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37화 (37/225)

다 부서진 여 기숙사. 3

박필준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조금 전까지 반사적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던 녀석이 이현지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파이팅...?”

이 녀석.

아까 내가 보여준 사진 몇 장으로 인해 이미 마음속에 이현지라는 이름이 깊게 박힌 것 같다.

얼굴에 무척이나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 티가 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가세했다.

“현지 누님. 필준이 비보잉도 했던 애라 물구나무서기는 껌이에요. 한번 보세요.”

ㅡ 지랄... 비보이 했던 몸이 아닌 것 같은데? 푸드파이터 같은 거면 모를까.

ㅡ 님. 그렇게 하면 미션 안 할 것 같단 말이에요. ㅋㅋ 아직 채팅창 안 봤으니까. 이제 띄워줘야 합니다.

ㅡ 앗. 죄송. 그럼 제가 다시 선동함. 기달.

띵동.

[ 내돈으로빚가프리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진짜요? 대박이다. 그거 진짜 아무나 못 하는 건데. 비보잉. 형 혹시 춤 천재에요?

박필준이 순간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은 팩트다.

박필준은 한창 춤에 빠져 비보잉도 했었다.

물론 나도 건너 건너 소문으로만 듣게 된 사실이지만 말이다.

박필준이 마지못해 뒷머리를 긁적이며 수줍은 듯 중얼거렸다.

“아니. 그건 옛날에 중학생 때 잠깐 한 건데. 뭘...”

그러고는 정말 미션을 할 것처럼 줄이 매달려있는 천장을 살짝 건드려본다.

혹시 매달리게 됐을 때 무너지진 않을지, 줄이 끊어지지 않을지.

꼼꼼하게 체크까지 했다.

정말 미션을 하려는 건가?

그런데.

역시나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아니.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더니 묻는 듯이 얘기했다.

“이건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아니. 여러분들. 살면서 이렇게 폐가 와서 거꾸로 매달리는 놈 본 적 있어요?”

그 순간.

항상 공격만 해던 사람들이 착해졌다.

박필준 띄어주기가 시작된 것이다.

ㅡ 없죠. 아무나 못 하는 걸 지금 하려는 형은... ㄷㄷ

ㅡ 비보잉을 했다고? 와 시벌. 그거 개 힘들다는데 대박.

ㅡ 생각보다 완전 반전 매력 있는 친구였네. 일진 녀석.

ㅡ 일진이 설마 그 매력덩어리 일진 인가 봐요.

ㅡ 오늘 당신이 그 미션을 해낸다면 제가 이 사실을 성심껏 전국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물론 나도 보지 못했다.

이건 전국에서.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도 최초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이 미션은 무리이지 않을까?

난이도가 너무 SSS 급인데 이거.

그때.

띵동.

[ 이현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와. 정말요? 보고 싶어요! 저 춤 잘 추는 사람 진짜 좋아해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던 박필준이 현지 누님의 그 한마디에 광대가 실룩실룩 거린다.

어느샌가 귀는 새빨갛게 달아올라있기까지 했다.

박필준은 한 채팅만 유심히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그럼. 간단한 거 하나만 보여드릴까요?”

ㅡ 네 ㅎㅎㅎㅎ

ㅡ 오오오! 진짜 보여주나요? ㅋㅋ 우와. 티비에서도 보기 힘든 그 비보잉을 흉가 앞에서

ㅡ 일진아. 무슨 동작 보여줄 건데? 나이키 보여줘. 나이키!!!

ㅡ 아니면 윈드밀 윈드밀!

ㅡ 님. 지능적 이시네. ㅋㅋ 폐가 앞에서 바닥 쓸기를 시키다니

박필준은 어깨에 힘을 잔뜩 주더니 주위를 살폈다.

곧이어 평평한 지형을 두 손으로 짚더니 단번에 거꾸로 몸을 세워버렸다.

“와우.”

내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말 비보잉을 하긴 했었구나.

다른 것보다 저 통통한 몸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이은 감탄사에 박필준이 한 손을 바닥에서 뗐다.

그리고 놀랍게도 몸을 버티며 나이키 모양처럼 두 발을 찢었다.

그 때문에 옷이 까 뒤집어져 몽땅 다 쏠려 내려갔다.

ㅡ 여러분들은 지금 발정 난 야생 수컷 멧돼지의 구애행동 보고 계십니다.

ㅡ 꺅 ㅎㅎㅎㅎㅎㅎㅎㅎ

ㅡ ㅁㅊ넘 ㅋㅋㅋㅋㅋㅋ

ㅡ 개 열심히 하는 거 봐라 ㅋㅋㅋ

그 순간.

쿵.

그으으윽.

“웁!”

“오우! 뭐야!?”

박필준과 내가 동시에 놀라 기숙사 정문을 쳐다봤다.

다른 곳과는 달리 나무 재질로 만들어진 낡은 문쪽이었다.

보이는 문은 이미 세월이 많이 흘러 자연재해로 인한 탓인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보였다.

금방이라도 걷어차면 툭하면 떨어져 버릴 것 같은...

그런데 이 소리.

이 소리는 분명 폐 기숙사 안쪽에서부터 나는 소리 같은데...

쉬이이이.

기가 막히게 몸을 감싸는 찬 바람도 동시에 불어왔다.

그제야 순식간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미션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는 실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이라는 것을.

박필준은 재빠르게 다시 일어서서 내 옆으로 후다닥 뛰어왔다.

“야. 안쪽에서 들린 것 맞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계속 문을 주시했다.

그때.

쿵. 쿵! 쿵!

샤샤샤샥.

“워억!! 뭔데. 뭔데. 연우야 어떻게 좀 해봐. 누구 있는 것 아니냐! 저거!!!”

“...”

하지만 반복되는 그 소리가 평소에 내 귀에 익숙하게 들리는 소리란 걸 알아챘다.

나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문을 다가갔고, 거침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덜컹.

그르르륵-

냐아아옹.

역시. 고양이였다.

어쩐지 우리 쥐포가 집에서 방문을 긁어댈 때 나는 소리랑 비슷했다.

이것 때문에 나는 고양이 용 스크래처도 구입했었지...

“휴...”

“아... 시발. 고양이였어?”

띵동.

[ 바른생활사나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일진 놈 미션 못 하것네. 남자가 고양이한테 쫄아가지고 뭔 여자친구를 사귀냐?

박필준이 금방이라도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을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박필준을 몸으로 잽싸게 가렸다.

그리고 얘기했다.

“에이. 형님. 필준이 그런 놈 아닙니다.”

“저 새끼 누군데...!#$$!”

“야.”

그리고 복화술로 시청자들이 들리지 않게 명약을 처방했다.

“진정해. 누나가 보고 있잖아. 누나 욕 하는 거 되게 싫어해.”

박필준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화가 가라앉았고 금세 다시 진정되었다.

띵동.

[ 바른생활사나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알았어. 그럼 30초에 3만 원으로 올려준다. 미션 좀 해봐.

박필준은 후원 창 소리를 듣더니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게 중얼거렸다.

“야. 저거 해야 되냐? 저런 걸 누가 좋아해.”

좋아할지도.

아니. 좋아할 것이다.

SNS로 확인한 바로는 현지 누님은 엽기 공포영화, 소설 할것없이 리뷰까지 해놓을 정도로 공포 흉가 방송 특 S급 애청자가 확실했다.

나는 카메라를 보고 현지 누님를 콕 집어 얘기했다.

“현지 누님. 필준이가 응원해 주면 바로 미션 하겠다는데요.”

“야. 야! 내가 언...”

띵동.

[ 이현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필준이 파이팅!! ㅎㅎ 아자자 할 수 이따!

순간. 박필준의 눈이 번뜩였다.

입꼬리가 자동적으로 올라가면서 어느새 다시 정문 앞, 줄이 매달려 있는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줄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게 될려나...”

역시나 우디르급 태세 전환이다.

녀석의 그런 낯선 행동에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다가갔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매달려있는 줄을 체크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탁! 탁!

있는 힘껏 당겨보고, 매달려서 안감힘을 써보지만 어찌나 튼튼한지 꿈쩍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안심을 하고 박필준에게 얘기했다.

“그럼 내가 목마 태워줄 테니까 그 사이에 발에 매듭을 넣어 봐.”

“어. 쌩큐.”

나는 박필준을 위해 자리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그리고 박필준을 목마에 태우자 마치, 쌀 두가마니가 목을 짓누르는것처럼 뻐근했다.

“오우. 왜 이렇게 무겁냐 너.”

“아까, 삼겹살 3인분이랑 벡흐킨라빈스 하프갤론이 거기 다 들어있다.”

박필준은 재빨리 두 다리를 천장에 매달려 있는 매듭 안에 가져다 넣었다.

이 매듭은 당기면 당길수록 더욱더 강하게 조여지는 에반스 매듭.

사형집행을 목적으로도 많이 쓰이는 교수형 매듭으로 묶여있었다.

잠시 후.

박필준은 매듭이 잘 묶였는지 당겨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짓까지... !#$$%”

나는 박필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끼어들었다.

“누나가 재밌어하잖아. 이러면서 점수 좀 따는거지.”

박필준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카메라에는 들리지 않게 내게 물었다.

“야... 혹시나 말인데, 저 누나... 뭐... 그런 쪽은 아니지? 변태. 뭐 그런 거.”

나는 검지를 들고 좌우로 흔들어줬다.

그리고 얘기했다.

“절대 아니지. 원래 사람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걸 해내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야.”

그 말에 박필준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가...?”

ㅡ 이야 대박이네. 기어코 ㅋㅋㅋ 이 미션을 하는구낰ㅋㅋㅋㅋㅋ

ㅡ 재주는 일진이 부리고 돈은 비제이가 다 쓸어 담넼ㅋㅋㅋㅋㅋ

ㅡ 여러분. 잘 참았습니다. 지금 안 보고 있을 때만 욕 하시져.

ㅡ ㅋㅋㅋㅋ휴. 우럭 새끼 띄워주느라 진짜 역겨워 뒈지는 줄 알았네.

ㅡ 쉬발. 부락산 멧돼지 같은 새끼 속살 비칠 때는 진심 토 나오는 줄.

ㅡ 온다. 온다. 다 쉿.

그렇게, 드디어 매달릴 준비는 끝났다.

내가 천천히 목마에서 박필준을 내려놓기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거꾸로 매달리게 된다.

내가 박필준에게 물었다.

“근데 너 버틸 수 있겠어? 네 덕분에 30초에 3만 원까지 오르긴 했는데...”

박필준이 갑자기 카메라에 대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아이. 뭐 이까짓 거 30분도 버티지. 별거 아니잖아.”

“오... 세게 나오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무리는 하지 마라.”

“옥께이.”

ㅡ ㅋㅋㅋㅋ 저 병신 저거. 30분을 버틴단다. 오늘 송장 하나 추가요. 사인은 허세.

ㅡ 에라이 새꺄. 소개팅하기도 전에 피 쏠려서 하늘나라 가것닼ㅋㅋㅋㅋ

ㅡ ㅋㅋ 상남자가 모쏠이 많은 이유는 다 이런 데서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ㅋㅋ

ㅡ 다들 왜 그러세요. ㅋㅋ 말이 넘 심한 거 아니에요?

ㅡ 쉿. 현지님 그냥 즐기시면 됩니다. ㅋㅋㅋ

아무리 박필준에게 과거에 많이 당했다 하지만, 잔인한 참교육을 바라진 않는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가 조금만 무리가 생겨도 끌어내릴 것이다.

다만, 미션도 성공시키고 돈도 벌고, 날 위해 고생하는 너도 좀 보고.

게다가 박필준은 소개팅 받을 누나에게 재미도 선사하며 점수도 따고.

생각해 보니 서로 윈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주 주관적인 내 기준에서 말이다.

나는 박필준에게 물었다.

“준비됐어? 놔도 돼?”

“어. 천천히 놔봐.”

나는 어깨에 올려놓은 박필준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러자 마치 영화에서 말 안 듣는 악당을 묶어 놓은 것처럼 박필준이 대롱대롱 매달려졌다.

“거봐. 별거 아니라니까. 야. 초나 확실히 세. 내가 오늘 저 사람들 돈 거덜 나게 해준다.”

“형님들 초 세겠습니다. 1, 2, 3, 7... 15, 35...”

예상외로 정말 아무렇지 않게 잘 버티고 있다.

그렇게 1분.

또 2분... 3분이 다 되가는 그때.

매달려있는 박필준 뒤 정문에서 다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삐거덕. 삐거덕. 쾅.

철컥.

“우와아악!”

“씨발!! 뭐야. 뭔데!? 왁! 피 쏠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서로가 멈칫했다.

나는 몸이 잔뜩 굳은 채로 뚫어지게 그 정문에 시선을 고정했고.

매달려 있는 박필준은 차마 뒤돌아 보지 못 하는 상황에 그저 내 표정만을 읽으며 물었다.

“야. 야! 뭔데 씨발. 아까 그 고양이야? 아님 뭐. 얘기 좀 해봐!”

“아니. 잠깐만...”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거... 아까 느꼈던 그 느낌과는 다르다.

그런데.

그르르륵-

그 심하게 훼손된 낡은 문이 스스로 열리며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굉장히 지저분하게 머리를 늘어트려놓은 무언가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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