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67화 (67/225)

시청자 게스트와 함께 하는 공포의 장례식장. 2

주작선동충과 주작충.

아니. 유트버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눈빛으로 나를 사로잡는 시청자.

“반갑다.”

“아. 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주고받자마자 나는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들이밀었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형님들. 오늘 방송같이 해주실 흉가 형님입니다! 인사 한번 부탁드릴게요.”

“연우가 어떻게 방송을 하는지 오늘같이 체험해 볼 흉가체험삶의현장~ 입니다.”

나는 인사와 함께 급하게 핸드폰을 치웠다.

생각보다 내 편이 많았다.

아니. 그동안 주작 선동짓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분노가 빗발친 것 같다.

ㅡ 헐

ㅡ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는데

ㅡ 워. 시발. 어마어마하네

ㅡ 박필준 형 아님?

ㅡ 주작 선동질 할만하네

ㅡ 오스트랄로피테쿠스?

ㅡ 여튼 예사롭지 않은 사람인 건 확실하다

그리고 급하게 화제 전환을 했다.

“혀... 형님. 차에 타면 될까요?”

“어. 타. 바로 가게.”

나는 곧장 흉가 형님의 차로 걸음을 옮겼다.

어두컴컴한 밤이지만 시야를 한눈에 사로잡는다.

차가 뻔쩍뻔쩍하다.

각종 스티커와 차 안에 나열돼있는 인형들.

차량 보닛에는 차 종류의 이름인 듯 자랑스럽게 스티커까지 붙여놨다.

EVANTE.

“와... 형님 차 예쁘네요.”

“그런 말 많이 들어.”

나는 차 보조석 문을 열고 앉았다.

그리고 자꾸만 주작을 외쳐대는 스피커를 향해 중얼거렸다.

“형님. 이거 볼륨 조금만 줄여주시면...”

“어. 그래그래.”

볼륨을 줄인 흉가 형님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물었다.

“잠 안 잤어? 피곤해 보이네?”

“네. 어제 일 때문에 꿈을 꾸느라고...”

“그래? 오늘 괜찮겠어? 시청자들 앞에서 정말 냉정하게 분석할 건데.”

“괜찮아요. 전 주작을 한 적이 없으니까요.”

흉가 형님이 말과 동시에 액셀을 깊게 밟았다.

부아아아앙.

요란한 소리만큼 차가 나가진 않았다.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잡으며 물었다.

“형님. 근데 저희 어디로 가나요?”

“비밀.”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아니... 이거 납치 아니지?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흉가 형님은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앞만 보고 있었다.

운전에 신중한 스타일 같았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외하고는 입을 봉쇄해버렸다.

“그럼 형님... 혹시 얼마나 걸리나요? 여기서 먼가요?”

“1시간 정도. 피곤하면 좀 자 둬.”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에요. 그래도 운전까지 해주시는 데 차에서 자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빛의 속도로 잠들어버렸다.

ㅡ 많이 피곤했나 보다

ㅡ 정확하게 잠드는데 5초 걸렸다.

ㅡ 이게 가능한 거냐?

ㅡ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새끼다 쟤가...

ㅡ 근데 자는 거 맞아? 거치대 각도가 살아있는데?

ㅡ 입 옆에 침까지 흐르잖아

ㅡ 본능이네. 자는 와중에도 방송은 살리겠다.

ㅡ 뭐라고 중얼중얼 대는 거 같지 않아?

ㅡ 후원 감사하다는데

“야 야. 이제 그만 자. 다 왔어. 얼른 내려 봐 빨리.”

“워어어어!”

느낌상 분명 5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급하게 깨워 흔드는 바람에 정신이 화들짝 깼다.

잠이 덜 깨 얼떨떨한 얼굴로 주위를 살폈는데,

온 사방이 새카맣다.

뭐야 도착한 건가?

나는 입에 묻은 뭔가를 쓱 닦고는 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렸다.

그리고 자세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형님. 여기가 어디...”

주위가 모두 산이다.

자욱한 안개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3층 건물로 지어진 낡은 건물이 눈에 제일 먼저 띄었는데.

외벽에 곰팡이가 잔뜩 껴 있고 나뭇가지가 건물을 잔뜩 휘감고 있다.

게다가 3층 꼭대기 층 외벽에는 사람 몸통만 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함 풍 장 례 식 장.

“······장례식장?”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시벌. 여기는 폐가가 아니라 흉가 수준 아니야?

이런 곳은 영가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기피해야 할 베스트 장소로 꼽아 놓은 곳인데.

흉가 형님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여기 망한 지가 5년 됐는데, 아직 단 한 번도 사람이 왔다간 흔적이 없어.”

말 그대로다.

건물 밖에도, 손전등이 비치는 안쪽 모습에도 흔한 낙서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해가 간다.

멀쩡히 운영하는 장례식장도 오기가 꺼려지는데.

ㅡ 와... 이 위압감... 아주 좋아.

ㅡ 나 얼마 전에 장례식장 갔다 왔는데... 이건 차원이 다르다 워...

ㅡ 폐가 중에 당연 일등 아니겠나. 장례식장.

ㅡ 흉가 놈도 직접 보더니 살짝 쫄은 것 같은데

ㅡ 눈빛이 착해졌어

나는 슬쩍 흉가 형님을 쳐다봤다.

급격하게 말이 없어진 것 같다.

침을 삼키는 것처럼 목울대가 출렁인 것 같은데 착각인가?

“형님. 그럼 방송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어. 그래. 연우 네가 앞장서. 내가 따라갈게.”

“아, 알겠습니다.”

분명 한 명이 더 같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강력접착제라도 붙인 것처럼 땅에서 꿈쩍도 않는다.

왠지 모르게 머리까지 지끈거리는 것 같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가방에서 EMF 측정기를 꺼냈다.

그리고 장례식장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는 흉가 형님을 불렀다.

“형님!”

“워! 크흠! 왜 소리 질러. 깜짝 놀랐네.”

나는 EMF 측정기를 흉가 형님의 손에 쥐여줬다.

그리고 얘기했다.

“이거 방송에서 보셨죠? 심령 장비. 주작 의심하시니까 미리 드릴게요.”

흉가 형님의 눈빛이 흔들린다.

마치 이걸 나한테 왜 주느냐는 표정 같았다.

“어? 때... 땡큐.”

내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을 의식하더니 얼떨결에 받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EMF 측정기를 이리저리 살폈다.

“이게 무슨 기능이라고 했지?”

“아. 심령 에너지와 비슷한 전자기장을 측정하여 심령 위치와 존재 확인을 해주는 장비요.”

흉가 형님은 측정기를 켜고 한참 쳐다보더니.

“이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귀신이 근처에 있으면 몇 단계가 뜨는 거야?”

“총 5단계인데, 5단계는 진짜 위험하고, 그다음이 4단계, 3단계 식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흉가 형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ㅡ 이거 왠지 느낌이 쎄하다

ㅡ 박필준 느낌 나는데

ㅡ 쟤 얼굴 밀가루 바름? 왜 하얗게 질림?

ㅡ ㅋㅋ 존나 웃기넼. 자신만만하게 가더니

ㅡ 아니야. 컨셉일수도 있어. 지켜보자구

그렇게 앞장서서 입구 앞에 섰다.

유리 문이 있었는지 전부 깨져 땅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나는 어둠 속으로.

아니.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기 전 흉가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이런 비슷한 곳에 와보신 적 있으세요?”

흉가 형님이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처음인데.”

어쩐지... 그럴 줄 알았다.

다리를 움찔움찔 거리는 게 말이다.

와보니 어떠냐?

이 지릴 것 같은 현장감이.

나는 안 쪽 광경을 천천히 살폈다.

언제나 보는 광경이지만, 난잡하게 늘어져 있는 잔여물들.

종이컵, 나무젓가락, 일용 접시, 생수병 등등의 것들이 바닥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내 눈을 사로잡는 건 저 글자.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식장 직원 일동 ]

오늘따라 유독 더 소름 끼친다.

흉가 형님은 EMF 측정기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체크하고 있다.

그나저나 얼굴에 흐르는 거 저거 식은땀 아니야?

시선을 돌려 카메라를 확인하는데.

화면에 하얀 연기가 희미하게 비치더니 유령처럼 사라졌다.

“어? 어? 형님들! 형님들! 지금 하얀 연기 보신 분! 시벌! 뭐야!”

내 목소리에 흉가 형님이 경기를 일으키듯 주춤거렸다.

“워어어! 뭔데! 뭔데!”

ㅡ 어? 나도 본 것 같은데 하얀 연기?

ㅡ ㅅㅂ 게스트 존나 화들짝 놀라네 ㅋㅋ

ㅡ 설마 오브 현상인가?

ㅡ 그게 뭐임?

ㅡ 정체불명의 희미한 구체.

ㅡ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가 빛을 반사한 탓에 그 반사광이 사진에 찍힌 것.

ㅡ 심령사진 같은 데에 많이 찍힘.

ㅡ 게스트 숨 넘어가것다

살이 떨려온다.

이건 처음 보는 현상이다.

흉가 형님이 손에 쥔 장비 나에게 쑥 하고 내밀었다.

“워어어어! 3단계! 시발 3단계!”

ㅡ 게스트, 주작 인증이 아니고 본인 겁 많은 거 인증하러 온 거 아님?

흉가 형님이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며 말한다.

“하하. 무슨 소리예요 형님들. 내가 뭘 쫄아요 쫄기는... 그냥 방송 살려 주려고 리액션 한 거지.”

ㅡ 아... 그러셨구나........

ㅡ 근데 왜 얼굴에 육수가 한 바가지임?

ㅡ 저기요. 겨드랑이 홍수 났어요

ㅡ 왜 센척함?

ㅡ 그럼 뭐라도 보여주시든지 주작 파헤친다며

ㅡ 게스트도 후원이 필요함?

생각보다 강력한 비난과 압박.

흉가 형님은 채팅을 슬쩍 보고 EMF 측정기를 한번 보더니 얘기했다.

“형님들 저 안 쫄았다니깐요. 아니 그럼 찾아볼까요? 진짜 최고 높은 곳 찾아볼까요?”

갑자기 자신 있게 복도 이곳저곳을 EMF 측정기를 갖다 대며 확인하는 흉가 형님.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에게 갑자기 지령이 떨어졌다.

ㅡ 입관식 하는 장소 가 봐라.

후원 알림 소리를 들었을까?

EMF 측정기를 이리저리 허공에 대보는 흉가 형님의 몸이 멈칫거렸다.

나는 마라탕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네? 입관식 하는 곳이요?”

ㅡ 이 새끼 모르는 척하는 거임? 진짜 모르는 거임?

ㅡ 알면서 되묻는 거임

ㅡ 죽은 사람이 관에 처음 들어가는 곳 새꺄!

ㅡ 찾는데 5분 준다. 30만 원.

내 입이 반사적으로 나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흉가 형님에게 버럭 소리쳤다.

“형님! 입관식 하는 곳 찾으시랍니다! 형님은 왼쪽! 저는 오른쪽! 찾으시면 소리 한 번 질러주세요! 빨리빨리! 시간제한 5분이랍니다!”

“빨리요!”

나는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흉가 형님의 목소리가 나를 잡아 세웠다.

“야! 잠깐만! 연우야!”

이 양반이 지금 소풍이라도 오셨나.

30만 원이 걸려 있다고!

가만히 서서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이 전달이 잘 안됐나?

“형님! 입관식 하는 장소 빨리! 빨리!”

나는 다시 몸을 급하게 틀어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빈소는 다 낡아 빠졌고 거미줄과 녹다 만 초가 굴러다녔다.

술을 담는 작은 주전자까지 녹이 슬어 있었다.

“허억... 허억... 형님들, 몇 분 남았나요?”

ㅡ 3분

ㅡ ㄴㄴ2분 50초

ㅡ 이 새끼 발에 로켓 달렸나 어지러워 뒈지겠네!

ㅡ 과연 돈미새 리스펙

나는 숨을 고르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뛰었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왔고 이번엔 반대로 왼쪽 복도로 내달렸다.

[ 안졸리나졸리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19초 남았다아아아아!

그때 나는 기적적으로 볼 수 있었다.

저 앞에, 양쪽으로 문이 난 곳의 팻말을.

[ 입관실 ]

“으아아아아!”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 달려, 문 손잡이를 잡을 겨를 없이 문에 몸을 내다 박았다.

입관실로 들어온 나는 두 무릎을 짚으며 숨을 골랐다.

“허억! 허억... 혀, 형님들 세이브했죠? 네? 허억. 세이브했죠?”

나는 허리를 펴고 채팅창을 확인하려는데, 아니 내 앞 유리 너머로 관이 보였다.

관이.

뭐라고?

관이라고?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게 눈이 부릅떠졌다.

그때, 1층에서 비명과도 같은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시바아아아아알!”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저 ㅂㅅ 새끼 얼른 데려 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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