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게스트와 함께 하는 공포의 장례식장. 5
“시··· 시벌. 이게 도대체 뭐야.”
도대체 사진이 왜 있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사진을 이리저리 살폈다.
환각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다급하게 EMF 측정기를 꺼냈다.
3단계.
문제는, 시간이 점차 흘러갈수록 반응은 점점 더 솟구쳤다.
3단계 반, 4단계.
마른침이 절로 꿀꺽 삼켜지는 그 상황에.
채팅창을 향해 소리쳤다.
“이! 시벌넘아아아! 이런 건 말해주고 가야지이이이!”
이걸 보고 경기를 일으킨 것 같다.
나는 사진을 주시하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 이세돌이세돌잔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널 혼자 남겨둔 흉가 놈을 향해 영상편지 4만 원.
한기가 잔뜩 흘러넘치는 이곳.
EMF 측정기의 반응은 귀신이 내 근처에 있다며 요동쳐댄다.
혼자 남겨진 것도 서러운 나한테 영상편지까지 하라고?
시벌넘이···
하지만, 내 얼굴은 이미 카메라를 향했다.
입도 스스로 움직였다.
“어··· 흉가 형님, 저 버리고 집에 잘 도착하셨나요? 편안하신가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오늘 이후로 밤길 조심하십쇼. 밤길에 누가 뒤에서 돌 던지면···”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거 무조건 접니다.”
[ 이세돌이세돌잔치 님이 44,444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굳잡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영정사진을 다시 바라봤다.
“후원 감사합니다. 돌잔치 형님. 그나저나 형님들. 저 사진 좀 이상하지 않아요···?”
ㅡ 뭐가?
ㅡ 아니. 영정사진이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해
ㅡ 시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ㅡ 꽃은 죄다 썩은 거지 저거?
ㅡ 흉가 놈 이거 보고 도망간 거야 맞지?
ㅡ ㅇㅇ 백퍼 뭔가 있다.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일부러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엔 왼쪽으로.
그러면서도 사진을 유심히 살폈다.
“워어어어! 시바아아알! 움직였어! 움직였어! 형님들! 사진에 눈 움직였어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정면을 향하고 있던 눈이 순간순간 뚝 떨어지며 나를 향했다.
싸늘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살기를 느꼈다.
온몸에 찬물을 끼얹은 듯 소름이 잔뜩 돋아 올랐고.
나는 반사적으로 팥을 꺼내 영정사진 정면에 힘껏 뿌렸다.
파바바박!
“시벌! 쳐다보지 마!”
ㅡ 잉? 갑자기 팥 싸대기?
ㅡ 눈이 움직였다는데?
ㅡ 그건 좀 오바 아니냐
ㅡ 사진이 어떻게 움직여 미친놈아
ㅡ 그 와중에 정확도 무엇
ㅡ 정확히 왼쪽 눈에 맞췄네
ㅡ 야! 그럼 계속 비춰봐 확인하게
어라? 눈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정면을 향해 있다.
기분 탓인가? 헛 걸 봤나?
“어? 방금 또 움직인 거 같은···”
다급하게 EMF 측정기를 확인했지만.
여전히 3단계에서 4단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래. 멀쩡하게 네 정체를 노출시킬리 없지?
덕분에 시청자들은 또 주작이니, 오버 액션이니.
그런 소리를 해댔다.
나는 내 말을 믿지 않는 시청자들을 향해 얘기했다.
“진짜 쳐다봤는데··· 형님들. 이거 봐요 EMF 측정기도 계속 요동치잖아요.”
[ 씨발라먹는수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그럼 고스트 박스나 해보자.
ㅡ 그래. 필살기 꺼내
ㅡ 필살기 사용할 때 됐잖아?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하··· 필살기 아무 데서나 쓰는 거 아닌데···”
귀신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하는 건 극한의 공포를 이끌어낸다.
되도록이면 사용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계속되는 요구에 나는 마지못해 가방을 뒤졌다.
그리고 고스트 박스를 찾았다.
아니. 계속 가방만 뒤적거렸다.
“어? 근데 고스트 박스가 어디 갔지? 분명히 오늘 가지고 왔는데··· 형님들도 아까 EMF 측정기 꺼내면서 보셨죠?”
ㅡ ㅇㅇ 봤는데 그게 어디 갔대?
ㅡ 어디다가 흘린 거 아니냐
ㅡ 그랬으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겠지
ㅡ 흉가 놈이 가져간 것도 아니고
ㅡ 너 일부러 못 찾는척 하는 거 아니지?
ㅡ 옘병 그런 거네...
ㅡ ㅅㅂ 빨리 꺼내 그냥
나는 눈만 껌뻑거리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진짜 안 보이는데···”
[ 이웃집또털어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알았어. 빨리 꺼내
나는 고스트 박스를 꺼냈다.
“형님들 덕분에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원을 켠 고스트 박스를 영정사진 앞에 갖다 놓았다.
갖다 놓는 그 와중에도 혹시나 내 눈을 쳐다보지 않을까.
나는 일부러 왼쪽에 바짝 붙어 사진을 살폈다.
[ 치지지지지익- 치지지지익- ]
긴장되는 그 분위기가 찾아왔다.
고요한 장례식장 안에 라디오 주파수를 찾는듯한 소리가 퍼져흐른다.
나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킨 후.
귀신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혹시 누구 계신···”
[ 치지지지익- 너뭐야 치지지지익-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잔뜩 화난 듯한 중년 여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혀, 형님들. 이봐요! 있다니까!”
ㅡ ㅅㅂ 저건 언제 들어도 놀랍네
ㅡ 어떻게 정확하게 대답을 하지?
ㅡ 야 빨리 누구냐고 물어봐.
ㅡ 아니. 저 사진에 있는 사람이냐고 물어봐
“죄송하지만, 귀신 형님. 아니. 누님. 저 영정사진의 주인공이신가요?”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 치지지지익- 그래 치지지지익- ]
“워어어! 맞대요 형님들!”
안 그래도 섬뜩한 영정사진이 더 소름 끼치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이 상황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향소, 영정사진···
아니. 그것보다.
“여기 계시는 이유가 뭔가요?”
타당.
향이 없는 향로가 떨어졌다.
동시에 고스트 박스에서는 욕설이 흘러나왔다.
[ 치지지지익- 씨발 치지지지익- 씨발 ]
나는 순식간에 또 세 걸음을 물러섰다.
“워어어어! 혀··· 형님들.
귀신님 잔뜩 화나 신 것 같아요!”
ㅡ 왜 이렇게 화가 났지?
ㅡ 사연이 있겠지
ㅡ ㅅㅂ 그냥 바람 불어서 떨어진 건데 호들갑은
ㅡ 연기하지 말고 사연이나 물어봐봐
시벌넘. 향로가 바람 분다고 떨어질 무게냐?
게다가 이 새벽에 고스트 박스 음성을 계속 듣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울려 퍼질 때마다 목덜미가 서늘해지니까.
“형님들, 전 도저히 소름이 돋아서, 형님들이 직접 해보시는 게···”
ㅡ 야 귀신아. 너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거냐?
시청자의 질문에 귀신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다.
나는 심각하게 고스트 박스를 쭉 지켜봤다.
그러다 중얼거렸다.
“형님. 아무리 귀신이지만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 알파카파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귀신님. 사연 좀 얘기해 주세요. 왜 여기 있어요?
역시나 반응이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님들. 그 예의 말고요. 다른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은데요.”
ㅡ 뭔데 그게?
ㅡ 씨발. 설마 또 후원 금액을 올리라는 거냐?
ㅡ 야 이 양아치 색갸.
ㅡ 그건 너 좋으라고 하는 거잖아
ㅡ 네가 둘리랑 다를 게 뭐냐 ㅅㅂ
ㅡ 야. 해보고 대답 안 하면 환불이다 시발
[ 고객이KO할때까지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귀신님. 여기에 왜 계시는 거냐고요
[ 치지지익- 나억울 치지지익- 살려 ]
“거, 거봐요! 형님들! 예의를 갖춰야 한다니깐요! 제 말을 왜 안 믿고!”
ㅡ 그러면서 왜 놀라?
ㅡ 너도 대충 던졌는데 대답하니까 깜짝 놀란거자나 ㅅㅂ
ㅡ 헐··· 겁나 신기하네
ㅡ 억울하다는 건가?
ㅡ 살려달라고도 하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억울하다고? 살려달라고?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거야?
나는 멍하니 영정사진을 지켜보다 고스트 박스에.
아니. 시청자들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형님들. 왜 억울한 건지 사연 좀 예의 있게 물어봐 주세요.”
ㅡ ㅡ..ㅡ;;; 이런 시발놈이.
[ 귀신이고칼로리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억울한 그 사연 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그 순간,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 터졌다.
[ 치지지익- 흐흐흐흐흑 치지익- 흐흐흑 ]
나는 더욱 고스트 박스에 귀를 기울였다.
[ 치지익- 결혼 치지이- 못해 치지지익- 죽었어 ]
[ 치지지익- 살려 치지지익- 주세요 ]
[ 치지익- 억울 치지이- 살려 치지지익- 줘 ]
“혀··· 형님들. 결혼을 못 하고 돌아가셨나 봐요··· 그게 억울해서 살려 달라고 하는 거 같은데.”
ㅡ 헐... 그럼 네가 한 좀 풀어줘
ㅡ 미친. 그 한을 어케 풀어 줌?
ㅡ 그냥 잘 달래 봐봐
ㅡ 저 넘 여자 달랠 줄 암?
ㅡ ㅅㅂ 여자를 못 사귀어봤는데 울려나 봤겠음?
귀신이 다시금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뚜렷하지 않은 음성임에도 불구하고.
고스트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너무 가슴 아팠다.
어찌나 슬프게 우는지 동정심을 잔뜩 유발······, 은 개뿔 어두컴컴한 장례식장에서 혼자 여자 울음소리를 들어 본 적 있는 사람 있는가?
지리게 무섭다.
더럽게 무섭다.
나는 로봇트처럼 입을 열었다.
“왜, 왜 그렇게 서럽게 우세요. 귀신 형님. 아니 누님.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도, 도와드릴 테니, 그만 우시고 얘기 좀 해보세요.”
고스트 박스의 음성이 다시 내 귓가로 흘러들어 왔다.
[ 치지익- 사진 치지지익- 봉투 치지지익- 열어 ]
“사진? 봉투? 어? 봉투를 찾아 달라는 거 같은데요?”
[ 꼰대가르송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ㅋㅋ 미친. 개 소리임? 찾아봐. 찾아서 인증하면 10만 원 준다.
미친. 10만 원을?
사진··· 사진···?
나는 서둘러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영정사진 뒤를 들여다봤다.
“어!? 형님들? 찾았······ 찾았다!”
진짜 있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낡은 노란 봉투를 말이다.
ㅡ 헉 시발.
ㅡ 미쳤다. 실화냐?
ㅡ 와... 개 소름 돋았다
ㅡ 고스트 박스 저거 진짜 찐이네
ㅡ 개소리라는 놈 어디 갔냐? 난 애초에 믿었다
ㅡ 쏴라 시발! 10만 원!
그런데, 나는 봉투를 들자마자 꺼림칙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들어있는데···?
“헐. 형님들. 진짜 봉투가 있긴 한데··· 뭐가 있는 것 같은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지작거려봤다.
있다. 딱딱하고 얇은 그 무언가가.
나는 봉투를 무심결에 열어봤다. 아니. 본능적으로 멈칫거렸다.
[ EVANTE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봉투 안에 확인해 ㄱㄱ
뜬금없는 후원에 나는 반사적으로 감사 인사를 던졌다.
“아이고오오! EVANTE 형님! 감사합니다!”
봉투 확인하는 게 뭐라고 10만 원씩이나?
나는 땡잡았다는 생각에 곧장 봉투를 열었다.
“······? 시발! 이거 뭐야?”
놀랍게도 봉투 안에는 갈색 머리카락 한 뭉치와 여성의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갈색 머리카락? 목걸이?
순간, 나는 무언가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곳에 영정사진이 보인다.
나는 화들짝 놀라 봉투를 버렸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인지 봉투 안을 확인한 그 순간부터 내 몸이 굳어버렸다.
고개도 돌릴 수 없었다.
마치 마취제라도 맞은 듯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시발··· 가위 같은 건가.
그때였다.
고스트 박스에서 여성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 치지익- 낄낄 치지익- 괜찮다 치지지익- 잘생겨 ]
[ 치지익- 이제나랑 치지지익- 같이 치지지익- 따라와 ]
[ 치지지익- 남편 치지익- 내꺼 치지지익- 결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