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73화 (73/225)

여고괴담. 1

A&S 에이전시?

이 회사라면 먹방, 게임, ASMR, 브이로그, 언박싱등.

모든 방면에서 인지도 있는 유트버들이 골고루 소속되어 있는 회사 아닌가?

남자가 먼저 악수를 건넸다.

“다행히 집에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A&S 에이전시 김현성 팀장입니다.”

“네. 네··· 안녕하세요.”

180이 조금 안 되는 키.

깔끔한 정장까지 차려 입고 왔다.

다림질의 날이 아주 제대로 서있다.

훤히 드러낸 이마와 깔끔한 외모를 한 김현성이 나를 보며 씩 웃는다.

“요즘 핫하시더라고요. 흉가 하면 정연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사합니다. 어쩌다 보니···”

김현성이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다 얘기했다.

“다름이 아니라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김현성은 벙찐 내 표정을 보더니 말을 더 이어붙였다.

“아. 잠깐 이면 됩니다. 그렇게 길게 시간 빼앗지 않을게요.”

그렇게 나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 도착했다.

김현성은 몸에 밴 듯 친절하게 나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직접 커피를 주문해 가져다주기까지 했다.

“아메리카노. 시럽 열 번. 맞으시죠?”

“네. 마··· 맞아요. 감사합니다.”

이건 또 어떻게 알았대?

임아린 만났을 때 방송 켜고 난생처음 먹었던 커피였다.

김현성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하고 내려놓더니 얘기했다.

“혹시 지금 구독자가 어떻게 되시죠?”

“어제부로 10만 명 달성했습니다.”

“와. 대단하시네요. 제가 알기로는 유트버로 전향하신지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되신 걸로 아는데.

한 달 만에 10만 명이라···”

나는 쑥스럽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를 좋은 모습으로 지켜봐 준 시청자들 덕분이었다.

김현성이 말했다.

“길게 끌지 않고 본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이제 앞으로도 유트버로써 계속 활동하실 거죠?”

“그렇습니다.”

김현성이 태블릿을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얘기했다.

“그럼 혹시 저희랑 함께 일을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역시 이 말을 하려고···

나는 김현성이 펼쳐놓은 회사 홈페이지를 훓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A&S만큼 큰 회사에서 내게 이런 제안을 해올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얼떨떨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에이전시가 나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해주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현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플랫폼 시장에서 트렌드 흐름에 앞장서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있습니다. PD, 작가 등 다년간 업계의 노하우를 쌓은 파트별 전문가들이 참신하고 감각적인 최적의 콘텐츠를 창조하고 있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고 참신한 콘셉트, 오랜 경력들의 베테랑 편집자, 매니저 등 방송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아··· 죄송한데, 혹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김현성이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흉가 장소, 흉가 안의 콘텐츠, 심령 장비, 심지어는 대본까지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편집자도 다른 곳 보다 훨씬 싸게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난 지금 본의 아니게 공짜인데···

게다가 난 애초에 리얼리티를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대본 같은 건 필요 없다.

김현성이 말을 더했다.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먹방 유트버 대식이라고 아시죠?”

“네! 완전 팬이에요. 라면을 무슨 10개씩 처먹. 아니. 드시고 그러시잖아요!”

“그분 같은 경우도 구독자 수, 만 명으로 시작해 저희가 60만 명까지 끌어올려드렸죠.”

“와···”

“그리고 우주고릴라 유트버님도 10만 명에서 70만 명까지.”

“와···“

“아차. 연우 씨처럼 흉가 컨텐츠 하시는 분도 있네요. 야생곰 님이라고 아시죠?”

“와··· 니요?”

김현성이 잠시 멈칫거렸다.

그리고 곧장 웃으며 다시 얘기했다.

“아. 그러시면 그분 영상 보시면서 생각 한번 해보시면 되겠네요. 흉가 콘텐츠 분야에서는 1위를 달리고 계시는 분이니까요. 아차 그리고 수익분배는 7:3입니다. 편하게 연락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캬··· 정연우 시벌 많이 컸네. 캐스팅 땜에 회사에서도 찾아오고.”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팀장이라는 사람이 집까지 쫓아와서 계약 제안을 했다.

나는 명함을 한참 만지작거리다 아까 김현성 팀장이 얘기했던 유트버를 검색했다.

야생곰이라고 했지?

시벌. 앞으로 내가 롤 모델이 되어야 할 사람은 얼마나 대단할 까.

이 사람 영상 좀 보고 배울 게 있다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검색어. 야생곰.

검색어을 누르자 화려한 구독자 수와 수많은 영상들이 펼쳐졌다.

구독자 수. 50.4만 명.

[ 기운이 강한 산속 흉가에 귀신이 있다? ]

[ 폐가 복도 끝에서 여자 귀신을 보았습니다. ]

[ 소름 돋는 할머니 귀신의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

[ 대한민국에 3대 흉가 다녀옴. 찐 리얼 상황. ]

[ 같이 따라간 스텝이 실제 빙의를 당하다? ]

“와우···”

구독자 수 차이가 엄청나다.

전에 같이 합방을 진행했던 둘리 녀석보다도 더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영상도 수십 개.

평균 조회 수 40만 회.

이제 막 시작한 나랑은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차이가 났다.

“워··· 무슨 흉가 콘텐츠의 조상님이시네. 이런 분을 몰라뵙고···”

나는 영상을 천천히 눌러 댓글들을 확인했다.

쉽지 않은 흉가 콘텐츠.

2년 동안을 지속해올 정도의 유트버의 내공은 과연 어떨까.

배울 게 정말 많을 것이다.

ㅡ 시발. 주작이네

ㅡ 산속 흉가에 귀신? 근데 귀신이 스타킹 신고 있는 거 같은데?

ㅡ 복도 끝 여자 귀신이라며? 귀신이 그림자도 있나?

ㅡ 할머니 귀신 발자국이라고 하기엔... 넘 큰데

ㅡ 다 보임. 주작 좀 그만하세요.

ㅡ 간땡이가 작아서 그런가 스케일도 겁나 작네

ㅡ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라

뭐야 이거.

여기도 별반 나와 다를 게 없었다.

아니. 나보다도 더 심한 것 같은데?

오히려 댓글에서는 온 지 얼마 안 된 내 이름을 거론하며 비교하고 있었다.

ㅡ 신입 유트버 정연우 것 좀 보고 배우셈!

ㅡ 인정. 그 새끼 스케일이 존나 큼!

ㅡ 쓰레기 떠다니는 저수지에 잠수부도 섭외하고, 직접 접영도 하고

ㅡ ㅇㅇ 벌레랑 쥐도 풀어버림

ㅡ 그건 어케 섭외하는 거?

ㅡ 그 새끼 대기업이랑 손잡고 있어서 그럼

ㅡ 아···

무언가 기분이 좋으면서도 찝찝한 이 기분.

그나저나 생각보다 흉가 콘텐츠 조상과의 갭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

회사의 도움을 받아도 이 정도라면 굳이···

게다가 수익 분배까지 해야 된다면 오히려 내 손해가 아닐까?

나는 만지작거리던 명함을 서랍 한편에 고이 넣어두었다.

‘이건 나중에 고민 좀 해보고.’

그렇게 명함을 넣어두고 야생곰님의 영상을 뒤적거렸다.

오늘 밤 방송 촬영하러 갈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역시나 오랜 경력을 가진지라, 흉가, 폐가할 것 없이 방문했던 장소가 엄청나다.

유명한 3대 흉가는 물론, 인터넷에 소문난 흉가는 대부분 다 있었다.

“전국방방곡곡 안 간 데가 없네···”

그러다 눈에 띄는 낯익은 장소도 발견했다.

“어라?”

바로 둘리와의 합방을 했던 곳.

폐 병원이었다.

방소 날짜도 얼마 차이 나지 않았다.

고작 일주일.

나는 영상을 둘러보다 눈에 걸리는 몇 가지를 발견했다.

둘리가 진행했던 강령술, 가슴 아픈 환자의 사연, 그리고 2층 어린아이 사연도.

알고 보니 모두 야생곰이 진행했던 콘텐츠였다.

“둘리 이 새끼. 그냥 복사하기, 붙여넣기 한 거였네.”

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놈 때문에 나는 영상을 종료하고 더욱더 신중하게 장소를 찾았다.

야생곰 님이 안 가본 곳이 어디 있을까···

이왕이면 야생곰님이 갔던 곳을 피해서 가고 싶은데.

그리고 우리 마라탕 큰손형님 내일 해외 출장이다.

그렇게 2시간 내내 검색을 해댄 결과.

나는 결국 한 장소를 발견했고 곧장 버스에 올라탔다.

밤 11시 40분.

장소에 도착한 나는 고요한 그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홀리 쉣... "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정이루! 식사는 잘 하셨습니까 행님들!”

ㅡ 오~ 우리 돈미새!

ㅡ ㅇㅇ 묵었다. 방가방가

ㅡ 오늘도 어김없이 출동하셨구만!

ㅡ 체력 하나는 끝내준다 진짜

“그럼요 형님들. 학교만 아니었으면 형님들한테 꿀잼 드리기 위해서 하루도 안 쉬었을걸요.”

나는 일단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리고 뒤에 비치는 건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로로 길게 늘어져있는 4층 건물.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폐가가 된 지 20년이 되었다.

역시나 노후된 건물의 모습은 굉장히 을씨년스럽다.

이런 학교 건물들은 밤만 되면 오싹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중간중간 학교 밖에 서있는 큰 동상들.

이순신 장군 동상, 사자 동상, 책을 읽는 여신상들은 왠지 모를 옛날 추억들을 솔솔 불러일으킨다. 는 무슨, 한밤에 보니 기괴하게 보인다.

“형님들. 어딘지 알아보실 수 있으시겠어요?”

ㅡ 오··· 추억 돋네. 학교지?

ㅡ ㅅㅂ 이순신 장군 동상. 사자 동상 ㅋㅋ

ㅡ 책 읽는 여신상. 세종대왕은 어딨어? ㅋ

ㅡ 근데 학교 관리 너무 잘 돼있는데?

ㅡ 인정. 겁나 깨끗하네

“네. 형님들. 여기는 여고입니다.”

1978년도에 지어진 조그마한 여 고등학교.

평화롭게 운영되던 동네 고등학교가 한 사건으로 떠들썩해졌다.

어느 날 한 여학생이 갑자기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학교와 여 학생의 부모님은 패닉에 빠졌다.

사망한 여 학생은 전교에서 1등, 2등을 다투던 우등생.

부모님의 속을 단 한 번도 썩히지 않았던 효녀였다.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다.

유서가 없었다.

즉, 사망한 이유가 자살이라는 것.

하지만 자살을 할 이유가 없었다.

사교성도 무척이나 좋았을뿐더러, 사건사고하나 없이 학교생활을 해왔던 학생이었다.

문제는 누군가가 같이 동행한 흔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항의와 집요한 의심이 학교 측을 향했고.

학교는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던 사건에 불행은 또 이어졌다.

같은 곳, 같은 자리에서 전에 사망했던 학생과 1, 2등을 다투던 학생이 또 투신자살을 했다.

게다가 교장의 비리와 성희롱 사건까지.

그 이후로 학교에서는 안 좋은 소문들이 퍼졌고.

점점 학교를 찾는 학생들은 줄어들었다.

결국, 그 높은 명성조차 점차 가라앉으며 폐가가 되어버렸다.

“형님들. 사연이 깊은 폐교입니다. 이 학교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유트버 및 사람들이 찾아온 흔적이 없는 폐가로써 제가 최초입니다.”

나는 검지로 학교 입구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오늘도 연우, 지금만 살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시각. 11시 48분.

시청자 수. 576명.

나는 카메라 나를 보게끔 전환했다.

그리고 학교를 향해 비장한 표정을 보이며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갑니다. 형님들.”

그런 나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쏟아졌다.

ㅡ 워? 뭐야 시발. 아이템 장착했네

ㅡ 근데 뭘 이렇게 많이 산 거야?

ㅡ 목걸이에 팔찌에 반지에 이 미친놈 진짜

ㅡ 목걸이 몇 개나 찬 거 봐라 ㅋㅋㅋ 끔찍한 종교 혼종을 만들었네

ㅡ 아니 옘병. 불교면 불교, 기독교면 기독교지.

ㅡ 이건 뭐 개 짬뽕도 이런 짬뽕이 없네

ㅡ 기도도 세 교를 합쳐서 하더니, 템도 합쳤냐

ㅡ 이런 병신 같은 넘

ㅡ 지금 저거 찼다고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야?

ㅡ 전투력이 상승하긴 한 거지?

ㅡ 근엄한 표정 어쩔 거야

ㅡ 아이템 풀 장착 보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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