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32화 (32/225)

사연 있는 폐병원. 11

그대로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다.

나는 다급하게 발로 땅을 밀어내며 소리에서부터 도망쳤다.

아니. 등이 벽에 부딪혔다.

“혀, 형님들, 형님들! 들었어요? 들었죠? 소리 말이에요. 소리...”

오므린 다리를 두 손으로 끌어 앉고 있었지만, 싸늘한 공기는 몸을 계속해서 떨게 만들었다.

[ 께에엑! ]

“시벌... 들리잖아요. 형님들. 형님들?”

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출입문에 시선을 두었다가.

주위를 빠르게, 동공에 지진이 난 사람처럼 반복적으로 빠르게 주변에 시선을 뿌렸다.

열려 있는 냉장고의 시신이 스르륵 일어나지 않을까.

괴기스러운 소리의 정체가 검은 그림자가 되어 영안실로 들어오지 않을까.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감싸 안고 필사적으로 내 정신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ㅡ 뭔 소리야 이거? 어떤 새끼가 재수 없게 울고 지랄이야?

ㅡ 나다 씹색갸.

ㅡ 또라이야 뭐야? 저거 남자 같은데?

그 순간.

띵동.

[ 닭큐멘터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고라니 소리 같은데?

“...”

고라니?

한 평생을 바닷가가 앞에 위치한 시골 동네에 살았으니 고라니 울음소리가 어떤지 내가 알 리가 있나.

나는 냉장고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고라니... 요?”

ㅡ ㅇㅇ. 저거 딱 들어도 고라니 소린데? 처음 들어 봤나 보네 ㅋㅋ

ㅡ 아 그러네. ㅋㅋ 와... 이 울음소리를 새벽 3시에 들으니까 진짜 기괴스럽다...

ㅡ 시발... 난 또 어디 정신 나간 놈이 술 처먹고 찾아와서 전 부치는 소리인 줄 알았자나. 께에엑! 께에엑! 이 지랄하길래

ㅡ 술 취한 내 친구가 나 부르는 소리인 줄. 야악! 야악! 그러기에 ㅋㅋㅋ

그제야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긴, 이 병원의 뒤에는 병풍처럼 산이 깔려 있었으니까.

아니지. 시바. 안심이 되기는 개뿔...

나는 다급하게 냉장고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소리쳤다.

“혀... 형님들. 그럼 저건요! 사람 맞죠? 맞는 거죠?”

ㅡ 야. 근데 그거 진짜 사람 맞긴 맞아? 머리카락만 보고 시체라고 하기엔 좀 오바야

ㅡ 나도 그 생각임. 한 번 다시 제대로 보여 줘봐. 시체가 있다는 게 말이 되냐?

ㅡ 그건 ㅇㅈ. 그게 시체면 시부랄 우리 연우 뉴스에 나와야 할 사건인데.

ㅡ 이러다 진짜 시체면 어떡함?

ㅡ 어쩌긴 저기... 명예의 전당에 떡하니 올라가는 거지. 시체 발견한 비제이. 방송정지.ㅋㅋ

ㅡ 이왕 이렇게 된 거 시체면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확인해서 신고하면 되겠다. 장례는 치르게 해드려야지.

ㅡ 근데 분위기가 솔직히 시체 같긴 하다. 겁나 살벌해.

하... 제대로 확인하라고?

몸에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지는 거 같은데...

마치 하얀 입김이라도 나올 것 같이 말이다.

나 여기 왜 있는 거냐...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1분 안에 일어나서 천 벗기면 삼만 원.

옘병...

얼굴까지 새하얗게 질려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이러고 있는다고 달라질 건 없지 않은가.

삼만 원... 삼만 원...

삼만 원이면 삼겹살을...

그때 또다시. 고라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께에에엑! ]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빼에에에엑!”

내 안에 공포를 몰아내듯 크게 소리쳤다.

“어디 형이 방송하시는데 고라니가 울고 지랄이야!”

ㅡ 여러분. 비제이가 동족과의 교감을 시도합니다.

ㅡ 수컷이 발정 시기가 다가오자 암컷과의 교미를 위해 열심히 구애행동을 펼칩니다.

ㅡ 야 이 ㅅㅂ 고라니 울음소리를 능가해버리네. 개깜놀 했자나 ㅅㅂㄹㅁ

ㅡ 이 자식. 흉가 찾아다니드니 드디어 실성했나 봐요

소리를 지르자 그나마 한결 나아진 걸 느낀 나는 그 시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진짜죠...? 그럼... 더... 덮여있는 천 치웁니다...? 나 진짜 치워요? 어!? 형들 나 진짜 치운다?”

ㅡ 혓바닥 졸라 기네. 빨리 새꺄 ㄱㄱ

ㅡ 자. 여러분 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초 세겠습니다. 기절 10초 전.

ㅡ 으... ㅅㅂ 무서워서 레알 못 보겠다.

ㅡ 근데 시체면 내일부터 방송 개떡상이옄ㅋㅋㅋㅋ

나는 이를 악물고 시체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눈을 꽉 감은 채로 고개만 돌리고 새하얀 천을 잡았다.

에라이 시바 모르겠다!

그렇게 재빨리 벗겨버렸다.

타다다다닥!

그와 동시에 마치 번개와 같은 속도로 다시 벽으로 붙었다.

“후우. 후우. 후우. 보, 보셨죠 형님들?”

나 거친 숨을 내쉬며, 역시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부여잡고 손전등으로 냉장고 비추었다.

순간, 온몸에 힘이 쭉 풀려버렸다.

“어...?”

그것은 성인 여성의 키만큼 오는 인형이었다.

ㅡ 뭐야. 시발 인형이야? 근데 저기 인형이 왜 들어가 있어?

ㅡ 이 새끼 이거 미리 주작질 해놓고 놀란 척 여태까지 연기한 거 아냐?

ㅡ 우와... 진짜 식스센스급 개 반전이다. 지금까지 우리 인형 보고 호들갑 떨었던 거야? 개 쪽팔리다. 다 부랄 떼자.

ㅡ 아니. 이 정도면 궁예 관심법도 프리 패스여. 인형에 사람 가발을 씌워놓으니 진짜 시체가 누워있는 것 같자나 ㅅㅂ

ㅡ 그건 ㅇㅈ. 근데 이거 이 비제이가 해 놓은 거 맞음? 여기 처음 왔다면서.

당연히 아니다.

이런 짓을 꾸밀 정도로 잔머리를 굴릴 여유가 없다.

나였다면 아마 저 인형을 냉장고에 가져다 넣기 전에 이미 기절해 있지 않았을까?

“하...”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내 맥박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얼굴에 핏기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제야 열이 잔뜩 차오른 나는 필터 없이 욕을 내뱉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시벌놈이...”

ㅡ ㅅㅂ 연우 화났다. 진돗개 하나!!! 모두 대피하세요

ㅡ 님. 진돗개 하나면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급인뎈ㅋㅋㅋ

ㅡ 지가 주작하고 지가 화내누

ㅡ 그 고생을 했는데 치가 안 떨리는 게 더 이상하지ㅋㅋㅋ 누구 한 거냐?

순간.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이 지옥 같은 공간에 공포감 하나 없이 서슴없이 들어왔을 사람.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난질을 해놓을 수 있는 한 사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흘러 나왔다.

내가 여기서 이 지랄을 하는 것도 다 그놈 때문인 것 같았다.

“둘리 이런 십새끼...”

ㅡ 둘리 ㅋㅋㅋㅋㅋㅋㅋ

ㅡ 야. 근데 오늘 둘리랑 안 찢어졌으면 여기도 왔을 텐데. 둘리가 미리 해 놓은 거 아냐?

ㅡ 아 맞네 ㅋㅋㅋ 그 새끼가 미리 해놓은 거겠네. 이야.. 이티 치고는 머리 잘 굴렸는데?

ㅡ 그래도 준비성 하나는 칭찬한다.. 감탄이 절로 나오네ㅋㅋㅋ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ㅡ ㅋㅋㅋㅋ 진짜 아이디어 하나만큼은 에디슨 발명왕에 버금간닼ㅋㅋㅋ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그저 아직 불같이 타오른 화를 식히기 위해 마음을 다스릴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자. 이제 확인했으니까 들어가야지? 진짜 많이 봐줬다.

순간 시무룩해졌다.

와, 아무리 큰 손이라도 그렇지... 숨도 돌릴 틈도 안 주고 와...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ㅡ 갑자기 표정 급 우울해짐.

ㅡ 형님. 조금 쉬게 하고 들여보내시지. ㅋㅋㅋ 레알 오리지널 스파르타시넼ㅋㅋ

ㅡ ㅋㅋ 방금까지 불같이 화내다가 갑자기 얼굴 표정 급 바뀌는 거 레알 코미디임

ㅡ ㅅㅂ ㅋㅋㅋ 어떻게 표정이 저렇게 다양할 수가 있는 거지? ㅋㅋㅋ

그래. 시바.

어차피 해야 할 거 빨리하고 집에 가자.

그리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나는 인형의 머리카락은 끔찍한 곤충을 잡듯 손끝으로 집어 바닥에 떨어트렸다.

털썩.

“으... 시바르르르...”

그리고 냉장고 안의 구조와 손잡이를 꼼꼼하게 살폈다.

잡아당겨도 보고, 다시 닫아도 보고.

연결고리의 녹이 많이 슬진 않았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에 앉은 먼지를 후! 하고 힘껏 불어 없애기까지 했다.

ㅡ 존나 소름이다. 나 군대 있을 때 우리 부대 교관 온 줄 알았다 방금

ㅡ ㅅㅂ ... 떠오르네. 공포의 대머리 독수리 교관... 충격 그 자체였지...

ㅡ 대한민국 1등 사윗감이다. 장모님 사랑 1순위여. 개 꼼꼼해 ㅋㅋㅋ

여태까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휘말렸을지 몰라도 이번에는 안 당한다.

나는 모든 걸 완벽하게 체크를 끝마친 후.

자신 있게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이제 들어갑니다. 잘 보세요.”

냉장고 안은 사람이 아주 여유 있게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있어 보였다.

또. 184센티인 내 키에 아주 딱 들어맞는 높이에 위치했다.

결국. 나는 문을 잡고 천천히 다리부터 넣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냉장고와 내 몸이 부딪히며 울리는 굉음이 을씨년스럽게 영안실을 울렸다.

쿵. 쾅. 쿵. 쿵.

그리고 몸... 얼굴까지.

모든 걸 깔끔하게 다 쏙 넣어버렸다.

이제 됐나?

나는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로 천장 쪽을 보고 누웠다.

그리고 손전등을 비추지 않으면 온통 암흑인 그 공간 안에서 카메라만을 의존했다.

ㅡ 야. 누가 시체놀이 하랬냐? 눈 안 떠? 이 쌔꺄 ㅋㅋㅋ

ㅡ 이 새끼 이거 어디서 꿀잠을 자려고 해? 혹시 이불 필요하니? ㅋㅋ

ㅡ 아니. 시발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ㅡ 폐 병원 영안실 냉장고에서 혼자 저러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짘ㅋㅋㅋ

하... 춥다.

섬뜩 섬뜩 솜털이 올라온다.

시신이 누워 있던 자리에 지금 내가 누워 있다.

시신이 사라졌지만 영혼은 그대로 누워 있다면?

지금 나는 귀신과 합체한 꼴이 되지 않는가...

이대로 빙의 같은 거라도 되면...

으... 상상을 말자.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ㅡ 이 새끼 필살기 쓰넼ㅋㅋㅋㅋㅋ

ㅡ 형들 불경 외우는 건 반칙 아닌가?

ㅡ 저번엔 주기도문이었는데 이번엔 반야심경이네ㅋㅋ

ㅡ 다음엔 뭔데?ㅋㅋㅋ

나는 실눈을 뜨며 채팅창을 확인했다.

아주 웃고 난리가 났다.

날 걱정해 주는 놈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 내 몸 하나 불살라서 이 유입을 계속해서 시청자로 만들 수 있다면야...

그런데 오늘은 그만하자...

나 집에 가고 싶다.

상황을 바꿔서 니들이 여기 있다고 생각해 봐 시벌탱들아...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말은 반대로 나왔다.

“아따... 시원 하구마잉!”

ㅡ 미친놈. 드디어 실성했다. 여러분 미션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ㅡ 시청자분들은 차가운 냉탕에서 만족스러운 듯 포효하는 비제이를 보고 계십니다.

ㅡ 이 새끼 정신 놨네?ㅋㅋㅋ 목욕탕에서 옆집 아저씨 보는 줄

ㅡ 도라이 새끼네 이겈ㅋㅋㅋㅋㅋ

ㅡ 야. 근데 문은 활짝 열어 놓고 뭐 하는 겨? 안 닫아? 꼼수 쓰는 겨?

“야 이 미친 색... 아니 형님? 문까지 닫으라고요?”

요즘 들어 욕이 는 것 같다.

동시에 상 변태 뒤돌아보지마라탕이 답했다.

ㅡ ㅇㅇ 당연하지

“안에서 안 열리면요?

ㅡ 열리게 되어 있겠지. 갑자기 살아난 사람도 있다는데, 그거 염려해서 안에서 열리게 되어 있지 않음?

ㅡ 그 반대 일 걸? 아예 안 열리게 대류현상 같은 걸로 문 열리면 시체 부패 시작되잖아?

ㅡ 에이... 안에서도 열릴 것 같은데?

ㅡ 미친놈들아 그냥 비제이한테 그냥 죽으라고 해랔ㅋ

ㅡ 처음 오신 분들 잘 모르시나 본데 이 새끼 불사신임 ㅇㅇ

ㅡ ㅇㅈ 돈만 던져주면 기적같이 살아 돌아옴.

ㅡ 역시 금융 치료는 심폐 소생도 가능케 하는 구나ㅋㅋㅋㅋ

나는 미친 듯한 고민에 휩싸였다.

오늘만 살게 되지 않을까?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선 입금한다. 빨리해라.

“하이고~~~~ 우리 뒤돌아보지마라탕 형님. 소중한 십만 원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형님. 제가 정말 형님 덕분에 이런데도 와서 소중한 추억 만들고 갑니다.”

당연히 구라다.

시벌. 이딴 미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이쪽 방향을 보고 똥도 오줌도 싸기 싫다.

그래, 완전히 닫지 말고 살짝만 아주 살짝만 여유를 남겨 두자.

만약, 닫았다가 갇히면 나도 무연고자가 될 수 있을 판이다.

“형님들, 이 정연우. 오늘 꿀잼각 보여 드린다고 약속했잖아요? 문? 닫습니다.”

그때였다.

끼이이이.

텅!

문이 저절로 닫혀 버렸다.

“어?”

쿵. 쿵. 쿵.

힘을 주어 문을 밀어보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

나는 몸을 돌려 만세를 하듯 온 힘을 주어 문을 밀었다.

쿵. 쿵. 쿵. 쿵. 쾅.쾅.쾅.쾅.쾅.

내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뭐야 시벌 이거.

왜 이래... 이거 아니잖아. 이러지 마세요 제발.

ㅡ 헐 뭐임?

ㅡ 하 이런... 여러분! 후원금에 감동받은 비제이가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답니다!

ㅡ 아니 저절로 닫힌 것 같은데?

ㅡ 시벌 존나 감동이네. 그래서 이벤트가 뭔데? 사체 냉장고에서 하룻밤 자기 뭐 그런 거냐?

ㅡ ㅋㅋㅋ 미치것네. 저 새끼는 어딜 가도 재앙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얔ㅋㅋㅋ

ㅡ 주작 아님? 대기해 있다가 누가 열어주겠지ㅋㅋ

새하얗게 사고가 정지된다.

아니 내 입에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단어 하나가 흘러나왔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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