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1화 (21/225)

폐 병원으로 출발

집에 들어온 엄마는 일단 첫 번째로 냄새에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한방팩의 위력이 대단한 탓이었다.

집 안을 온통 구수한 냄새로 도배를 하는 것도 모자라, 그 냄새를 맡기만 해도 군침이 질질 흐를 정도였으니까.

나 역시도 먹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는데... 정말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다.

“아들! 불은 왜 이렇게 다 꺼놨대?”

탁!

어두웠던 집 안이 형광등으로 밝아졌다.

그러자 엄마가 두 번째로 깜짝 놀랐다.

“어머... 이게 뭐야 도대체...”

엄마는 앞에 차려진 밥상을 보고 입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두 다리를 요염하게 꼬은 닭이 엄마를 떡하니 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빨갛게 잘 익은 섞박지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채소들까지.

모두 예쁘게 세팅되어 밥상 앞에 놓여 있었다.

“......”

나는 그 모든 순간을 방 안에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엄마가 갑자기 말이 없다.

금방 두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입을 꾹 닫고 입술을 오므렸다.

충분히 놀라실만했다.

엄마에게 이런 생일상을 차려드린 건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나는 엄마의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방 안에서 튀어나와 엄마를 세 번째로 놀라게 했다.

“짜잔!”

초가 잔뜩 끼워져 있는 먹음직스러운 생크림 케이크를 두 손에 들고 나는 방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혹시나 꺼질 수 있는 불을 조심조심 다뤄가며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엄마의 몸이 잔뜩 굳어 멈춰버렸다.

또다시 감정이 복받쳐 오르신 것처럼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이 글썽였지만, 재빨리 고개를 돌려 억지로 참아내는 듯했다.

나는 그런 엄마를 닦달해댔다.

“엄마 뭐해! 빨리 불어야지.”

엄마는 애써 울음을 참아 보이며 케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천천히.

“후. 후. 후.”

많이 꼽아놓은 초 때문인지, 세 번이나 바람을 불고서야 모든 불을 다 껐다.

한동안 엄마는 말이 없었다.

목이 메는지 나를 그저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렇게 30초가 흘렀을까.

엄마는 울먹이는 듯한 내게 얘기했다.

“아들... 이런 건 다 어떻게 준비한 거야?”

나는 그저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어떻게 준비하기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준비했지. 조금만 기다려 엄마. 앞으로 효도할 게요.”

엄마의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고여있다.

하지만 차마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지 억지로 감정을 추스르려 애쓰셨다.

“나는 우리 아들이 그저 엄마 옆에 건강하게만 있으면 된다니까 그러네.”

이 정도면 서프라이즈 괜찮았나?

그런데 엄마가 놀란 나머지 자꾸 말이 없어진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케이크를 밥상에 내려놓고, 얼른 엄마를 자리에 앉혀드렸다.

그리고 내가 만든 환상의 첫 백숙 요리 시식을 위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일단, 나는 요염한 꼬은 큰 닭다리 하나를 크게 뜯어 엄마 그릇에 넣었다.

“엄마. 이거 소래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이야. 내가 이거 만들려고 온갖 재료를 그냥...”

물론 한방팩 하나 넣었다.

엄마는 크게 한입 베어먹으며 정말 행복한 웃음을 지으셨다.

하지만 두입, 세입... 점점 속도가 느려지며 다시 분위기가 이상해질 때.

내가 벌떡 일어났다.

“아 맞다. 엄마. 먹고 있어봐!”

아직. 하나 더 남았다.

엄마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나는 방으로 후다닥 들어가 미리 준비한 선물 두 상자를 꺼내왔다.

그리고 하나씩 엄마에게 들이밀었다.

“엄마한테 정말 필요할 것 같아서 샀어. 열어봐 엄마.”

엄마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상자를 하나씩 열어본다.

안에 들어있는 선물을 확인하고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구두 다 떨어진지 오래됐잖아. 이제 발 아프지 않게 새 구두 신고 다녀. 그리고 이 옷은 나랑 데이트할 때 입으라고 산 거다. 엄마?”

예쁜 구두와 옷을 몸에 천천히 맞춰보던 그 순간.

엄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트리셨다.

마치 그 울음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듯한 소리였다.

정말 뜻깊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짓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하게 난 오늘 일을 꼽을 것이다.

남들에게는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이지만 우리 가족은 그렇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값지고 행복했다.

이제야 겨우 평범이라는 기준에 서게 된 기분이랄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속으로 다짐했다.

‘엄마. 앞으로는 우리 행복하자.’

“이리 와. 우리 아들 이리 와 봐.”

엄마가 나를 끌어안으셨다.

***

늦은 밤까지 엄마 손을 붙잡고 행복을 계획하고 다짐하고...

그렇게 정말 기분 좋은 밤을 지새웠다.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흉가를 체험하러 갈 생각에 급격하게 얼굴이 늙기 시작했다.

‘후... 시벌...’

생각만 해도 욕이 절로 나오는 신기 방기한 컨텐츠.

이번에는 또 어디를 가야 할까?

어딜 가야 내가 좀 희생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재미를 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찰나.

때마침, 반가운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유튜버 둘리.

나는 신호가 채 세 번도 울리지 않았을 때 전화를 눌러 받았다.

“어! 형님. 안녕하세요!”

-어이구. 전화를 하자마자 받으시네요.

“아. 핸드폰 만지고 있었습니다. 웬일이세요?

-다름이 아니고, 제가 이번에 폐 병원으로 방송을 가려고 하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

와. 이게 웬 떡이야.

누워만 있었는데 입에다 떡을 가져다줘버리는구나!

나는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둘리님에게 대답했다.

“정말요? 저야 진짜 영광이죠. 어떻게 언제까지 준비하면 될까요?”

-학생이시죠? 방송 촬영은 연우 씨 일정에 맞춰서 주말 저녁에 갈 거니까요. 준비해두시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둘리 형님!”

-네. 그때 봐요.

전화를 끊은 후 유튜버 둘리님과의 몇 개의 문자수신을 통해 나는 그 폐 병원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혹시나 미리 기절 예방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폐 병원은 사이즈가 큰 데다 영안실까지 보유를 하고 있었던 곳이라 더욱 가슴을 졸이게 했다.

그럼 영안실은 어떤 구조로 되어있을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창을 두드렸다.

영안실.

[ '영안실'이란 병원 등에서 시신(屍身)을 임시로 안치해 두는 방을 가리킨다. ]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 곳을 가서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그래도 베테랑 유튜버인 둘리 형님이 함께 가주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짬밥은 무시 못 한다.

나에게 있어서 정말 든든한 존재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문득 검색 결과를 둘러보다 나는 한 가지 눈에 띄는 썰을 발견했다.

실제로 시체를 닦는 알바를 한 사람이 그 후기를 풀어놓은 글이었다.

“으...”

제목만 보는데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식은땀이 난다.

하지만, 아무래도 처음 가보는 곳이다 보니 건물의 구조라든지, 기계들의 동작 방식 등등 관련된 지식을 좀 쌓아두고 간다면 위험한 상황에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단 생각에 큰 마음먹고 클릭을 했다.

내 호기심의 주제와 맞게 아주 많은 내용의 후기글이 쏟아져 내려갔다.

정확하게 30초 읽었을까?

나는 인터넷 창을 강제 종료 시켰다.

생각보다 수위가 너무 센 탓이다.

시체를 닦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자동으로 밖에서 문이 잠겼다 드니, 죽어 누워있는 시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드니 하는 소름 끼치는 후기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시벌... 괜히 봤다...”

갑자기 멀쩡했던 내 몸의 살들이 떨려온다.

공부, 예방 차원에서 읽은 후기들이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상상이 더해져 필름처럼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내가 갈 곳은 이미 싸늘하게 비워진 폐 병원이긴 하지만, 후기들을 본 탓에 왠지 모르게 같은 구조의 기구들을 보는 순간 또다시 머릿속에 그림이 매칭이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하... 가지 말까...?”

하지만, 300명 이상의 유튜버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은 하꼬인 내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다.

반대로 사람도 얼마 없는 내 방송에 불쑥 찾아와 나와의 합방을 제안한 둘리님에게도 나에게서 느낀 무언가가 있기에 제안을 한 게 아닐까?

채팅창에서 떠드는 시청자들의 말들만 조합해 봐도 둘리님이 나의 어떠한 면을 보고 합방을 제안했는지 대충 눈치는 채긴 했다.

리액션.

내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큰 리액션들이 많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사로잡는 무기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유튜브라는 그곳은 그 어디보다 돈이라는 목표를 두고 아주 치열한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직업이 아니었던가.

이 모든 게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내 리액션을 시청자 모두가 주작으로 알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나는 그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다만...빤스런만 하지 말자.

이 폐 병원은 지금 우리 집에서 15킬로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차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도저히 가기가 힘든 곳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지?

다행히 유튜버 둘리님은 22세 성인이다.

운전면허도 없는 나를 배려해 둘리님이 모든 것을 배려해 주기로 했다.

집에 태우러 와서 태워다 주는 것은 물론.

조회 수가 잘 나오면 적당한 용돈까지 챙겨준다는 약속도.

솔직히 내가 흉가 방송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합방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얼떨결에 모든 걸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오늘도 단련이 되지 않는 소녀 가슴을 단련한다.

***

그렇게 학교에서의 평범한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주말 저녁이 찾아왔다.

합방이긴 하지만, 플랫폼이 다른 관계로 나도 방송을 킬 수 있게 허락을 구했다.

지금은 둘리님의 차에 타서 방송을 확인 중.

그나저나 둘리라는 이 사람.

처음 보는 거지만, 왜 닉네임이 둘리일까 그게 의문이었다.

하지만, 처음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대충 감이 왔다.

동그란 얼굴에 마른 체형.

그 체형이 맞지 않는 아름다운 D자 배의 곡선.

쌍꺼풀이 없이 처진 눈까지.

사람이 굉장히 선해 보인다.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30명 밖에 되지 않는 든든한 내 애청자들에게 인사했다.

“형님들! 반갑습니다. 저 둘리님이랑 합방 방송하러 가요!”

폐 병원에 가기 전.

아직 내 입가에 아직 살아있는 웃음을 본 애청자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ㅡ 이야. 이 새끼 이거 개 출세 했넼ㅋㅋ 천하의 둘리랑 합방도 하고! 한턱 쏴 인마!

ㅡ 아쭈. 아직 주둥이가 자유분방하구나? 조금 있으면 된통 지릴 새끼가 ㅋㅋ

ㅡ 그나저나 오늘 너 미션 할 수나 있겠냐? 둘리한테 묻혀서?ㅋㅋ

ㅡ 내가 오늘 너 기 안 죽게 도와줄게. 기대해라 미션ㅋㅋㅋ

“감사합니다! 도착하려면 아직 30분 남았네요. 형님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또 기가 막힌 레전드 하나 꼭 보여드릴게요!”

물론 그럴 재능은 없다.

그저 상황에 맞게 움직이고 내 마음에 맞게 행동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레전드가 만들어졌던 거니까.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살이 떨려오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살피고 있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둘리님의 표정을 살피는데...

“...?”

그의 표정에서 이유 모를 비릿한 웃음을 느꼈다.

폐 병원에 쫄아 있어서 잘못 본 것일까?

둘리님은 금세 얼굴을 활짝 피고 웃으면서 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형님들! 호이 호이~ 둘리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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