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폐병원. 1
폐 병원에 도착하고 나면 다시 켠다는 공지와 함께 방송을 잠시 종료했다.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돈이라면 돈, 배려라면 배려.
그냥 봐도 여유 넘치고 착한 사람인데 뭐.
아무리 하꼬인 나를 상대로 한다 해도 계획이 있다면 내게 먼저 얘기했겠지.
그때. 유튜버 둘리님이 내 행동을 살피며 물었다.
“연우님.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나는 한 손으로 뒷머리를 쓰다듬고 남은 한 손으로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니요.”
둘리님은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내게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요. 이 폐 병원 내가 작년에 한번 갔다 왔던 곳이에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아. 정말요?”
“네.”
듣던 중 반가운 희소식이다.
내 경계심은 그의 말에 자연스럽게 풀려버렸다.
그나저나 차 뒤를 살짝 둘러보았는데 짐이 엄청나게 많다.
이게 다 무슨 짐일까?
“둘리 형님. 이게 혹시 다 무슨 짐이에요?”
둘리님은 살짝 웃으며 내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거 다 심령 장비들이에요.”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300명 이상의 시청자를 두는 유튜버는 이런 장비도 사용하는구나.
그저 손전등 하나와 맛소금을 들고 다녔던 내 과거를 돌아보니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였다.
괜한 창피함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 내가 뒤에 보이는 장비 중 하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 저거 혹시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그럼요.”
흔쾌하게 허락한 둘리 형님 덕분에 나는 심령 장비를 난생처음 손에 쥐어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온 오프 버튼을 눌렀다.
전자기장 측정기 EMF.
장비의 맨 윗부분에 보이는 동그란 다섯 개의 무지개색 램프가 눈에 띈다.
둘리님은 그저 신기해하는 내 표정을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얘기했다.
“그게 EMF라는 장비인데요. 심령 에너지와 비슷한 전자기장을 측정하여 심령 위치와 존재 확인을 해주는 장비예요.”
“우어. 대박! 그런 게 있어요?”
“거기 보이죠? 색깔 있는 칸.”
“네.”
“무지개색 측정 빛으로 전반적인 공간의 심령 에너지 수치를 알려주는 거거든요. 그게 끝까지 다 찼을 경우에는 MAX. 즉. 뭘까요?”
“드럽게 쎈 영가가 있다는 걸까요?”
“정답!”
“시벌... 아... 죄송합니다. 형님. 저도 모르게...”
“하하. 괜찮아요. 리액션이 너무 좋은데요?”
나는 무지개색이 깃든 램프를 살폈다.
왼쪽에서부터 1단계 오른쪽으로 갈수록 단계는 높아진다.
그렇게 총 5단계까지 존재하는 데.
1칸의 파란색부터 시작해,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 최대 빨간색까지.
“그럼 지금 한 칸도 안 들어온다는 건... 여기 근처에는 귀신이 없다는 거죠?”
“오케이! 천잰데요?”
“역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천재라는 칭찬 때문이 아니라, 귀신이 주위에 없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 기계만 있어도 흉가체험에 있어서 충분한 도움이 되겠는데?
뭐 물론... 저 수치가 내내 켜져 있는 게 계속 보인다면 반대로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혹시... 가격은 얼마나 할까?
아무래도 베테랑 흉가 유튜버가 쓰는 장비니까 엄청나게 고가겠지?
“둘리 형님...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이 장비는 가격이 얼마나 해요?”
“이게 해외 제품이라 배송이 조금 오래 걸릴 뿐이지. 가격은 얼마 안 해요. 대략 한... 10만 원 정도?”
유명 유튜버에게 10만 원은 얼마 안 하는 가격이구나...
그래도 이 정도면 나도 좀 노력하면 살 수 있겠는데!
저거 하나만 있어도 내가 있는 위치의 위험 정도를 감지를 할 수 있다는 거 아냐!?
그런 기가 막힌 장비를 이제 알았다니...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그 장비의 설명을 듣자마자 쓸데없이 계속 만지작거렸다.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성능부터 가격까지 모든 게 만점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거를 하나 사서 맥스게이지가 뜨는 곳은 몰래 빤스런 하는 거야.’
한참 장비를 만지작거리며 온갖 상상에 잔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둘리님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안전벨트를 풀며 얘기했다.
“도착했네요.”
그제서야 앞을 향해 시선을 돌린 나는 잠시 표정이 굳었다.
“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스케일이 훨씬 더 크다.
해봐야 1층, 많아봐야 2층 건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놈의 폐 병원.
디귿자로 펼쳐진 구조의 건물은 자그마치 5층이나 되었다.
‘이거 도대체 병실이 몇 개나 되는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병실을 대충 세봤다.
10개... 20개... 40개...
눈으로는 도저히 다 셀 수가 없다.
난 자연스럽게 둘리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런 곳을 혼자 왔었다고...?
으스스한 걸 넘어서서 입구에서부터 전해지는 이 한기는 내 어깨를 짓밟듯이 압박해왔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췄다가는 혼이 나가버릴 것 같은 살벌함이 존재하는 것도 마찬가지.
진짜 이 사람 보통 아닌데...?
그때.
방송 시작에 맞춰 들어온 내 애청자들이 감탄사와 함께 내게 축하포를 쏴댔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대박이다. 오늘. 오줌 한 번으로 안 끝나겠다. 지려보자아!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호오~ 이 새끼 이거. 오늘 제대로 된 주작질 기대한다!
시벌놈이. 끝까지 주작이란다.
네 말대로 주작하다가는 기절이 뭐냐.
일주일 내내 똥 기저귀 차고 병원 침대에서 못 일어날 것 같은데 여기는?
다행히도 내 앞에는 둘리님이 서 있다.
정말 다시 쳐다봐도 둘리님은 정말 내게 든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나와는 다른 에너지와 침착함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워낙에 큰 건물이다 보니 내가 갔던 곳보다 두 배, 세 배 더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왠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살짝 자신감이 살짝 차오른 상태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잠시 후.
차에서 장비를 다 꺼낸 둘리님이 본인 시청자들에게 방송 시작을 알렸다.
“시청자분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작년에 왔었던 레전드 폐 병원을 다시 와봤는데요.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도 한 분 모셨습니다.”
둘리님은 카메라를 내 얼굴에 들이밀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얘기했다.
“타 플랫폼에서 흉가 방송을 하고 계신 정연우 씨입니다.”
나는 둘리님의 시청자들에게 폴더처럼 허리를 접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살며시 방송창을 들여다봤다.
현재 시청자 419명.
“오우... 형님들! 안녕하세요. 지금 xxxx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연우라고 합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많은 클릭 부탁드리고... 오늘 기대하십쇼잉!”
놀라운 숫자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둘리님.
내 애청자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작부터 후원 세례가 펼쳐졌다.
[ 하영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에너지 넘치신다. 오늘 재밌는 방송 부탁드려요. 게스트님.
[ 이현지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와. 오빠. 오늘은 게스트도 있네요! 짱짱. 기대된다.
[ 김은서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파이팅! 난 벌써 팝콘 들고 대기 중!
순간 알 수 없는 표정과 함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죄다 여자야?
그리고 미션을 안 했는데도 뭐가 이렇게 후원이 들어와?
와... 진짜 모든 면에서 나와는 다른 느낌이 난다.
하지만 부러우면 지는 거다.
그때.
후원을 받은 둘리님이 카메라에 대고 가볍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하영아, 현지야, 은서야 고마워! 오늘도 재밌게 방송할게.”
시벌. 졌다. 너무 부럽다.
내 눈에 방금 둘리님의 뒤통수에서 후광이 비쳤다.
나는 폐건물에서 휘파람 불고, 폐가에서 애국가 부르고 거기에 내 18번까지 열창했는데...
몸속에서 투지가 불타오른다.
난 다짐했다.
나도 꼭 저렇게 되리라.
둘리님이 내게 말했다.
“그럼 들어갈까요?
현재 시각 12시 04분.
둘리님은 나에게 따라오라며 눈 사인을 건넸다.
그리고 정문 앞으로 거침없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정문 앞에는 사람 손에 닿은지 한참 된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 풀들을 모조리 밟고 뭉개며 길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어? 풀이 누군가에 의해 미리 밟혀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다시 한번 손전등을 자세하게 비춰보지만 정말이다.
미세하지만 풀이 꺾어졌다 여러 번 펴진 듯한 느낌이다.
뭐야 먼저 누가 왔던 건가?
궁금함에 둘리에게 말을 건네려는 찰나.
쿵!
정문 앞에서 갑자기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워억! 뭐예요?”
잠겨져 있는 건물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다.
둘리님은 차분하게 그 방향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어. 안쪽에서 소리.”
하지만 역시나 베테랑.
그런 현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찾아 곧장 건물 안으로 몸을 넣기 시작했다.
정문은 이미 폐쇄가 된 상황이라,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으... 왜 이렇게 쌀쌀하지. 둘리 형님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날씨도 이제 가을에 접어들어 한참 우리를 괴롭히던 무더위가 식는 시기.
게다가 나도 모르게 큰 두려움이 더해져서 일까.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쌀쌀해진 느낌이 확 몰려왔다.
하지만, 둘리님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여유가 넘쳐 보인다.
역시 베테랑 흉가 유튜버라 그런지 내공은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그렇게 나는 둘리님을 뒤 따라다니며 이곳저곳을 비춰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병원이 망해버리며 모든 기구와 가구들을 모조리 버린 상태 그대로다.
그렇기에 아주 그 시절 그때의 병원의 모습으로 먼지가 잔뜩 쌓인 채 고스란히 남아있다.
단, 이유를 알 수 없이 잔뜩 어질러진 싸늘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 모습에 나의 애청자들은 신기해했다.
ㅡ 와우... 맨날 동네에서 보던 병원을 방송으로 보니까 뭔가 느낌이 색다르다잉
ㅡ 그러게요. 폐 병원이라 그런가? 하나하나 보는데도 소름 끼치네
ㅡ 후미... 이 병원에서는 사람이 얼마나 죽어 나갔을까?
ㅡ 글쎄요. 적어도 한 두 명은 아니겠죠?
ㅡ 궁금하네. 둘리 쟤는 알지 않을까? 심령 장비도 있어서 영가랑 대화도 하던데
아니. 시부럴. 그게 도대체 왜 알고 싶은 건데.
나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은 내가 오줌을 몇 번 지릴 수 있는지 미리 세어 보자는 거랑 같은 의미였다.
눈치 빠른 시청자들이 괜한 미션을 던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가 미리 선수쳤다.
혹시나 둘리님의 방송에 방해될 수 있기에 손으로 입을 가렸고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아... 형님들. 이 방송은 둘리 형님 메인 방송인데 그런 말을 어떻게 해...”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둘리한테 여기서 몇 명 죽었는지 물어보면 만 원
“둘리 형님. 혹시 여기서 몇 명이나 돌아가셨는지 아세요?”
내 입이 자동으로 열려 둘리 형님에게 중얼거렸다.
마치 금빛섬광과 같은 속도였다.
둘리님은 병원 곳곳을 살피며 내게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제가 만난 영가의 말로는 약 80명이요.”
순간. 등짝에 소름이 타고 오르며 숨이 턱 막혔다.
터무니없는 숫자에 나는 말까지 더듬으며 둘리님에게 다시 되물었다.
“8... 80명이요?”
좃댔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머무는 영가들이 80명이 넘게 있다는 소리잖아...
그 순간. 나는 다급하게 내 애청자들을 향해 얘기했다.
이것은 복잡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또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한 나만의 올바른 판단이었다.
“형님들. 제 방송은 끄겠습니다. 오늘 방송은 화질이 더 좋은 둘리 형님 방송으로 진행할게요. 넘어와 주세요.”
1분도 안되는 시간 만에 내 애청자들이 모였다.
방송은 무려 500명이라는 숫자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낮은 목소리로 둘리님이 마이크에 대고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형들. 여기 폐 병원에 사연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