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게스트와 함께 하는 공포의 장례식장. 4
쿵! 쾅! 쾅! 쾅!
[ 제발요! 제발! 저리 가! 시발! 아아아악!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
흉가 형님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니. 왜 저렇게 리액션을 열심히 하는 거야?
게다가 관은 잠금장치도 없고, 문도 열기에 무겁지 않은데···
그냥 열고 나오면 되잖아···
순간, 서늘함이 내 목덜미를 스친다.
EMF 측정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3단계, 3단계 반, 4단계.
“어? 어···? 혀··· 형님!”
내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입관실 안으로 급하게 뛰쳐 들어갔다.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저 목소리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ㅡ ㅅㅂ 아쭈 개 무시함?
ㅡ 딱 봐도 연기하는 거잖아
ㅡ 저거 잠금장치 없는 거 맞죠?
ㅡ ㅇㅇ 일부러 그러는 거
ㅡ 뭔가 옛날 연우 보는 거 같네
ㅡ 리액션 하나만큼은 쳐지기네
나는 서둘러 관 뚜껑을 열었다.
예상과는 달리 아주 쉽게 열렸다.
“형님. 형님! 괜찮으세요?”
“워어어어! 시바아알! 컥! 헉! 헉!”
경기를 일으키듯 흉가 형님이 관에서 빛의 속도로 빠져나왔다.
얼굴빛이 새파랗다.
도대체 이게 뭐야? 상태가 왜 이래?
흉가 형님이 입은 삼베수의 곳곳이 누가 쥐어 잡은 듯이 구겨짐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가슴부터 시작해 팔, 다리.
흉가 형님의 손은 어찌나 치열하게 몸부림을 치고 관을 두드렸는지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형님 잠시만··· 손 좀 펴보세요···”
흉가 형님이 꽉 쥐고 있던 손을 폈다.
손안에는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긴 갈색 머리카락이 있었다.
“워어어어! 시바아아알!”
흉가 형님이 소스라치며 허공에 손을 털었고, 난 반사적으로 삼베수의를 벗겨 다시 관 속으로 세게 처넣고 뚜껑을 닫았다.
툭!
“아니. 시발아! 뚜껑 열어달라니까! 사람 말 안 믿고···.”
흉가 형님과 나는 너 나 할 것 없이 입관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복도에서 숨을 고르는 흉가 형님을 달래기 위해 등을 슥슥 문지르며 진정시켰다.
그리고 안정이 되어 갈 때 즈음 속삭이듯 물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근데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흉가 형님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볼에 점이 있는 갈색 머리 여자가 내 몸에···”
랩처럼 하소연을 하는 흉가 형님의 말을 한참 듣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 꺼림칙함을 느꼈다.
“에? 몸을 더듬었다고요?”
“어. 진짜라니까. 시발.”
아까 삼베수의에 찍힌 주름의 흔적들은 그 이유 때문었을까?
그나저나 뭐지?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죽이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껴안고 더듬고 심지어 뽀뽀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시벌. 그런 귀신이 있어?
ㅡ 아니 씨발. 귀신아 눈이 없냐?
ㅡ 누구 몸을 더듬었다고?
ㅡ 염병 지랄하고 자빠졌네.
ㅡ 지 이상형 얘기하는 거야?
ㅡ 이 새끼가 더 주작을 잘 하네
ㅡ 둘리는 명함도 못 내밀겠어
채팅창을 보던 흉가 형님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형님들! 저 절대로 주작한 거 없습니다.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삼대가 망할 겁니다! 진짜!”
ㅡ 응 너 대에서 끊겨
ㅡ 이 새끼 똑똑한데?
ㅡ 평생 혼자 살 건데 삼대는 무슨...
ㅡ 거짓말해도 돼!
입관실을 경계하듯 쳐다보던 흉가 형님이, 채팅창을 보며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다··· 주작러라고 말해서. 그래도 시발, 채팅창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나는 눈을 껌뻑이며 흉가 형님을 쳐다봤다.
당신이 더 심하면 심했지, 못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흉가 형님이 갑자기 자신의 몸을 급하게 털어냈다.
“시발 나 귀신 붙은 건 아니겠지?”
나는 EMF 측정기를 들이밀며 말을 이어 붙였다.
“EMF 측정기가 반응이 없는 거 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램프는 0단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한기는 여전했지만, 아까만큼은 아니었다.
향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흉가 형님도 맡았는지 우리 둘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향내가 나는 곳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복도 끝방에 시선이 멈췄고 난 손전등을 들어 올렸다.
[ 특 1호실 ]
“어? 이 냄새···”
“시··· 시발. 향냄새 맞지?”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너희들이 말하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장소를 옮긴다. 실시
나는 마른 세수를 했다.
하··· 이제는 뭐 거절 의사도 묻지 않고 선입금 때리는구나.
나는 몸을 움직이기 전에 흉가 형님의 상태부터 살폈다.
방금 전 지옥의 경험을 맛보기 한터라 맥을 못 추는 것 같았다.
“형님. 괜찮으세요? 무서우면 그냥 뒤로 빠져 있으세요.”
흉가 형님이 핸드폰을 들어 채팅창을 살폈다.
그리고 나와 특 1호실을 번갈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무섭긴. 시발. 남자가 뭐가 무서워! 아까 관속에선 착각이었을 수도 있고! 무섭진 않은데 나는 그저···”
나는 흉가 형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미션 감사합니다. 마라탕 형님. 역시 우리 흉가 형님도 함께 가신다네요!”
흉가 형님이 입을 뻐끔거린다.
나는 곧장 EMF 측정기를 들었다.
역시나 0단계.
하지만, 천천히 들고 일어서서 특 1호실 쪽으로 다가갈 때마다 반응이 생긴다.
0단계 반, 1단계, 1단계 반.
그리고 2단계가 찍혔을 무렵,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았다.
턱!
“왁! 시발! 깜짝이야! 아, 죄송해요 형님. 갑자기 잡으시는 바람에 놀라서···.”
“내가 더 놀랬다 새꺄···. 잠깐만.”
“왜요 형님?
“조금만 천천히 가. 천천히. 왜 이렇게 급해.”
“아 제가 걸음이 좀 빨라서. 천천히 오세요. 형님.”
나는 흉가 형님을 배려해 앞장섰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흉가 형님보다 먼저 ‘특 1호실’ 앞에 도착해 멈춰 섰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래. 역시 여기서 더욱더 진한 향이 흩날린다.
나는 천천히 입구로 발을 들였다.
누군가의 손이 마치 목덜미를 스치듯 소름을 선사한다.
그렇게 부의함 앞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형님들, 분명 여기서 향냄새가 나는 게 맞는데 향이 안 보여요···”
손전등에 의지한 채로, 상주들과 조의객들이 넘나들었을 턱을 넘었다.
나는 조금 더 안쪽으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결국,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를 짓는 곳에 도착했다.
“어? 뭐야 이거?”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사를 올리는 곳에 꽃이 빽빽이 꽂혀 있다.
본래의 하얀색을 잃고 검을 물감이라도 입힌 것처럼 까맣다.
아니 탄 건가?
궁금증이 커졌지만,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기는 싫었다.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나를 멈춰세웠다.
“시··· 시벌. 형님들. 원래 이런 건가요?”
ㅡ ㅅㅂ 그럴 리가 있냐
ㅡ 헉. 뭐야? 왜 이래?
ㅡ 미쳤다. 뭐지?
ㅡ 엥? 저 꽃 뭐야? 왜 죄다 까매?
ㅡ 씨발. 느낌 쎄 하다 이거...
그치? 원래 그런 게 아니지?
잠깐, 여기가 망한 지 5년이나 넘은 장례식장이라 했었나···
“워 시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기겁하며 몸을 돌렸다.
뒤따라 들어오던 흉가 형님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것도 잠시.
갑자기 혼비백산하며 말을 뱉어냈다.
“내, 내가 깜빡 잊고 있었던 게 있었는데. 나 머··· 먼저 가봐야겠다. 미, 미안.”
그리고 갑자기 삼십육계 줄행랑을 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닥.
“형님! 형님!”
나도 덩달아 놀라 흉가 형님을 뒤쫓기 시작했다.
“형님! 어디 가요! 형님!”
뒷모습만 보이는 흉가 형님의 발은 굉장히 빨랐다.
계단이 분명 스무 개가 넘었는데.
밟는 소리는 네 번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입구까지 나왔을 땐 이미 흉가 형님은 차에 탑승한 후였다.
“왜 그러세요! 형님! 형님!”
우우웅.
타이어가 헛도는 소리와 함께 쌍라이트를 켠 차는 급하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차가 사라지는 그 마지막 모습을 보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야이 시벌넘아아아아아아아! 나 데리고 가야할 거 아니야아아아!”
ㅡ 저 시바 새끼 저럴 줄 알았다.
ㅡ 그래도 많이 버텼넼ㅋㅋ
ㅡ 그 와중에 연우 왜 이렇게 애절하냐
ㅡ 혼자 남겨질 생각하니까 다급하지
ㅡ 근데 욕하면서 손은 왜 흔듦?
“하··· 시벌. 가려면 같이 가야지. 함께 하자고 해놓고 날 버려? 개자식···”
게다가 여긴 길도 모르는 곳이다.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채팅창을 바라봤다.
“형님들···. 저 어쩌죠······. 여기 어딘지도 모르는데.”
괜히 서러움이 올라온다.
[ 부릅뜨니숲이었어 님이 2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갈 놈은 갔으니 이거 받고 힘내서 다시 ㄱㄱ
다 닳아 떨어진 배터리에 충전기를 꼽 듯.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 질렀다.
“하이고오오오. 숲이었어 형님! 소중한 후원 감사합니다. 저라도 남아서 형님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요! 제가 언제 혼자가 아닌 적이 있었습니까!”
ㅡ 하여튼간 이 새끼도 정상은 아냐
ㅡ 그것만큼은 개 쌉 인정
ㅡ 오히려 더 즐거워하는 것 같기도...
ㅡ 이 타이밍에 항상 후원을 받으니까ㅋㅋ
ㅡ 그래서 아까 신나게 손 흔들었구나
ㅡ 이왕 하는 거 파이팅 하자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2층. 특 1호실.
아까 그 장소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곰곰이 생각했다.
흉가 형님이 왜 저렇게까지 놀랐던 걸까.
내가 못 봤던 뭔가를 본 것일까?
시벌,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 나은데.
다시 혼자가 되니 더 무섭다.
금방이라도 어두운 곳에서 뭔가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걸어가며 말했다.
“흉가 형님 이건 아니잖아요. 비로그인으로 보시고 계시면 잘 들으십쇼. 나 집에 어떻게 가라고 이 개새꺄!”
내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ㅡ 빤스런 지렸다
ㅡ 그 순간만큼은 연우도 못 따라잡았다
ㅡ 시발 얼마나 빨리 뛰었다는 거야?
ㅡ 백 미터 11초 주파하는 놈들 따돌린 거니까
ㅡ ㄷㄷㄷㄷ
ㅡ 흉가 새끼 200퍼 다른 아이디로 들어온다
ㅡ 지능적 안티일 수도ㅇㅇ
ㅡ 비겁한 새끼
ㅡ 야 흉가야. 차비하게 후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ㅡ ㄹㅇ 비로그인으로 보고 있을 듯.
ㅡ 형들 이거 범죄 아님? 납치하듯 데려와 놓고 튄 거니까
나는 주옥같은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그 자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흉가 형님이 주저앉았던 그 곳.
그 시선이 닿았던 곳을 차분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살펴보았을까.
나는 분향소에 다시 발을 들이자마자 멈춰 섰다.
그리고 벙찐 표정을 하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는 차마 보지 못했던 분향소 위 신위에 영정사진.
그 사진엔 쌍꺼풀 없는 눈, 볼 옆 점, 갈색 머리를 한 여자가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흉가 형님의 말이 소름이 되어 타고 오르듯 뇌리에 스쳤다.
‘보, 볼에 점이 있는 갈색 머리 여자가 내 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