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65화 (65/225)

텅 빈 폐공장. 5

1분 1초 촌각을 다투던 순간.

마네킹의 팔을 부러트리며 해방된 발로.

나는 그 자리에서 날다시피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족히 40킬로는 넘어 보일 것 같은 판넬이 빠른 속도로 마네킹을 덮쳤다.

콰쾅! 쾅! 쾅!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대포라도 맞은 것 같았다.

수많은 폭탄 먼지가 암흑처럼 공장 안을 덮어갔다.

“워어어어! 시발! 후우... 후우... 후우...”

마네킹을 처참하게 깔아뭉갠 판넬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시벌... 만약 저 자리에 내가 있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에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ㅡ 씨발 깜짝이야

ㅡ 뭐야?

ㅡ 헐... 천장 지붕에서 뭐가 떨어졌는데...

ㅡ 저기 연우가 있던 자리 아님?

ㅡ ㅇㅇ 대박... 방송사고 씨게 날뻔했다

ㅡ 마네킹이랑 같이 샌드위치 될 뻔했어

ㅡ 개 소름 씨발. 저 마네킹 역시 뭔가 있었어

ㅡ 저게 말이 되나?

채팅창을 볼 여유 따윈 없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었을 수 있었던 상황에 그저 넋이 나가버렸다.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큰일 날 뻔 했네. 괜찮냐

그제야 내 정신이 깼다.

나는 먼지가 잔뜩 묻은 옷을 털고 일어나며 얘기했다.

“아이고오오 마라탕 형님! 소중한 후원 금액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염라대왕한테 하이파이브 하러 갈 뻔 했습니다요. 형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직도 그 공포에 살이 벌벌 떨린다.

미션이 끝났다.

동시에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언제 다시 또 저런 위험이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여기는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요. 공장 상태도 그렇고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나는 시청자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니. 뛰기 시작했다.

마네킹의 장난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본능적인 판단이 섰다.

순간.

내가 뛰고 있는 앞으로, 가로막는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씨... 씨발. 형님드을... 저게 왜 여기에...”

분명히 판넬에 덮쳐져 개박살이 났을 마네킹이 서있었다.

그것도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심지어 내가 부러트린 팔도 그대로 악수하듯 내밀고 서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두려움이 한가득 쌓였다.

날 못 빠져나가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비켜! 시바아아알!”

나는 달리던 몸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진했다.

모 아니면 도다.

아무런 행동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나는 내달리며 마네킹의 몸에 이단 발차기를 내질렀다.

“주거어어어!”

빠악!

마네킹의 몸과 내 발이 마주친 그 순간이었다.

내 몸이 다시 한번 움찔거렸다.

눈앞에 마치 흑백영화 필름이 흘러가듯 재생되었다.

* * *

한 남자와 여자가 사무실로 보이는 장소에 앉아 있다.

여자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남자는 둘이 마실 커피를 타고 있는 중으로 보였다.

남자가 커피를 타기 전 고개를 돌렸다.

굉장히 자상한 얼굴이었는데, 여자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현숙 씨, 중국어 전공이라 중국어를 엄청 잘하네? 어? 하하하!”

“네. 사장님.”

“다른 나라 언어를 한다는 게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대단하네. 대단해!”

“하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현숙이는 얼굴도 예쁘고 몸도 예쁘고, 남자들한테 인기 정말 많겠네. 혹시 남자친구 있어?”

여자는 쑥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니요. 아직.”

남자는 커피 잔을 여자에게 내밀며 얘기했다.

“피곤할 텐데 그거 쭉 마시고 조금만 더 힘내줘. 야간 수당은 더 쳐줄게.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을까.

남자는 아까와는 새삼 다른 표정이었다.

가늘게 뜬 눈으로 여자를 흘겨봤다.

그리고 어느샌가 소파에서 잠이 든 여자를 불러댔다.

“현숙아. 현숙아?”

재차 여자의 이름을 말하던 남자.

여자가 대답이 없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충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무방비 상태의 여자를 유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약 기운이 깨기 시작했는지 여자의 눈이 서서히 열렸다.

몸을 뒤척이더니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남자를 보고 화들짝 놀라 발악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저한테 왜 그러세요. 사장님.”

“뭐야. 씨발. 약을 너무 적게 탔나.”

“이러지 마세요. 제발. 제발요.”

계속되는 여자의 간절한 요청에도.

남자의 무자비한 행동은 계속되었다.

힘에서 이기지 못하는 여자는 결국, 옆에 있던 커피포트를 들어 그대로 남자의 머리에 내리쳤고.

남자는 피가 줄줄 흐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잡았다.

“으아아악! 씨발년이...”

급한 데로 옷을 추스른 여자가 도망치기 위해 문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남자가 한발 더 빨랐다.

여자의 몸을 붙잡았고 이후 땅바닥에 눕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내 얼굴에 피를 내? 개 같은 년이.”

“제... 발. 살려...”

남자의 압도적인 힘 차이에 여자의 눈은 희미하게 감겨갔다.

이윽고 숨이 멎은 듯 남자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이 힘없이 축 처졌다.

“하... 하.. 씨발...”

남자는 한참 동안이나 죽은 여자의 시신을 앞에 두고 벙찐 모습으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보는 영상이 화면 전환되었다.

창문 사이로 어둑어둑한 밤 하늘이 비치는 곳이었는데.

나는 그 장소를 대번 알아챘다.

마네킹 공장이었다.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남자가 충격적인 말과 함께 여자의 몸에 무언가를 바르기 시작했다.

“예뻐해 줄라 했더니, 감히... 아니 아니 내가 더 예쁘게 만들어 줄게. 응?”

남자는 여자의 시신에 석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ㅡ 뭐 하냐? 이 변태 같은 새꺄. 안 일어나?

형광등을 켜듯 번쩍 내 정신이 돌아왔다.

“으아아악!”

내 밑에 깔린 마네킹을 바라보며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워어어어! 시벌!”

ㅡ 이 새끼 상습범이네

ㅡ 넘어지자마자 가슴에 자동으로 손이 가네

ㅡ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ㅡ 바지 비춰봐 개색갸. 신고한다

ㅡ 사장님... 이건 아닌듯요...

나는 눈을 부릅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내 발에 챘던 마네킹의 몸통 부분이 부서져 있었다.

“혀... 형님들.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이거 그냥 마네킹이 아닌 것 같은...”

그 속에 보이는 희미한 무언가가 드러났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그것을 검지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시... 시발. 사람 뼈! 뼈! 뼈!”

백골의 갈비뼈였다.

나는 서둘러 공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가로등 불빛이 나타날 때까지 무작정 뛰었다.

그저 미친 듯이 뛰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혀... 형님들! 사람 안에 마네킹! 아니 아니! 마네킹안에 사람! 사람 있어요 시발!”

ㅡ 뭐라고?

석고 안으로 보였던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해골이었다.

살점이 다 썩어버린 앙상한 갈비뼈 말이다.

나는 확신했다.

자리에 멈춰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그대로 보조폰을 꺼냈다.

그리고 112를 눌렀다.

“여보세요.”

“네. 겨... 경찰 선생님! 아... 안녕하세요. 저는 방송 사람인데요... 그... 어... 마네킹! 살인사건이에요! 빨리 좀!”

ㅡ 이 미친놈 말 좀 제대로 해

ㅡ 멀쩡히 서 있던 마네킹 신고 당하는 중

ㅡ 마네킹도 살해당함?

ㅡ 헐... 설마 그거 갈비뼈였나?

ㅡ 시발... 나도 본거 같긴 한데...

10분 뒤.

현재 시각 2시 30분.

현재 시청자 수 587명.

온몸을 벌벌 떨고 있던 내 앞에 경찰차가 도착했다.

“살인사건 제보하신 분이죠?”

“네. 네!”

“사람 뼈가 마네킹 안에 있었다고요?”

“네!”

“장소가 어디예요? 거짓말이면 진짜 큰일 나요 학생.”

“시벌! 아니. 거짓말 아니라니까요!”

길을 안내하는 내내 경찰관의 표정은 피곤함과 귀찮음이 섞여 보였다.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멀쩡한 마네킹 안에 사람 뼈가 들어가 있다는 게 믿기기나 할 일인가.

그렇게 경찰관 두 명을 데리고 한참을 걷던 나는 초록색 철문을 가리켰다.

“저기에요! 저 공장!”

공장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경찰관은 이내 걸음을 옮겼다.

“어디죠?”

나는 폐 공장에 들어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앞장섰다.

‘시발, 전처럼 또 사라졌으면 낭패인데?’

거짓말쟁이가 되니까.

하지만 다행이랄까.

마네킹은 누운 채로 그 자리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경찰이 손전등을 치켜들며 마네킹의 갈비뼈를 거침없이 만지작거렸다.

“이거 그냥 모형 아닌가?”

경찰은 마네킹의 석고를 조금씩 손으로 부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워어어어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건 인체 박물관에서나 봤을 법한 사람의 뼈였다.

다리. 골반. 갈비뼈. 팔. 머리까지.

도저히 동물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경찰관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가 싶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마네킹에서 백골 발견됐습니다.”

다음 날.

폐 공장의 마네킹 사건은 대문짝만 하게 기사에 실렸다.

[ 괴종동의 한 폐 마네킹 공장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백골이 발견되어 수사에 나섰습니다. 16일 괴종경찰서에 따르면 3일 새벽 2시 44분 마네킹 속에 사람이 들어있다는 한 유트버의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 확인에 나섰으며,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뼈를 수습했습니다. 경찰은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고 말했습니다. ]

“하... 미쳤다 진짜...”

어제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심하게 요동친다.

여성의 시신에 석고를 바르는 그 모습은 끔찍함의 끝이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애써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그러다 문득 주머니에 있는 부적을 만지작거렸다.

하. 그래... 진짜 선녀보살님의 부적이 아니었다면.

게다가 이 운동신경이 없었다면.

난 벌써 저기에 묻혀 똑같이 백골화됐겠지?

“선녀보살님 덕분입니다. 완전 사랑합니다...”

이 끔찍한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동시에 내 이름은 또 세상에 알려졌다.

[ 폐 공장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저번 함천동 폐 모텔에서 전과 24범을 검거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던 학생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학생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폐가 방송을 하러 갔다가... ]

임아린에게 뜬금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어? 웬일이지?

-사장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네. 덕분에요.”

“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유트브 보셨어요? 안 보셨으면 빨리 확인해 보세요!

“무슨 일...”

나는 끊어진 통화 화면을 한참 노려봤다.

그리고 곧장 유트브를 확인했다.

구독자 수. 9.4만 명.

동영상 9개.

ㅡ 여기가 흉가 방송이 아니라 영화를 찍는다는 곳인가요?

ㅡ 이번에 살인사건을 해결한 그 유트버 맞죠?

ㅡ 전과 24범 때려잡은 것도 모자라 살인사건까지

ㅡ 다음엔 어떤 사건을 해결할 거죠?

ㅡ 후원만 해주면 어떤 미션이든 다 한다던데

ㅡ 전과 30범 잡아보실래요?

ㅡ 개 멋있다 진짜!

ㅡ 경찰은 뭐 하냐? 이런 인재 놔두고

ㅡ 영상 좀 많이 찍어주세요! 볼 게 없어요!

ㅡ 귀신도 볼 줄 아시나요?

ㅡ 저희 오빠새끼 소금싸대기 좀

ㅡ 구독자가 9만 명이 넘는데 동영상 9개 무엇?

ㅡ 방송 좀 많이 해주세요.

ㅡ 하루에 한 번씩 방송해주면 안 되나요?

ㅡ 어차피 여자친구 없어서 할 것도 없다면서요!

분명히 구독자 수와 댓글이 엄청 늘었다.

다만, 놀랄 정도는 아니다.

임아린도 참...

도대체 뭐가 큰일 났다는 거야?

이 정도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의 남자라고...

나는 유트브를 껐다.

아니. 영상들 밑에 달린 조그마한 숫자들을 보고 멈칫거렸다.

영상들의 조회수를 조심스럽게 합쳐봤는데...

잠깐만... 뭐야 이거?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떴다.

여전히 그 숫자다.

두 눈을 비비고 뺨까지 때렸다.

하지만 조회 수는 여전히 그 세 자리가 쓰여있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그 상황을 이해할 여유도 없이 그대로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집이 떠나갈 듯 소리 질렀다.

“종합 조회수 126만 회!? 우와아아아! 시이버어얼! 만세에에에! 만세에에에! 만세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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