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의 폐 기도원. 1
영상을 클릭하자마자 야생곰의 영상이 먼저 흘러나왔다.
나는 영상을 일단 일시정지시킨 후.
뻑간다저격이라는 사람에 대해 살펴봤다.
“뭐야 이 사람은 도대체.”
뻑간다저격.
구독자 수 102만 명.
“우워어어어어 시벌. 완전히 초고랩이네 이 사람.”
나에겐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구독자 수였다.
그런데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나와 야생곰의 영상을 비교를 한다는 걸까.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나는 재생목록을 눌렀다.
[ 성적 주작 유트버의 실체 ]
[ 룩북 유트버 xx 씨의 남 모를 뒷 사정 ]
[ 유명한 연기 배우 xx 아들이 진짜 아들이 아닌 이유. 충격 파격 논란 ]
[ 논란 중인 BJ 외모 비하 사건 요약 ]
[ 대박 아이돌 그 귀여운 얼굴 뒤에 숨어있던 학폭 실체 ]
[ 가수 xxx이 청순한 얼굴 뒤에 숨기고 있었던 10가지 소름 돋는 비밀 ]
[ 연예계 공식 쓰레기 xxx가 나락을 간 이유 ]
[ 천사의 탈을 쓴 악마 중견배우 xxx가 자신의 매니저에게 했던 악행들 ]
[ 200만 여성 유트버는 화류계 출신? ]
이게 죄다 뭐야?
TV나 휴대폰 화면으로만 보던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다.
그중에는 제목만 보아도 충격적인 영상들이 더러 존재했다.
닉네임대로 컨텐츠가 저격이구나.
근데 이거 진짜 사실인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수위의 영상들이다.
그렇게 자극적인 요소의 영상들이라 그런지 조회 수 역시 엄청났다.
평균 70만 회. 많게는 100만.
“워··· 시벌. 이 형님. 어그로 하나는 천하제일이시네.”
나는 다시 영상으로 돌아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런 사람이 대체 야생곰과 내 영상은 어떻게 편집해서 설명했을까?
[ 여러분들, 이거 보세요. 오래전부터 걸려 있던 액자들인데요. 이 학교에 다니셨던 선생님들인 것 같아요. 교장 선생님부터 해서··· ]
어? 내가 들어갔던 곳이랑 정 반대의 교실만 찾아다니더니 결국 교무실도 들어갔네?
그런데 그 순간.
“뭐야 이거?”
동시에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시벌. 저 액자들 왜 저기 걸려 있는 거야?
내가 방송했을 때 다 일제히 다 떨어졌던 액자들이었다.
“어? 깨진 유리도 그대로인데···?”
영상이 전환되며 내 영상으로 넘어갔다.
[ 와아악! 시발 형님들! 액자가! 액자가! ]
[ 시발··· 도대체 이게 무슨··· ]
[ 파바바박! ]
영상에서는 교무실에서 믿을 수 없는 초자연 현상으로 수많은 액자가 동시에 떨어져 깨지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고스트 박스에서 들리는 뚜렷한 음성까지.
뻑간다저격은 내 영상을 일시 정지한 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 보셨죠 여러분들. 두 사람은 분명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물론 서로의 일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입구에서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 정연우 유트버의 방송에선 수많은 액자가 떨어졌는데, 1시간 뒤 야생곰 유트버의 방송에서는 떨어졌던 액자가 버젓이 벽에 다시 걸려있죠. 그것도 깨진 액자 그대로. 이건 빼도 박도 못
할 증거죠. 누군가가 주작을 위해 걸어놨다는 겁니다. ]
영상 밑으로는 수많은 채팅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ㅡ 인정. 나도 이 방송 실시간으로 봤슴다
ㅡ 야생곰이 주작했다는 거지?
ㅡ 그런 듯. 그날 야생곰. 시청자들이 가달라는 데는 하나도 안 가줌.
ㅡ 그럼 저기는?
ㅡ 다른 교실에는 이렇다 할 반응도 없고 해서 시청자 때문에 억지로 갔다 함.
ㅡ 근데 저 교무실 가는 것도 엄청 뜸 들였어.
ㅡ 밖에서 자꾸 발자국 소리 들린 건 뭐지?
ㅡ 귀신 소리 아님?
ㅡ 아냐 백퍼 사람 발자국 소리였음.
ㅡ 그럼 그 시간에 뭐 주작 거리라도 만들었다는 건가?
ㅡ 그럴 수도. 쟤는 동행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다음 영상 보실게요. ]
또 하나의 영상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낯익은 장소였다.
바로 내가 올라갔던 옥상.
시청자들의 압박에 못 이겨 또다시 올라온 야생곰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옥상 난간을 보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 와아아악! 여러분들! 저기 저기!여 학생이 서 있어요! 보이시나요! ]
ㅡ 뭐가 보인다는 거야?
ㅡ ㅅㅂ 구라 치냐 지금
ㅡ 연우 방송 봤나?따라쟁이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ㅡ 와. 다시 보니 또 소름 돋네
ㅡ 뭐가요?
ㅡ 아까 연우 방송에서는 저 난간에 여 학생이 뛰어내렸음
ㅡ 엥? 진짜요?
ㅡ ㅇㅇ 방송 보던 사람들이 다 봤는데
동시에 내 영상도 흘러나왔다.
[ 워어어어! 시발! ]
[ 어? 저기··· 와아아악! 시바아아알! ]
뻑간다저격이 입을 열었다.
[ 두 유트버가 모두 난간을 쳐다보고 있죠. 하지만 난간 앞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둘 다 주작일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
곧이어 뻑간다저격유트버는 두 영상을 확대 캡쳐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두 사진 중 내 영상에서 캡처된 사진을 먼저 보여주었다.
그곳엔 손전등이 비친 빛 아래로 희미한 그림자가 비쳐 보였다.
그냥 봐도 알 수 있는 가녀린 여성의 형상이었다.
[ 정연우 씨의 영상본에서 캡처된 내용입니다. 겉으로 보면 눈치채지 못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확대해서 보시면··· 자 보이시죠. 흐릿하게 보이는 그림자! 뭐처럼 보이시나요? 네. 맞습니다. 누가 봐도 여성의 모습이죠. 그런데 잠시 후, 이 여성의 그림자는 난간 밖으로 사라지 듯 없어집니다. 그리고 정연우 씨는 소리를 지르고 난간 밖. 즉 바닥을 내려다보지만 아무것도 없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 영상을 편집하면서도 저 역시도 소름이 몇 번씩이나 돋았습니다. 사람일까요? 이 새벽에, 그것도 여성이 4층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이걸 주작할 수 있을까요? ]
ㅡ 스턴트맨 꿈나무겠지
ㅡ 귀한데 여성 스턴트맨
ㅡ 연우가 대단하네. 어떻게 섭외했대
ㅡ ㅅㅂ 대기업이랑 손잡고 있다는데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ㅡ 식은 죽 먹기 의외로 힘든데··· 맛이 없어서···
ㅡ 아니. 무슨 개소리만 잔뜩 늘어놔 이것들은
[ 그래서 난간 쪽으로 손전등을 비춘 영상을 반복 체크해봤습니다. 보이시죠? 손전등에 비춘 줄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
뻑간다저격유트버가 곧이어 야생곰 확대 영상을 비추며 추리했다.
[ 하지만, 야생곰님 영상에서는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죠. 즉, 주작연기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아까 보여드렸던 교무실 영상입니다. 야생곰님이 액자를 비출 때를 확대해서 자세히 보시면··· ]
“어? 시바. 손가락 자국이 찍혀 있어?”
액자 양쪽에는 희미하게 손가락 자국이 남아있다.
마치 누군가가 액자를 주워 다시 걸어놓았다는 듯이.
내 입이 반사적으로 떡하니 벌어진다.
워 시벌. 이런 걸 다 잡아냈어?
구독자 100만 명도 그냥 모이는 게 아니구나.
이 영상 때문일까.
구독자들의 댓글에서는 나를 좋게 봐주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ㅡ 솔직히 야생곰이 흉가 방송을 오래 해서 구독자가 많은거지. 실질적인 퀄리티는 좀 떨어지지 않나···
ㅡ ㅇㅇ 인정. 방송 재미로 보나 퀄리티로 보나 지금 연우가 훨씬 우세
ㅡ 게다가 연우는 대기업이랑 손잡고 있잖아
ㅡ 그놈의 대기업은 ㅅㅂ 인증되지도 않은 거
ㅡ 그거 말고도 연우는 범죄자도 가끔 잡잖아.
ㅡ 맞아! 그 재미가 쏠쏠함. 스릴 준나 넘침
ㅡ 야생곰은 지 말 안 들어주면 승질냄
ㅡ ㅅㅂ 맞어 개새끼여 그거. 나 방송에서 추방당해서 아직도 못 들어감
[ 제가 누굽니까 여러분. 뻑간다저격 아니겠습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야생곰의 주작 영상에 대해 파헤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이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알람 설정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뻑간다 뻑간다! 저격! 여러분 안녕! ]
영상이 끝나고 나서 확인했을 땐 조회 수가 무려 60만 회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우와. 뭘 이렇게 많이 보는 거야.
이 유트버의 입김이 얼마나 셌는지 잠시 후 둘러본 야생곰의 구독자 수가 크게 변동이 생겼다.
50.4만 명이었던 야생곰의 구독자 수가 무려 2만 명이나 떨어졌다.
48.4만 명.
동시에 나는 6만 명이나 올랐다.
26.4만 명.
이후로도 내 영상에는 계속해서 댓글이 달리고 있다.
ㅡ 워. 뻑가요저격 방송 보고 왔는데 개 재밌네.
ㅡ 밤에 이불 덮고 봐도 무섭겠는데 이거
ㅡ 와! 쓰레기 깔린 저수지에서 접영 실화냐!
ㅡ 야생곰에게서 갈아탔습니다. 전 주작이 싫어요
ㅡ 좋아요 구독 알람 설정까지 싹 눌렀음 짱짱 팬
그렇게 모든 인심이 다 나를 향해 가고 있을 때.
나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정연우 씨 핸드폰인가요?
“네. 누구시죠.”
-아. 우리 저번에 학교에서 봤었죠. 저 야생곰입니다.
그 순간,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뭐야. 이젠 야생곰까지 내 번호를 알아냈어?
이거 완전히 동네북이네.
“안녕하세요. 야생곰님. 근데 제 번호는 어떻게 아시고···”
-저희 회사 이사님에게 부탁드렸는데 아는 분 통해서 어렵게 구하셨다고···
아니. 그 아는 사람이 동사무소 직원이야 뭐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불법 아니야?
-전국적으로 떠들썩한 살인범을 잡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지금 유트브도 그렇고 구독자도 완전히 떡상하셨던데. 하하
“···아 뭐 얼떨떨해요. 일단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 인간은 나한테 왜 전화 한 걸까.
꿍꿍이가 짐작이 가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혹시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 저랑 합방 한 번 어떠세요? 저희 회사에서 연우 씨랑 합방하게 된다면 최대한으로 지원을 해주신다고 하거든요. 연우 씨가 좋아하시는 후원도 7:3. 연우 씨가 7···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 인상이 찌푸려졌다.
시벌. 나를 뭘로 보는 거야.
7:3 제안이라니.
순간, 둘리와의 기억이 스쳤다.
이 녀석도 떨어지기 시작한 민심을 잡으려 한층 더 주목받기 시작한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 접근한 거겠지.
후원 얘기를 앞세워 얘기한 것만 해도 뻔하다.
게다가 합방이라면 입에 거품부터 물린다.
그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해 먹기 위한 사람들.
이제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중얼대는 야생곰님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야생곰님. 저 이제 합방은 안 합니다. 그리고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내셨는지 모르겠지만, 다음부턴 이런 전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이후로는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았다.
나는 찝찝한 마음을 버리기 위해 오늘 방송할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거진 일주일 동안 살인범 잡는다치고 흉가 방송을 하지 못했더니 시청자들이 난리다.
온갖 댓글에 자기가 원하는 장소를 가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어디가 좋을까나···”
나는 시청자들이 달아놓은 댓글을 쭉 훑었다.
폐 광산, 폐 목장, 폐 펜션, 폐 안경공장, 폐 아파트, 폐 농장, 폐 공사장, 폐 음식점 등등.
많은 장소들이 눈에 띄었다.
그 많은 장소 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장소를 바라봤다.
그리고 입으로 중얼거렸다.
“오호··· 기도원이라. 여기 괜찮은데···?”
나는 금세 말을 바꿨다.
“괜찮긴 뭐가 괜찮냐···”
내 몸이 가기도 전에 부르르 떨려온다.
곧장 폐 기도원의 사연이 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