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1화 (11/225)

귀목산의 무덤. 1

“어휴... 끔찍해. 도대체 뭐야 그 여자는?”

다음 날.

날이 밝고 나서야 어제의 그 상황에 대해 입을 열 수 있었다.

차라리 귀신이라면 놀래 도망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우리 마을... 그것도 코앞의 산 폐가에 그런 의심스러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더 흉흉스럽고 끔찍했다.

그 지저분한 꼴은 무엇이며, 오골계는 도대체 뭘 하려고 가져가는 건지...

으으... 여하튼 저긴 오늘부로 끝이다.

내가 저 사람과 저 폐가의 정체를 파헤칠 사명감 같은 건 없다.

뭐... 시청자들이 후원을 두 배로 해준다면 모를까.

그나저나 어제 도대체 얼마를 벌었던 거지?

문득 후원이라는 단어에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어제 겪었던 공포는 금세 잊고 핸드폰 후원금액에 집중했다.

[ 환전 가능 금액 : 117.000원 ]

“흠...”

아직 엄마 생신 선물을 해드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금액이다.

간간이 후원금액이 크게 들어와도, 초짜 BJ라서 그런지 수수료를 어마어마하게 떼낸다.

이제 내일모레면 엄마 생신인데, 큰일 났네.

뭐... 더 강하고 빠르게 모을 수 있는 곳 없을까?

가능하다면 최대한 가까운곳으로.

아무래도 여긴 이동 수단이 너무나도 부족한 지역이니까.

전보다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어그로가 필요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매달려 그 생각만 하던 와중에.

반 아이들이 떠들던 얘기에 내 귀가 움찔거렸다.

“야. 진짜라니까? 1년 전에 그 뒷산 무덤가 앞에서 어떤 남자가 목매달아 죽은 걸 봤다고 했다니까?”

“에이. 구라 좀 치지 마. 이 새끼는 입만 열면 구라야. 혓바닥 뽑힐래?”

반 아이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친구에게 화까지 내며 얘기를 토해냈다.

“하... 미친놈. 너 그럼 우리 아빠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왜? 뭐 때문에?”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주춤거렸다.

“흠... 아무리 네가 구라쟁이지만, 아빠를 팔아먹을 패륜아는 아닌데... 근데 그거 증거 있냐?”

“증거는 없지... 그게 아마 바로 경찰이랑 응급차가 와서... 어?”

반 아이가 순간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는 소리쳤다.

“야! 봐봐! 여기 있네! 시발놈아!”

이야기를 듣던 친구 녀석이 기사를 확인하더니 표정이 벙쪘다.

그러고는 두 팔을 계속 쓸어내리며 얘기했다.

“헐... 시발... 나 지금 존나 소름 돋았어.”

이야기를 들려주던 녀석이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밤 열두시 넘은 시각에 그 무덤가 근처에서 귀신 봤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야. 진짜라니까?”

순간 그 얘기에 내 귀가 움찔거렸다.

‘무덤가라...?’

나는 혹시 몰라 그 친구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미안한데... 그 얘기 나도 좀 들을 수 있을까?”

잠시 후.

나는 그 친구에게 모든 정보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오늘의 목표를 그곳으로 정했다.

다행인 건 이 뒷산은 내가 어제 갔던 그 폐가. 즉. 그 위치 정 반대에 있는 곳이다.

이곳은 사람들도 가끔씩 등산을 하러 다니는 산이라고 들었다.

다만, 이 친구가 말한 그 장소는 그 길을 조금 벗어난 위치에 있는 무덤가라는 게 내 예상 밖이긴 했지만...

사실 우리집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나는 항상 집에만 붙어있었던 집돌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정보를 끌어모으기 위해 나는 이 귀목산, 그리고 무덤가의 기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뭘 알고 가야 조금 덜 무서울 것 아닌가.

귀목산의 검색 결과는 죄다 귀신 얘기뿐이었다.

[ 해발 144m의 비교적 낮은 산으로 사람들이 가끔 찾는 동네 뒷산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산 높이에 비해 다듬어지지 않은 길. 즉, 길이 험한 탓일까. 날이 어두워지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가끔 등산을 하러 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귀신을 목격했다는 사례들이 많아, 귀신산이라고도 불린다. ]

아니. 시부랄. 뭔 설명이...

이거 진짜야?

나는 수많은 사이트 연결 중에 유독 댓글이 제일 많은 한 영상을 찾았다.

영상은 자연스럽게 산속 풍경을 찍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고, 곧이어 특정 시간에 하얀 물체가 사람 옆을 지나가는 것처럼 희귀한 장면이 포착되어 담겨있었다.

게다가 추가적으로 찍은 한 사진에는...

[ 귀목산. 어두운 오후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에요. ]

올린 사진 속에는 다섯 명의 남성이 나란히 손을 떨어트려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다.

친구들과 여행이라도 온 듯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남성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한 명에게 뜬금없이 시선이 쏠린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한 명의 어깨 부분에...

ㅡ 헐... ㅅㅂ. 저거 사람 손 아님?

ㅡ 진짜네... 저 사람들 지금 다 차렷하고 있는데...?

ㅡ 에이. 뒤에 사람 하나 숨어있겠지.ㅋㅋ

ㅡ 다리 쪽을 보셈. 숨어있을 공간이 보임?

ㅡ 컥... 그렇긴 하네...

모두가 하나같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유독 한 사람.

그 사람의 어깨에는 사람의 손으로 보이는 형체가 걸쳐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뻗어있는 사람의 손.

순간 내 눈을 의심했지만, 이내 떨리는 내 심장을 추슬렀다.

‘시발... 조작이겠지. 조작일 거야. 저런 게 한 둘 인가.’

하지만, 그 밑에 있는 믿기 힘든 댓글을 보며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ㅡ 고인 친구입니다. 글 좀 내려주세요. 부탁합니다.

ㅡ ㅂㅅ. 어디서 어그로질이야? 네가 친구라고? 증명해 봐.

ㅡ 귀목산 새벽 1시경. 김 xx. 무덤가에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사망한 제 친구입니다.

ㅡ 시발... 진짜 같은데...? 기사 쳐봤는데 이름 똑같음.

ㅡ 그게 언젠데? 날짜 말해보셈.

ㅡ 9. 4일

놀란 마음에 기사를 껐다.

너무 긴장이 되는 탓에 습관적으로 입술을 깨물어댔다.

깨문 입술에 피가 났고, 혓바닥에 닿아 느끼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나는 그제서야 조심스럽게 핸드폰의 날짜를 확인했다.

9. 4일.

“...”

정확히 1년 전 그날이다...

일부러 맞추려고 노력해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날짜... 그리고 내가 가는 시간까지 딱 맞아떨어진다.

하... 제발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도대체.

이거 맞는 거야? 가는 게 맞아?

아니. 저번에는 운이 좋았다 치지만, 혹시나 잘못되는 거 아니야 이거?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별 이상한 상상의 나래를 자꾸 펼치게 된다.

나는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자. 앞면이 나오면 가고, 뒷면이 나오면 안 가는 거야.’

내 운명의 동전은 내 머리 위로 높이 솟구쳐 올랐고, 수십 번을 화려하게 공중회전을 돌고서야 내 손등에 떨어졌다.

탁.

나는 자신 있게 손등을 덮었던 손바닥을 떼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오... 하느님 아부지... 이건 가지 말라는 신의 계시...?”

동전은 뒷면을 향해 있다.

사실 당연했다.

손에 닿은 촉감으로 앞면인 걸 알았다면 뒤집어서 확인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양아치 같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시부랄. 그냥도 아니고 존나게 무서운 걸 어떡해...

나는 뻔뻔하게 마음을 굳히고, 혼자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띵동.

[ 엄마 : 우리 아들.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까? ]

순간 엄마의 연락에 요동치던 내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았다.

그리고 생신 선물이 떠오르며, 나 자신에게 살짝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예쁜 구두... 우리 엄마... 시발. 에라이 몰라! 간다! 가!“

몸도 멀쩡해졌는데 귀신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눕혀버리지 뭐.

게다가 엄마 생신은 겨우 이틀이라는 시간 밖에 안 남았다.

그 안에 어제 벌었던 금액의 두 배를 벌지 않는다면, 절대 엄마의 생신 선물을 해드릴 수 없다.

나는 이 사실을 급하게 공지하기 위해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시청자가 있어야 방송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나의 후원금을 끌어모을 수 있으니까.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역시나 방송이 켜지니 애청자들이 제일 먼저 재빠르게 입장하였다.

ㅡ 오. 오늘은 대낮에 지리기 위해 방송을 시켰나?

ㅡ ㅋㅋ 님 넘 놀리지마셈. 그래도 어제 방송 개꿀잼이였잖슴.

ㅡ ㅇㅈ. 근데 오늘은 어디입니까? 어제 닭 들고 가던 여자랑 인터뷰하러 가나?

ㅅㅂ. 그건 죽어도 사절이다.

눈빛만 마주쳐도 오줌을 지릴 것 같은데, 인터뷰는 무슨.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거긴 사람이 살고 있어서 안되고요. 오늘은 귀목산 무덤가를 가볼까 하는데 형님들. 어떠세요?”

ㅡ 무덤가라... 좋지! ㅋㅋ ㅅㅂ뭔들. 상상만 해도 개꿀이넹.

ㅡ 어? 귀목산? 예전에 사람 죽었다고 기사 뜨지 않았음? 목매달아서?

ㅡ 헐... ㄹㅇ?

ㅡ ㅇㅇ. 나도 그 동네 친구한테 전해 들은 거라 확실하진 않은데, 뉴스에도 나왔다는데?

뒷산의 자살 사건은 의외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사건을 검색해댔다.

그리고 다시 채팅창에 타자를 두드려대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내 몸은 잔뜩 두려움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네... 맞아요. 제가 용기 내서 갑니다. 형님들에게 개꿀잼을 드리기 위해서요. 거기 기사로 많이 난 곳인데 공지에 캡처해서 올려놓을게요.”

ㅡ 오... 역시 방송 정신이 투철하구먼.

ㅡ 그럼 역시 오늘도 총알을 장전해야겠구만. 아 시바... 핸드폰 한도 또 올려야 되넼ㅋ

ㅡ 좋아. 그럼 오늘은 나도 미션 생각해봐야짘ㅋㅋ

어휴... 눈 뒤집힐 만한 기절 미션 같은 건 아니겠지?

놀라는 것도 점점 익숙해져서 적응 좀 됐으면 좋으련만.

이놈의 심장은 저녁에 할 방송 상상만으로도 콩닥콩닥 뛰고 지랄이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뒤에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그럼 형님들. 좀 있다가 뵐게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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