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5
나는 번개 같은 속도로 두 손을 번쩍 올렸다.
그러면서도 입은 중얼거렸다.
“나 아닌데···”
동시에 제자의 입에선 덩치에 맞지 않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사람이 도끼로 저 죽이려고 했어요!”
나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이런 미친··· 지랄하네! 더 지껄여봐! 이 살인자 제자 새꺄! 경찰서 가서 어떤 말이 나오나 보자.”
“야 인마! 마지막으로 얘기한다! 도끼 내려놔!”
나는 형사의 말에 도끼를 무의식적으로 바닥에 떨궜다.
덜그럭.
“형사님 지··· 진정하세요.”
“그러니까 다짜고짜 이 학생이 쳐들어와서 도끼로 본인을 죽이려고 했다. 그 말이에요?”
“그렇다니까요. 저거 보세요! 어린놈이 어른 쳐다보는 눈빛 좀 봐! 귀신한테 잔뜩 홀려서는···”
형사님은 나를 보며 얘기했다.
경찰서로 같은 온 형사님는 초면이었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형사님은 구면이었다.
잡는 건 자신이 할 테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던 형사님이었다.
“도끼 네가 가져온 거야?”
“절대 아니죠. 저 아줌마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저 곰 같은 사람이 집 안에서 꺼내왔어요.”
형사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진 몇 장들을 무당 앞에 나열해 보여주었다.
순간 무당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갑자기 조용해진 무당에게 형사가 물었다.
“이 집 아시죠?”
무당이 힐끗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아니요. 처음 보는 집인데요.”
“거짓말하지 마시고요. 똑바로 쳐다보세요. 어린아이 유괴 및 살인사건이 났던 집입니다. 이 집 진짜 몰라요?”
“글쎄 모른다니깐요.”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정말 치가 떨릴 정도다.
사건을 맡은 형사님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이를 꽉 깨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좀 더 본격적으로 무당을 노려보듯 쳐다봤다.
“그저 발뺌만 한다고 있던 죄가 사라지진 않아요. 자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지훈이라는 아이 기억하죠?”
무당은 이젠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아줌마 보통이 아니네. 아줌마 이름이 뭐라고 했죠?”
“김미선이요.”
“아니 아까는 이미선이라면서요.”
“제가 언제요!”
형사는 반복되는 상황에 헛웃음을 지었다.
무당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아니 죄를 자기가 지어놓고 날 노려본다.
형사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동료에게 눈짓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그가 추레한 행색의 남자를 데려왔다.
무당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지훈의 작은 삼촌.
이진호였다.
이진호는 무당을 보자마자 갑자기 눈이 뒤집어져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야 유미경. 망할 무당 년아! 네가 감히 도망을 가? 씨발! 천하의 죽일 년! 개 같은 년아 네가 죽였잖아!”
입고 있던 옷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이리저리 뜯기고 얼굴은 금세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무당의 입은 마치 바늘이라도 꿰매놓은 듯 굳게 닫혀버렸다.
“이 개 같은 년아! 도망쳤으면 조용히 숨어있기라도 하던가 사람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번화가 거리에서 또 무당짓을 하다 잡혀 와서 나를 살인자로 몰아!”
그 상황을 경찰들은 그저 팔짱을 끼고 쭉 지켜보았다.
이진호는 더욱더 격하게 무당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옆에서 무당의 제자가 이진호를 말렸지만, 기꺼이 그 손을 뿌리치고는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넌 뭐야?”
“제자인데요.”
“제자 좋아하네. 아직도 사람들한테 용한 척 사기 치고 다니나 보지? 네가 무슨 무당이야! 이 시발 사이비 같은 년아!”
사이비라는 소리에 참다못한 무당의 얼굴이 갑자기 기괴스럽게 변했다.
두 눈을 흰 자가 잔뜩 보일 만큼 치켜뜨더니 이진호를 향해 소리 질렀다.
“누나 자식새끼도 팔아먹는 파렴치한 새끼가 누구 보고 사이비라는 거야! 당장 썩 안 꺼져!?”
그렇게 소동은 형사들에 의해서 오래가지 못했고, 나는 형사님의 배웅을 받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너, 정체가 뭐냐?”
“그냥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이요.”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형사님이 픽 하니 웃어 버린다.
그가 내 어깨를 다독였다.
“장한 일 했다. 또 부를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저 사람들 어떻게 되는 거예요?”
형사님이 담배 하나를 물며 말했다.
“제일로 먼저다가 해달라고 국과수에 유전자 감식 보냈으니까, 금방 결과 나올 거다. 뭐, 서로 죽이려 드는 거 보면 결과 안 봐도 뻔하겠지만.”
“엄벌에 처해주십시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 그래도 담당 검사가 하나가 건수 올리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어서 빼도 박도 못할 거다. 이거.”
형사님이 불쑥 3만 원을 나에게 내밀었다.
“갈 때 차비해.”
“하이고오오! 감사합니다 형님, 아니 형사님!”
내가 망설임 없이 넙죽 받자 형사님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어, 어··· 그래. 어서 가봐.”
“고생하세요 형사님!”
답답했던 가슴이 확 풀린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며 무거웠던 어깨가 한결 시원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지훈아. 그리고 지훈이 어머니.
사람의 탈을 쓴 악마 같은 놈들.
천벌받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주말 아침.
나는 어느 때와 같이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앉았다.
“와. 엄마. 오늘 찌개 무엇! 부대찌개!? 우어어어어!”
“오랜만이지? 어서 먹어.”
사각햄, 비엔나소세지, 두부, 만두에 라면사리까지.
아주 내 취향을 완벽히 저격한 부대찌개를 숨도 쉬지 않고 먹고 있을 때였다.
밥을 먹던 엄마가 TV를 틀었는데.
낯익은 기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 며칠 전 전국 시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폐 무당집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놀랍게도 이 살인사건에는 아이를 제공한 공범이 있었으며, 공범은 죽은 아이의 가족, 즉 작은 삼촌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끔찍한 짓을 벌인 이 작은 삼촌의 진술에 의하면 무당에게 아이를 바치는 대가로 천만 원을 받으려고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로··· ]
엄마는 뉴스 기사를 보자마자 밥숟가락도 내려놓고 화들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어머머··· 세상에나 저런 나쁜 놈들. 돈 천만 원에 자기 조카를 넘긴 거야?”
“어휴. 진짜 쓰레기들이지 엄마?”
“그러게. 너무 무섭다야. 한국에 저런 사람이 있었다니···”
곧이어 TV에서는 범인을 잡은 기삿거리도 흘러나왔다.
[ 이번에도 경찰은 한 발 느렸습니다. 범인의 행적이 오리무중이라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 중, 폐 무당집 살인범을 검거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한 학생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학생은 한 달 전 지방의 한 모텔에서 흉가 탐험을 하다 전과 24범을 검거한 이력이 있었던 유트버로 흉가 탐험이라는 컨텐츠를 통해 한 무당집에 방문했다 아이가 장독대에 있는 것을 발견해··· ]
“도대체 경찰들은 뭐 하고 학생이 범인을 잡으러 당긴대니? 근데 쟤는 뭐 하는 애길래 매번 범죄자들을 형사보다 더 잘 잡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설마 내 이름이라도 나오는 건 아닐까, 사진이라도 띄우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그 마음을 모르는 엄마가 그 뉴스에 심취해 더욱더 감정이입을 해갈 때.
나는 엄마가 들고 있는 리모컨을 잽싸게 뺏었다.
그리고 얼른 다른 채널로 바꿨다.
“왜. 왜.”
“이런 거 뭐 하러 봐. 지금 엄마가 좋아하는 연속극 할 시간인데.”
아주 자연스럽게 시선을 뺏었다.
나는 밥을 다 먹고도 혹시나 엄마가 TV 채널을 돌릴까.
옆에서 감시 아닌 감시를 하다 방으로 들어갔다.
매번 이런 상황에 엮이는 것도 곤욕이다.
혹시나 엄마가 마을 사람들과 엮여 내 소식이라도 들을까 또 걱정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안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시골 촌 동네에 산다는 것이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됐던 걸까.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분들이 많은 데다 인터넷이랑은 담을 쌓고 있는 분들이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나저나 내 유트브는 잘 되고 있나?
너무 잔인한데다 전국의 시민들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라 아마 꽤나 어그로를 끌었었다.
시청자도 마지막엔 5천 명을 찍었던가?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헉! 시발. 이게 뭐야 도대체.”
구독자 수 20.4만 명?
게다가 업로드된 이번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하루 만에 30만 회나 되었다.
“와아아아아아! 씨. 웁!”
나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감탄을 입으로 틀어막았다.
엄마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시다 깜짝 놀라 나에게 물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왜 그래?”
“아, 아니야! 엄마! 사랑해!”
시벌. 이게 도대체 다 뭐냐고!
조심스럽게 영상을 터치했다.
그리고 이어폰을 끼고 살폈다.
[ 아줌마 정말 뻔뻔하시네요. 아줌마가 지훈이를 잔인하게 죽여 장독대에 가둔 범인이잖아요 ]
[ 아! 아아악!이 아줌마가! 나 아직 19살이에요! 땜빵이나 탈모 생겨서 여자친구 못 사귀면 아줌마가 책임 질··· ]
[ 미친놈이··· 그거 이리 안 내놔! ]
영상을 보다 말고 흐뭇하게 웃었다.
임아린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무당의 얼굴과 무당 제자의 얼굴이 아주 기가 막히게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척척.
완전히 편집 선수인데?
나는 댓글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351개.
관심을 많이 받은 영상이니 만큼 댓글 수도 엄청나게 달렸다.
ㅡ 여기가 그 형사 꿈나무 채널입니까?
ㅡ 경찰도 못 잡는 범인을 찾아다닌다는 그 탐정 꿈나무 채널 맞죠?
ㅡ 와 개 소름이네. 그걸 다 어떻게 찾아냈대?
ㅡ 무당집도 이거 하나만 콕 집어서 왔다던데
ㅡ 솔직히 불어라. ㅅㅂ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ㅡ 이 유트버한테 후원만 해주면 진짜 미제 사건도 해결해 주나요?
ㅡ 공범이 있다는 걸 밝혀낸 건 진짜 개소름이었다
ㅡ 야 이 정도면 네가 형사해야 되는 거 아니냐
ㅡ 워어어어어어 이 사람 방송 언제 하나요?
ㅡ 진짜 개 궁금하네 어떻게 방송하는지
ㅡ 귀신도 막 때려잡고 그러는 거 아니져?
ㅡ ㅇㅇ 그건 아님. 맨날 도망 댕김
ㅡ 꺅 이 오빠 여자친구 있나요?
ㅡ 님 남자잖아요 여자인척 하지 마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