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는 전원주택. 7
이런 게 무당의 위엄일까?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내는 그 반전 기운은 감히 범접할 수 없었다.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윽한 달 아래 흉가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선녀보살님은 먼저 걷기 시작했다.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정문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2층을 살펴보더니 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기들 비명소리가 들리네...”
그 말에 나는 등줄기에 얼음 물을 끼얹은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게 들리시는 건가요?”
선녀보살님은 온화한 미소로 내게 답했다.
뭐야. 이 사람...
너무 대단하잖아...
나는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려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혹시나 선녀보살님의 정체를 믿지 못하는 자들과.
지금 주고받는 대화들이 내가 미리 알려줬다고 생각할 사람들 때문이었다.
“형님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이거 찐 리얼입니다. 저는 선녀보살님에게 어떠한 스포도 미리 하지 않았습니다.”
ㅡ 아무 말 안 했는데
ㅡ 어쩔티비
ㅡ 새삼스럽게 뭘
ㅡ 우리는 널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
ㅡ 눈나 카메라 한 번만 더 쳐다봐주세요
두 얼굴의 인간들...
내가 봤다는 귀신의 자세한 생김새도.
세 딸 얘기도 해주지 않았다.
얘기해주려 했지만 오히려 선녀보살님이 괜찮다며 나를 말렸다.
상상만 해도 정신 건강에 해가 된다며.
그때.
내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기다려주던 선녀보살님이 말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넵!”
덜컥. 드르르륵.
그렇게 불과 4일 만에 그 끔찍한 흉가를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현재 시각. 12시 04분.
한창 귀신들의 기운이 강할 시간이었다.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린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녀보살님의 뒤에 꼭 붙어서.
아니. 티 나지 않게 옷깃까지 붙잡고서 뒤따랐다.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짤랑.
1층에 들어서자마자 선녀보살님이 가지고 있던 방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이곳저곳을 걸으며 배회했다.
기운을 느끼려는 것 같았다.
“······”
그렇게 10초쯤 지켜봤을까.
눈까지 감고 있던 선녀보살님이 갑자기 눈을 스르륵 떴다.
선녀보살님의 시선이, 놀랍게도 초자연 현상이 일어나던 장소에 시선이 차례대로 꼽히기 시작했다.
천장 거실 등, 계단, 2층.
게다가 안방에는 시선이 한참 머물러 있었다.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네. 총 넷인가?”
멈칫했다.
그것도?
“마... 맞아요. 여기서 딸 세 명과 어머니가 살았어요.”
선녀보살님은 내 말을 들으면서도 미간을 계속 찌푸렸다.
안방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역시 시벌. 저 방 뭔가 있는 거지?
그나저나... 넷이라고?
그럼 막내딸은 내 기도로 성불시키지 못한 거야?
ㅡ 워... 긴장감 넘치네
ㅡ 지금 쳐다보는 곳이 저번에 삐걱 소리 나던 그것들 아니냐
ㅡ 헐 맞네. 근데 안방은 엄청 째려보시네
ㅡ 기운이 느껴지나 보다
ㅡ 근데 오늘 유독 조용하냐 왜?
ㅡ 무당 와서 귀신 개 쫄은 듯
나 역시 뭔가 기분이 쎄하다.
강한 기운을 가진 선녀보살님이 같이 와서 그런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쫄은 건가?
아니다. 그보다 왠지 숨어서 경계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살며시 안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놨던 가족 그림을 비춰보려는데.
“2층 올라갈게요.”
“어. 어! 같이 가요 형님! 이 아니고 선생님.”
갑작스럽게 혼자 올라가버리는 선녀보살을 강아지처럼 빨리 좆았다.
다급하게 계단을 밟고 뒤따라 올라가는데.
웬일인지 또다시 선녀보살이 날 멈춰 세웠다.
“?”
“연우 씨는 가져온 소금 있으시죠? 그거 올라가는 길에 조금씩 뿌리면서 천천히 따라와 주세요.”
“아. 그것만 하면 되죠?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선녀보살님은 2층에 시선을 두며 먼저 올라갔다.
하... 같이 좀 움직여 주시지.
무서워 죽겠는데.
나는 내 등 뒤에서 그때 봤던 귀신이 튀어나오기라도 할까.
나는 곧장 소금을 꺼내 계단에 부슬부슬 뿌렸다.
그리고 잽싸게 2층을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워어어어! 뭐야?”
뒤따라 올라간 막내딸의 방 환경에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뱀 똬리처럼 칭칭 감겨있어 뜯어놨었던 수많은 테이프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조금도 아니고, 아주 몽땅 다.
나는 그저 소스라치게 놀라 이리저리 살피며 중얼거렸다.
“테이프 시벌넘... 아. 죄송. 테이프가 다 어디 갔지?”
미간을 찌푸리며 옷장만 바라보던 선녀보살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심지어 옷장에는 끈적끈적한 액체 찌꺼기 하나 없이 아주 깔끔했다.
나는 옷장을 바라보며 선녀보살에게 얘기했다.
“여기에 테이프가 아주 꼼꼼하게 감겨져 있었는데... 제가 다 풀어서 바닥에 버렸거든요.”
그날 있었던 간략한 얘기를 덧붙여 전달했다.
그러자 옷장을 뚫어지게 주시하며 가만히 듣던 선녀보살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아닌 옷장을 여전히 바라보며.
“네가 그랬구나? 도와달라고. 잘했어. 잘했어. 이 아저씨가? 배? 사과, 포까지? 어이구. 허기 좀 채워졌어?”
“······”
마치 가여운 이를 보며 어루어 달래듯 옷장과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ㅡ 헐. 누구랑 대화하는 거야?
ㅡ 설마 막내딸 아님?
ㅡ ㅅㅂ 소름 돋아 ㅠㅠ
ㅡ 맞아... 연우가 과일 올려놓고 기도했던 자리잖아...
ㅡ 나 저 누나 그냥 포기할게. 갑자기 존나 무섭다
ㅡ OK. 경쟁자 하나 떨어져 나감
나는 뒤에서 몰래 EMF 측정기를 켜봤다.
이게 진짜일까 싶은 마음이었다.
탁!
“······”
놀랍게도 그때와 같이 4단계가 떠있었다.
나는 머리카락이 쭈볏쭈볏 서는 느낌을 참으며 다시 선녀보살님에게 고개를 돌렸다.
선녀보살은 옷장을 어린아이 다루듯 쓸어 만지고 계셨다.
“이 아저씨가 기도까지 해줬어? 그래? 옷장 안에서 혼자 무서웠겠구나. 이제 걱정하지 마렴. 좋은 곳으로. 편안한 곳으로 이 언니가 보내 줄게.”
선녀보살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또 옷장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열었다.
“가자, 꽃과 나비가 있는 곳으로. 언니가 안내해 줄게. 이 언니 목소리만 듣고 걸어가는 거야.”
의식은 바로 시작되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초를 키우고 향을 피우고.
직접 써온 부적을 태워 진심 어린 기도와 함께 끝났다.
기도 소리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착한 엄마 만나서 예쁘게 살아. 아가.”
그 말이 끝나자 선녀보살은 감은 눈을 뜨고 두 손을 풀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에게 다시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자. 내려갈까요?”
“끝난 건가요?”
선녀보살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박이다.
정말 부럽고도 놀라운 능력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영가를 설득하고 이곳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솜털이 곤두서는 그 와중에도 궁금한 게 문득 생겼다.
“선녀보살님. 혹시 제 기도로는 왜 성불을 못하는 건가요?”
그러자 선녀보살이 슬며시 웃었다.
“종교 있어요?”
“아니요.”
“믿지 않는 사람이 불경을 외워대는데 효과가 있을리 없죠.”
“아...”
나는 그저 바보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그동안 그게 효과 있다고 중얼댔던 기억들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시벌... 나는 허공에 삽질을 한 거였어.
ㅡ 너 오늘 좀 많이 없어 보인다
ㅡ 방금 맹구 같았어
ㅡ 전과 24범을 때려잡은 놈도 별거 없네...
ㅡ 걍 가만히 뒤에서 닥치고 있어
ㅡ ㅇㅈ 아무것도 하지 마
불과 30초가 채 지나지 않았다.
우리 둘이 1층으로 향하기 위해 계단 앞에 섰을 때였다.
“워어어어! 시벌! 뭐야 이거! 자... 잠시만요!”
“······”
나는 선녀보살님이 가시는 길을 보디가드처럼 몸으로 막았다.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뿌려놓았던 하얀 천일염이 아주 새카맣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건 발자국 모양이었다.
발자국이 끊긴 걸 보니 2층으로 무언가가 올라오려 했던 것 같았다.
아무런 소리가 없었는데?
내 심각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선녀보살님은 아무렇지 않게 1층으로 향했다.
선녀보살님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1층으로 바로 내려가자마자 안방으로 향했다.
“선생님! 거긴 그냥 막 들어가시면 위험할지도 몰라요!”
저 안방은.
혼자 문이 닫혀버리는가 하면, 굵은 밧줄들이 나를 옭아매던 곳이었다.
아무리 무당이라도 잘못하면...
선녀보살님은 아무렇지 않게 안방에 들어가서는 바로 가족 그림 앞에 섰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림이 아닌 천장을 보고 호통쳤다.
“얼른 썩 내려오지 못해! 감히, 그런 짓을 하고도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이냐!”
“아우. 깜짝이야...”
ㅡ 성악 전공인가?
ㅡ 컹. 복식호흡은 확실한 듯
ㅡ 방금 연우 개 쫄았다
ㅡ 순간 점프 뛴 거 같은데
ㅡ 하... 그냥 가만히 있으라니까...
나는 안방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선녀보살님이 쳐다보고 있는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빨간 원피스의 그것이 천장에 붙어, 목을 길게 내 빼고 있었다.
“와아아악! 선생님! 선생님!”
그 순간.
쾅!
와장창창!
1층에 붙어있던 거실 등이 떨어지며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쾅!
선녀보살님이 있는 안방 문이 닫혀버렸다.
“시발! 시발! 뭐야! 형님들! 저희 선생님이 갇혔어요! 선생님!”
덜컥! 덜컥덜컥!
역시나 문이 잠겨버렸다.
게다가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도 없다.
쿵! 쿵! 쿵!
“선생님! 괜찮으세요!?”
안에서는 내가 알아듣지 못할 큰 호통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다급해졌다.
선생님을 구해야 한다.
기껏 내가 모셔왔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선생님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내 인생에 있어서도 큰 오점이 생겨버린다.
어쩌지?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나는 문을 부숴버릴 마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선생님! 제가 이 문을 부실게요!”
그리고 힘차게 다가가 문을 걷어차기 위해 점프했고.
문에 닿기 전에 두 발을 뻗었다.
그런데.
덜컥!
갑자기 문이 열렸다.
덕분에 나는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져 가족 그림 앞에 뒹굴렀다.
쿵.
“으윽... 서... 선생님. 괜찮으세요?”
“······”
ㅡ 네가 안 괜찮잖아!
ㅡ 방금 뼈 부러지는 소리 들리지 않음?
ㅡ 시발! 하마터면 선생님 찰뻔했네
ㅡ 옘병 누가 선생님 귀신 만들기 미션 줬냐?
ㅡ 그 와중에 선생님은 너무 침착해
ㅡ 개 매력 있어...
선녀보살님은 나를 잠깐 쳐다보는가 싶더니 다시 천장을 스산하게 바라봤다.
“이놈. 이거 완전 악질이네요. 살인귀가 붙었었어. 엄마는 잠시나마 빙의가 됐던 거고 여태 이용당했던 거예요.”
“에? 정말요?”
그 말에 내 입술이 바짝 말랐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선녀보살님은 말을 이었다.
“이 정도로 안 되겠네.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네! 제가 옆에서 소금이라도 뿌리면 될까요!?”
선녀보살님은 내 소금통을 조심스럽게 가져가더니 쓱 돌려 보여주었다.
“오늘도 잘 못 가져오신 거 같은데요.”
[ 요리용. 신안천일염 ]
띵동.
[ 피자헛둘셋넷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3만 원 줄 테니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ㅡ 개색갸 개 민폐네
ㅡ 음식 간 맞추러 왔냐
ㅡ 골목식당 찍으러 왔냐고 새꺄
ㅡ 3만 원추가. 그냥 말도 하지 마
내 입은 자연스럽게 닫혔다.
잔뜩 혼난 강아지처럼 급 시무룩하게 선녀보살님의 옆을 지켰다.
“밖으로.”
선녀보살님은 나를 차 트렁크 앞으로 데려가 큰 가방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본인은 커다란 옷 하나를 꺼내 입으셨다.
‘와...“
엄청나게 화려했다.
마치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제작된 것 같은 선녀복.
전체적으로 새하얀 바탕이지만, 가디건처럼 생긴 중간 부분이 예쁜 핑크색으로 감싸게 구성되어 있다.
감탄사가 입 밖으로 절로 나온다.
마치 그 엄청난 아우라가 몸을 감싸 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감탄을 하던 것도 잠시.
선녀보살님은 내게 얘기했다.
“얼른 따라오세요. 이러다가 그놈이 두 딸. 아니. 엄마까지 다 잡겠어.”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선녀보살님을 따라갔다.
그렇게 다시 안방으로 향했을 땐.
마치 우리에게 마지막 협박이라도 하듯 가구들이 다 박살이 나있었다.
장롱부터 시작해, 침대, 협탁.
심지어 침대에선 역겨운 피 냄새가 더욱더 진하게 풍겨졌다.
구역질이 절로 나왔다.
“괜찮아요? 힘들면 나가 있어도 돼요. 방송보다 몸이 더 중요하니까.”
나는 그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방송 카메라에 대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방송 때문이라기보다는, 악령 같은 것에 빙의되어 세 딸을 잔혹하게 살해해야 했던 엄마의 끝을 나도 함께 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명복도 같이 빌어주고.
그저 엄마에게만 꽂혀있는 원망과 분노의 화살들.
이왕이면 이 사건을 아는 모든 분들이 내 방송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오해를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ㅡ 구역질도 하지 마 ㅅㅂ
ㅡ 근데 선녀 대박 예쁘다 포스 쩔어
ㅡ 저게 다 뭐 하는 용도임?
ㅡ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굿 할 때 쓰는 거 아님?
ㅡ 비제이 새꺄 그런 걸 물어봐야지!
나는 채팅창을 힐끔 보고 고개를 저었다.
싫어. 말 안 해. 너네가 말하지 말라며.
그것보다 이제 막 준비를 마치신 선녀보살님에게 왠지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그때.
띵동.
[ 발광머리앤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미션 해제. 앞에 있는 거 설명 좀 해달라고 하면 추가 3만 원
후원창이 채 사라지지도 않았다.
“선녀보살님. 혹시 그게 뭔가요?”
선녀보살님은 웅장하게 생긴 검정 방망이를 들며 천장에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여러분들 제가 왼손에 들고 있는 건 군웅신장대라고 하는 건데요. 군웅 신장님을 실어서 피 흘리거나 한 맺힌 영가들의 한을 풀어 줄 때 사용되는 무구에요.”
그것 말고도 수공예로 작업한 듯한 선녀 부채, 방울.
게다가 초록색, 하얀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까지.
안에 금색으로 부적이 그려져있는 오방기가 있었다.
ㅡ 아... 그럼 지금 설마...
ㅡ 컥... TV에서만 보던 그거 하는 건가?
ㅡ 워! 대박이다. 오늘 진짜 레전드.
ㅡ 선녀업! 선녀업! 선녀업!
ㅡ 눈나 나 주거~~~~~
ㅡ 저걸로 때려도 행복할 것 같다
그 순간.
선녀보살님이 나지막하게 나에게 중얼거렸다.
“자. 이제 시작할게요. 연우 씨는 놀라지 마세요.”
선녀보살님이 눈을 감자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긴장한 탓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마른침을 계속해서 꿀떡꿀떡 넘겼다.
움직임을 자제했고, 최대한 숨소리도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창가로 스며든 달빛을 받고 있는 선녀보살님은 신비롭게까지 보일 지경이었다.
스스스스스스.
선녀보살님의 한 손에 쥐어진 군웅신장대가 흔들리며 소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1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선녀보살님의 몸이 갑자기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입에서는 이상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 으. 으. 으...”
신음 소리와 함께 눈이 번쩍 떠졌다.
천장을 바라보는 눈엔 흰 자만 가득했다.
‘연우 씨는 놀라지 마세요.’
놀란 난 소리 지르며 주춤거릴 뻔했지만, 선녀보살님의 말을 되새기며 악착같이 자리를 지켰다.
이때 선녀보살님의 몸이 일시정지된 것처럼 뚝 멈췄다.
아니. 순간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째려봤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선녀보살님의 그 온화한 모습은 온 데 간 대 사라지고 매서운 눈초리만 남았다.
살며시 뒷걸음질 치는 나를 보며 갑자기 일어서더니.
나의 손목을 턱! 붙잡았다.
“키햐아아아악! 그으으으... 죽여... 다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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