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44화 (44/225)

지방 한 구석의 폐 모텔. 5

뭐? 열어 달라고?

네가 누군지 알고 스벌넘아!

낮게 깔린 둔탁한 목소리엔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다.

나는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누... 누구신데요? 시청자 맞죠!? 에이... 하나도 안 무섭다. 너무 개노잼이라 당신 블랙요.”

ㅡ 시청자라고?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ㅡ 누군지 몰라도 컨셉 병신같이도 잡았다. 이 새벽에 거길 왜 가?

ㅡ 또. 또. 분위기 조성하고 있네. 다 주작이다 얘들아. 그냥 보기나 해

ㅡ 야. 시청자고 나발이고 일단 열어 주지 마. 그런데... 열쇠 수리공이라면!? 개반전...

또다시 문밖에서는 싸늘한 적막함이 감돌았다.

한동안 아무런 행동도, 말도 없었다.

뭐 하고 있는 거지?

새벽 한시가 다 돼가는 이 시간에 도시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진 이 폐모텔에, 708호로 곧장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 몇 분류나 될까.

문득, 한 단어가 내 머릿속에 번뜩였다.

노숙자?

그 순간.

[ 싸이[email protected]

$#패$스 ]

[ 변#[email protected]

살인$#! ]

“시바...”

고스트 박스에선 이상한 단어가 자꾸 흘러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스트 박스의 전원을 꺼버렸다.

안 그래도 상황 파악이 되질 않는 상황에.

온갖 상상력을 발휘시키는 저 기계 때문에 내 공포감만 늘어날 뿐이었다.

“호... 혹시 여기 사시는 분이세요? 멋대로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제... 제가 금방 나갈게요!”

역시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터벅! 터벅! 저벅. 저벅.

708호에서 점점 멀어지는 소리였다.

“시... 시바. 간 건가? 후우... 후...”

나는 고스트 박스를 챙겨 가방 안에 넣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며 도망갈 기회를 엿봤다.

그런데.

다시 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

쇠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까지 합쳐 들려왔다.

터벅! 터벅! 터벅!

키이이이이키익-

놀란 나는 재빠르게 다시 문을 잠그고 물러섰다.

문을 향해 손전등을 비춘 채 숨을 죽였다.

“뭐... 뭔데 또. 왜 그러는 건데...”

잠시 후.

갑자기 문 손잡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걱. 서걱. 서걱.

“뭐... 뭐 하세요! 일단 진정하세요! 멈춰! 동작 그만!”

내 목소리가 심기에 거슬렸는지 더 과격하게 문을 썰어댔다.

톱으로 문을 썰다 답답했는지 문고리를 잡아 뽑듯 당기기도 했고, 있는 힘껏 문을 발로 차기도 했다.

그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거칠게 나를 위협했다.

서걱. 서걱. 서걱.

쾅! 쾅! 쾅 쾅!

ㅡ 문에 뭔 짓거리를 하는 거냐? 왜 저러는 거야? 미친놈 아냐?

ㅡ 톱 같은데 저거? 설마 싸이코 살인마 아니냐? 씨발.

ㅡ 레알 범죄자 일 수도 있다. 이런 폐가에 숨어서 사는 범죄자 의외로 많으니까.

ㅡ 아니. 의외로 그냥 술 취한 노숙자일 수도.

ㅡ 걍 주작이라니까... ㅋㅋ 병신들아.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지만 쉽사리 가늠할 수 없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이 순간.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지 머리가 새하얘져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싸이코의 완강한 힘에 문 중간이 점점 부서지기 시작했다.

쾅! 쾅쾅! 퍽! 퍼버벅!

문이 서서히 조각나기 시작하며 구멍이 나기 시작했고.

그 구멍을 통해 희미하게 비치는 싸이코의 신발이 보였다.

런닝화...?

순간, 인터넷에서 많이 본 썰들 중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범죄자들은 언제나 쫓겨 다니는 신세이기 때문에 항시 언제 어디서든 발이 편한 런닝화를 즐겨 신는다고.

나는 다급한 나머지 두서없이 소리쳤다.

“시... 시바. 혀... 형님들! 런닝화. 살인마 아니에요 저거?”

ㅡ 세상에 단소 살인마까진 봤는데 런닝화 살인마는 도대체 뭐여?

ㅡ 시벌. 하루 종일 런닝화로 어딜 때려야 살인마가 될 수 있는 거냐?

ㅡ 아니. 범죄자들이 런닝화 많이 신으니까 저런 소리 하는 거 아님?

ㅡ ㅇㅇ 그럴 수도. 런닝화가 편해서 도망치기 수월하니까. 많이들 신잖아요.

ㅡ 아이. 시벌 오바 좀 하지 마라. 주작 한두 번 보냐. 아 촌놈들 진짜. ㅋㅋ

ㅡ 런닝화 신는 사람들 죄다 범죄자 만드네 시벌넘ㅋㅋ

그 순간.

쾅! 팍팍! 파 팍!

문이 개 박살 나버렸다.

이제 남성의 정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워어어어어어! 시벌! 왜 이러시냐고요!”

몸에서 내뿜어지는 살기가 살벌하다.

눈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동공이 흐릿하다.

키 175 정도, 빼빼 마른 몸,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옷차림.

거기다 한 손에는 페인트인지 피인지 모를 새빨간 액체가 묻은 식칼.

그 와중에 얼굴은...

어? 이상하게 낯이 익다.

내가 얼굴을 쳐다보며 머리를 뒤지고 있는 사이.

남성의 시선이 내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으으윽.

그리고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출입문을 협탁으로 막아 버렸다.

“그거, 내놔.”

“시... 싫어요. 아직 할부 남았다고요!”

사실이다.

그때.

카메라 불빛을 받아 번득이는 칼을 가지고 내게 달려들었다.

쇄애애액!

어찌나 세게 휘둘렀는지 바람을 베는 소리까지 들린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몸을 잽싸게 밀치고 남자를 등지고 섰다.

벌떡 일어나는 그를 보는 나의 입이 자동적으로 열렸다.

“사, 살인마. 편두호!?”

남성의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힘없는 노약자나 여성들만 골라 강간 살인을 저질렀다는 변태 싸이코 살인마 편두호.

강도, 상해, 강간, 특수절도 등등 모든 범죄를 일삼아 저지르던 파렴치한 범죄자였다.

약 2년 전부터 TV에 밥 먹듯이 등장했던 인간 같지도 않은 짐승.

전국 방방을 옮겨 쏘다니는 것은 기본.

신분, 변장까지 해가며 경찰의 눈을 속이고 도망 다닌다고 들었는데.

나도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필이면 이런 곳을 와 버릴 줄이야.

그 순간.

살인마 편두호가 정신 나간 눈을 하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죽어 이 씨발년아!”

쇄액! 쇄액!

나는 필사적으로 칼질을 피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내 몸 놀림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도망칠 틈을 만들려고 애썼지만

그는 막아놓은 협탁을 사수하듯 그곳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는 버럭 소리쳤다.

“혀... 형님들! 경찰에 신고 좀! 하... 함천동! 테마 모텔입니다아아!!!”

ㅡ 시발 칼부림 실화냐 이거?

ㅡ 그 싸이코 살인마라고? 야 진짜야? 씨발. 일단 내가 신고해본다!

ㅡ 근데 저기 어디라고 했지? 주소 제대로 들은 사람? 뭉개져서 못 들었어.

ㅡ 함천동이라는데? 세마 모텔? 아니. 테마 모텔이다!

ㅡ ㄹㅇ 꼭 살아 남아라! 오래 방송 하자. 제발 !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도망가! 빨리 도망가!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이 씨발 미친 싸이코 새꺄! 너 신고했어. 금방 경찰 올 거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비제이 몸에 손 하나라도 대면 10만 원. 아니. 나한테 죽는다.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이기는 편 우리 편. 주작 고만해라. 이 개색갸.

편두호는 이 후원창이 귀에 들릴 때마다 얼굴이 더 사납게 일그러졌다.

계속해서 내게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죽어! 죽어!”

“와아아악! 시벌. 칼 내려놔. 다쳐! 살인마 형님! 이 아니고 이 새꺄!”

칼을 이렇게 휘두르는데 전혀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다.

저 칼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살점이 뭉텅이로 썰려 나갈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그가 피식 웃으며 그동안 자신에게 당한 피해자를 조롱했다.

“너 같이 어린년도 있었는데... 또 생각나네.”

갑자기 분노가 치솟았다.

쇄액!

이번엔 휘둘러지는 칼을 피하지 않고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일까.

전보다 그의 동작이 느려지고 느슨하게 보인다.

나는 그의 손목을 부여잡은 채로 중얼거렸다

“미친 새끼...”

“안 놔!? 안 놔!?”

나는 그의 눈동자를 또렷이 보며 말했다.

“사람 죽인 게, 자랑이야?”

오히려 한 손을 더 보태 그의 팔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우드드득.

챙그랑.

그가 들고 있었던 칼이 바닥을 구르고.

“으아아아악!!!”

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악귀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게 나의 화를 더 키웠다.

“이 시발 새끼가!”

팔을 부여잡았던 그가 시벌게 진 두 눈으로 내 목을 뜯어 먹으려는 듯이 달려든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중지를 내밀며 조롱했다.

“와 봐, 이 씨벌 개 변태 싸이코 새끼야.”

그가 곧장 주먹을 휘둘러 왔다.

당연히 맞아 줄 생각은 전혀 없다.

난 사이드스텝을 밟았고 왼쪽으로 물 흐르듯 몸을 옮겼다.

그리고 간장이 위치한 그 자리에, 아주 있는 힘껏 주먹을 갖다 박았다.

퍼억!

“우웁!”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고통이 찾아왔는지 그의 다리가 푸들거리며 풀썩 주저앉았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의 얼굴에 그대로 니킥을 꽂아 박았다.

뻐걱!

ㅡ 뭐야? 비제이 새끼가 지금... 살인마를...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ㅡ 워... 시벌. 여태까지 우리가 누굴 놀렸던 거냐? 진짜 뒤질 뻔했다 우리...

ㅡ 우리한테 킥복싱 같은 운동선수했었다고 왜 숨겼어요. 연우 형님?

ㅡ 아니. 시발. 경찰보다 더 센데. 왜 부르라고 한 거야? 개색갸

ㅡ 귀신보다 네가 더 무서워졌어 시발색갸

그의 몸이 땅바닥에 얼굴을 꼬라박은 채로 무너져 내렸다.

두 다리로 무릎을 꿇은 상태였고, 엉덩이는 한껏 들린 우스꽝스러운 자세였다.

“너 같은 새끼는... 너 같은 새끼의 유전자는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의 다리 사이에 내 발을 힘껏 박아 넣었다.

퍼어어억!

“2세 방지 킥이다! 이 시벌넘아!”

두 눈이 흰자로 뒤덮이며 게거품을 물 듯 편두호는 그 자리에서 대짜로 뻗어버렸다.

타이밍은 아주 기가 막혔다.

변태 싸이코 살인마 편두호를 때려눕히자마자 사이렌 소리가 동시에 울려댔고.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그 광경에 환호성을 질러댔다.

물론 후원 창으로.

띵동.

[ 추적60인분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저기 맞은 기분 내가 잘 알지. 십탱. 미친 살인마 새끼! 터져라!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우와 미쳤다. 너. 다신 안 괴롭힌다.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알바생 부랄 터졌는데, 알바 비 얼마 받음?

띵동.

[ 귀신빤스 님이 7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너는 오늘부로 고추 살인마다! 시벌!

띵동.

[ 니콜키크드만 님이 4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와. 시벌. 참교육 소름 돋았다. 프린세스 메이커 짱짱짱!

띵동.

[ 부릅뜨니숲이었으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다신 안 개기겠습니다. 형님.

띵동.

[ 클레오빡돌아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혹시 우리 오빠도 저렇게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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