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50화 (50/225)

싸늘하게 변해버린 저수지. 5

“어? 어!?”

내 등을 노려보고 있는 여자의 눈이 하얗게 까뒤집어진다.

그러면서도 물귀신이 어떤 영가인지 머릿속을 스친다.

본디 물귀신은 자신이 물에 빠져 죽은 것에 대해 원한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을 유인해 물속으로 잡아당겨 똑같이 익사시키려 하는 존재.

또는 혼자 있기 심심해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으론 다른 누군가를 빠트려 죽여야 본인이 물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산 사람을 찾는다.

홀린 듯 화면에 비치는 귀신을 쳐다보던 나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

“시발!”

나는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ㅡ 시바. 궁극기 썼다

ㅡ 이거는 귀신이 못 쫓아오지

ㅡ ㅇㅇ 절대 못 쫓아옴. 100미터 11초임

ㅡ 더 소름 끼치는 건 아직 성장판이 열려있다는 거

ㅡ 근데 왜 손은 맨발의 기봉이처럼 흔듦?

이를 가는 이상한 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어왔지만 무시하고 달렸다.

무조건 앞만 보며 장거리 달리기를 단거리 뛰 듯이 뛰었다.

“커헉! 컥! 허억! 헉! 헉! 켁!”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잠깐 멈춰 숨을 골랐다.

달려오는 동안 내 안의 심리적 상태가 얼마나 긴박했는지 내 입이 대신 얘기해주었다.

“우웨에에에엑! 웩! 커헉! 웨에엑!”

ㅡ 어유. 시발 드럽게 개색갸! 카메라를 왜

ㅡ 나까지 전염돼... 우웩 우우웩!

ㅡ 하는 짓은 초인 같아도 토 하는 거 보니 사람 맞네

ㅡ 와... 카메라 그만 흔들어 미친놈아... 나도 토할뻔 했다 ㅠㅠ

ㅡ 이거 진짜 올해 베스트 영상 감 아님?

ㅡ 비제이 실시간으로 사고 터졌으면 더 베스트긴 한데

ㅡ 이거 내일 클립 따서 유튜브에 홍보해 드림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하얗던 머리가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하아... 하아...”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이런 게 바로 기진맥진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청자들과 소통할 힘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기어가다시피 집 앞에 도착했고.

죽어가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드을... 방송 끕니다. 뒤질 것 같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달달 떨리는 손가락으로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

[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정연우의 방송을 비로그인으로 지켜보고 있던 둘리가 엄지손톱을 입으로 초초하게 뜯었다.

그의 눈은 퀭하고, 몇 날 며칠을 잠 못이 룬 사람처럼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시발 새끼... 이게 주작이 아니라고?”

자신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까지 보여 더욱 짜증이 오른다.

쾅!

키보드를 내려친 둘리가 씹듯이 말을 뱉었다.

“시발 새끼.... 누구 때문에 시청자 떡상했는데 쪽지 한 통 없어?”

[ 나랑 놀자 ]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둘리가 반사적으로 두 귀를 막았다.

폐 병원에 다녀온 후부터 계속 밤만 되면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릿하게 뭔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 아저씨, 나랑 놀아요 ]

“으아아아악!”

결국, 둘리는 오늘도 집 밖을 뛰쳐나가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배회하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아침.

“어휴...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야? 아들. 아들!”

엄마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하지만, 내 몸은 누군가에게 구속당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좀비처럼 비몽사몽 실눈만 뜬 채, 흐느적거릴 뿐이었다.

“으으윽... 어... 엄마. 나 몸살 난 것 같...”

어제 저수지에서 흠뻑 젖은 내 옷을 보고 뭐라 하는 것 같았다.

하... 그 정신에 집에 들어와서 감쪽같이 위장은 했는데.

들킨 건가?

할 수 없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진짜 뼈마디 마디가 아프고 저리다.

“아니. 뭐하고 다니 길래 옷에서 이런 냄새가...”

그렇게 나는 엄마의 잔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장정 8시간을 더 잤고.

저녁이 돼서야 눈을 떴다.

“아우...”

몸은 생각보다 잘 회복되지 않았다.

늪에 빠진 것처럼 축축 처졌다.

아마 꿈속에서 물귀신과 한바탕 싸워서 그런 것 같다.

꿈속이면 머리채도 잡고 죽빵을 꽂아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왠지 모르게 옆 시선이 따갑다.

누군가가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심스럽게 옆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흠칫.

나는 어설프게 잇몸을 보이며 웃어댔다.

“어... 엄마. 굿 모니잉. 이 아니고 굿 이브니잉.”

엄마가 나를 굉장히 심각한 눈빛으로.

아니. 뭔가 굉장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는 짧게 호흡을 내뱉더니, 내게 얘기했다.

“흠. 아들. 너 요즘에 뭐 하고 다니는 거야? 거짓말 보태지 말고 솔직히 말해. 엄만 다 알아.”

“어...?”

어디까지 안다는 걸까?

내가 방송하는 것을?

아니면 설마 그 방송 컨텐츠가 폐가라는 것까지?

그것도 모자라 그동안의 사건까지 알고 있다면...

앞으로 방송을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

“아... 엄마. 그게...”

엄마는 내가 대답할 틈을 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아들. 엄마는 아들이 건강하게 옆에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그렇게 새벽에 나가서 폐지 줍고 다니면서 옷에 로션 발라 놓으면 엄마가 모를 줄 알았어?”

“...”

폐지 줍는 사람이 돼버렸다.

물론 나쁘지 않다.

근데... 옷에서 나던 비린내가 정말 다 사라졌나?

속으로 안도했지만, 뭔가 많이 빗나갔다.

엄마는 나를 끌어안았다.

“아들, 폐지 주울 생각 다신 말고. 건강만 생각해. 알았지?”

그리고 더 꼭 끌어안으며 다시 되물었다.

“아들, 알았지? 약속해 얼른?”

나는 엄마의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신 줍지 않을 게요.”

줍지도 않았지만 약속할 수 있었다.

“그럼 운동만 조금 하고 올게. 밤 시간에 가야 사람이 적어서.”

“그래그래, 아, 맞다. 아까부터 계속 전화 오던데. 필준인가? 그 친구한테.”

“응? 필준이?”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

박필준. 부재중 14통.

010.xxxx.1234 1통.

“뭔 전화를... 14통씩이나 한 거야? 그리고 나머지 한 통은 누구...”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벨 소리가 두 번도 채 울리지 않았는데 녀석이 전화를 받았다.

“야! 정연우! 너 왜 전화를 그렇게 안 받아? 벌써 인싸 티 내냐?”

“무슨 소리야?”

녀석의 목소리 왠지 흥분이랄까? 신이 나 있었다.

박필준이 귀가 따갑도록 소리를 질러댔다.

“야! 씨! 그것도 모르고 있냐. 너 인싸 됐어! 어제 방송 레전드 개 십탱! $!^%^@#”

나는 통화 볼륨을 급하게 줄이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배를 벅벅 긁어대며 다시 핸드폰을 귓가로 가져갔다.

“응? 다시. 뭐라고...?”

“네 시청자들 중 누가 어제 영상 클립 따서 올렸어. 근데 그게 베스트 샷에 다 떴어! 지금 댓글 장난 아냐! 넌 비제이라는 놈이 그것도 확인 안 했냐?”

“뭐!? 자... 잠깐 전화 끊는다.”

“야! 잠깐! 기다려! 너 혹시 유트브로 옮길 생각 있으면 나한테 편집...”

뚝.

박필준은 뭔가를 더 말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난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유트브로 들어가 내 이름을 검색했다.

이 세 글자를 적는데도 어찌나 떨렸는지 모른다.

내가 그리던 유트브에 내 이름, 내 석자가 베스트 샷에 떴다니.

잠시 후.

짤막한 영상들이 여러 개가 떴다.

[ 신입 BJ 정연우 저수지 탐험 갔다가 귀신한테 홀려 물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 ] 재생 1.5만 회.

[ *주작 절대 아님* 귀신한테 발목 잡힌 흉가 BJ 정연우 ] 재생 1만 회.

[ 흉가 BJ 정연우 뒤에 귀신처럼 보이는 형체 포착 ] 재생 9천 회.

[ 신입 BJ 정연우 보이지 않는 귀신과 사투 벌이는 장면 ] 1.5만 회.

[ 신입 BJ 정연우 귀신한테 이단 날아 차기 하는 장면 ] 1.1만 회.

[ 신입 BJ 정연우 귀신한테 배 던지는 장면 ] 8천 회.

나는 눈을 부릅 뜰 수밖에 없었다.

“대체...”

조회 수가 폭발적이었다.

인지도 있는 유튜버 조회 수와 맞먹는 수준.

나는 여러 개의 영상 중 하나를 골라 재생시켰다.

[ 흐아아아악! 시발! 형님들! 형님들 다리가! 내 다리! ]

영상엔 어제 내가 그 물귀신에게 발목을 잡혔던 영상이 짤막하게 편집돼있었다.

ㅡ 와 개소름 돋는다.

ㅡ 에이 너무 짧아. 구라 주작 같은데? 풀 영상 보면 답 나옴

ㅡ 손 색깔이 너무 창백한데? 풀 영상 확인하고 싶다

ㅡ 풀 영상 없나요?

ㅡ 님들. 풀 영상 출처 아시는 분? 댓글?

ㅡ 이 사람 유트버 아닌 것 같은데?

ㅡ 다른 플랫폼이네.

ㅡ 저런 BJ가 있었나?

ㅡ 이 분 어디 가면 방송 볼 수 있나요? 댓글 주셈 제발

ㅡ 출처! 출처! 출처! 댓글 좀!

댓글 파티가 벌어졌다.

이 와중에도 수십 개의 댓글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순간, 뜻 모를 쾌감을 잔뜩 느끼며 감탄했다.

늪에 빠진 것 같았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활력을 되찾는다.

“시... 시바. 이게 유트브의 위력...”

이참에 옮길....?

어제 방송도 그렇게 고생을 하며 찍었지만, 평균 시청자 수는 200명대.

최고를 찍었을 때가 300명대였다.

물론 그 정도만으로도 이미 아주 성공적이긴 했지만.

유트브로 옮긴다면 더 많은 시청자들이 찾아 주지 않을까?

그런데 냅다 유트브로 넘어갔는데 망하면?

음...

그때.

내 방송국을 뒤적거리다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 시간을달라는소녀 - 편집자 일 해보고 싶습니다. 전화 주세요. ]

닉네임이 낯익다 싶었는데.

유튜브에 올려진 모든 짤막한 영상들은 죄다 이 사람이 편집한 영상이었다.

“이 사람 때문이었구나...”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유트브로 옮긴다 해도 편집자를 어떻게 두고 일을 시켜야 할지.

얼만 큼의 돈을 줘야 하는지도 말이다.

유트브 관련에 있어서는 아예 까막눈이란 말씀.

그리고 플랫폼을 옮기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애청자들의 의견도 필요했다.

그치. 그게 맞지.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들인데.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플랫폼을 옮긴다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소통을 하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색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무척이나 고뇌하며 방송을 켰다.

제목도 바꿨다.

[ 여러분들. 정연우입니다. 충격 폭탄 발언합니다. ]

제목 때문일까.

역시나 빛보다 빠른 우리 애청자들.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귀신빤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그리고.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큰손 형님 역시 때마침 들어왔다.

ㅡ 뭐여 시벌? 성 정체성을 깨닫기라도 했냐

ㅡ 바지에 똥 쌌나

ㅡ 물귀신이랑 2차전 가나

ㅡ 수영 꿈나무가 되기로 했나

ㅡ 여하튼 어그로면 주둥이 자른다

이런 시벌...

나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후! 형님드을! 오늘 심각한 말씀드리려고 방송 잠깐 켰습니다. 형님들 의견도 좀 들어보고 싶어서요.”

ㅡ 뭔데? 얘기해 봐

ㅡ 혹시 물귀신 따라왔냐

ㅡ 후원 안 할거니까 뜸 들이지말고 빨리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다름이 아니고, 제가 플랫폼 이동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유트브라는 플랫폼인데요. 확실하게 결정하기 전에 형님들의 고견을 듣고 싶어서요.”

ㅡ 아 유트브? 거기 플랫폼 엄청 크잖아?

ㅡ 여기보다 훨씬 낫긴 하지 거기가

ㅡ 오. 이제 유트브로 진출이여?

ㅡ 언제 가는데?

ㅡ 아니. 벌써 유트브 인기몰이도 해놨드만!

ㅡ 나도 봄. 근데 그거 비제이가 해놓은 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에요. 저는 아직 유트브 시작 안 했구요. 그건 모르는 사람이...”

ㅡ ㅅㅂ 그건 불법이잖아

ㅡ 거머리 새끼 하나 붙었나 보네

ㅡ 우리 연우가 열심히 방송한 거 가지고 뒤에서 등 처먹어!?

ㅡ 시벌색기 잡아 조지자.

ㅡ 그 사람 찾음. 아이디 시간을달라는소녀

ㅡ 어디 사는 놈이여? 내가 당장 가서 소금을 얼굴에 콱

갑자기 불타오르는 채팅창을 나는 진정시켰다.

“형님들! 진정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감사해요. 왜냐하면 그분 덕분에 제 인지도도 올라갔고...”

진심이었다.

ㅡ 그래도 ㅅㅂ 그건 덕이 아니지!

ㅡ 넌 그냥 가만히 있어! 우리가 해결할라니까!

나는 손바닥까지 내밀어가며 천천히 흔들었다.

“형님들. 진짜 괜찮습니다. 그래서 그분한테 지금 전화를 한 번 해보려고 하는데요. 제가 유트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 사람이 사기를 치려는 건지 정말 일을 하고 싶은 건지. 형님들이 판단해 주 실 수 있나요?”

띵동.

[ 난앓아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ㅇㅋ 나만 믿으셈. 편집자 출신임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쪽지에 있는 전화번호를 찾아 보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거의 다 끊길 즈음.

한 여성이 전화를 건네받았다.

- 여보세요?

어?

순간 목소리만 듣고도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굉장히 맑고 청아한 게 앳되어 보이기 까지 한다.

천사의 목소리라는 건 이런 목소리를 말하는 건가?

여보세요 한 마디에 내 입가에 미소까지 지어졌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아. 네. 저는 방송하는 정연우 BJ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1초... 2초... 3초.

“꺄아아아! 안녕하세요. 저 엄청 팬이에요! 근데 지금 저한테 전화 주신 건... 그 설마의 설마! 편집자로써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 주신 거 맞죠!?”

“하하... 뭐 그런 것 때문에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런데, 잠깐만.

맑은 목소리에 묻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까먹어버렸다.

큰일 났다.

그러고 보니 여자랑 통화한 적은 엄마 말고 처음이다.

나는 순간 멍한 느낌에 도움을 청하려 채팅창을 바라봤는데...

ㅡ 씨발. 합격. 그냥 합격

ㅡ 무조건 프리 패스

ㅡ 목소리. 애교. 리액션까지 만점!

ㅡ 편집자로 일하려면 비키니 심사 받아야 한다고 해

ㅡ 사진! 일단 사진부터 보내라고 해봐

ㅡ 저 사람은 무조건 착한 사람이야!

ㅡ 내일부터 나오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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