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무당집. 5
“워어어어! 야 이 저 시발 미친 무당 새···”
ㅡ 야 왜 허공 보고 욕하는 거야? 앞에 귀신이라도 보이냐
번뜩 정신을 차리고 나니 다시 내 앞엔 열린 창고 안 풍경이 보인다.
이곳저곳 녹이 쓸어 색이 변질된 철창.
드문드문 보이는 저 변질된 녹들이 이젠 피처럼 보였다.
소름이 식질 않는다.
온몸에 돋아 오르는 닭살이 터질 듯 요동쳤다.
어린아이를 죽였어··· 그것도 자신의 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을···
그런데, 장독대 안에는 왜 데려 간 거지?
뭐야? 뭐냐고!
나는 채팅창을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ㅡ 저넘 병이 나날이 심각해짐
ㅡ ㅅㅂ 근데 진짜 철창이 왜 있는 거지?
ㅡ 개 키웠겠지
ㅡ ㅇㅇ 밥그릇도 있는 것 보니까
ㅡ 아니. 근데 왜 창고 안에 가둬서 키우냐고
ㅡ 사나워서? 학대인가?
ㅡ 음. 아무래도 좀 이상해.
ㅡ 안에 들어가서 자세히 좀 보여줘
나는 창고 안으로 내 몸을 구겨 넣었다.
동시에 고민했다.
입이 근질근질 거린다.
말해줄까?
아냐. 내 기억이 확실하다고 볼 수도 없잖아.
내가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기나 할까?
미친놈 취급을 받을 거야.
그래. 아직은 아니야.
다만 나는 알고 있는 사실을 순화하여 추리하듯 얘기를 풀어놨다.
“형님들. 제가 보기엔 이 창고. 동물을 가뒀던 용도로 쓴 게 아닌 것 같아요.”
ㅡ 그럼 뭔데?
ㅡ 네가 어떻게 알아?
ㅡ 무당 옷 입더니 왠지 무당이 된 것 같냐 쟤
ㅡ 이러다 진짜 접신까지 하는 거 아니냐 ㅋㅋ
ㅡ 아니 그것보다 저 옷은 왜 계속 입고 있냐고
ㅡ 개 웃기네 ㅋㅋ
ㅡ 얘기해 봐. 뭔데 저게
나는 마른 침까지 꿀꺽 삼키며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사람을 가둬두었던 것 같아요. 아주 작은 사람···”
처음 보는 경우였다.
그 흔한 TV에서도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자신의 핏줄도 아닌 남의 자식을 데려와서 굶기고 죽이는 이유.
원한 관계가 있었던 걸까?
아님 무슨 다른 깊은 사연이라도.
내가 들어오자 창고 뒤에 문이 저절로 닫혀버렸다.
게다가 핸드폰, 손전등 할 것 없이 일제히 모두 전원이 꺼져버렸다.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문을 걷어찼다.
쾅! 쾅! 쾅!
문은 마치 충격을 흡수하는 듯 들썩 거리며 부서지지도 열리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암흑 속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뭐야! 뭐야! 뭐야! 시발! 형님들! 형님들!”
문을 아가리를 열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순간, 나는 뒷덜미를 훑는 한기에 확! 뒤돌아섰다.
최대한 출입문에 등을 밀착한 채 사방을 노려보며 숨을 죽였다.
“······.”
혹시나 뭐라도 튀어나올까.
나를 뭔가가 노려보고 있진 않을까.
터질 것 같은 심장만 부여잡은 채 긴장했다.
나는 비명 대신에 이를 악물었다.
철장이 흔들리는 소리가 나는 듯싶더니.
나의 시선이 내 팔로 향했다.
굉장히 작고 밀가루처럼 하얀 얇은 손이 내 팔목을 휘감아 간다.
나는 그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포를 넘은 그 무엇이 나를 석상처럼 만든다.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민다.
[ 아줌마,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 ]
내 목울대가 출렁이는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나에게 들린다.
아줌마?
설마 무당 옷을 입고 있는 날 착각한 걸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상황에서도 나는 허공에 대고 대답했다.
“나, 난 아줌마가 아니야! 이거 놔!”
내가 그 손을 털어내기 전에, 손이 먼저 쓱 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제발요.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
이 상황에서 아까 흘러들어왔던 기억이 얽힌다.
당하기만 했던 안타까운 아이가.
가방에서 재빨리 배 하나를 꺼내 허공에 들이밀었다.
“여··· 여기! 이거라도···”
말이 끝나기도 하얀 손이 배를 빼앗듯 낚아채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소름과 함께 내 몸이 부르르 떨린다.
[ 쩌쩝쩝쩝··· 으아아아아앙! 살려주세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
철컹! 철컹!
철창 흔들림과 아이 울음소리가 창고에 안을 때리듯 울려 퍼졌다.
정신이 나갈 것 만 같은, 나는 치아가 딱딱 떨리는 와중에 턱에 힘을 주었다.
“차··· 착하지. 그만 울어. 내, 내가 구해줄게. 엄마한테 보내줄 테니까 여기 이 문 좀 열어줘!”
두려움에 얼른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말도 안 되는 주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구속되어 있는 아이의 영혼이 있다면 빨리 해방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다시 진심을 다해 중얼거렸다.
“진짜야. 진짜 열어주면 내가 널 찾아서···”
그 마음이 전해졌던 걸까.
문이 열리며.
핸드폰의 화면, 그리고 손전등의 불빛이 동시에 들어왔다.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 핸드폰 화면과 철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ㅡ 뭐야? 방송 꺼졌으면 바로 켜야지
ㅡ 어? 방송 켜졌네
ㅡ 5분 넘게 안 켜져서 집으로 빤스런 한 줄 알았네
ㅡ ㅅㅂ 그동안 안 켜고 뭐 했냐 너
ㅡ 엄머? 손전등도 저기다 떨궈 놨네?
ㅡ 야! 인마! 빨리 핸드폰 주워 들어
나는 그제야 다시 핸드폰을 주워들고 채팅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 죄송합니다. 갑자기 창고에 갇히는 동시에 핸드폰이랑 손전등이 나가버렸어요.”
ㅡ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ㅡ 핸드폰은 그렇다 쳐도 손전등까지 나갔다고?
ㅡ ㅅㅂ 자꾸 구라칠래?
ㅡ 방종각 잡으려고 한거 아님?
ㅡ 해명해라 개색갸!
하지만,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에게 잡힌 팔목이 욱신거린다.
나는 손전등을 비추어 확인해 보았는데.
“워어어어 시발! 혀··· 형님들!”
내 팔목에는 시퍼렇게 선명한 아이의 팔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한동안 벙찐 채로 그 자국을 바라봤다.
동시에 철창으로도 시선을 돌렸다.
“형님들. 여기에··· 장독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있을 것 같다.
아니. 분명히 이 근처에 있다.
아이가 여기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나는 창고 안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며 살폈다,
그러다 문득 구석진 곳 맨 끝, 의문스럽게도 보자기로 덮어 씌워진 무언가를 발견했다.
나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중얼거렸다.
“이런 시벌. 진짜 있었어. 혀··· 형님들. 저기에···”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나는 성큼성큼 그 보자기가 씌워진 물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보자기를 벗겨냈다.
“워어어! 시발!”
장독대였다.
그런데 이 장독대에 한 장의 긴 부적이 붙여져 있었다.
장독대의 뚜껑을 열면 찢어지는 형태였다.
ㅡ 뭐야 이거
ㅡ 씨발. 부적 뭔데? 뭘 넣어놨길래 이래
ㅡ 어쩐지 보자기를 씌워 놨더라
ㅡ 이걸 찾은 게 더 신기한데?
ㅡ 그냥 일반 장독대 아냐? 괜히 오바하는 것 같음
ㅡ ㅇㅇ 별거 있겠나 그냥 장독대 같은데
ㅡ 야 빨리 열어 봐봐
반사적으로 그 장독대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ㅡ 건드리지 마세요! 그거 주술 걸어놓은 거예요! 부적 떼는 순간 큰일 납니다!
순간 내 눈에 번뜩였다.
큰일 난다고?
나는 가져갔던 손을 살며시 다시 제자리에 두고 채팅창을 향해 중얼거렸다.
“도사 형님. 주술을 걸어놨다고요? 그게 뭔데요?”
ㅡ 염매( 魘魅 ) 같아요, 남의 집 어린아이를 도둑질하여 고의적으로 굶기고, 그 아이가 바짝 말라서 거의 죽게 될 정도로 만든 다음에 아이를 죽여 그 혼을 가두어 부리는 주술인데, 신빨이 떨어진 무당들이 하는 아주 파렴치한 짓이죠.
시벌···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술이 있어?
잠깐 그렇게 되면 기억 속에 보았던 그 아이의 혼을 장독대에 가두었다는 얘기인가···
그나저나 혼을 어떻게 가두었다는 거야?
나는 또다시 흘러내리는 이마의 땀을 슥 닦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그리고 일단 중얼거렸다.
“그럼 얼른 아이의 영혼을 달래 줘서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죠! 이대로 두면 불쌍한 아이의 영혼은 저기 계속 갇혀있는 거 아닌가요?”
평소대로라면 도망치기 바빴을 몸이었다.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ㅡ 저주를 다 뒤집어쓰고 싶으시면 떼셔도 됩니다. 저는 책임 안 집니다.
저주를 다 뒤집어쓴다라···
“저주를 뒤집어쓴다고요?”
나는 가만히 장독대를 바라봤다.
아무리 그래도 억울한 죽음을 당한 어린아이다.
이대로 방치해야 한다고?
지금 여기에 선녀보살님이 함께였다면 내 결정에 정말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순간, 머릿속은 수많은 고민으로 어지러웠다.
뗄까? 아니야. 저주를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데?
게다가 안에는 정확히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잖아.
ㅡ 제 말 안 들어서 피 본사람들 한두 명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후회할 거예요
저 시청자 말에 귀가 팔랑거린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그 아이는 아까 창고에 갇혀있던 나에게 어느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그저 안쓰럽게 죽은 이 영혼을 구해주지 않으면 내 속이 너무 쓰릴 것 같다.
아이였다.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남의 욕심에 억울하게 죽임 당한 어린아이.
그런 아이가 귀신이 되어서도 해를 끼치기는커녕 그저 먹을 것과 엄마를 찾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난 이마에 한껏 맺힌 땀방울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부적을 한번 쳐다보고 카메라를 향해 중얼거렸다.
“형님들. 도사 형님 조언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그리고 난 거침없이 그 부적을 떼어버렸다.
치익-
ㅡ 워 시발. 연우 박력 있었다.
ㅡ 이런 모습 처음인데?
ㅡ 쫄보라 그냥 놓고 도망갈 줄 알았는데
ㅡ 아니 근데 저 장독대가 뭐라고 저 지랄하는 거임?
ㅡ 도사 저 사람 말로는 아이 영혼을 가둬놓는 주술을 걸어놨다는데요?
ㅡ 도대체 그게 뭐야?
ㅡ 뭐 장독대 열어보면 답 나오겠죠
ㅡ 오케이 빨리 열어라 연우야
ㅡ 후원 같은 거 바라지 말고 얼른 ㄱㄱㄱ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장독대에 시선이 쏠렸다.
에라이 시발, 모르겠다.
만약 장독대에 어린아이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면, 그렇다면.
갇혀 있지 않고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그으으윽.
내 손에 무거운 장독대의 뚜껑이 살며시 들린다.
이유 모를 시큼한 냄새가 코를 타고 들어오며 장독대 안의 광경이 드러났다.
나는 조용히 어금니를 악물었다.
조금은 놀랐지만 이상하게 무섭지가 않다.
그렇기보다는 분노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입술까지 깨물려 비릿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장독대 안엔, 9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미이라의 형상으로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