진으로 보고 빵 터졌었었는데···”

장난치듯 말을 내뱉었지만, 금세 웃음기가 사라졌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이 밤에 싸늘하게 죽은 폐 기도원을 쳐다보자니, 오금이 저렸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뭔가 더 음산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잠시 EMF 측정기를 꺼내 확인 후.

기도원 입구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저 0단계에서 1단계를 왔다 갔다 할 뿐.

나는 안전을 확보하고 그 자리에 멈춰 폐 기도원이 잘 보이게 카메라에 담았다.

“워··· 겉은 생각보다 많이 낡진 않은 것 같은데요. 형님들···”

오래되지 않았다.

해봐야 10년 정도.

겉부터 낡아 비틀어져 쓰러져갈 것 같은 폐가와는 느낌이 달랐다.

그런데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형님들. 들어가기 전에 사연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나는 큰 숨을 한번 내뱉고 설명을 시작했다.

“후. 일단 이곳은 TV에도 나왔던 적이 있던 곳입니다. 노약자, 장애인,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 등등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거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받았던 기도원인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했을지 몰라도 내부에서는 아주 지독하고 끔찍한 범행들을 저질러 왔던 기도원입니다. 치료를 핑계로 사람들을 방에 가둔 채 자물쇠까지 잠가 놓고 감금하는 것은 기본, 식사는 상한 음식과 먹다 남은 음식과 잔반을 따로 모아 재활용하여 주었다고 해요. 그렇게 악행을 이어오다 결국, 기도원 내에 입소자들이 하나둘씩 죽게 되고 나중에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기도원 원장까지 숨지는 바람에 이렇게 폐 기도원이 됐다고 합니다.”

ㅡ 워 시발. 미친놈들 집합소였네

ㅡ 세상에 그런 데가 있었어?

ㅡ 아니 근데 그걸 가족들이 몰랐다는 게 더 신기하네

ㅡ 모를 수밖에. 대부분의 입소자들은 가족관계가 좋지 않음

ㅡ ㅇㅇ 게다가 버리는 경우가 더 많음

ㅡ 쓰레기 같은 놈들

ㅡ 짐승만도 못 한 새끼들이죠. 저도 방송에서 본 것 같아요

“맞습니다. 형님들. 인터넷 기사 및 댓글 내용을 파악해 보니 알면서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인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여기는 머리가 아픈 것보다 어지럽다고 해야 할까.

무언가 정신없는 느낌이 든다.

표면에 드러난 내용들은 이게 전부인데 또 숨겨진 일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자 그럼. 형님들 오늘도 한 번 힘내서 방송을 시작해 볼까요?”

ㅡ 야 근데 너 오늘 혼자 온 거 맞지? 왜 발자국 소리가 들린 거 같지?

ㅡ 어? 시발! 저기 나무 뒤에 여자 머리카락! 야! 저기!

[ 귀신집에히터틀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와! 나도 봄! 연우 네 바로 앞에 큰 나무 뒤에 여자! ㅅㅂ

나는 활짝 웃으며 두리번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나무를 하나씩 쳐다보며 물었다.

“저 나무 뒤에 있는 귀신이요? 그 귀신 제가 데려왔는데. 풉.”

ㅡ 씨발. 진짜 귀신이라니까 미친놈. 장난인 줄 아네

ㅡ 나도 봄. 시발 저 두 번째 나무에 있었다고!

ㅡ 와 나 순간 소름 돋아가지고 혼자 소리 질렀다.

ㅡ 농담 아니라니까! 너 뒤돌아 있을 때 뒤에 머리카락이···

ㅡ 잘못 봤나?

ㅡ 아냐 ㅅㅂ 레알 머리카락 보임

ㅡ 연우가 미쳤다. 살인범 잡더니 귀신은 이제 안 무섭다 이거냐

시청자들이 얘기하던 나무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다시 나무를 등지고 서서 얘기했다.

“아니요. 귀신 무서운데, 저 나무귀신은 안 무서운 귀신이에요 형님들.”

ㅡ 무슨 개 소리를! 어 시발! 또! 또!보였어! 귀신!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

난리 치는 시청자들을 보며 내 입가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나는 채팅창을 힐끗 보고 뒤에 있는 나무로 몸을 돌려 소리쳤다.

“자. 그래서 말인데요 형님들. 오늘 스페셜 VVVIP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나무 뒤에 귀신님 나와주세요!”

모든 채팅창이 물음표를 찍어 댈 때.

나무 뒤에서 예쁘장한 소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진난만한 얼굴의 소녀는 조금은 수줍은 듯 카메라에 재빨리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여··· 여러분! 정연우 사장님 영상 편집자 임아린입니다!”

ㅡ 뭐야? 사람이잖아?

ㅡ 어쩐지 ㅅㅂ 귀신머리가 단발머리더라니

ㅡ 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ㅡ 우와! 임아린이다! 임아린!

ㅡ 임아린이 누구야? 연예인이었어?

ㅡ 정연우 편집자! 와! 개 이뻐 미쳤어!

ㅡ 진짜?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자기야아아아!

ㅡ 내 사랑 이제야 방송에 등장하는구나!

ㅡ 시벌. 주머니에 넣고 싶다

나는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사실 내 유트브 영상이 떡상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임아린에게 있는데,

그런 임아린은 단 1원의 수익도 원하지 않았다.

임아린의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공포물 매니아인 자신을 폐가에 데려가는 것.

그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

임아린과의 통화에서는 전화를 끊는 내내 방방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들. 오랜만이죠. 제 하나밖에 없는 편집자입니다. 여러분들을 만나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구요.”

나는 임아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 임아린씨와 함께 폐 기도원 탐험! 한 번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내게도 기회다.

임아린에게 오늘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점수를 왕창 따는 거야.

나는 의욕이 잔뜩 앞섰다.

온몸이 떨려왔지만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폐 기도원의 입구로 성큼성큼 먼저 들어가서는 옆에 있는 임아린에게 얘기했다.

“아린씨는 공포물 좋아해서 이런 곳 하나도 안 무섭죠?”

“그럼요. 제가 흉가를 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공포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임아린일테니.

친구들과 이런 곳도 수도 없이 드나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입구를 통해 폐 기도원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수많은 생활 도구 및 가구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 역시 관건은 복도 위 천장.

목재로 이루어진 낡은 판자들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축 늘어져있다.

지옥의 입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그저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임아린에게 중얼거렸다.

“와 씨. 여기 폐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살벌하네요. 그렇죠?”

임아린이 말이 없다.

내 말을 못 들은 건가?

고개를 돌려 임아린을 쳐다봤는데.

이리저리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동시에 임아린의 손으로 시선이 쏠렸다.

뭐야? 뭐지?

내 옷자락을 살짝 잡고 있는 손이 떨리는 것 같은데···

[ 재난지원금받고삽니다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여기가 형사 꿈나무가 한다는 방송 채널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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