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3화 (13/225)

귀목산의 무덤. 3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나에게 귀신보다 더한 공포를 심어줬던 녀석.

그리고, 남들보다 가난하고 몸이 불편했던 나의 어려운 삶에 더한 불행을 안겨줬던 녀석의 이름이 박필준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잠깐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녀석은 이제 나를 피해 다니는 몸이 아니었던가?

나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동명이인이구나.

대한민국 5천만 명 중에 박필준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뭐 한 둘인가.

나는 당연스러운 판단을 끝내고 찌푸렸던 인상을 다시 풀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대고 방긋 웃으며 그 동명이인을 맞이했다.

“아! 박필준 형님. 감사합니다! 처음 오신 건가요?”

그런데, 어째 이 사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궁금하게끔.

한참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어, 나는 뒤따라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형님들. 반갑습니다.”

ㅡ BJ 양반. 반갑소.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오.

ㅡ 하이 하이. 이게 그 무덤가임? 포스 개 지린다.

ㅡ ㄹㅇ 오늘 찐이다... 공동묘지랑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느낌이네

ㅡ 근데 BJ 오늘따라 얼굴이 창백해 보이냐. 무슨 일 있었음?

자연스럽게 표정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역시나 얼굴에 숨겨지지 않은 표정이 시청자에게 발각돼버렸다.

박필준도 박필준이지만, 지금 내 뒤에 있는 묘지 때문에 도저히 제대로 집중이 불가능하다.

폐가처럼 이상한 현상이 많이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그저 여기 있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나는 어설프게나마 억지 미소를 지으며 시청자에게 대답했다.

“네? 저요? 아무렇지...”

그때.

[ 박필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연우야. 나야 필준이.

“네? 박필준이요? 내가 아는 그 필준이?”

내 얼굴은 금방 다시 사색이 되어버렸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이 새끼는 왜 뜬금없이 내 방송에 들어온 거냐고...

나는 한참을 벙찐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봤다.

어떻게. 아니.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호... 혹시. 3학년 6반 18번 바... 박필준이요?”

ㅡ 응.

시발...

갑자기 내 손이 떨려온다.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무서움. 두려움. 그리고 살며시 차오르는 분노까지.

모두가 합쳐진 감정이 내 몸에 다이렉트로 전달되었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묻는다.

ㅡ 뭐여? 당신 같은 반 친구인가?

ㅡ BJ 양반.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아싸인데 완벽한 인싸였구만?

ㅡ 근데 얼마나 반가우면 몸까지 벌벌 떠는겨?

반갑기는 니미.

그저 어리둥절하고 내 마음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들어와있는 시청자들은 40명.

이제와서 들여다보니 박필준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도 여럿 눈에 띈다.

사람들도 많이 보고 있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여기 왜 들어왔냐고?

아니. 이 순간에 저 녀석과 말다툼을 할 자신은 없다.

내 몸의 반응을 보면 아직도 저들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게 확실하다는 증거니까.

그렇다면...

“어? 필준아! 반가워! 이게 웬일이야!”

이런... 시발.

반가운 척이라도 하는 거다.

ㅡ 엄머... 이게 뭔 일이래... 뭐 사랑의 스튜디오 그런거여?

ㅡ ㄴㄴ 이산가족 상봉임.

ㅡ 맨날 보는 같은 반 친구인데 뭔 몇십 년은 안 본 것처럼 인사하냨ㅋㅋ

ㅡ ㅋㅋㅋ 레알 콩트 찍는 줄.

나는 번쩍 손을 들어 올리며 박필준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민망함과 두려움이 뒤섞여, 눈치를 보고는 다시 재빠르게 손을 내렸다.

그때.

띵동.

[ 박필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잘 지켜보고 있어. 파이팅 해. 계속 응원할게.

뭐지...?

어째 저놈 분위기가 이상하다.

누가 옆에서 꾸준히 진정제라도 때려 처먹인 건가.

갑자기 웬 응원?

그리고 저 녀석. 순식간에 3만 원이라는 금액을 후원을 때려 박았다.

ㅡ 워... BJ 양반. 친구하나 제대로 뒀구만. 5분도 안 돼서 3만 원 후원 뭐여 이거!

ㅡ 오늘 대박 비행기 예상합니다용~~~ㅋㅋ

화해라도 하려는 건가?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밥 먹듯이 괴롭히던 녀석이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해버리니 분위기 파악이 안된다.

그때.

무덤 뒤편에서 쥐포의 하악질 소리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하아아악.

“워어억! 뭐야!? 왜 그래?”

다급하게 무덤 뒤편으로 손전등을 비추니 쥐포 앞쪽으로 희미한 눈동자 두 개가 보인다.

“뭐... 뭐야 저거.”

덩치가 작은 것으로 보아 야생동물 같았다.

어. 어!? 위험함을 감지했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닥에 보이는 나뭇가지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재빨리 그 자리로 뛰어가 허공에 휘두르며 위협했다.

“가! 가! 인마! 훠이 훠이!”

하지만, 그 자리엔 동물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깔끔했다.

그 흔한 발자국도 없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분명히 두 눈동자가...”

나는 혹시 몰라 쥐포를 품에 안고 채팅창을 들여다봤다.

ㅡ 오. 연기하는 거 보니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리는 겁니까!

ㅡ 그래그래. BJ 양반. 이산가족 상봉 마쳤으니 이제 본업으로 들어가이지!

ㅡ 어? 저기 무덤 뒤쪽 다시 한번만 카메라 비춰주셈. 뭔가 이상한데?

무덤 뒤쪽?

나는 무덤 뒤쪽으로 카메라를 천천히 가져다 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허... 이... 이게 뭐야.”

아주 처참한 광경이었다.

나무뿌리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무덤의 앞면과는 달리, 뒤편은 끔찍할 만큼 무덤이 군데군데 파헤쳐 져 있었다.

ㅡ 헐. 저거 뭐야? 누가 파헤쳐놓은 거임?

ㅡ 시바... 귀신 아냐?

ㅡ 미친놈. 귀신이 저 짓거리를 어떻게 해? 들짐승이 해놓은 거지.

ㅡ ㅇㅈ. 원래 묘지도 관리 꾸준히 안 해주면 저렇게 됨. 아마 멧돼지 짓일 듯.

그 뒤로 옆에 보이는 무덤들을 죄다 살펴보기 시작했다.

충격적이게도 모든 무덤이 하나같이 다 똑같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무덤이 아닌 평지에도 군데군데 같은 빈 구덩이가 있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 참혹한 그 광경은 내 온몸에 소름을 오르게 했다.

“...”

이거... 정말 먹을 것이 부족한 들짐승들이 저질러놓은 끔찍한 광경이 맞아?

이제는 귀신도 모자라 들짐승까지 나를 무섭게 만든다.

그 순간.

아주 기분 나쁜 냄새가 코에 흘러 들어왔다.

“웁. 형님들. 어디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요?”

비릿한 냄새도 아닌, 그렇다고 무언가가 썩는 냄새도 아닌.

아주 괴상한 냄새.

무슨 냄새라고 특정 짓지는 못하지만, 분명 내 몸은 본능적으로 이 냄새가 기분 나쁜 냄새라고 느끼고 있다.

ㅡ 아니. 시발 그걸 어떻게 알아. 최첨단 시대라 방송으로도 냄새가 전달되냐?

ㅡ ㅅㅂ... 뭔 냄샌데? 네 마음이 불타고 있는 냄새?ㅋㅋㅋ

ㅡ 아마 로즈베리향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ㅡ (‘ ’) 이봐 당신ㅋㅋ 그건 뭔 개소리임?

나는 꾸준히 흘러오는 이 냄새를 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시만요. 형님들.”

그리고 가볍게 다시 쥐포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냄새가 흘러오는 방향을 정확하게 느끼기 위해.

여기서 오른쪽. 그러니까 지금 이 위치에서 서쪽 방향이다.

이상하게도 이 냄새는 아주 묘하게 나를 끌어들이는듯한 느낌도 주고 있다.

그런데 이 냄새가 왜 여기까지 흘러 들어오는 거지?

설마 폐건물 이후로 후각까지 예민해진 건가?

“저쪽 방향 같은데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서쪽 방향을 뚫어지게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그곳은 무덤이 있는 곳에서 떨어진 지역으로 보였다.

즉. 이 냄새는 무덤가를 벗어난 지역에서 흘러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순간.

문득 내가 이 산을 올라오기 전 금기시하며 지켜야 할 규칙들을 새겨온 메모지가 생각났다.

‘큰 나무’가 있던 그 무덤가.

그 무덤은 이 묘지들을 벗어나 동떨어진 곳에 위치했다고 쓰여있었다.

헉. 말실수한 것 같다.

설마... 저기는 아니겠지?

나는 불길한 느낌에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아. 제가 잘못 맡은 것 같...”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그럼 그쪽으로 한 번 가봅시다.

하... 이놈의 입이 문제다.

나는 급하게 웃어 보이며 둘러댔다.

“형님들. 아직 여기 다 보지도 않았는데요?”

하지만, 역시나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내 표정을 읽고 질문을 해댔다.

ㅡ ㄴㄴ 표정 보니 저기가 더 무서울 듯...

ㅡ 인정. 갑시다. 로즈베리 냄새가 나는 그곳으로 ! 렛츠 고고고 !

ㅡ 애초에 여기는 그 기사에 나온 묘지가 아님.

ㅡ 아 진짜요? 그걸 어떻게 암?

뭐야!?

그걸 아는 놈이 있어?

혼자 몰래몰래 숨겨두고 그곳만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변수가 있었줄은 몰랐다.

정작 세 시간을 파도타기를 하여 겨우겨우 알아낸 정보였다.

뭐 하는 놈이지?

확실한 건 위험한 놈이라는 것이다.

저놈. 저놈의 입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

“형님. 거기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선입금합니다. 오늘의 미션. 사건 기사의 무덤가 찾아가기.

시발. 좃댔다.

기어코 그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순간 내 입이 무의식적으로 떡하니 벌어졌다.

기사의 그 내용들이 마치 필름처럼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림처럼 흘러들어왔다.

심령사진이 찍힌 그곳.

원인도 모른 채 목매달아 죽은 남성.

그리고 큰 나무.

내 눈으로 보기만 해도 지릴 것 같다.

이거... 오늘 방송. 상상이상으로 심각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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