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66화 (66/225)

시청자 게스트와 함께 하는 공포의 장례식장. 1

만세를 외치던 나는 영상의 조회 수를 일일이 확인했다.

영상이 몇 개 되진 않지만.

유트브의 수익은 조회 수가 제일 큰 퍼센티지를 차지하니까.

[ 신입 BJ 정연우 저수지 탐험 갔다가 귀신한테 홀려 물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 ] 재생 14.5만 회 ]

[ *주작 절대 아님* 귀신한테 발목 잡힌 흉가 BJ 정연우 ] 재생 15.8만 회.

[ 흉가 BJ 정연우 뒤에 귀신처럼 보이는 형체 포착 ] 재생 14.4만 회.

[ 신입 BJ 정연우 보이지 않는 귀신과 사투 벌이는 장면 ] 15.4만 회.

[ 신입 BJ 정연우 귀신한테 이단 날아 차기하는 장면 ] 14.6만 회.

[ 신입 BJ 정연우 귀신한테 배 던지는 장면 ] 14.3만 회.

[ 유트버 정연우 마네킹 공장 가다 ] 18.8만 회.

와... 시벌. 미쳤다.

모든 영상이 10배는 넘게 조회 수가 올라버렸다.

몸이 한껏 들떴다.

방송 잠깐 쉬고 엄마랑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좋은 것도 사드리고.

그런데, 갑자기 조회 수가 왜 이렇게 는 거야?

나는 댓글을 뒤져보다 그 사실을 알아챘다.

뉴스에까지 보도돼버린 마네킹 살인사건.

그 수많은 기사 댓글에 달린 동영상 링크 때문이었다.

아...

“하... 시벌! 시벌! 시벌! 진짜 개쩌러부러.”

위험에 처해 잔뜩 공포에 질렸던 것도 금세 잊어버렸다.

몸이 피곤한 것도 잊고 방방 뛰었다.

나는 환전금액까지 살폈다.

환전 가능 금액 : 2,686,800원.

원래 있던 저수지 환전 금액까지 포함하면.

총 금액 4,221,800원.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학생 신분에, 한 달 만에 벌어들인 수입이다.

다음 달에 들어올 유트브의 수입을 추가로 생각해 본다면...

“크... 시벌. 미쳤다 정연우! 여자친구만 딱 있었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 핑계로 임아린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딸랑 문자 하나였다.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연락 주세요. ]

필라테스 중인 걸까.

여전히 임아린은 바쁘다.

그저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문득 내 눈에 비치는 댓글이 나를 더 울컥하게 만들었다.

ㅡ 이거 주작임

ㅡ 경찰까지 속이는 치밀함

ㅡ 연기가 이병헌과 나란히 할 정도임.

ㅡ 믿지 마세요 여러분.

ㅡ 레알 주 to the 작

ㅡ 돈미새새끼 후원만 해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니까?

ㅡ 주작이 아니라는 증거 있음?

아니... 이 개자식들.

언제까지 주작 타령할 거야?

댓글 사이에서는 나를 믿는 시청자들이 주작무새들과 열심히 싸워주고 있지만.

턱도 없다.

새로운 유입 시청자가 늘어날수록 주작무새들도 일정하게 유입되고 있다.

시벌... 저것들 어떻게 할 방법 없을까?

이대로 둔다면 내 앞길을 계속 막아설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다 손바닥을 탁! 치며 결론을 내렸다.

‘저 중에 제일 영향력 있는 한 놈과 합방을 하는 건 어떨까?’

합방이 이루어진다면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조건이었다.

주작무새들의 100% 박멸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줌으로써.

방송이 리얼이라는 걸 인지시키고.

그 영상을 영원히 박제하는 것이 내 목적으로 둔다.

방송하는 사람에게 이미지메이킹이란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들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대로 둔다면...

정말 전에 만났던 둘리 녀석처럼 주작 유트버가 될지도 모른다.

“어디 보자... 누구를...”

나는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건을 간추렸다.

내 영상에 제일 댓글을 많이 단 놈.

게다가 선동질을 하는 놈.

마지막으로 내 방송을 꾸준히 찾아오는 놈.

나는 의외로 한 녀석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닉네임. 흉가체험삶의현장.

역시 변함없는 내 마음속의 1위인 녀석이다.

한결같이 언제나 의심부터 하는 녀석.

이 녀석의 이력을 살펴보자면.

전과 24범을 때려눕혔을 적엔, 부랄 터졌는데 알바비 얼마줬냐고 의심질.

저수지 물귀신 편엔 여자 잠수부에게 얼마 줬냐고 의심질.

심지어 선녀보살님에게 감사의 표시로 전해준 봉투를 보고는.

이렇게 얘기했다.

‘이제는 방송에서 대놓고 알바비를 주네 ㅅㅂㄹㅁ’

아름다운 사고방식을 가진 녀석이다.

분탕 중의 분탕러다.

구독자들과 시청자들의 눈에 제일 많이 띄는 녀석이기도 하고 관종끼가 철철 넘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요청에 무조건 응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곧장 행동에 옮겼다.

뉴스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금.

이참에 주작도 해명하고, 클린한 방송을 만들어 보는 거다.

[ 오늘은하나도안무서워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호오. 저놈도 양반은 아니다.

이 정도면 애증의 관계인가.

“연이루! 형님드을! 식사는 하셨습니까요!”

ㅡ 오 우리 영웅 왔냐!

ㅡ 한국 역사에 깊이 남을 사건을 해결한 유트버!

ㅡ 장하다 우리 연우!

ㅡ 어이 주작충. 유트브 떡상했더라?

“아이 영웅은요 무슨.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그리고 주작 충이라뇨 형님. 제가 언제 주작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ㅡ ㅈㄹ 맨날 하잖아. 오늘도 할 거냐?

“아니요. 어제 일도 있고 하니 오늘은 몸 좀 챙기려고요.”

ㅡ 풉... 그 사이에 또 주작 준비 해놓으려고... 뻔하지 뭐.

역시 사람은 한결같다.

변하지 않는 말투와 채팅으로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든다.

나는 애써 참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형님. 맨날 저보고 주작이라고 하시는데, 혹시 제가 주작을 했다는 증거라도 있으세요? 연우 정말 억울합니다!”

증거는 없다.

그러므로 부정할 대답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작무새는 단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ㅡ 시발. 우린 방송으로만 보는데 어떻게 증거를 찾음? 아주 교묘하게 카메라를 비추는데.

역시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그렇다면.

“그럼 형님. 제가 게스트로 한번 모실 테니까 방송 한번 오실래요?”

ㅡ 진짜 자신 있음? 내가 가면 방송 주작인 거 다 알려질 텐데? 괜찮? 둘리처럼 주작 걸려서 방송 폭망할 수 있는데? 정말 괜츈?

“네. 괜찮습니다. 그럼 언제가 괜찮으세요? 혹시 원하시는 날짜라도.”

ㅡ 그럼 오늘 바로 나와. 주작 준비할 시간 따위 주지 않는다.

솔직히 어제 일로 몸이 천근만근이긴 하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 불 때 연 날리지 뭐.

덕분에 우리 둘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ㅡ 워! 오늘 또 방송하는 겨? 대박!

ㅡ 그래! 큰손 형님 낼 모레 가시는디! 다 털고 보내자!

ㅡ 아자자! 우리 영웅! 주작이 아니라는 걸 오늘 똑똑히 밝히는 거다!

ㅡ 그런데 좀 두렵기도 하네. 둘리 사건을 봤던지라...

ㅡ 에이... 우리 연우가 그럴 리는 없겠지!

ㅡ ㅇㅇ 근데 저 사람 너무 기세등등하니 기분이 이상하네

ㅡ 어쨌든 오늘 레전드 하나 만들겠지 ㅋㅋ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쪽지로 연락처 남겨주시면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ㅡ ㅇㅋ 바로 쪽지 남김

현재 시각 오후 5시.

그렇게 약속이 만들어졌다.

노 주작 인증 방송.

나는 방송을 다시 켜겠다는 약속과 함께 종료를 알렸다.

“형님들. 오늘 방송 딱 기다리십쇼! 연우가 진짜 주작이 아니라는 거 확실하게 밝혀드리겠습니다. 저 믿으시죠?”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형님들, 제가 희생해서 이 새끼 주작인지 아닌지 밝혀 보겠습니다.

현재 시각 9 : 00분.

난 한 가로등에 아래에 서 있다.

날 데리러 오는 흉가체험삶의현장과의 약속 장소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졸음이 자꾸 쏟아진다.

개꿈을 꾸느라 잠을 3시간도 못 잤다.

나는 축 처지는 몸을 깨울 겸 방송을 미리 켰다.

[ 연우. 고품격 공포 방송. 시청자 게스트와 함께 합니다. 팬티 네 장 준비하셈. ]

그리고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어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형님들. 저 얼굴 괜찮나요?”

ㅡ 좀비?

ㅡ 얼굴 상태가 왜 그래?

ㅡ 곧 죽을 것 같네

ㅡ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어

ㅡ 어제 마네킹 만지면서 넘 무리한 것 같은데

ㅡ 괜찮겠냐 방송?

나는 마른 세수를 하고 제 자리에서 국민체조까지 했다.

“헛, 둘, 셋, 넷. 네! 형님들!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뭐. 그나저나 제 방송에서 시청자 게스트 부르는 거 처음이죠?”

내 방송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많이 컸다. 정연우.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일로 게스트를 모셔야 하는데.

하지도 않은 주작 해명 방송을 해야 하니. 참...

한쪽 가슴이 쓰리다.

ㅡ ㅇㅇ. 근데 너 진짜 주작한 거 없지?

ㅡ 그 사람 너무 자신만만하니까 괜히 걱정되냐 왜

ㅡ 근데 솔직히 주작이라고 생각할 만도 해

ㅡ 인정. 너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니까

나는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백번 말해주는 것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확실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낯익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 선생님 ]

아니 이 시간에? 왜?

“형님들 잠시만. 전화 좀.”

나는 최대한 죽어가는 목소리를 뱉어내며 전화를 받았다.

“네에... 선생님...”

-연우 너 문제지 외우라는 거 외웠니?

“제가 좀 많이 아파서... 아니. 근데 다 외웠습니다.

-정말이야? 주작. 아니. 거짓말 아니지?

“네...”

-아닌 것 같은데...

아니. 뜬금없이 금요일 저녁에 전화해서 문제지 외웠냐고 확인하시는 건 뭔데...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애정을 쏟았다고.

나는 오른손에 들려있는 방송화면을 보고 뜨끔했다.

시벌... 설마 보고 계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아니야. 연우 시험공부 잘하고 있나 해서 전화해 본 거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선생님은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내게 얘기했다.

-여하튼 너 이번 성적 떨어지면 아주 선생님이 물귀신처럼 붙어 다닌다.

“무... 물귀신이요? 알겠습니다! 제가 꼭 이번에는 무조건 10등 안에 들게요.”

-그래. 선생님은 연우만 믿는다. 그럼 방송. 아니. 몸 관리 잘하고.

“······네. 선생님도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아니. 전화가 끊어지질 않는다.

계속 통화 시간이 흘러간다.

뭐야. 내가 먼저 끊으라는 건가?

그렇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데.

-연우야.

“깜짝이야. 네. 선생님.”

선생님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근데 후원은 무조건 해야 하는 거니?

나는 얼떨떨하게 답했다.

“······ 그러시면 감사하죠 형님. 아니 선생님.”

그 대답을 끝으로 선생님과의 통화는 끝이 났다.

헐, 선생님도 설마 내 방송 보시는 건가?

이유 모를 불안감이 확 몰려들며, 한편으로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시벌... 나 완전 유명 인사 된 것 같은...

빠앙! 빠앙! 빠앙!

내 앞에 음악 소리가 요란한 자동차 한 대가 섰다.

차 주인은 나를 정면에 두고 쌍 라이트를 잔뜩 날리더니.

창문을 내리고 영화 속 주인공이 등장하듯 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음악이 점점 귀에 들어온다.

분명 외국 노래였는데, 듣기만 해도 신이 나는 노래였다.

그런데, 들을수록 음악의 가사가 이상했다.

영어인데, 왠지 가사가 나에게도 들리는 것 같았다.

[ I want your 주작작 주주작! 주작작! 주주작! ]

이런 노래가 있어?

나는 인터넷에서 음성검색 기능을 통해, 놀랍게도 음악을 찾을 수 있었다.

Tchu Tchu Tcha...?

시벌.. 진짜 있었다.

너무나도 화려한 등장에 나는 벙찐 얼굴로 그 남자를 살폈다.

170 정도로 보이는 키에 동글동글 아주 뚱뚱한 체형.

회색 남방에 검정 슬랙스를 입었다.

검정 뿔테 안경을 끼고 있지만 그 뒤로 보이는 작은 눈.

나는 고개를 숙여 먼저 인사했다.

그러자 시청자가 웃으며 나에게 여유롭게 손을 흔든다.

“어이 주작충. 나야. 흉가체험삶의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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