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79화 (79/225)

여고괴담. 7

“어··· 어? 시발! 시발! 시발!”

그야말로 혼비백산이었다.

고스트 박스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한번.

이곳저곳에서 박살 나는 액자들 때문에 두 번.

몸에 오른 소름이 식을 틈도 없이 내 목덜미엔 싸늘한 살기가 계속 맴돌았다.

ㅡ 나도 시발! 시발! 개 깜놀했잖아 개색갸

ㅡ 몇십 년간 잘 걸려있던 액자가 왜 떨어지는 건데!

ㅡ 너 혹시 염력도 쓸 줄 아냐?

ㅡ 씹··· 놀라서 핸드폰 떨어트림

ㅡ 그나저나 편지 내용 뭐라고 쓰여있었어?

ㅡ 뭐길래 그러는 거야?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채팅창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다.

그저 어디서 뭐라도 튀어나오진 않을까.

천장이라도 무너져 내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십자가 목걸이를 손에 쥐고 겁먹은 채 주문만 외워댔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령하니 악한 귀신아 떠나가라. 예수께서 결박당하시고 십자가 위에서 피 흘려주셨으니 악한 귀신아 즉시 떠나가라. 예수의 이름으로 명령하니 저주를 가져온 귀신아 떠나가라. 예수께서 가시관 쓰시고 모든 저주를 담당하셨으니 악하고 더러운 귀신아 즉시 떠나가라···”

그렇게 한참을 집중하여 중얼댔을까.

ㅡ 야 정신 차려! 고스트 박스 멈췄어!

[ 치지익- 치지지익- 치지지지익- ]

후원창이 울림과 동시에 주위가 조용해졌음을 인지했다.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기어코 EMF 측정기의 반응이 0단계에 찍히는 것까지 확인한 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연달아 내쉬었다.

“시바··· 하. 후우··· 후우···”

복도 밖에서 희미하게 나무 목재 밟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다행히도 소리는 결국 사라져버렸다.

땀에 몸이 흠뻑 젖는다.

그렇게 숨죽이며 2분이 흐르고.

EMF 측정기에 0단계가 찍히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채팅창에 중얼거렸다.

“형님들. 다들 괘··· 괜찮으신가요···?”

ㅡ 미친놈. 너나 생각해

ㅡ 지금 누가 누굴 챙기는 거야?

ㅡ 얼굴에 홍수 터졌어. 상태 체크 좀

ㅡ 야. 도대체 편지에 뭐가 쓰여있길래 고스트 박스도 난리야?

ㅡ 이제 갔으니까 빨리 좀 읽어봐 봐

아니 다시 편지를 집어 들고 눈만 껌뻑껌뻑거렸다.

“형님들···?”

ㅡ 아. 시발 이 와중에 후원유도질이네

ㅡ ㅅㅂ넘아. 놀랐다는 거 다 구라라니까 이거

ㅡ 여하튼 빨리 ㄱㄱ 개 궁금함

ㅡ 너도 한 패지?

ㅡ 한꺼번에 다 읽어 개새야.

내 입이 랩을 하듯 빠른 속도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선생님이 절 받아주시지 않으면 저 정말 죽을 거예요. ]

[ 저 정말 죽어도 괜찮으시겠어요? ]

[ 박현숙 씨발년. 반드시 죽일 거예요. 그렇게 경고했는데 선생님한테 또 찝쩍댔어요 ]

[ 선생님. 저 몸이 좋지 않아요. 헛구역질을 자꾸 해요 ]

[ 아무래도 임신을 한 것 같아요. 저 선생님 애를 가진 거죠? ]

[ 오늘 병원을 다녀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저에게 상상임신을 했대요.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의사 뺨을 때렸어요. 선생님 애를 가진 게 확실한데. ]

[ 우울해요. 정말 죽고 싶어서 옥상에 있는 난간에 한참을 서있었어요 ]

[ 제가 죽으면 선생님이 행복할까요? ]

[ 저 진짜 죽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요? ]

읽으면서도 소름이 잔뜩 돋아 오른다.

그냥 읽어보아도 온통 일방적인 내용의 편지들이다.

그 때문에 편지의 내용을 들은 시청자들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맴도는 소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으니까.

ㅡ 뭐야 시발···

ㅡ 내용이 뭔가 좀 이상한데?

ㅡ 이거 완전히 일방적인 협박 편지 같아

ㅡ 뭐야 허은정. 얘 정신적으로 뭐 문제라도 있었나

ㅡ 완전 스토커 같은 느낌인데

ㅡ 와··· 편지 읽어주는 거 듣는데 왜 몸에 소름이 돋냐

ㅡ ㅅㅂ 남교사가 범인이 아니었나?

ㅡ 그냥 허은정 혼자 쇼한 거 같은데?

시청자가 떠드는 와중에 나는 마지막 그 편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만지기도 찝찝한 그 편지를.

“혀··· 형님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편지에 쓰여 있는 그 글씨는···

분명 연필이나 볼펜 따위가 아니었다.

까맣게 변색되어버린 그건 분명···

나는 마른침을 연달아 삼키며 중얼거렸다.

“혈서도 있어요.”

ㅡ 뭐 시발? 혈서?

ㅡ 혈서까지 썼다고? 미친

ㅡ 죽은 허은정이 쓴 거잖아?

ㅡ 아 ㅅㅂ 소름 돋는다.

ㅡ 백퍼네. 허은정은 그냥 싸이코 스토커였어

ㅡ 선생이 왜 저걸 변태같이 모아뒀냐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구나

ㅡ 증거로 모아둔 건가

ㅡ 완전히 상 또라이 같은 느낌이다

ㅡ 와 시발··· 개 무섭다 진짜

ㅡ 뭐라고 쓰여있는데?

채팅창을 힐끗 쳐다본 나는 천천히 그 편지의 내용을 미리 읽었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펼쳤던 편지를 다시 고이 접었다.

“형님들 이건 너무 끔찍해서 안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형님들의 심신 안정과 꿈자리 생각해서 이건 안 보여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ㅡ 뭔데? 아 그러지 마 제발

ㅡ 아! 아! 알려 달라고! 궁금해 미치겠으니까

ㅡ 시발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 최양을피하는방법 님이 44,444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귀신 만들기 전에 빨리 얘기해 개색갸

단지 남교사를 좋아하는 19살 여학생이 썼다고 하기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건 분명 손가락으로 쓴 글씨였다.

나는 그 편지를 직접 카메라에 비추며 얘기했다.

“너 때문에 자살하는 거야라고··· 쓰여 있어요.”

ㅡ 워 시벌 소름

ㅡ 저 말이 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냐

ㅡ ㅇㅈ 저기에 담긴 감정이 다 보임

그저 읽기만 했을 뿐인데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버렸다.

명백한 자살의 증거였다.

한 여자의 사랑이 도가 지나친 걸 모자라 자살까지 이르렀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사연이 이 시대에도 존재했단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ㅡ 얼른 EMF 측정기 들고 뒤 따라가봐. 어디 도망갔어? 반응이 없어

순간, 후원 창의 내용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세차게 내저은 내가 얘기했다.

“네 형님? 또 따라가라고요? 이 사태의 전말은 밝혔는데 왜···”

할 만큼 했잖아!

뭘 또 따라가라는 거야.

안 그래도 아까 전 상황에 몸이 으슬으슬하다.

이게 땀에 젖어 그런 건지.

한기에 둘러싸여 그렇게 느끼는 건지.

이제는 도저히 가늠도 안 될 정도로 많이 지쳤다.

나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어붙였다.

“형님. 저 이제 체력도 한계에 다다라서 몸이···”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2,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출장 가기 전 마지막 후원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번 만 더 따라가 봐.

순간적으로 떨궜던 고개가 오뚝이처럼 솟아올랐다.

두 눈에는 다시 생기가 넘쳐흘렀고, 내 입에서는 괴성이 터져 흘러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당연하지요 형님!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습니다아아아아!”

ㅡ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ㅡ 네 체력은 후원으로 채워지는 거였냐

ㅡ 신기한 몸 구조네

ㅡ 여윽시 돈미새

ㅡ 농담이 아니고 진짜 쌩쌩해졌는데

ㅡ ㅋㅋ 미친놈

나는 읽었던 편지들을 넣어두고 EMF 측정기를 들었다.

곧장 복도로 성큼성큼 나가서는 카메라를 슬쩍 내밀었다.

“거기 있는 거 아니져? 귀신 누님.”

그리고 안전을 체크 후.

몸을 내밀어 바닥을 확인했다.

“스읍···”

역시나 바닥에 찍혀있는 발자국.

그 발자국을 따라 숨죽이며 한 걸음씩 옮기지만, 이번엔 방향이 달랐다.

1층이 아니었다.

2층, 3층···

점점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4층.

아니. 4층에서도 위로 올라간 흔적이 보였다.

“시··· 시벌.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요 형님들.”

그렇게 따라 올라간 발자국은 결국.

옥상 출입구에 도착해서야 멈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까 편지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영향이 있어서 일까.

왠지 눈앞에 상황들이 짐작이 가는 것만 같다.

시벌. 이 문을 열어야 하는 건가?

문 하나를 두고 안절부절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움찔댔다.

그러다 문득 방송화면에 비치는 시청자 수를 확인하고 흠칫 놀랐다.

어우. 뭐야? 997명?

이 시간에 천명이 다 돼가는 사람들이 내 방송을 보고 있어?

나는 갑작스러운 시청자 버프에 있는 힘껏 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실례하겠습니다아아아아!”

힘껏 열어젖힌 문이 바깥벽과 부딪히며 큰 소리를 토해냈다.

동시에.

“워어어어! 시발!”

내 정면에는 교복을 입은 여 학생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난간에 서 있었다.

ㅡ 씨발. 저거 뭐야? 사람인데?

ㅡ 뭐야.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

ㅡ 사람 맞아? ㅅㅂ 저 여학생이 왜 여기 있는데?

ㅡ 옥상 바람 쐬러 왔나 보지

ㅡ 야 이 미친놈아 말 같은 소리를 해

ㅡ 20년도 지난 폐 학교 옥상에 바람 쐬러 오냐?

ㅡ 설마 오늘 큰형님 마지막이라고 주작한 거 아니냐?

생사를 다투던 순간이었다.

한 발짝만 더 움직인다면.

아니. 세찬 가을바람이 여 학생의 몸을 덮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4층 아래 바닥으로 꼬꾸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눈에 보이는 저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할 겨를은 없었다.

그저 일단 말리고 봐야 했다.

나는 손에 들린 모든 물건들을 내팽개치고, 번개처럼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 여학생의 손을 잡았는데···

어?

여 학생의 손이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빠져나갔다.

“어? 저기··· 와아아악! 시바아아알!”

그 끔찍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질러댔다.

곧이어 바닥에서는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듯 둔탁한 소리가.

뭐야? 떨어지는 소리가 안 들린다?

두 귀를 반사적으로 막고 있어서 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무리 적게 나간다 해도 40킬로는 넘을 듯한 여 학생의 몸이 4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폐 건물에서 소리 하나 안 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조용했다.

돌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귀를 막고 있던 두 손을 떼어 떨어트린 손전등을 후다닥 들고 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난간에 걸쳐 바닥을 확인했다.

“시··· 시발! 없어! 아··· 아무도 없어! 형님들!”

시멘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이라고 해도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한 지형은 아니었다.

온갖 풀과 돌이 난잡하게 뒤섞여있는 딱딱한 땅바닥이었다.

나는 두 눈을 한참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없다.

내 스스로 뺨을 수차례 때려 보았다.

하지만 그 자리엔 아무런 흔적조차 남아 있질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나는 정말 벙찐 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말 그대로 멘붕이 온 것이다.

“형님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저 어··· 어떻게 해야 해요?”

ㅡ 야. 뭐야 시발. 어떻게 된 거야

ㅡ 주작이란 놈 나와.

ㅡ 4층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주작이 어딨어?

ㅡ 스턴트맨처럼 와이어 달고 내려간 거 아님?

ㅡ 이런 미친놈이

ㅡ 야 빨리 1층 바닥 내려가 봐. 뭐냐 진짜?

큰 손 형님 후원창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다급하게 장비들을 챙겼다.

그리고 1층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옥상에서 내려와 3층을 내려가기도 전.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 시발! 형님. 누가 계단으로 올라와요!”

ㅡ 레알? 실화냐

ㅡ 와이어 달았던 거 맞네 ㅅㅂ 올라온 다자나

ㅡ 저 새끼 강퇴 좀

ㅡ 어 씨바 발 소리 들리는 것 같은데.

그 때문에 나는 옥상에 다시 갇히듯 점점 물러서야 했다.

그 소리는 점점 나와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나는 카메라를 옥상 입구에 비춘 채로 숨도 죽이고 난간 벽에 붙었다.

그리고 그 발소리의 주인공이 입구에 도착했을 땐.

두 눈을 부릅 떴다.

“와아아아악! 시바아아아알! 뭐야 저거!”

내 눈앞에 보이는 그건.

방금 내 눈앞에서 뛰어내렸던 그 여학생이었다.

여 학생은 머리가 찢어져 얼굴에 피가 흥건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방금 옥상에서 뛰어내렸던 탓인지 무릎이.

아니. 다리뼈 전체가 180도로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탈골된 듯 몇 발작 걸어오던 여학생의 움직임이 뚝 멎는다.

우두둑.

여학생의 고개가 실 끊어지듯 옆으로 꺾인다.

그리고 나에게 말한다.

[ 영수···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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