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만남 그리고 힐링.
저 사람이 왜 내 방송을?
피곤함이 몰려와 잘못 본 건가?
나는 두 눈을 비비적거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둘리.
그렇지? 내가 아는 그 사람 이지?
둘리라는 저 사람은 내가 이 흉가라는 쪽에 반강제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날부터.
즐겨보던 유튜브 검색 알고리즘 때문인지 항상 상위에 연결됐던 사람 중 하나였다.
볼 때마다 300명 이상의 시청자를 유지하고 있던 유튜버.
플랫폼이 다르다지만, 해봐야 평균 3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하꼬인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유튜버 형님이시죠?”
ㅡ 안녕하세요. 흉가유튜버 둘리입니다. 지나가다 들렸어요.
ㅡ 오... 둘리다. ㅋㅋ 나 저 유튜버 방송 보다가 온건뎈ㅋㅋ
ㅡ 저 사람은 유튜버에요? ㅋㅋ 오 신기하넼ㅋㅋ 세기의 대결 시작인가ㅋㅋ
ㅡ ㄴㄴ 둘리 저 사람은 졸라 유명함. 하꼬새끼 비교 안돼지. 시청자도 평균 300명 넘게 찍는대ㅋ
아직 초짜인 내 방송을 방문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뭐라도 반가운 표시를 하고 싶은 마음에 생각나는 말부터 꺼냈다.
그런데... 피곤해서 인지 말이 헛 나왔다.
“와...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정말 감사합니다. 둘리 형님.”
ㅡ 야. 말이 앞뒤가 바뀐 거 아니냐? 방송 한참 선배한테 누추한분이라닠ㅋㅋ
ㅡ 역시 하꼬 비제이. 깡다구 장난 없다잉. ㅋㅋㅋ
ㅡ 웜머. 이건 뒤통수를 겁나 후드려 맞아도 할 말이 없는거닼ㅋㅋㅋ
ㅡ 하하하하... 감사합니다ㅋ 일단 구독 박습니다. 친하게 지내요.
나는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세차게 흔들어댔다.
“네네! 저도 구독 꼭 할게요! 형님!”
ㅡ 이거 씹 구라다. 믿지 마라 둘리야. 후원 아니면 움직이는 않는 지구 최강 돈미새닼ㅋㅋ
ㅡ ㅋㅋ레알?ㅋㅋ 방송 첨 보러 온 거지만, 순진해 보이는데?ㅋㅋㅋ
ㅡ 그게 함정이다 ㅋㅋ 딱 10분만 앉아서 구경하면 비제이가 어떤 사람인지 보임 ㅋㅋ
ㅡ 감칠맛 나는 주작 연기, 그 주작 연기를 이은 볼트급 빤스런. 최고가 따로 없음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형님들... 아닙니다. 둘리 형님. 저는 결단코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유튜버 둘리는 채팅창에 웃는 표시만 내내 해댄다.
그럴 만도 한 게 이 둘리라는 유튜버는 주작 없는 찐 리얼라이브로 역대급 레전드를 많이 만들어놓은 사람이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외딴 폐가에 곡괭이를 든 빙의된 할아버지 편은 모두에게 엄청난 공포를 선사했다.
조회 수도 무려 53만 회라는 엄청난 숫자를 남겼다.
물론 나는 끝까지 다 보지 못했다.
방송 공부를 하기 위해 켜놓긴 했다지만, 집에서 하도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엄마에게 몇 번이나 등짝을 맞을뻔했으니까.
그런 유튜버 둘리에 비해 나는 목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 수준 일 것이다.
나는 해봐야 딱히 편집자를 둘 형편도 안 되고,
조회 수도 평균 백대 수준.
그나마 잘 나온 조회 수가 갓 천을 넘기는 수준이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지.
하... 그나저나 나도 유튜버를 더 하고 싶었는데...
그때.
유튜버 둘리가 내게 얘기했다.
ㅡ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랑 나중에 한 번 같이 합방 한번 어떠세요?
나에게 뜬금없이 합방 제안을 하나 건넨다.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이제 좀 방송 생활에 빛이 스며드는 건가?
당연히 이런 천운을 마다할 리가 없다.
나는 내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두 손에 깍지까지 끼며 흔들어 젖혔다.
“어우. 저야 영광이죠. 연락 주시면 어디든 금방 뛰어갑니다.”
ㅡ 저 새끼 100미터 11초 임.ㅋㅋ 축구 국가대표 선수랑 맞먹음ㅋㅋㅋ
ㅡ ㅋㅋ 저거 인정. 산 뛰어 내려갈 때 진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화면 보고 토할 뻔했음
ㅡ 근데 문제는 저 달리기를 빤스런 할 때 쓴다는거짘ㅋㅋㅋㅋ
ㅡ 조심해라 둘리야. 공포가 도사리는 그 순간에 너 놔두고 지 혼자 빤스런한닼ㅋㅋ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에겐 몸을 담그고 있는 회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내 스스로가 밥값을 한다는 게 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내가 있는 플랫폼은 하꼬 비제이로써 너무 불편한 제재들이 많달까?
그런 혜택을 생각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저 유튜브 쪽이 은근히 마음이 더 갔다.
저긴... 그런 제약들이 거의 없는 편에 속했으니까.
세세하게는 동영상 다시 보기라든지, 자사 사이트 광고, 시청 인원 등등 모든 면에서 내게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유튜버 둘리는 그런 나에게 선뜻 먼저 나서서 손을 건넸다.
ㅡ 제가 핸드폰 번호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번호를 건네받은 나는 기쁜 마음에 핸드폰을 켜고 단축번호 2에 저장까지 했다.
우리 엄마 다음으로 내가 처음 저장해 본 사람이었다.
갑자기 기분 좋은 상상이 들기 시작한다.
이 기회에 방송을 하는 방법도 배우고, 나라는 사람을 더 많이 노출시키는 거다.
내가 조금 더 유명해지고, 그로 인해 수입이 더 생긴다면...
유튜버로써 전향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테고... 그보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동안 쉬지 않고 흉가를 찾아다녔었다.
그 때문에 몸에 피로가 잔뜩 쌓일 만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내게 쌓여있는 피곤함은 없었다.
역시나 체력 월드클래스라서 일까?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더 확실한 이유는...
드디어 다가온 우리 사랑하는 엄마의 생신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피로를 다 잊은 채로 내가 더 들떠서는 하루 종일 입가에 미소가 번져있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기절과 빤스런까지 해가며 모은 후원금으로 엄마의 생신 선물을 미리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눈여겨 봐왔던 옷과 구두는 배송으로 받기엔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직접 버스까지 타고 마을을 나가서 사 와야 했다는 게 조금 고생이긴 했지만...
역시나 고생 끝에는 보람이 존재한다.
엄마가 입으면 정말 예쁠 원피스를 옷장에 걸어두고 감탄 중이다.
[ 블랙 체크 쉬폰 원피스 163,840원. ]
“오우...”
나는 박수까지 쳐가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So Beautiful..."
거기에 구두까지.
[ 여성 펌프스화 구두 96,420원. ]
“미쳤다... 느므 예쁘자너.”
한참을 자랑스럽게 내 턱을 잡고 고개를 까닥였다.
이 옷과 구두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번 돈으로 선물을 하는 게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나는 내 몸을 직접 감싸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토닥였다.
“연우 이 새끼. 완전 칭찬해.”
그저 너무 뿌듯했다.
게다가 엄마가 이 옷을 선물받았을 때의 반응.
그리고 이 옷을 입었을 때 내가 감탄할 그 기분 좋은 모습이 절로 상상된다.
“그럼... 엄마. 조금 있다 봅시다!”
이 두 가지 선물로도 충분히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릴 수는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정도로 끝내면 정연우가 아니지.
나는 오늘 엄마가 퇴근한 후 손 하나 까닥이지 않고, 좋은 선물과 함께 맛있는 음식까지 겻들일수 있게 준비할 요리를 고민했다.
뭐가 있을까...?
몸보신이 확실하게 될 수 있는 요리.
그리고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요리.
한참을 고민 끝에 인터넷에서 낯익은 동물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닭.
며칠 전 뒷산에 소름 끼치는 폐가를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이 떨리지만, 백숙만 한 제대로 된 몸보신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도 몰랐지만 황기, 대추, 뽕나무, 오가피, 엄나무, 당귀까지.
각종 한방재료들이 잘게 잘려 들어있는 한방 육수 팩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아주 간편하게 백숙의 깊은 맛과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누린내와 비린내까지 없애주고 기름기까지 흡수해 준다니 얼마나 기발한 재료 아이템인가.
“대박이다. 그럼 이 팩을 하나 사고... 닭은...”
하지만, 닭은 직접 사 와야 한다.
메뉴를 정했으니 얼른 실행을 해야 하는데 자꾸 그 오골계가 떠오른다.
닭 눈빛만 봐도 오금이 저릴 것 같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거긴 사람이 많으니까...
게다가 이미 손질한 닭일텐데 뭐... 괜찮겠지.
***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작은 시골 촌 동네 가게들이라 모든 게 다 구식이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달콤하고 구수한 먹거리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내 마음은 자연스럽게 차분해졌다.
또 여기저기 볼거리도 많은 장 내의 환경은 내 기분까지 더 업 시켰다.
그때.
한 쪽 구석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펑이요~~~!!!”
뻥!
“우악!”
순간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질렀다.
뻥튀기 과자.
뭐야 저건? 뭔 과자 만드는 기계가 대포같이 생겼냐.
신기한 광경 그 자체의 연속이었다.
19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지만, 다리가 아팠던 과거에는 이런 거리를 나온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와따... 신기하네. 펑 하니까 과자도 텨 나오고...”
한참을 그렇게 구경했을까.
드디어 내 눈에 내가 사야 할 재료의 가게가 보인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이놈의 닭들이 죄다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원래 이런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주인아저씨에게 물었다.
“저기... 아저씨. 이거 미리 손질해놓은 닭은 없나요?”
턱에 덥수룩한 털이 붙어있고 보글보글한 파마까지 한 괴상한 외모의 아저씨는 내게 씩 웃으며 얘기했다.
“있지 그럼~”
주인아저씨는 내 눈앞에 살이 아주 통통하게 오른 닭을 올려놓고 얘기했다.
“이것이 6개월간 산에 풀어서 좋은 것만 먹인 소래 토종닭이여!”
당당한 주인아저씨의 말에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리며 감탄해댔다.
“우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소래 토종닭이고 뭐고 알리 없는 나는 그저 리액션만 크게 해댈 뿐이다.
나는 주인아저씨에게 폴더인사를 건네고 그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5시 30분.
이제 엄마가 집에 도착하려면 딱 두 시간을 남겨둔 상태였다.
나는 잽싸게 집으로 향해 바쁘게 준비를 시작했다.
“소래 토종닭 몸 안에 이거를... 이렇게...”
나는 손질된 닭 몸속 안에 노란 통마늘 8알, 빨갛게 잘 익은 대추 4알을 넣었다.
그리고 미리 2시간 불려놓은 하얀 찹쌀도 넣고 물 3리터를 넣었다.
“자 이거는.. 수삼! 엄마랑 내 거 2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백숙의 마법 같은 영양팩.
한방 팩을 한쪽 구석에 담그고 뚜껑을 닫았다.
그렇게 강불로 물이 끓을 때까지 끓여주고, 약한 불로 맞춰서 1시간을 더 끓여댔다.
어느샌가 방 안에 가득한 구수한 한방 냄새가 진동했다.
냄새만 맡아도 내 몸이 튼튼해지는 느낌이 드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집 안에 불을 다 껐다.
그리고 집 문을 쳐다보며 시계를 한참 바라보고 있을 때.
드디어 내 앞에 내가 제일 사랑하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머... 이게 무슨 냄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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