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6화 (16/225)

귀목산의 무덤. 6

“허...”

후원 배틀에 내 마음속에는 풍악이 울려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무덤.

그리고 아까 귀신에 홀리듯 같은 장소를 맴돌게 했던 돌탑은 다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발을 굳게 만들었다.

더욱더 큰 문제는 1시에 가까워질수록 차가운 한기가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후원도 후원이지만 자연스럽게 겁에 질려 저절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몸은 누군가의 큰 몸통에 막혀 멈춰 세워졌다.

“아욱!!! 씹...”

느티나무.

나는 느티나무를 보고는 침착하게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ㅡ 야 인마 BJ. 미션 안 해? 그럼 후원 없던 일로 하고.

ㅡ ㄴㄴ 비제이 돈미새라 일단 겁에 질린 척 도움닫기 연기 중임. 조금만 기다리면 함.

ㅡ 아... 연기 중이었군. 존나 실감 나게 하네... 깜빡 속았잖아.

ㅡ 뜸 들이는 거 이해 좀 해주셈. 여태 했던 미션 중에 제일 난이도가 높으니까ㅋㅋ

ㅡ 레알 ㅇㅈ

시발... 그걸 알면서 시키는 너네가 더 무섭다.

그나저나 미션을 두 개나 받아서 좋긴 한데 동시에 들어온 미션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형... 형님들. 미션 어떤 것부터 해야 되는데요?”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나도 간다 3만 원. 돌탑 다시 가라니깐?

시청자 뒤돌아보지마라탕과, 흉가체험삶의현장 둘은 열심히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ㅡ 내꺼부터 해. ㅅㅂㄹㅁ

ㅡ 아니. 내꺼부터 먼저 하셈 이 시봉탕아.

ㅡ 님들 지금 뭐 함? ㅋㅋ 후원 배틀하는 것임?

그때.

남은 시청자들까지 합세해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배틀에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ㅡ 난 비제이가 무덤을 먼저 한다에 한 표 겁니다.

ㅡ 그럼 난 느티나무에 손모가지 겁니다.

ㅡ 미친. 그렇다면 나는 무덤에 내 남은 부랄 한쪽 겁니다.

ㅡ 님 한쪽은 어디다가 갖다 바쳤음?

두 시청자 간의 주장은 팽팽하다 못해 불이 붙기 시작했다.

마치 정성껏 잘 태워올린 장작처럼.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둘 다 같은 금액이기에 좀 더 쉬운 난이도의 미션을 실행하는 게 더 나은 게 아닐까?

그리고, 전에 나에게 후원했던 이력이 더 많았던 시청자의 미션을 해야... 아무래도 추후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흠... 어찌 보면 아주 행복한 고민이다.

단, 내가 이 끔찍한 미션을 직접 실행해야 한다는 문제 말고는.

잠시 후.

끔찍하고도 행복한 그 고민의 결정은 쉽게 해결되었다.

하지만 나는 일단 머리를 더 굴렸다.

카메라에 대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형님들... 일단 미션 금액이 둘 다 너무 똑같아서...”

ㅡ 크... 역시 BJ 양반. 장사를 할 줄 아는 놈이군.

ㅡ 타고난 장사꾼은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저 상황에 저울질을...

ㅡ ㅋㅋㅋㅋ 거봐. 저 새끼 저거 무섭다는 거 다 핑계라니깤ㅋㅋ

ㅡ 아마 미션 더 안 나왔으면 놀란 척 집으로 빤스런했을걸ㅋㅋㅋ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ㅇㅋ. 함 붙어보자. 시바라마. 3만 오천 원 간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형님. 오천 원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시발... 4만 원 간다. 워뗘? 쫄리면 뒈지시든지.

나는 두 손까지 모으며 고개를 다시 한번 꾸벅 숙여댔다.

“아이고 흉가형님. 4만 원 미션 정말 감사합니다.”

ㅡ ㅋㅋ ㅅㅂ 비제이 행복해하는 얼굴 보소.

ㅡ 이거 뭐 아주 흥미진진하구만ㅋㅋㅋ

ㅡ 레알? 이게 끝인가 자네들? 그 이상이 없냔 말이다!

ㅡ 나 같으면 화끈하게 그냥 따라 하지도 못하게 지른다. 어휴 답답이들... ㅋㅋ

ㅡ 그럼 님도 배틀에 참여하세욬ㅋㅋㅋ 말만 뻔지르르하게 하지말곸ㅋㅋ

채팅창이 배틀 소란으로 크게 번져가고 있었다.

그래! 이왕 한번 무서울 거 제대로 챙기기나 해보자.

그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 사건의 시간과 일치하여 가고 있었다.

현재 시각 12시 58분.

그렇게 마지막 2분을 남겨두고 두 시청자의 배틀은 막바지로 흘렀다.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훗. 7만 원 올인. 어쩌실?

그 순간.

7만 원이라는 후원 미션 금액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흉가체험삶의현장 시청자의 눈치를 살폈지만, 이놈 말이 없다.

나는 더 과격하게 제 자리에서 깍지까지 쥐어가며 소리쳤다.

“와!!! 뒤돌아보지마라탕 형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채팅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흉가체험삶의현장 형님? 무덤 미션 먼저... 할까요?”

ㅡ 야 인마.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 지금?ㅋㅋ 뭘 물엌ㅋㅋ

ㅡ 이 새끼 이제 보니 존나 속물이얔ㅋ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곸ㅋㅋ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ㅅㅂ 패배 인정. 무덤 먼저 ㄱㄱ 5만 원밖에 없음... ㅠㅠ

예상했던 결과였다.

흉가체험삶의현장 이 시청자는 허구한 날 내가 주작이라며 채팅창에 선동질을 하던 놈이었다.

처음 후원금액도 100원이었던가?

그에 비해 뒤돌아보지마라탕 시청자 같은 경우는 처음 후원금액이 무려 5배인 500원.

게다가 휘파람 미션 만 원, 그 뒤에 폐가 미션까지.

무려 6만 원이라는 후원금액을 내게 지원했던 아주 착실한 시청자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조금 했건만.

역시 저놈은...

ㅡ 아무래도... 내 남은 한쪽 부랄은 지켜진 듯하오...

ㅡ 님 다행이네요. 축하드립니닼ㅋㅋㅋ

ㅡ 그럼 아까 손모가지 어디갔어?ㅋㅋ 얼른 갖다 대. 시벌...

ㅡ 그 새끼 후원 창 뜨자마자 도망감ㅋㅋㅋ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형님들... 그럼 잠시만요. 후...”

그리고 다시 그 끔찍한 무덤으로 손전등을 천천히 비추며 들어갈 공간을 찾았다.

허리만큼 오는 깊이지만, 혹시나 빠졌을 때를 방지해 올라올 때 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

다행히도 땅속에는 깊게 박힌 굵은 나무줄기들이 여러 개가 보인다.

시험 삼아 미리 손으로 힘껏 당겨보았지만, 힘 좋은 성인 남자가 끌어당겨도 버텨줄 만큼 단단해 보였다.

바닥에 있는 흙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싱크홀처럼 땅이 꺼질 것 같은 불길함이 드는 건 뭐지?

그런 마음도 모르고 후원 시청자는 날 닦달한다.

ㅡ 빨리 안 들어가?

에라이 시발 모르겠다.

나는 들어가기 전에 땅을 발로 콱콱 밟아봤다.

하지만, 비가 왔었는지 땅이 단단하게 굳어 흠집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어머니 생신 선물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위험쯤이야...

들어가기 위해 천천히 폼을 잡는 그때.

띵동.

[ 한 시입니다. ]

“아욱! 뭐야? 이 소리.”

ㅡ 또 또 시작이닼ㅋㅋ 지가 미리 설정해놓은 알람 소리 가지고 놀라는 꼬락서니하고는ㅋㅋㅋ

ㅡ 아 헛지랄 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기나 해. ㅋㅋㅋ

“형님들. 저 이런 알람 설정해놓은 적이 없어요. 정말인데.”

사실이다.

내가 미쳤다고 이 고요한 무덤 앞에서 시계 소리가 울리게끔 설정해놓았을까.

소리를 지르거나 놀래자빠지거나, 심하면 기절까지 해버리는 내가?

만약 그랬다면 분명 12시에도 같은 소리가 울렸어야 정상이지 않겠는가.

ㅡ 어. 그렇긴하네.ㅋㅋ 아까 12시에는 알람 소리 안 울렸었는데?

ㅡ 시바. 신박하넼ㅋㅋ 이 비제이 방송만 보면 신기한 현상들이 자주 보임.

ㅡ ㅈㄹ... 다 주작임. 시부랄 넘.

ㅡ 흉가님. 후원할 땐 언제고 왜 욕질임.ㅋㅋ

ㅡ ㅋㅋ후원 배틀 져서 개빡침?ㅋㅋㅋ

“휴... 들어가려고 했...”

그 순간.

뭔가 허전함을 감지했다.

내 곁을 지키고 있던 쥐포가 사라졌다.

“어? 형님들. 쥐포 어디 갔는지 본 사람 있나요? 쥐포. 쥐포야!”

ㅡ 아까부터 바닥에서 안 보였는데? 어디 간거 아님?

ㅡ 아... 시발. 진짜 우리 집 밥솥보다 뜸을 더 많이 들이넼ㅋㅋ

ㅡ 어지간하면 그냥 빨리 들어가자. 이러다가 큰손형 손절 때리겠다

“그래도 제 가족인데... 좀 찾아주...”

그때.

내 목뒤로 차가운 한기가 슥 훑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하려는데.

“우와아아아아악!!!”

내가 서 있던 곳에서 발이 미끄러져 버렸다.

내 몸은 순식간에 무덤이 있던 곳.

그 밑 바닥 구덩이 속으로 처박혀버렸다.

흙가루가 온몸을 감쌌고, 소리를 지르는 탓에 눈과 귀, 그리고 입에까지 들어가 버렸다.

물론 방송을 하고 있던 핸드폰에도 말이다.

ㅡ 아 ㅅㅂ 깜짝이야.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데 소리 좀 그만 질러 미친 새끼야!

ㅡ 뭐여.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각도는 기가 막히게 잡았넼ㅋㅋ

ㅡ 헐... ㅅㅂ 비제이 눈 감은 얼굴 보소. 생각보다 너무 잘생겨서 깜놀했네

ㅡ 아니. 시발 이렇게까지 주작을 한다고? ㅋㅋㅋ 열정이 무슨 나폴레옹 급이여

바로 옆으로 떨어진 핸드폰 카메라가 내 얼굴을 비춘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무겁다.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을씨년스럽게 뜬 달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ㅡ 얘들아.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거 아녀? 시바 10분이 다 돼가는데 움직일 생각이 없냐.

ㅡ 이거 신고라도 해줘야 되나?

ㅡ ㄴㄴ ㅅㅂ 저색히 주작질이라니깐... 저 깊이 떨어진다고 사람이 죽는 게 말이 되냐?

ㅡ 그건 그렇네. 그럼 얼른 깨워주기라도 하자. 어케해야 됨?

ㅡ 돈미새 비제이 새끼. 후원 창 알림 들으면 기적적으로 일어날지도.

ㅡ ㄹㅇ 그럴까? 좀 궁금하긴하넼ㅋㅋ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일어나 이 새끼야. 자냐?

띵동.

[ 귀신집에히터틀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하긴 이 더운 날 땅속이 시원하고 좋긴 하겠다. 그래도 일하는 시간인데 얼른 일해야지?

깜깜무소식이다.

ㅡ 얘들아 안 깨어나는데?

그때.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야 이 새꺄! 일어나면 만 원.

그 순간. 나는 기적적으로 그 자리에서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급하게 카메라를 찾아 내 상태를 알렸다.

“으윽... 형님들. 죄송합니다. 저... 일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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