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92화 (92/225)

가슴이 벅차오른다.

30만 회라.

다른 영상까지 영향을 끼치는 걸 계산해 보면 40만은 넘겠는데!?

그럼 다음 달 수입이 대체 얼마야!?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

나는 잔뜩 들뜬 마음에 행복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집이다. 집이다. 반년만 있으면 집을 산다! 집을 산다고!

“계십니까? 안에 누구 안 계세요?”

문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와 나는 동시에 문을 쳐다봤고, 내가 벌떡 일어나 먼저 나갔다.

“내가 나갈게. 엄마. 네! 잠시만요.”

문을 열고 나간 그곳엔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왠지 모르게 전의 상황이 오버랩된다.

혹시 에이전시?

“누구세요?”

남자가 흐뭇하게 나를 보며 악수를 건넸다.

“혹시 정연우 학생 되시나요?”

“반갑습니다. 듣던 데로 굉장히 잘생겼네요. 이런 사람이 살인범을 잡았다니···”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남자는 내게 말을 이어붙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유성 국회의원 보좌관 원준호라고 합니다.”

남자의 말에 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잉? 국회의원 보좌관?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자 보좌관 원준호가 얘기했다.

“다름이 아니라 김유성 국회의원님께서 이번 뉴스에 난 사건을 들으시고는 정연우 씨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십니다. 그래서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고 싶으시다고···”

용감한 시민 상?

그거 TV에도 나오고 그래야 되는 거 아냐?

지금은 절대 그런 걸 원치 않는다.

그렇게 되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엄마가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때마침, 집 안에 있던 엄마가 불쑥 나오며 중얼거렸다.

“아들. 누구야?”

엄마가 기어코 문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나는 다급하게 보좌관 원준호를 집 밖으로 떠밀었다.

그리고 떠밀려가는 원준호에게 잡상인 취급하듯 손까지 저으며 소리쳤다.

“안 사요! 안 사!”

일상으로의 복귀

“어머니 되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나는 거센 손사래를 치며 아저씨를 문밖.

아니. 손수 엄마의 눈에서 벗어날 만큼 멀리 끌고 나왔다.

“아! 아니! 안 산다니까 이 아저씨가!”

그리고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상황을 계속 살폈다.

나는 엄마에게 들리지 않게 아저씨를 보며 속삭였다.

혹여나 다시 또 이런 상황이 생길까 우려한 행동이었다.

“아저씨. 저 그런 상 필요 없어요. 상 받으려고 한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제발 다시는 찾아오지 말아 주세요. 아셨죠?”

순간, 내가 있는 쪽으로 더 다가오려는 엄마를 보았다.

나는 보좌관을 향해 눈빛을 보내고.

재빨리 애인처럼 엄마 팔짱을 끼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엄마는 내 힘에 떠밀려 집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아니. 뭐 팔러 온 거라니 저 아저씨는? 옷까지 멋지게 차려입고 힘들게 팔러 다니시는데, 차라도 한잔 대접하지 그랬···”

“에이. 무슨 하는 거야 엄마. 생판 모르는 남자를 집에 들이면 어떡해! 그리고 저 아저씨 눈이 좀 이상해.”

집 문을 닫기 전, 슬쩍 바라본 보좌관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핸드폰 화면에 비치는 자신의 눈을 쳐다봤다.

쿵.

집에 들어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내어졌다.

“후우···”

와··· 진짜 큰일날 뻔했네.

물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위험했다.

내가 아니라 엄마가 저 사람을 맞이하러 나갔더라면···

“아들. 그나저나 이번주 시험 본다고 하지 않았니? 잘 봤어? 엄마가 기도도 했는데.”

기도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거였어?

공부를 하는 내가 열심히 해야···

물론, 평소라면 항상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엄마에게 미안해했을 나이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얘기했다.

“아이 그럼. 엄마 이번에는 내가 진짜 열심히 해본다고 했잖아. 성적 많이 올랐을걸~?”

“그래? 기분 좋은 거 보니까 시험 잘 봤나 보네.”

“내일 성적표 나오는데, 진짜 엄마 깜짝 놀랄 거다!”

능력 덕분이었다.

모든 문제를 다 맞춰버리면 생길 불상사들이 많았기에 나름 수위 조절까지 했다.몇 등이나 나오려나?

과목마다 2~3개씩 빼먹었으니 17등 정도 하려나?

신기하게도 우리 학교엔 단 한문제도 틀리지 않고 매번 백 점을 맞는 귀신들이 많았다.

엄마가 흐뭇하게 웃으며 내게 얘기했다.

“우리 하느님께서 엄마 기도를 들어주셨나 보네.”

“아하하핫!”

엄마는 잘했다며 내 등을 토닥이더니 갑자기 지갑을 가져와 5만 원짜리를 내게 투척하셨다.

“자, 시험 잘 봤다니까 엄마가 믿고 용돈 줄게.”

“응? 엄마 나 용돈 필요 없는데···”

나 돈 벌고 있어 엄마.

그것도 아주 많이···

영안실 문 한번 열거나 무당 옷 입고 칼춤 한번 추면 하루 용돈은.

아니. 일주일 치 용돈은 번다.

그럼에도 엄마는 내게 굳이 돈을 쥐여주었다.

“우리 아들 열심히 했는데 보상은 해줘야지. 이걸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

나는 이왕 받는 거, 주는 엄마도 기분 좋게 방방 뛰며 소리쳤다.

“우어어어! 우리 엄마! 소중한 후원··· 아니. 용돈 잘 쓸게!”

그나저나 걱정이다.

나름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저지른 일이지만,

생각보다. 아니 상상이상으로 파장이 큰 탓에 내일 학교에 가는 것도 문제다.

애들이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그리고 선생님은 또···

끈질기게 나한테 연락을 해대는 박필준 녀석만 봐도 이 사건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떠들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 야. 십탱! 너지? 그 살인범 잡은 거 너지? ]

[ 우와 십탱구리! 너 도대체 공범이 있었다는 건 어떻게 찾은 거야? ]

[ 설마 너 보상금 같은 거 받았냐? ]

[ 아니. 나라에서 뭐 상 같은 거라도 줘야 되는 거 아니냐? ]

그렇지 않아도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왔다 인마.

물론 답장은 하지 않았다.

한번 답장했다 하면 하루 온종일 떠들 것 같아서 참았다.

저 메시지 4개도 30초 만에 받았으니까.

시벌··· 날 지나면 저런 놈들이 한 둘이 아니라 수두룩하게 모여들 거 같은데···

이거 내일 하루가 다른 의미로 고달프겠는데?

말은 씨가 되었다.

학교에 등교를 하자마자 반 아이들은 개미 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리고 온갖 질문 세례를 내게 퍼붓기 시작했다.

“연우야. 그 무당 살인범은 어떻게 잡은 거야? 부적으로?”

“와··· 진짜 대단하다. 안 무서웠어?”

“무서워도 연우 건드리면 큰일 날 걸? 대기업이랑 손잡고 있는데.”

“너 손잡고 있는 대기업이 도대체 어디야? 샘성? 알쥐?”

“방송 보니까 후원도 많이 받던데 돈 얼마나 벌었어? 괜찮으면 나도 유트버 하게.”

“혹시 나 유트버 하게 되면 나랑 합방 좀 해줄 수 있어? 후원. 아니 수고비 줄게.”

“너 편집자 되게 예쁘더라 나 좀 소개해 줄 수 없어?”

“야 내가 돈 줄 테니까 리액션 한 번만 해주면 안 돼?”

나를 동그랗게 둘러쌓고 한꺼번에 얘기를 해대는 바람에 귀가 찢어질 것 같다.

누구한테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도 막막한 상황.

아쒸··· 알아봐 주는 건 너무 고맙지만 이런 귀차니즘을 바란 건 아닌데.

누가 나 좀 여기서 꺼내줘! 살려달라고!

저 멀리서 반 아이 하나가 문을 열고 내게 소리쳤다.

“연우야. 너 선생님이 찾으시는데?”

“하···”

선생님을 바랬던 건 아닌데.

그나저나 선생님은 나를 왜 부르신 거지?

성적도 목표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을 텐데?

“왜 부르신다는데?”

“몰라. 근데 표정이 굉장히 안 좋아.”

또 무슨 일이지.

내 방송이라도 보신 건가?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 문을 열자 선생님의 굳은 표정이 보인다.

심각하게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도저히 그 기분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다른 선생님들은 나를 보며 활짝 웃어댔다.

그리고 말까지 걸어댔다.

“어우 살인범 검거까지 한 형사 꿈나무가 교무실엔 무슨 일로 오셨어.”

“아. 네 저희 담임선생님께서 부르셔서.”

“너 같은 애들한테는 나라에서 상 안 주니? 큰일 했는데.”

“하하. 글쎄요.”

그렇게 다른 선생님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힐끗 쳐다본 담임 선생님의 표정은 어두웠다.

선생님은 컴퓨터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다.

나는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선생니임. 저 왔습니다.”

“어우 깜짝이야. 어 그래. 여기 앉아 봐.”

선생님이 나를 향해 몸을 돌리자 가려져있던 시험지가 눈에 띄었다.

선생님은 내 이름이 적혀져 있는 시험지를 유심히 보더니 내게 물었다.

“연우 너 이번에 시험 본거 성적이 나왔는데···”

고개를 끄덕이던 선생님은 내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히 말해. 연우 너 이번 시험 기간 동안 뭐 했어?”

나는 순간, 선생님의 눈을 쳐다보며 눈치 봤다.

뭐지? 뭐 때문에 그러는 거지?

잘못되기라도 했나?

아니야. 기억에서 본 그대로 딱 2~3개만 틀리고 다 맞게 썼는데?

공부에 매진했다고 하기에는 선생님이 방송을 훔쳐보는 것 같아 그러진 못하겠고.

그렇다고 결과를 모르니 안 했다고 하기엔 매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나는 머리를 굴리다 입을 열었다.

“어···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만···”

선생님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 내게 다시 물었다.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이번 성적을 보니 선생님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네? 어떻게 나왔길래···”

갑자기 선생님의 손이 내 얼굴을 향했다.

아니. 내 몸을 향했다.

순간 움찔한 나를 다짜고짜 덥석 안더니 방긋 웃으며 소리쳤다.

“정연우! 네가 어떻게 전교 7등을 했니? 말도 안 된다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는 화들짝 놀라 교무실이 떠나가라 소리 질렀다.

“에에에!? 7등이요!?”

시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일부러 틀린 문제들도 있는데.

그럼 그 공부 벌레들이 나보다 시험을 못 봤다는 거야?

어쩐지 모든 아이들이 나한테 매달려 있을 때도 저 한구석에서 나를 째려보고 있더라니···

선생님은 나를 안았던 몸을 떼더니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선생님은 네가 컨닝이라도 한 줄 알았다야!”

어리둥절하다.

어쩌다가 전교 7등을 해버렸다.

사실, 과목의 모든 선생님과 몸이 부딪힐 때마다 시험 답안지에 관한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물론 고의적인 건 아니었다.

피곤해서 졸다가 머리를 맞을 때나, 선생님의 펜을 건네받을 때. 등등.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런데, 양심에 찔려 일부러 많이 틀렸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태가 나다니···

“우리 연우 방송하느라고 공부도 다 내려놓고 있는 줄 알았더니, 기특하네. 아주 칭찬해.”

“어··· 선생님. 전교 7등은 당연한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잠도 안 자고 공부에 모든 영혼을 다 갈아 넣었거든요!”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던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갑자기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하얀 봉투였는데 대충 안에 뭐가 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잘했어. 선생님이 다 뿌듯하다. 자, 이건 선생님이 주는 선물.”

아니 형사님부터 시작해서 엄마, 선생님까지.

갑자기 다들 이렇게 용돈을 주시는 거지.

너무 행복하게···

나는 봉투 안에 금액을 확인하고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번쩍 올렸다.

“하이고오오! 누님. 아니 선생님. 상품권 10만 원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순간, 선생님 모두가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동시에 담임 선생님은 나를 보며 물었다.

“근데 연우야. 너 도대체 아이 살인한 범죄자를 도운 공범이 있었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안 거니?”

선생님들이 다 모여있는 그곳에서 내게 묻는 바람에

나는 20분을 더 붙잡혀 썰을 풀어야 했다.

완전히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다.

보는 사람들마다 영웅이라며 내 손을 치켜들어세웠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 대통령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학교 수업을 끝냈을까.

집에 가는 길에 전화 하나가 걸려왔다.

임아린.

어? 임아린? 웬일이지?

나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장님.통화 괜찮으세요?

“어. 네. 왜 그러세요?”

-혹시 뻑간다저격이라고 유트버 아세요?

“아··· 니요? 그게 누구예요? 흉가 유트버인가요?

-아뇨아뇨. 이슈가 될만한 사람들을 저격하는 유명한 유트버인데요. 그 유트버가 사장님이랑 야생곰님 비교 영상을 올리셨어요.

“어··· 음··· 그게 무슨 말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저격유트버는 뭐고 그 사람이 왜 나랑 야생곰을 엮어 비교를 했다는 건지.

임아린이 얘기했다.

-제가 영상 링크 보내 드릴 테니 한번 보세요. 조회수가 하루도 안 돼서 40만이 넘었어요! 그럼 이만!

임아린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날라왔다.

[ 흉가 유트버계의 쌍두마차. 라이벌 둘의 비교 영상. 과연 누구의 영상이 주작일까? ]

뭐야 이건 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 영상을 클릭해 시청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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