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7화 (17/225)

귀목산의 무덤. 7

“근데... 저 왜 여기 있어요...?”

잠시 기억을 잃어버린 탓에 잠시 주춤거렸다.

내 눈앞에 보이는 핸드폰 불빛 말고는 사방이 온통 암흑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도, 무덤도, 그리고 하늘에서 유일하게 날 비춰주던 달빛마저도.

모두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내 입에는 쓴맛이 강렬하게 전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입에 있던 무언가를 뱉어냈다.

“웁. 퉤에엣! 퉤! 퉤!”

그리고 어지러운 머리도 흔들어 깨웠다.

입에 잔뜩 들어간 먼지를 서너 번을 뱉고 나서야 여기가 무덤속이라는 걸 알아챘다.

ㅡ 거 보셈. 제 말이 맞쥬?

ㅡ 아 시발놈. 존나 웃기넼ㅋㅋㅋㅋ

ㅡ 흉가님. 돗자리 깔고 누워도 되것는디욬ㅋㅋㅋ

ㅡ ㅋㅋㅋ 야 인마 근데 침을 어디다가 뱉는거옄ㅋㅋ

나는 핸드폰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1시 14분.

“헐... 저 10분 넘게 기절해 있었네요...”

그리고 문득 무언가가 머릿속에 띵하고 스쳤다.

나는 채팅창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얘기했다.

“아 맞다! 뒤돌아보지마라탕 형님. 원하시던 미션 아주 완벽하게 완료했습니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님이 7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아이고. 감사합니다 형님!!!”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ㅡ 오냐. 스펙터클한 연기 감동받았다. 근데 거기서 어떻게 나옴?

그 말대로 위를 올려다보니 떨어진 구덩이 속 입구가 내 키는 훌쩍 넘어 보인다.

들어오고 나니 위에서 바라봤던 깊이와 전혀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위에서 단단한 나무줄기를 당겨보며 안전을 확보해놓은 상태가 아니었던가.

나는 당당하게 손전등으로 나무줄기를 비추며 얘기했다.

“이거 잡고 올라가면 됩니다. 형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까 위에서 당겨보았던 나무줄기를 잡았다.

그리고 살며시 잡아당겼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묻혀 있던 땅이 으스러지며 뚝! 하고 끊어져 버린다.

“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아버렸다.

뭐야. 이거?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엉뚱하게 사라져버렸다.

아까는 분명 내가 있는 힘껏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멀쩡했었는데...

왜 항상 나는 똑같은 상황에 놓이는 거야?

그것도 항상, 공포의 끝자락에.

“하...”

순간 허탈하고 서러운 마음에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정신 차려야 한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기운이 쭉 빠진 몸을 이끌고 시청자들에게 하소연했다.

“형님들... 큰일 났습니다. 살려주세요. 저 어떻게 해요.”

ㅡ 야. 저거 진짜 장난치는 게 아닌데? 딱 봐도 존나 깊은데 어떻게 올라가냐?

ㅡ ㄴㄴ 주작임. 비제이 키에 두배가 넘는 구덩이에 처넣어도 후원만 해주면 알아서 나옴.

ㅡ 그 말. 신빙성이 있습니닼ㅋㅋㅋ

ㅡ ㅅㅂ... 그렇게 말하니까 존나 궁금해서 시험해 보고 싶잖앜ㅋㅋㅋ

ㅡ 누가 한번 해보실?ㅋㅋㅋ

그건 무슨 지렁이 탈춤 추는 소리냐?

지금 키를 넘기는 구덩이에 갇혀서, 사방에 보이는 땅이 언제 다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대!

산 채로 묻혀버릴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장난질이라니 시벌...

또다시 울컥한다.

근데... 진짜 나 여기서 갇히는 건 아니지?

“휴... 형님들. 왜 자꾸 왜 주작이라고 하세요. 저 진짜 그런 거 할 줄 모른다니깐요...”

그때.

띵동.

[ 씨발라먹는수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1분 내로 올라가면 만 원.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 진짜 이 형님들이...”

어느 순간부터 흙내인지 썩은 내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쾨쾨한 냄새가 계속 코로 흘러 들어온다.

하물며 갇혀있는 시간은 점점 흘러만 가고 있다.

정말 이러다 정말 집에 못 가겠단 생각에, 나는 그 자리에서 점프를 뛰어 손으로 입구를 짚어보았다.

하지만.

툭!

괜한 입구를 건드려 흙먼지를 일으키고 땅이 조금씩 무너진다.

두세 번 연달아 해보지만 마찬가지였다.

입구에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흙바닥은 내 몸 위에 뿌려졌다.

ㅡ 오우. 야 그만해. 카메라에 흙 튀는 거 봐. 이러다 생매장되것다

ㅡ 헐. ㅋㅋ살벌하다. 더럽게 깊기는 하네. 어쩌냐 저겈ㅋㅋ

ㅡ 여러분들 동요하지 마셈. 주작질이라니깐? 저 새끼는 베어그릴스도 울고 갈 만큼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음

ㅡ 그래요? ㅋㅋ 근데 1분은 넘 적지 않나? 5분으로 늘려드릴까?

ㅡ ㄴㄴ 밀당 중임. 돈미새는 시간이 아니라 돈을 올려주면 됨.

ㅡ 흠... ㅇㅋ

띵동.

[ 씨발라먹는수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ㅇㅋ.  지금부터 1분 내로 올라오면 3만 원.

내 마음이 점점 더 조급해지고 있다.

물론 후원이 아닌 다른 의미로.

한층 더 차가워진 한기가 내 몸을 자극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솜털이 곤두서고,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서버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곳. 위험하다.

오래 있으면 안 되겠어.

때마침.

내 신발에 닿는 감각이 왠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발에 맞닿는 땅이 흙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 다시 가볍게 점프를 뛰었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쿵. 쿵. 쿵.

정말이다.

무언가가 내 신발에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허리도 숙이기 힘든 좁은 공간이지만, 팔을 길게 뻗어 발 밑을 더듬었다.

그런데 축축한 느낌의 나무가 만져진다.

어?... 시발... 이거 관짝 아냐?

동시에 내 손위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간지럽힌다.

뭐야. 이건 또...

나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비추었다.

“우아하와하악!!! 뭐야 시발!!!”

나는 그 좁은 공간에서 온몸을 비틀어 발광을 해댔다.

작은 벌레 및 지렁이 따위가 아니었다.

노란 빛깔을 한 그것은 구더기였다.

그 순간.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 구덩이를 빠져나와버렸다.

수직에 가까운 흙을 순식간에 여러 번 걷어찼고, 양쪽 팔로 좌우의 벽면을 짚어가며 올라온 것이다.

그건 불과 5초도 안 돼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내뱉었다.

“허억... 허억... 헉...”

ㅡ ㅋㅋ 자 돈미새새끼 또 한 번 인증해버렸쥬?ㅋㅋ

ㅡ ㅅㅂ 흉가님. 이 정도면 독심술사 만렙인뎈ㅋㅋㅋ

ㅡ 이거 뭐 궁예 관심법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넼ㅋㅋㅋ

ㅡ 근데 비제이 새끼 뭐 보고 놀란 척 한 거임? 벌레?

ㅡ 모름. 주작이 넘 많아서 이제 뭔지도 헷갈림.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나는 손에 올라탄 그 벌레를 다시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구덩이에서 급하게 올라오느라 짓눌렸긴 했지만, 그건 명백한 구더기였다.

“여... 여기... 왜 구... 구더기가...”

ㅡ 왜 있긴 네놈 새끼가 주작하느라고 갖다 놨으니까 있겠지ㅋㅋ

ㅡ 근데 저런 구더기를 구할 수 있음? 저런 죽은 사체에서나 기생하는 구더기인데?

ㅡ 당신들은 지금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비제이를 보고 계십니다

ㅡ 존나 ㅇㅈ

나는 다급하게 인터넷 창을 열어 구더기를 검색했다.

죽은 사체에서나 기생한다는 구더기라는 말이 사실인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또 지금 내 손위를 기었던 벌레가 그 구더기인지 확실하게 보고 싶었다.

구더기.

[ 초파리, 과실파리, 호박과실파리의 구더기처럼 채식을 하거나 말파리나 쇠파리처럼 살아있는 살을 파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동물의 썩은 시체를 먹는다. 파리류의 구더기는 퍼내는 화장실이나 부패물 속에서 많이 생기기 때문에 위생해충으로 알려져 있으나... ]

오른쪽에는 죽은 주머니쥐의 시체에 구더기들이 들끓고 있는 혐오스러운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으... 씹...”

정말 역겹게도 똑같이 생겼다.

나는 그 이후 설명글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쓰여있는 추가 글을 읽으며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 일반적으로 파리 및 구더기가 꼬였을 때는 사후 여름 기준 24시간 내외, 겨울 기준 72시간 내외로 추정하고 구더기가 번데기가 되었을 때는 8일 내외, 번데기가 선탈하였을때는 3주 내외로 추정한다. ]

그 순간.

공포가 내 온몸을 감쌌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닭살을 느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버렸고, 솜털도 마찬가지였다.

얼굴까지 백지장처럼 하얗게 떠버리는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더 이상 여기 있으면 안 된다.

나는 허겁지겁 집이 있는 방향을 향해 반자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 엄마!!!”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산을 뛰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뛰었다.

경사가 지든, 길이 험하든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마치 그 순간 나도 모르는 초능력이 발휘돼, 날아가다시피 뛰었으니까.

아니. 그냥 날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올라갈 때는 정작 1시간을 넘게 올라갔던 그 산은 불과 30분도 안 돼 입구에 도착했다.

“커헉... 컥... 헉... 허억...”

ㅡ 집에 꿀단지 숨겨놨냐? 갑자기 왜 또 빤스런이야 ㅅㅂ넘아.

ㅡ 아니. 개색이야. 와... 화면 존내 어지러워서 토할 뻔했네. 왜캐 흔들어 싸

ㅡ 뭔 놈이 달리기가 이렇게 빨라. 볼트도 산에서 이 정도로는 못 뛰어 내려오것다

ㅡ 그나저나 뭘 말해주고 빤스런 해. 이 BJ 새꺄. ㅋㅋ

희미하게 입구를 비추는 가로등 앞에 서고 나서야 무릎에 두 팔을 얹고 자리에 멈췄다.

하지만 한참을 호흡을 토해내도 혼비백산한 내 상태는 식을 줄 몰랐다.

그렇게 정작 5분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을까.

그제서야 숨을 다 내뱉어 낸 나는 천천히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형님들... 저... 저기... 죽은 지 이틀도 안 된 사체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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