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76화 (76/225)

여고괴담. 4

당찬 대답이 내 귀에 박히며 눈앞이 번쩍였다.

나는 다급히 출석부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흑백으로 물들었던 내 시야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워어어어! 시발! 누구야! 누가 대답했어!”

ㅡ 왜 이래 또

ㅡ 그 와중에 남교사 빙의 된 줄 알았다

ㅡ 책상 하나씩 쳐다보면서 스윗함 표정 뭔데

ㅡ 고개는 왜 끄덕임?

ㅡ 너 요즘 눈 뜨고도 꿈 꾸냐?

아닌데. 분명히 누가 대답했는데.

당찬 여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허 은정이었지···?

그 사건 속 자살한 여 학생 이름···

근데 그 뒤에 남아있던 학생은 도대체 누구지?

[ 크리스티나아길내놔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로 셀프 귀싸대기 한 대 ㄱㄱ

반사적으로 내 오른손이 천장을 향해 높이 올랐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내 뺨을 후려쳤다.

쫘악!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건물 내에 뺨 맞는 소리가 깊게 울려 퍼졌다.

“왁! 시발! 아길내놔 형님! 정신 차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드아아아!”

[ 크리스티나아길내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그렇게 세게 때리라는 소리는 안 했는데··· ㅋㅋ OK.

ㅡ 님들 어디서 천둥소리 들리지 않음?

ㅡ 손 괜찮?

ㅡ ㅅㅂ 뺨때기 새 빨개졌다 ㅋㅋㅋㅋㅋ

ㅡ 두 번 시켰다간 얼굴 찢어지것네

ㅡ 반대쪽이 있잖슴

ㅡ 아하 그 방법이 있었네?

그나저나 진짜 뭐지?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광고처럼 잠깐 본 기억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잠시 고민하다 안 되겠다 싶어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여기서 필살기를···”

나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니다. 아직은 아닌 것 같네요.”

ㅡ 뭐가 아냐?

ㅡ 아! 아! 왜 꺼내다 말아! 필살기!

ㅡ ㅅㅂ 밀당 하지 마라

“밀당은 무슨 형님들. 그냥 단지 제 마음이 준비가 안 되었을 뿐입니다. 준비가 되면 그때 다시 꺼내···”

ㅡ 얼른 꺼내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마라탕 형님. 저의 소녀 가슴이 이제야 준비가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스트 박스를 꺼내 교탁 위에 놓았다.

그리고 전원을 켰다.

[ 치지지익- 치지익- 치지지지익- ]

나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여기 누구 있으신가요?

[ 치지익- 치지지익- 치지익- ]

어디 갔지? 도망갔나?

아니야. 발자국은 분명 여기서 끊겼다.

있을 것이다. 대답해라. 아니 하지 마라.

[ 치지지익- 흑흑흑 치지익- 흑흑 치지지익- 흑흑흑 ]

낯익은 목소리가 내 정신을 또 한 번 번쩍 들게 했다.

울고 있어···?

"어? 시발!? 형님들 듣고 계시죠? 우는소리 들리는 거? 형님들? 아까 출석부를 때 대답했던 목소리랑 비슷한 거 같은데."

소름이 쭉 하고 타고 오른다.

ㅡ ㅋㅋ뭔 개소리?

ㅡ 우린 못 들었는데?

ㅡ 상황극 끼워 맞추지 마라

ㅡ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ㅡ 근데 다짜고짜 왜 우는 거지?

“형님. 진짜라니까요! 이름도 기억해요! 허 은정!”

ㅡ ㅋㅋ 지랄. 고스트 박스에서 그 이름 나오면 십만 원 준다.

나는 채팅창에서 곧장 고스트 박스로 고개를 돌렸다.

음질이 깨끗하진 않지만, 현장에서 듣는 나는 분명 느낄 수 있다.

이 목소리··· 분명하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나는 고스트 박스에 대고 중얼거렸다.

“혹시 귀신 누님.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 치지지익- 허 치지익- 은정 치지지지익- ]

내가 화들짝 놀라 채팅창에 대고 소리쳤다.

“맞잖아! 맞잖아! 시벌 색··· 아니 형님들아!”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ㅡ 어 시발 뭐야!?

ㅡ 헉! 진짜 이름을 말했어?

ㅡ 우연인가?

ㅡ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정확하게 말했는데

ㅡ 근데 지금 쟤 우리한테 욕했지?

ㅡ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우연이다!

ㅡ 아니. 사건의 주인공이 저 이름이 아닐 수도 있잖아?

ㅡ ㄴㄴㄴ 나 지금 기사 보고 왔는데 저 이름 맞다. 아 씨발 소름

ㅡ 그게 아니라 쟤 우리한테 욕했다고 시발

ㅡ 뭐지? 우연 같은데. 다시 한 번 해봐.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물었다.

아니. 이번엔 고스트 박스에서 스스로 대답했다.

[ 치지지익- 허은 치지지익- 정 치지익- 내이름 ]

“워어어어어!형님들! 들으셨죠 지금! 또 이름 말했어요!”

그나저나 아까 화장실에서 봤던 그 발은 그럼···

허은정 그 사람. 아니 이 귀신이었던 거야?

고스트 박스에서는 다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 치지지익- 흑흑 치지익- 영수 치지지익- 선생님 ]

“영수··· 선생님···? 형님들. 영수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순간, 아까의 그 흑백의 기억을 떠올리다 출석부 이름을 호명하던 남자 선생님이 생각났다.

설마 그 선생님을 말하는 건가?

“귀신 누님. 혹시 쌍꺼풀 없고 키가 훤칠하신 남자 선생님 말하는 거 맞나요?”

고스트 박스에서는 놀랍게도 곧장 대답이 들려왔다.

[ 치지익- 영, 영수 선생님 치지지익- 어디? 치이익 ]

그 대답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며칠 전 장례식장에서 겪었던 그 상황이 떠올랐다.

[ 보고 싶어. 치지익- 영수 선생님 치이익- ]

뭐야 이거?

혹시··· 이 귀신 생전에 그 선생님을 좋아했던 건가?

ㅡ 개 소름 돋네

ㅡ 아니. 오늘은 막힘없이 그냥 대화를 하고 있네?

ㅡ 오우 대박 신기하다

ㅡ 야 시발 이거 블루투스로 누가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니지?

ㅡ 에이 그건 너무 갔다 ㅋㅋ

ㅡ 근데 왜 자꾸 우는 거야?

ㅡ 달래 달라는 거 아냐? 연우야 어떻게 좀 해봐 봐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왜요! 어떤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도와주고 그러면 안 돼요.”

사실, 아까부터 계속 한 손을 십자가에 대고 있었다.

여차하여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 순간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치지익- 슬퍼 치지지익- 보고 치지지익- 싶다 치지익- 흑흑 ]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하긴 했다.

분명, 기사에 자살이라고 나왔는데 왜 자살을 했을까?

전교 1,2등을 다투던 우등생에 사교성도 좋아 전혀 문제가 없던 학생인데.

도대체 목숨을 버릴 만큼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ㅡ 자. 역대급 흉가 방송 이후 첫 역대급 미션이다. 저 녀석 원한 풀어주면 백만 원.

순간, 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워어어어! 불쌍한 영혼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제가 속이 쓰려 잠이나 자겠습니까요! 형님! 제 한 몸 바쳐서. 아니. 바치진 않고 열심히 한 번 풀어줘보겠습니다요오!”

ㅡ 에라이 새꺄

ㅡ 후원이 없음 말도 안 듣는다 이거지

ㅡ 돈미새 아니랄까 봐 개색갸

ㅡ 너도 밤늦게 뒤에서 돌 맞으면 다른 사람 의심하지 마라

ㅡ 무조건 우리다.

ㅡ ㅅㅂ새끼

나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 연우, 이렇게 슬퍼하는 영혼을 또 방치하게 두는 사람이 아니죠!”

시발, 무섭다.

간헐적으로 흐느끼는 고스트 박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시청자 누구 하나 데려다가 이 교실에서 저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이 야밤에 사람이 울고 있어도 무서운데, 하, 이 분위기 현장에 있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그런데, 한을 풀어줘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안 그래도 흉가도 아닌 폐가에 찾아와서 헛것을 보고 빤스런 하는 게 생활인데.

[ 치지지익- 치지지익- 치지지익- ]

“어? 뭐야?”

갑자기 흐느끼던 목소리가 일제히 멈췄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저 라디오 주파수 맞추는 듯한 소리만 들려왔다.

동시에 복도 바닥이 끼익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3학년 1반.

내가 있는 곳에서 점점 멀어졌다.

끼익. 끼익. 끼익···

ㅡ 헐 소리 ㅅㅂ

ㅡ 야! 귀신 나갔다 보다!

ㅡ 빨리 따라가 봐 ㄱㄱ

ㅡ 개소름 돋는다 진짜...

밖에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고스트 박스에 대고 물었다.

“귀신 누님. 귀신 누님. 여기 계시나요? 어디 가셨나요? 대답 좀!”

[ 치지지익- 치지지익- 치지익- ]

고스트 박스에선 말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EMF 측정기로 다시 꺼내봤지만.

반응은 전혀 없었다.

“······. 진짜 밖에 소리가···”

ㅡ 쫓아가. 찾아가는 서비스 ㄱㄱㄱ

내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쫓아가라고요?”

점점 더 멀어지는 소리.

조금 더 망설이면 소리를 쫓을 수 없을 것도 같았다.

나는 몸을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고스트 박스를 챙겨 복도로 뛰쳐나갔다.

“귀신 누님! 으으! 이게 뭔 짓이야! 귀신 누님! 어디 가십니까!”

손전등을 든 손으로 십자가를 꾹 맞대며 복도 앞을 슬쩍 봤다.

아니. 바닥에 시선이 쏠렸다.

“웁. 씹!”

순간, 터져 나오는 욕설을 참았다.

복도에는 진흙을 밟은 것 같은 발자국이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새겨져 있었다.

또, 처음 새겨져 있었던 발자국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ㅡ 헐 씨발. 뭐야?

ㅡ 저 발자국 아까 반대 방향 아니었나?

ㅡ 나도 봤는데··· 잘못 본 건가

ㅡ 이게 말이나 되냐? 개 레전드네

ㅡ 야 뭐해. 일단 빨리 쫓아가!

가끔 귀신보다 시청자가 더 무섭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3학년 2반, 3학년 3반, 3학년 4반까지.

계단이 있는 중앙 복도를 지나 이번엔 반대편으로 향했다.

한층 더 싸늘해진 분위기.

내 목덜미에 전해지는 한기는 귀신이라는 존재의 기운이 점점 더 세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시각 1: 04분.

현재 시청자 수 834명.

나는 그 발자국을 따라가며 EMF 측정기를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비추었다.

“혀··· 형님들. 이거 진짜 실화입니까? 와 씨··· ”

EMF 측정기는 0단계에서 발자국을 따라갈수록 점차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있다.

0.5 단계, 1단계, 1단계 반, 2단계···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내 걸음이 멈췄다.

ㅡ 와. 상황이 딱딱 들어맞는 게 진짜 레알 소름이다

ㅡ 이불 뒤집어쓰고 있는데도 존나 무섭네

ㅡ 이거 뭐냐고 도대체?

ㅡ 야 이 연우 시발놈아. 넌 정체가 도대체 뭐냐?

ㅡ 너는 왜 항상 가는 데마다 레전드냐고! 개색갸!

ㅡ 어? 시발 고스트 박스에서 소리 난다!

발자국이 끊긴 그 자리에 서자 솜털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시청자의 말대로 고스트 박스에서 또다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치지지익- 영수 치지지익 선생님 치지익- 찾았다 ]

“왁! 씹! 웁!”

하마터면 그 순간 괴성을 질러댈 뻔했다.

시발··· 이 문 어떻게 여냐···

두려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후. 문을 천천히 열어젖혔다.

아니. 문고리를 잡고 벌벌 떨었다.

“시바··· 도저히 안 되겠네. 형님들. 용기 좀 주십쇼··· 미치겠습니다.”

[ 다이겨우즈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옜다 인마.

ㅡ 정신 똑바로 차려 인마! 귀싸대기도 한 대!

나는 뺨을 한번 후려치고.

고개를 세차게 흔든 후.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아니. 쥐 죽은 듯 속삭였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요오···”

“와아아아악! 시바아알!”

나는 누군가의 얼굴과 마주치고는 기겁하며 놀래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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