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8화 (18/225)

귀목산의 무덤. 8

ㅡ 뭐? 뜬금포 사체는 또 뭔 개소리여?

ㅡ 설마 그 밑에 있는 관짝에 죽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도 있었다는 겨?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죠 형님들!”

ㅡ 이런 ㅅㅂ. 주작질에 내 미션을 마다해? 3만 원은 돈도 아니냐? 배때지 불렀네 이 새끼.

ㅡ 인정. 요즘 재밌다고 후원 넘 해줬더니 배가 잔뜩 불렀나봄ㅋㅋ

ㅡ 휴... 아무리 주작해싸도 오냐오냐했건만, BJ 새꺄... 그건 아니잖아.

ㅡ 요즘 잔 머리를 넘 썼나보넼ㅋㅋ 머리 좀 식혀라 언능

답답한 마음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소리쳤다.

“진짜 주작 같은 거 아니라니깐요!!!”

ㅡ 아쭈... 잘하면 치겄네? 자네 혹시... 거제동 작은 고추라고 들어는 봤는가?

ㅡ 거제동 작은 고추 반갑소. 나는 논산동 척추 킬러인디

ㅡ 아우들 잘 지냈는가? 신장동 타이슨이여.

ㅡ 님. 귀를 잘 물었나 봐요?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에 나는 꽉 쥐고 있던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 온몸에 힘을 너무 주었던 게 흠이었을까.

구더기들이 내 손안에서 모두 으깨졌다.

그 때문에 밀가루 반죽처럼 곱게 펴졌다.

나는 미친놈처럼 손을 진저리 치게 털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몸 구석구석을 훑었다.

밑에서부터 붙어 올라온 구더기들이라면 몸 어딘가에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은 깨끗하다.

그런데 엉덩이와 뒷 허벅지를 쓸어 담다 뭔가 손바닥에 잔뜩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구더기임을 알아채고, 카메라에 당당하게 비추며 얘기했다.

“어? 여기 봐요! 형님들! 이게 죽은 사체에서만 기생한다는 구더기라고요!!!”

하지만 그마저도 쓸어 담는 동작에 다 으깨졌다.

그래서 내 손바닥에는 아까 그 구더기들과 합쳐져 노란 반죽이 만들어졌다.

ㅡ 어허. 비제이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뭐여... 너 그거 설사 아녀?

ㅡ 지렸네 이 새끼 ㅋㅋㅋㅋ

ㅡ 시바 새끼. 아주 하다 하다 설사까지 손에 묻히넼ㅋㅋㅋ

ㅡ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비제이가 방송에서 설사 주작을 할... 수도 있겠는데요? 이 비제이라면...

ㅡ 님들 비제이 울겠음. 그만 좀 놀리셈ㅋㅋ

ㅡ 야. 비제이 새꺄. 근데 너 그 데리고 다니던 고양이는 어디다가 버리고 왔냐?

그 순간.

시청자의 마지막 한 마디를 보고 머리끄덩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리고 절망하듯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악!!! 미치겠다. 쥐포야!!!”

공포에 질린 나머지 기절한 이후부터 쥐포가 사라졌다는 걸 또 잊어버린 것이다.

ㅡ 저런 미친놈.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나 있는 거냐??

ㅡ 헐... BJ 양반... 자네 얼굴 지금 누렇게 떠버렸다네...

ㅡ 뮈친넘ㅋㅋ 얼굴 봐라. 이게 말로만 듣던 천연 구더기 팩이냐 ㅋㅋ

ㅡ 내 미션 안 하나 ㅅㅂㄹㅁ

지금 시각 1시 58분.

새벽 2시를 2분 앞두고 있다.

자정 때와는 달리 구름떼가 달을 으슥하게 가려 유일한 달빛마저 가려버렸다.

아... 시간이 너무 늦어서 더 살벌해졌는데...

진짜 돌아 버리겠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데려간 내 가족은 찾아야지.

존나 빨리 갔다가 존나 빨리 내려오자.

나는 다급한 마음에 시청자에게 말도 없이 무작정 다시 산을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팍. 파팍. 팍!

급하게 올라가는 나머지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내가 밟는 땅에서는 흙이 요란한 소리를 뱉어내며 사방으로 튀었다.

ㅡ 와. ㅋㅋ ㅅㅂ 진짜 비제이 저거 사람 맞냐? 체력 장난 없네.

ㅡ 체력은 진짜 레알 인정이다. 인간 에너자이저여ㅋㅋㅋ

ㅡ 고양이가 소중하긴 한갑네. 그냥 대충 놔두면 집으로 돌아오지 않나?

ㅡ 뮈친넘. 고양이가 무슨 세상에 이런 일이 나오는 진돗개 누렁이냐?? 어떻게 돌아와

ㅡ 그래도 비제이 감동이네. 적어도 동물 사랑하는 사람 중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든데.

“하... 하악... 학...”

다시 숨도 안 쉬고 산을 올라 걸음을 멈춘 그곳에는 아까 처음 보았던 그 돌탑이 떡 하니 다시 서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카메라를 보고 다시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일단, 흉가형님. 미션 완료.”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하이고... 바쁜 와중에도 그건 안 까먹었소잉?ㅋㅋ 에라이 인마!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땡큐 베리 감사합니다. 형님!”

그리고 곧바로 다시 채팅창을 바라보고 진지한 표정을 했다.

더 이상 미션으로 시간을 지체해버린 다면 쥐포를 찾는 것도 그렇고 이 산에서 날을 샐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형님들. 오늘은 미션 여기까지 딱하겠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쥐포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ㅡ 하긴... 3시가 다 돼가네. 그럼 나는 자러 가야겠다. 고양이 찾다가 날 샐 것 같으니께

ㅡ ㅇㅋㅇㅋ. 오늘 진짜 초대박 꿀잼이었음. 감사합니다 비제이님

ㅡ 알겠음. 비제이 수고 많이했다.ㅋㅋ 열심히 찾고 집에 조심히 들가라잉.

ㅡ 바바이~

“어...? 아니요. 형님들 방송을 종료한단 소리는 아니였...”

하지만, 그 몇 초밖에 안되는 시간에 시청자들이 썰물 빠지듯 다 빠지기 시작했다.

50명... 45명... 30명... 그리고 10명.

시바... 무서워 죽겠는데 집에 갈 때까지 떠들어주는 사람은 있어야지!

게다가 쥐포를 찾는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재빨리 남아 있는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얘기했다.

“남아 있는 형님들? 나가지 마세요! 방송 계속할 거예요!”

채팅창은 어느샌가 고요해졌다.

그나마 남은 10명은 방송을 켜놓고 잠에 든 건지, 아니면 딴짓을 하는 건지 당최 말들이 없다.

“형님들...?”

하...무섭게.

본의 아니게 또 공포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버렸다.

나는 얼른 쥐포를 찾기 위해 두 손을 모아 입에 갖다 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쥐포야. 쥐포야~~ 어딨어. 제발 좀 나타나라!”

사람 하나 없는 곳이라 내 작은 목소리도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 메아리는 더욱더 공포감이 배가 되어 내 귀로 돌아왔다.

나는 돌탑을 다시 한번 비추고 내가 뿌린 소금을 쫓아 무덤으로 다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비춘 소금이 이상하게 색이 변해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누군가가 밟은 듯한 느낌처럼.

새하얀 빛깔을 내던 소금은 검은 흙에 얼룩덜룩 더럽혀져 흝어져 있는 것 같은...

뭐야?

놀란 마음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자세하게 살폈다.

“어...?”

진짜다. 선명한 발자국.

발자국을 확인하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당장이라도 뛰쳐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이번엔 크게 소리쳐봤다.

“쥐포! 쥐포! 일로와! 일로와!”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쥐포는 전혀 보일 생각이 없다.

할 수 없이 나는 벌벌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마지막 쥐포를 잃어버렸던 그 무덤으로 말이다.

한 발짝. 그리고 한 발짝.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여전히 그 자리를 떡하니 버티고 있는 느티나무가 보인다.

그런데 기분 탓일까?

전과는 다르게 기괴하게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버리는 그때.

냐아아옹.

“우오와하악!”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점프까지 뛰며 발버둥 쳤다.

쥐포였다.

나는 쥐포를 보자마자 얼른 안아 들고 얘기했다.

"빨리 집에 가자."

고개를 숙이고 쥐포를 바라보며 살짝 웃는 그 순간.

내 앞 시야에 하얀 무언가가 훅 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까닥거렸지만, 그 이후에도 다른 반응은 없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 탓에 피곤함이 몰려왔던 탓이었을까?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쥐포를 안아들고 이제 다시 내려가려던 그 찰나.

띵동.

[ 귀신목격전문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어? 저기 사람 지나갔어요.

“아웁! 깜짝이야! 네? 뭐라고요?”

조용했던 후원창이 갑자기 울려댔다.

후원창에 떠있는 시청자 말을 자세히 살펴본 나는 다급하게 다시 앞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그리고 여기저기 다시 살피며 얘기했다.

“사람이 지나갔다고요?

ㅡ 네. 사람 지나간 것 같은데요?

설마 이 자식도 날 가지고 장난치려는 건 아니겠지?

오늘 하루 종일 미션을 많이 한데다, 그 때문에 기절까지 했었던 몸이었다.

너무 고되게 당했더니 온몸이 지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쥐포까지 사라져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형님 장난은 이제 그만...”

하지만 시청자는 진지했다.

ㅡ 아니. 진짜라니깐요? 방금 앞에 흰 색깔 반팔 티에 청바지 입은 사람 못 봤어요?

흰 색깔 반팔 티에 청바지 입은 사람?

사실 아까 전에 나도 하얀 무언가가 내 앞을 지나가는 느낌을 받긴 했었는데...

그때였다.

불길하게 느껴졌던 그 예감이 점점 더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내 앞에서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저벅. 저벅.

정체 모를 그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은 나와 점점 가까워졌다.

내 몸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리고 몸이 잔뜩 굳어버려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쥐포를 끌어안고 앞만 바라보는 게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 정체가 내 앞에 다가왔을 때,

나도 모르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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